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대 클래식기타 동아리 인생을 돌아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올리브키터리지” 읽기 모임

D-29
다른 이들의 SNS를 들여다보면 다들 행복해보이는데 나에겐 왜 이리도 걱정이 많은지... 50대를 살아가는 친구들과 10대의 아이들을 이해해보고, 70~80대 부모님의 세대를 미리 경험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꼭 따를 필요는 업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속도로 읽고 흔적을 남겨주시면 됩니다.(하지만 페이스가 비슷하면 방금 같이 읽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남는 시간엔 또 다른 책을 읽으시는 것도....) 약국 p.9~56 5/3(수)~5/5(금) 밀물 p.57~86 5/6 (토) 피아노연주자 p.87~110 5/7 (일) 작은 기쁨 p,111~134 5/8(월)~5/9(화) 굶주림 p.135~188 5/10(토)~5/12(일) 다른 길 p.189~224 5/13(월)~5/15(수) 겨울 음악회 p.225~252 5/16(목)~5/18(토) 튤립 p.253~294 5/19(일)~5/20(월) 여행바구니 p.295~326 5/21(화)~5/22(수) 병 속의 배 P.327~358 5/24(목)~5/25(금) 불안 P.359~418 5/26(토)~5/27(일) 범죄자 P.419~448 5/28(월)~5/29(화) 강 P.449~484 5/30(수))~5/31(목)
@흥하리라 내 아내가 아주 좋아하는 책이네. 요즘에 내가 맨날 기술 관련된 책만 보느라 정서가 메말라 가고 있었는데, 나에게는 좋은 시도인 듯.. 잘 읽어보자구.
처음엔 등장인물이 많은듯한데 뒤에 또 다른 에피소드에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간단히 관계도나 캐릭터 적어두는 것도 좋습니다.
첫 이야기 "약국"편 잘 읽으셨는지요? 처음 올리브키터리지를 읽은게 10년 정도 되었을 것 같은데 첫 편부터 나나 내 주변 이야기 같아서 바로 빠져들었던 기억입니다. 방문하는 손님들 개개인의 인생을 알고 있을 것 같은 따뜻한 약사 헨리와 시종일관 시니컬한 아내 올리브를 주축으로 이제 사춘기에 들어서 삐딱하게(특히나 아빠에게) 행동하는 아들 크리스토퍼. 그리고 약국일을 보조해주는 데니즈와 그의 남편 헨리. 이름이 같다는 우연은 그냥 단순한 헤프닝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고로 데니즈의 남편이 죽게되면서 헨리는 데니즈에 대한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운전도 못하는데, 남편과 살던 트레일러에는 다시 돌아가지 못할텐데... 원래 따뜻한 성격의 헨리이지만 뭔가 데니즈 남편 헨리를 대신해야할 것 같은 입장이 된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간적인 따뜻함도 결국 유혹이 되고, 주체되지 않는 감정을 어찌할 바 몰라하는 헨리를 보며, 또 그러한 남편을 한심하게(?) 대하는 올리브를 보며 삶이란 쉽지 않은 길이란 생각을 하게됩니다. 인간적인 면이 조그만 더 해지면 비이성적인 사건이 되고마는... 그리고 시종일관 남편에게 시니컬한 올리브의 짧은 사연도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주변에서 밉상으로만 보이던 이에 대해 조금 더 알고나서는 그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던가 아니면 최소한 함부로 그를 비난할 수 없게 되는 상황말이죠... 등장인물이 생소하고(이름도 헷갈리고), 갑작스런 장면의 전환(장소와 시간)때문에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그럼 한 번 더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등장인물 관계도도 연습장에 끄적이며 읽으면 후속 이야기에 도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p.s. 읽기 스케줄에 얽매이지 말고 읽으시되 가능하면 해당 기간에 해당 이야기를 읽은 소감을 나누면 더 풍성한 대화가 될 것 같습니다.(하루 이틀 늦게 올리거나 다른 분의 글에 댓글을 다는 것은 기간에 상관없이 덧붙여도 좋을 듯 합니다.)
얼마전부터 루틴으로 만들기로 한(?) 아침 출근길 걷기 덕에 "약국"편은 읽어주는 서비스로 '들으며' 걸었습니다. 감기덕에 들른 병원에서 대기하며 약국 나머지를 다 읽었구요. 첫 단편부터 묘하게 헨리에게 이입이 되는군요. 진도를 따라갈수 있을진 모르겠으나 재밌게 읽게는 될 듯합니다.
각 이야기마다 짧은 소감이나 제가 남겼던 글에 굴비를 달아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믐의 성격이 그믐이 지나면 더 이상 글 남길 수 없어서… 암튼 되는데까지 해 보는 걸로 하시죠. 작가의 글의 처음엔 좀 난해할 수도 있지만(시간, 장소가 순간 바뀌면서 혼돈) 차근차근 읽으면 많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연휴를 맞아 오늘 예정된 "밀물"을 읽었습니다. 이 단편은 처음 읽고 두 번째 읽을 때도 처음 읽는 것처럼 거의 기억에 없던 이야기였는데 이번엔 희미하게 생각이 나더니 그래서인지 주인공 케빈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어린 시절의 아픔...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한 현재. 다른 도시들을 연연하다 마지막 결심을 하고선 들른 고향의 바닷가에서 어린 시절 친구를 먼발치에서 바라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7학년시절 수학선생님이었던 올리브키터리지가 그를 알아보고 그의 차에 밀어부치듯 탑승합니다. 그리곤 이런저런 이야기-그리고 올리브 선생님 역시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케빈에게 들려줍니다. 그리고 두런두런... 어쩌면 케빈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낸 올리브였기에 그가 살아온 삶의 버거움을 알 수 있었고, 그리고 느닷없이 찾아온 고향의 바닷가를 몇 시간째 바라보고 있는 케빈을 그냥 두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케빈은 그런 올리브가 부담스러워서 빨리 헤어지고 싶지만 그런 이유로 올리브는 왠만해선 차에서 내릴 생각도 하지 않구요. (어쩌면 약국 편에서 느꼈던 올리브의 성격도 다양한 부분 중 일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는 분이라면 이 이야기는 "약국"보다 더 내용이 뒤죽박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제가 그랬습니다. 그래서 거의 기억을 못했던 거구요.) 하지만 오늘 세 번째 읽으면서 올리브의 사려깊음은 "약국"에서의 까칠함과 함께 잘 어울리는 캐릭터인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하루 늦게 "피아노 연주자" 흔적을 남깁니다. 이 이야기는 읽는 사람에 따라 주안점이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앤지의 전반적인 이야기(줄거리)보다는 세상의 일면만을 볼 수 있을 때와 또 다른 면을 봤을 때의 그에 대한 인상이 많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앤지는 피아노 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고 이런 저런 상황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었던 교회에서 앤지에게 언제든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허락해준 대목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놓쳤을 수도 있는데) 처음 그 부분을 읽어갈때만 해도 참 따뜻한 동네고, 앤지의 삶이 그래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앤지를 둘러싼 주변인들(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조나 누구에게든 따뜻한 헨리를 제외하고)이 등장하면서 앤지의 삶이 많이 퍽퍽하구나 싶다가 앤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알게되면서는 앤지의 현재의 불행한 면은 어쩌면 어머니한테로부터 학습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린 시절 교회는 그야말로 피난처였을 뿐이구요. 그래도 교회가 있어서, 헨리같은 이웃들이 있어서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지만 그들이 앤지에게 뭘 해 줄 수 있는 것엔 분명히 한계가 있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한계가 있다는 말도 마치 뭔가를 많이 해 줄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저 순간적인 안도만 가능하겠죠.) 하지만 50언저리의 앤지도 뭔가를 새롭게 결정합니다. 비록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누구에게든 인생이란게 적시에 적절하게 해나가는건 아닐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인생의 후반엔 앤지에게 좋은 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기쁨과 작은 기쁨은 모두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혼이나 출산처럼 인생에 몇 번 없는 큰 일들도 있지만 친절한 이웃과 재밌는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작은 기쁨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작은 기쁨은 평생 주변에 있으면 좋을테니 더 중요할 수도 있겠네요.) 어느덧 장년이 되어버린 올리브의 아들 크리스토퍼(39세로 나옵니다.)의 결혼입니다. 의사가 된 크리스토퍼가 부유한 집안의 딸이면서 역시 의사인 수전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올리브와 헨리는 아들을 위해 직접 만든 집-신혼집에서 결혼식과 피로연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혼식이란게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어렵게 키운 아들이 어쩌면 결혼을 안할지도 모를거라고 생각했는데 성격도 좋아보이는 며느리와 함께 부부의 집 인근에서 살 생각을 하니 이처럼 큰 기쁨이 어디있을까요? 하지만 신혼방(올리브는 역시 감당안되는 캐릭터입니다.) 침대에서 좀 쉬고 있다가 문득 수전과 그 친구가 하는 말을 듣습니다. 크리스토퍼가 힘든 시기를 잘 버텼다는 이야기인데 올리브에겐 정확히 전달되지 않지만 그 때부터 뭔가 심사가 꼬입니다. 과연 크리스토퍼가 어디까지 말했고, 그래서 수전은 아들의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런 다음 올리브는 수전의 물건으로 아주 고약한-하지만 본인에게는 작은 기쁨이라 할만한 만행(?)을 저지르는데요. 과장하여 만행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아들을 결혼시키는 엄마한테, 또는 딸을 결혼시키는 아빠한테 결혼은 축하할 기쁜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좋게 보이다가도 나보다 몰라야하는데 혹시라도 더 아는 것 같으면 금새 질투가 나기도 하고, 골탕을 먹이고 싶은... 다행히 저한테는 아들밖에 없지만 아내가 걱정이되네요...^^
일자와 요일이 잘못 기재되어 있어서 다시 조정하였습니다. ㅜㅜ 약국 p.9~56 5/3(수)~5/5(금) 밀물 p.57~86 5/6 (토) 피아노연주자 p.87~110 5/7 (일) 작은 기쁨 p,111~134 5/8(월)~5/9(화) 굶주림 p.135~188 5/10(수)~5/12(금) 다른 길 p.189~224 5/13(토)~5/14(일) 겨울 음악회 p.225~252 5/15(월)~5/16(화) 튤립 p.253~294 5/17(수)~5/18(목) 여행바구니 p.295~326 5/19(금)~5/20(토) 병 속의 배 P.327~358 5/21(일)~5/22(월) 불안 P.359~418 5/23(화)~5/26(금) 범죄자 P.419~448 5/27(토)~5/28(일) 강 P.449~484 5/29(월)~5/31(수)
"굶주림"을 조금 늦게 읽었습니다. 세 번째로 이 책을 읽는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지난 번 읽을 때도 그랬었지만 어떤 이야기는 완전히 새롭게 다가옵니다. 대략적인 이야기-하먼이 마리나카페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도넛을 사고, 도중에 3년 전에 사별하여 홀로 지내는 데이지의 집(데이지는 헨리와 주일에 교회에서 농담을 건네던 사이입니다.)에 들러 외로움을 달래던(?) 이야기 정도만 기억이 납니다. 물론 젊은 청년커플인 니나와 티모시, 그리고 빅토리아의 이야기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건 지난 번 독서때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포스트잇에 그려 놓았던 것을 보면서 떠올렸습니다.(그런데 그 관계도를 잘못 그렸더군요. 지난 번 읽을 때 뭔가 착각하며 읽었나 봅니다.) 아무튼 13편의 이야기 중 그다지 뇌리에 강하게 남은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하먼의 나이에 가까워지기때문일까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멘스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이야기가 어쩌면 나의 이야기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련한 니나를 같이 잠깐 돌봤던 하먼과 데이지와 올리브... 그리고 니나의 최후. 결혼 후 수십년을 살아온 하먼과 보니 부부의 관계가 무덤덤해지고 보니로부터 애정을 구하는 듯한 하먼은 매번 그런 관계는 진작에 끝난 듯이 대하는 보니와 다소 멀어지며 위험한 모험(?)을 시작합니다. "될대로 되라지..."라는 식으로...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책을 제가 좋아하는 이유인 듯 합니다.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이 나의 상황과 겹치기도 하고, 또 다른 결정을 내리기도 하면서 동시에 선택할 수 없는 여러가지 길을 마치 분신들이 경험하는 것 같은...(물론 아직 부부 관계는 좋습니다. ㅎㅎㅎ ^^;;)
두 사람은 결혼 초기에 많이 싸웠다. 올리브가 지금처럼 지긋지긋해하는 싸움도 많았다. 하지만 결혼 후 어느 시기가 되면, 어떤 종류의 싸움은 더는 하지 않게 된다고, 그 이유는 지나온 날이 남아 있는 날들보다 더 많아진 시점에서는 사물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올리브는 생각했다.
올리브 키터리지 p.221,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당사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비극을 함께 겪어낸 부부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내겐 거의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고나 사건이, 하지만 주변을 보면 종종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세월호도 그렇고, 이태원사고도 그렇고... 살아남은 자들은 '우리가 그 아이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가 좀 일찍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등등의 의미없는 자책을 하기도 합니다. 항상 따뜻한 것 같았고, 항상 시니컬한 것 같은 키터리지부부에게 그런 일이 닥칩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이 되어버립니다. 주변에서 심리상담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게 그렇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위기의 현장에서는 차분할 수 없습니다. 신경이 잔뜩 곤두서있고 생각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협소할 겁니다. 그러면서 던진 이야기가 상대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과 상처를 줄지도 모릅니다. 그 사건에서는 벗어났지만 그들이 나눴던 대화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픕니다.
겨울음악회에는 훌턴 부부(밥, 제인), 그레인저 부부(엘런, 도나)가 주인공이 되고 우리의 키터리지 부부(헨리, 올리브)도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잠깐 생각해봤습니다. 이웃이고 친한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뭔가 기분이 나빠지는 그런 이웃이 주변에 상당히 많습니다.(저만 그런가요?) 만날 때 기쁘고, 헤어져서도 흐뭇한 친구라면 최상이겠죠. 어쩌면 만났을 때만이라도 괜찮으면 나름 좋은 친구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인은 겨울음악회에 가는 길에 도나 부부가 식사하는 것을 보고 반가워하며 식당밖에서 손을 흔들며 반가워합니다. 두 가족의 딸 둘은 각각 서로 친구인 관계이니 많이 가까운 이웃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음악회가 열리는 교회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마자 신경이 거슬리게 되고 삶의 방식의 차이를 비꼬는 단계에 이르러선 마음에 상처가 생깁니다. 결국 대책없는 수다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다 제인과 밥 부부를 위기에 처하게 만드는데... (결국 두 부부 사이는 만나기 전까지만 친한 것 같다가 만나서 가볍게 던진 돌맹이가 개구리를 짓누르는 듯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나이든 부부에게는 배우자밖에 없습니다. 잘 지냅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없을 것 같지만 실상 그런 일은 거의 없습니다. 부부가 사고가 아닌 한은 누군가는 먼저 죽고, 누군가는 남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혹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그 중에 행복한 사람은 먼저 죽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노부부에게) 홀로 남은 자는 살아가는 것이라기보단 버티는 삶이 아닐까... 키터리지 부부에게도 시련이 찾아옵니다. 부부가 같이 장을 보러가서 남편 헨리가 장을 보는 동안 올리브는 차안에서 신문을 볼 계획이었고, (아마도 빙그레 웃으며) 헨리가 더 필요한 게 없느냐고 물으며 차에서 내리는 순간 쿵...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상황이랑 너무 비슷하기도 해서 이번에 읽을 때 더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그리고 처음 읽을 때도 이 이야기가 정말 강하게 기억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늘 회피하려고 했던 우리의 죽음에 대해 별 다른 수가 없음을 알고서요.) 정말 딱 한 순간이었고, 정확히 3년 전 일이었고 두 달 정도를 더 누워 계셨지만 코로나로 면회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기억. 그 후 약 1년 여를 더 살다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올리브의 상황과 겹쳐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기도 하고, '아까운 사람...'이라며 한탄도 하시던... 하루 하루 사는 게 고통이라고 하시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이런 일은 누구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나 또한 혼자 살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보지만 그렇다고 먼저 가는 것도 할 짓이 못되는 것 같고, 정말 다행히도 비슷할 때 떠나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방해할 사람이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올리브가 헨리를 향해 몸을 숙이고 귀에 대고 속삭였다. "헨리, 이제 떠나도 돼. 가려면 가. 난 괜찮으니까. 갈 테면 가. 괜찮아." 하지만 그 여자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루이즈 라킨을 찾아간 것은 잘못이었다. 또한 가고 싶으면 가라고 헨리에게 말했다고 해서 그가 죽으리라고 생각한 것도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올리브 키터리지 p.290 p.292,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여행바구니"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밖에서 외도를 했지만 집에서 다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남편과 그런 외도는 없지만 집에서도 무뚝뚝하기만 한 남편이 있다면 외도 사실을 모르는 아내 입장에선 전자의 남편이 훨씬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고 남편을 믿으며 같이 미래의 어떤 계획을 세웠던 과거의 자신은 바보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왜 이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들이 이런 과오를 저지를까요? 남편의 장례식이 치룬 날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될 아내의 입장은 어떨 지에 대해 생각을 못하는 걸까요? (이런 걸 두 번 죽이는 거라고 하지 않을까요?) 어떤 진실은 모두를 위해 죽을 때까지 밝히지 않아야 할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미국의 문화에선 늦게라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하나 봅니다.
그녀는 오늘 왜 여기에 왔던가? 헨리가 에드 보니의 장례식에 꼭 가보라고 했을 것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니, 그녀는 누군가의 깊은 슬픔을 보며 자신의 어두운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들기를 바라며 왔다.
올리브 키터리지 p.310,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세상에 참, 올리브. 우린 거의 믿었어요. 그 사람은 계속 여위고 몸이 그렇게 약해지면서도 말했어요. '말린, 우리 여행 바구니 좀 가져와봐.' 그럼 전 가져가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해요. 올리브." 올리브는 자신과 헨리가 앞으로 갖게 될 손자들에 대해, 착한 며느리와의 행복한 크리스마스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을 말린에게 들려주고 싶다. 물과 일 년여 전만 해도 두 사람이 크리스토퍼의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가면 긴장감이 너무 팽배해서 한 손이 저절로 올라가며 그만하라는 사인을 보낼 정도였다는 걸. 그래도 두 사람은 집에 돌아오면 며느리가 착하다고. 크리스토퍼에게 착한 아내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만 싶다.
올리브 키터리지 p.325~326,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흥하리라 아직 바쁜 업무일정이 남은 시기지만 감기로 골골한 월요일 아침을 독서모임 가입(만?)과 함께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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