『붕괴』 혼자 읽기

D-29
미국인들은 1980년대 이후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인들은 일본인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는 중국인이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여긴다. 해밀턴프로젝트가 주목했던 건 바로 이 부분이었는데 다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점이 있다면 실질적으로 미국 주택의 상당수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이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3장 북미-유럽 중심의 금융 문제,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2008년에는 모든 증권화된 모기지 대출의 4분의 1이 해외 투자자들의 소유였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은 MBS 자산 5조 4000억 달러 중 1조 7000억 달러를 해외에서 증권을 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조달했다. 중국은 이런 “공공기관 채권”에 대한 최대의 해외 투자자였으며 이들이 사들인 증권 규모는 약 5000~6000억 달러로 추산되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3장 북미-유럽 중심의 금융 문제,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월스트리트와 미국 모기지 사업의 붕괴를 따라 그대로 이어진 사건이 바로 유로존 위기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월스트리트 위기와 유로존 재앙은 서로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위기가 탐욕과 정도 이상의 과도한 대출 등에 의해 은행들의 사업 범위와 대출자들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시작되었다면 유로존 위기는 공공재정과 민족국가의 주권이라는 그야말로 유럽 고유의 문제와 맞물리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4장 유로존,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특히 미국의 전문가들은 유럽의 노동시장이 미국과 비교해 이동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만일 경제적 위기에서 유럽의 노동 인구가 형편이 나은 곳을 찾아 이동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좀 더 부유한 국가에서 그렇지 못한 국가로 자금이 지원될 수 있는 공동의 복지와 세금, 그리고 지출 제도가 필요했다. 노동의 이동성과 함께 이런 제도야말로 사회적 안전보장을 위한 중추 역할을 할 것이며 미국 경제가 50개 주에 걸쳐 엄청난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4장 유로존,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이 출범하자 래리 서머스는 금융전문가 국제회의를 다급하게 소집한 뒤 이렇게 물었다. “여기 모인 유럽 출신들 중에 만일 스페인의 어느 은행이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설명해줄 수 있는 분이 있습니까? 스페인 정부 당국과 스페인 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유럽연합 본부가 각각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그 순간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당혹스러운 침묵이 이어진 후 “유럽 출신 전문가들 사이에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 아무런 해답 없이 논쟁은 끝이 났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4장 유로존,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그렇지만 사실 미국도 크게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은행의 부도 상황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건 1997년에도 그리고 200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4장 유로존,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동유럽 전역에 걸쳐 이런 금융 통합의 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또한 엄청난 액수의 외화 차입금이 모기지와 신용카드, 그리고 자동차 대출사업에 사용되었다. 헝가리는 가장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지만 2003년에서 2008년까지 가계부채가 130퍼센트 이상 증가했는데 모두 해외 차입 자금으로 이루졌다. 새로 구입한 내 집이 스위스에서 건너온 프랑화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더 분명하고 더 개인적인 방식으로 내가 서방 세계와 하나가 되었다고 알려주는 증거가 또 있을까?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5장 다극화된 세계,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2008년의 금융시장 붕괴를 이토록 심각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정도를 넘어서는 세계 경제의 예외적인 글로벌 동기화였다. 세계무역기구의 자료에 따르면 104개 국가가 한 곳도 빠지지 않고 2008년 하반기에서 2009년 전반기 사이 모두 똑같이 수입과 수출 감소 현상을 겪었다고 한다. 모든 국가와 모든 종류의 교역 상품이 하나도 예외 없이 경기침체를 겪은 것이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6장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2008년 최악의 6개월 동안 원유 가격은 76퍼센트나 하락했고 이것은 그대로 원유 생산 국가들의 대혼란으로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008년 GDP의 23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로 예산 흑자를 유지했지만 이후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다. 쿠웨이트는 국내 최대 은행인 걸프뱅크가 통화 거래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 위기를 맞이했다. 그렇지만 이런 아라비아반도의 석유 부국들 중에서도 한창 성장세에 있던 두바이만큼 큰 피해를 본 국가는 없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6장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IMF가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한 이래 이 정도로 규모가 큰 경기불황이 한꺼번에 찾아온 적은 없었다. 수천 만 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당한 금융사 직원들이 짐을 챙겨 멍한 표정으로 뉴욕과 런던의 사무실 건물에서 나오는 장면이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보도되었다. 가장 크게 고통을 겪은 건 역시 젊은 미숙련 공장 노동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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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크게 고통받은 사람들은 고등학교 졸업장조차 없는 젊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었다. 뉴욕의 경우 2009년 이 계층 사람들의 실업률은 50퍼센트를 웃돌았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정확하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는지는 엄청나게 많은 중국 내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추정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합리적으로 추론할 경우 대략 전 세계적으로 2700만 명에서 4000만 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6장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우리가 이렇게 재앙으로부터 우리를 구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영웅들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을 때 정치적 문제는 사실 뒷전인 경우가 많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묻거나 책임을 추궁할 여유 같은 건 사실 없다. 우리는 “모두 다 함께” 이 싸움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 이미 금융위기의 정치경제적 측면도 함께 작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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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가을에는 어떤 시스템을 구해내야 했을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사람은 누구였을까?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에 포함되는 사람은 누구였으며 또 그렇지 않은 사람은 누구였을까?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6장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그렇지만 이러한 직접적인 구제 조치를 넘어서는 금융시스템 전반에 걸친 전면적 지원은 정말로 실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대출을 할 수 없어서 투자가 중단되고 따라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것일까? 아니면 주택시장의 붕괴와 가계경제의 어려움으로 경제활동이 위축되어 투자를 해도 아무 이득이 없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일까?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6장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어쩌면 이런 질문은 경제학의 영역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시한폭탄의 초침은 계속 움직이고 있으며 자동차는 다리 밖으로 막 떨어지려고 한다. 전 지구적 재앙이 벌어지고 있는데 인과관계의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를 가리는 게 정말로 의미가 있을까?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6장 “글로벌 역사상 최악의 금융위기”,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헨리 폴슨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지원을 호소하며 유명한 말을 남긴다. “주머니 안에 권총을 갖고 있다면 밖으로 꺼내야 사람들이 알아볼 것이다. 그런데 바주카포를 갖고 있다면 굳이 그걸 꺼내 휘두르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7장 긴급 구제금융,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그만큼 워싱턴 DC에서 펼쳐지는 정치 무대는 새롭고도 기이했다. 기업가 출신들이 이끄는 자유시장 중심의 보수적 행정부가 주택금융시스템의 상당 부분을 국유화하기 위해 무한정에 가까운 정부 지출을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격분했다. 그들은 도와줄 가치가 없는 무책임한 채무자들, 그리고 그런 채무자들의 무책임함을 더욱 부추기는 새로운 제도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7장 긴급 구제금융,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마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며 갑자기 정치적 입장을 바꾼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공화당 대통령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그동안 지켜온 기본적인 원칙들에서 등을 돌리는 모습 말이다. 그렇지만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헨리 폴슨의 이 말은 미국 보수주의 안에 숨어 있는 근본적인 분열 상태를 드러내 보인다. 공화당 우파들은 인기 없고 혐오스럽기만 한 조치들을 지지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조치는 “금융시스템”을 구하기 위해서 꼭 필요했다.
붕괴 - 금융위기 10년, 세계는 어떻게 바뀌었는가 7장 긴급 구제금융, 애덤 투즈 지음, 우진하 옮김
그렇지만 팀 가이트너와 헨리 폴슨, 그리고 벤 버냉키는 여기에 대해서 모두 다 별 다른 의미가 없는 질문들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재무부와 연준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은 정부가 의도한 결과가 아니었다. “일부러 그렇게 내버려둔 것이 아니다.” 팀 가이트너의 주장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한계에 도달했고 영국 측에서는 극도로 몸을 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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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이 되자 민주당 의원인 바니 프랭크는 재무부 관료들과 가진 청문회에서 9월 15일 있었던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자유시장경제의 승리의 날”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프랭크 의원의 발언은 물론 농담이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헨리 폴슨의 한 보좌관은 9월 15일이 “재무부로서는 기쁜 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재무부는 시장이 자기 역할을 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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