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하재영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같이 읽기

D-29
제목이 강렬하네요! 오늘 어버이날이지만.
제목만 놓고 보면 그렇지요. 어머니의 존재를 부정하는 책인가 싶고. 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이 책 표지를 보고 강렬한 궁금증을 나누다 들춰보곤 하십니다. ㅎㅎ
[75쪽]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으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도 못했다.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 “(중략)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저자의 경험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저 역시, ‘이름을 몰랐으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도 못했’던, 그런 채로 부당한 일을 당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그 순간들은 오래 남아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런 순간들을 아무 일 없었던 듯 마음속에 구겨 넣어 두지 말고, 끄집어내 이름을 붙여 줘야겠습니다.
[84쪽] 세월이 지나 엄마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가족 구성원, 특히 할머니를 비롯한 시가 친척들과 불화했다. 내가 실어의 시간을 경유해 다른 목소리로 말했을 때 나는 절친했던 몇몇 사람과 멀어졌다. 그것은 목소리와 불화의 상관관계를, 한 집안과 사회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차단함으로써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기존 체제는 약자의 침묵으로 고요한 평화를 유지한다. 인용한 부분 중 마지막 문장 ‘기존 체제는 약자의 침묵으로 고요한 평화를 유지한다.’에 거듭 밑줄을 긋습니다. 기존 체제(예: 가부장제)가 약자의 침묵을 발판 삼아 유지하고 있는 그 평화, 그 못 견디게 답답하고 숨 막히는 ‘폭력적인’ 평화를 저는 몹시 미워합니다. 사는 게 고달파지더라도 끊임없이 침묵을 깨고 반항하는 게 저의 길인 것 같아요. ^_^
확실히 침묵하면 고요한 평화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얇은 유리막 같은 평화 가요. 결국엔 깨지고야 말 것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것은...역시... '내가 겪은 일에 대해 사유하고 해석하기 전에 정치인, 언론, 익명성을 가진 사람들의 말이 나를 포위'(76p) 하기 때문일까요. 그 말들에 포위되어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자기 검열에 빠지기 때문에. '목소리를 빼앗음으로써 세상이나 타인과 충돌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충돌하게 만든다'(82p) 같은 상황에 놓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침묵을 깨려는 @겨울매미 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덕분에 저를 돌아보게 되네요. 나는 침묵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75, 하재영
@겨울매미 님께서 위에서 언급해 주셨지만, 너무도 공감한 부분이어서 다시 한번 수집해 봅니다. 후일에야 내가 겪은 일들의 '이름'을 알았지만 당시에는 이름을 몰랐으므로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제대로 저항하거나 거부하지도 못했다.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 · 무관심 · 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75p) 벗어나고픈 혹은 잊고 싶은 무언가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할 일을 이렇게 배웁니다. 그 일의 이름을 짓자. 그 일을, 그때 나의 감정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해보자.
이야기는 단지 우리의 과거, 경험,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이거나 해방일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비로소 나 자신이 된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4, 하재영
리베카 솔닛의 말을 읽으며 다시 서문의 글을 톺아봅니다.
오랫동안 ‘성차별주의’는 나의 모국어였다. 모국어라는 말인 연상케 하는 이미지와 별개로 태어나면서부터 노출된다는 점에서, 그 언어를 버린 뒤에도 나의 정신이 지배받고 있다는 점에서. 기울어진 세계에서 가부장적 관습을 익히며 자란 나에게 성차별주의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드러나는 나의 일부였다. (중략) 성차별적 환경에서 성차별주의자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는 왜 성차별주의자였는가?’가 아니다. ‘내가 어떻게 익숙한 언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웠는가?’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77-79, 하재영
나 또한 모국어를 저절로 익히듯이 성차별주의자가 ‘되어’ 그 세계 안에서 사고했음을 깨닫습니다. 모국어를 버리고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일이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국어 안에 내 이야기를 명명할 단어들이 없다면 새로운 언어를 배워서 새로운 단어들을 모국어에 심어야겠지요.
저 역시 깨닫지 못했던 말들이 많았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깨닫습니다. "다시는 하나의 이야기를 마치 유일한 이야기처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p.77 이 부분에 밑줄을 여러 번 치면서요.
[122쪽] 기준에 미달하는 말과 몸에 저항할 것이 아니라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고 도달하려는 마음에 저항해야 했다. 1. 고백하건대 ‘날씬한 몸’에 대한 집착과 동경은 언제나 저의 두뇌를 채우고 있었습니다다. 고등학교 때는 살찐 몸에 대한 열등감이 극심했고, 이십 대와 삼십 대 내내 살 빠진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어요. 작년에 우울증을 겪으면서 급격히 살이 오르고 나서, 지금은 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인용한 문장에 밑줄 그으며, 과거의 제 자신이 위로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2.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고 도달하려는 마음에 저항해야 했다.' 몸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지만, 여전히 저는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고 도달하려는 마음'에 휘둘립니다. 특히 직장 생활에서 저의 능력, 성취에 대해서 그래요. 그 마음에 용감히 저항해야겠습니다.
'모든 여성은 아름답다'거나 '누구든 자기만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말에 위로받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 그 말은 어떻게든 아름다움을 발견하라는 요구, 다시 말해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처럼 들린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12, 하재영
미안해.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07, 하재영
화제로 지정된 대화
'세 번째 앨범' '너를 다시 키운다면' 파트를 읽고 나서, 제가 엄마에게 사과를 받는 기분이 들어 눈물이 다 났습니다. 두 사람이 처했던 상황이 저와 아주 같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동안 모르고 있던 엄마의 마음을 엿본 것 같았거든요. 파트의 마지막 '미안해'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제 엄마 목소리로 치환되더군요. 그리고 그 목소리 하나로 엄청난 위로를 받았고요. 그러고 보면 저는 엄마에게 사과를 받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왜 그럴까, 돌이켜보니... 살아오면서 엄마와 함께 공감할 만한 과거의 일을 들추어 이야기 나눈 적도 없고 그에 대한 감정을 주고 받아본 일도 없는 탓인 것 같더라고요.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엄마와 이렇게 예전 일이나 감정을 자주 나누는 편이신가요.
엄마가 분노했던 진짜 이유는 (...) 분노의 핵심은 딸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사실, 딸이 자신이 알던 그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으므로,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08, 하재영
저도 그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를 여러 차례 읽으며 곱씹었습니다. '타인의 기대에 순응하고 도달하려는 마음' 역시 모국어처럼 저를 지배하고 있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네요. @하수오 님의 말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 언어를 모국어에 심듯 제 마음에도 그에 저항하는 마음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다들 어디쯤 읽고 계신가요? 저는 이제 '네 번째 앨범' 파트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서점에서 일하며 읽기는 도저히 안돼서 퇴근 후 조용한 밤 시간에만 읽고 있네요. 그러다 보니 속도가 좀 더딘가 싶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디쯤 읽고 계실지 궁금합니다:) 아, 그리고 문장 수집을 하고 꼭 첨언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책 읽다 나누고 싶은 문장만 기록해도 좋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디에 밑줄을 쳤는지 알려주세요~~
나보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며 빛나는 재능을 지닌 여성이 임신과 출산, 양육의 과정을 거치면서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을 목격한 경험에 대해.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130~131쪽,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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