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하재영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같이 읽기

D-29
이 장에 이르러 나는 책의 전반을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어렵고 불편한 이야기를 마주해야 한다. '고부 관계'는 페 미니즘의 언어로 엄마의 삶을 재구성하고자 했을 때 반드시 필요하지만 가능한 회피하고 싶은 주제였다.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지배와 복종의 관계에 놓여있음을 알아가면서 나는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감정이 공존할 수 있음을 깨달아갔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기, 미워하면서 사랑하기. 나에게 할머니는 애증의 대상이다. 이 글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사랑이다. 할머니를 사랑하기에 두렵다. 나의 글쓰기로 우리의 사랑을 배반할까봐, 할머니를 단순하고 납작하게 '나쁜 시어머니'로 만들어버릴까 봐. 이미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194, 하재영
책 후반으로 갈수록 저 또한 할머니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존할 것 같지 않은 감정이 공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네요. 사랑하면서 미워하기, 미워하면서 사랑하기...
반면 엄마의 공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묘사할 수 없다. 그런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나마 여유로웠던 시절, 우리는 계단으로 층이 분리되고 가족 구성원의 숫자보다 방의 개수가 더 많은 집에 살았지만, 그때도 엄마는 자기만의 방을 가지지 못했다. 나는 결혼한 뒤에야 이 문제를 인식하고 엄마가 불공평한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괜찮아, 집 전체가 다 내 방이지." 나는 엄마의 이 말에 대해 전작에서 이렇게 썼다. "며느리-아내-엄마인 여자는 집 안의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하므로 집 안의 어느 곳도 소유해서는 안 되었다. 엄마는 장소 그 자체였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07, 하재영
엄마만의 공간이 없었다는 이 부분을 읽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희 엄마도 결혼 후 내내 ‘자기만의 방’이 없으셨거든요. 결혼 전 엄마가 읽던 책들은 거실에 조금, 딸들 방에 조금 이렇게 흩어져 꽂혀 있었고 엄마는 주로 싱크대 옆에 밥상을 펴고 일기를 쓰셨지요. 아, 저희 엄마는 그 상황 속에서도 일기를 쓰셨었네요. 그 ‘쓰기’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몸짓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서점 입고 리스트에 하재영 작가의 이 책을 올려두었습니다. 계속 궁금하던 차, 위에 수집한 문장을 읽자마자 바로요.(얼마 전 서점에 들르신 이번 모임 참여자 분도 이 책도 함께 읽고 있다 하시더라고요!) 그간 저는 엄마의 공간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며 머리가 약간 멍해졌어요. 자식들이 모두 독립한 본가는 저와 동생 방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동생 방은 아버지의 작업실이 된지 오래지만, 제 방은 잡동사니 넣어두는 창고로 쓰시더군요. 우리 엄마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가 없으신 것인지, 가지려는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것인지... 조만간 엄마를 만나면 여쭤보려합니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고 단정을 꺼리는 엄마가 "잘 살아 왔어. 책임을 저버린 적도 없고, 자존감이 흔들린 적은 있을 지언정 무너지지 않았고, 나 자신에 관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기 내면에 집중하며 살아온 이의 긍지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11, 하재영
"사람이든 일이든 떠나는 것에 연연하지 마. 더 나은 기회가 오려는 거니까." 라고 말했다. 그것은 지나가고 다가오는 것들 사이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꼿꼿하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해 온 이의 조언이었다. "어떻게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어?" 라고 묻자 엄마는 "책을 읽으면서" 라고 대답했다. 그 말은 나에게 일종의 경구(aphorism)다. 열렬히 읽는 삶이 그녀를 그녀이게 했다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사는 한 타인이 나를 훼손해도 나는 훼손당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모욕해도 나는 모욕당하지 않으며, 타인이 나를 소멸시키려 해도 나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12, 하재영
'열렬히 읽고 쓰는' 쪽으로 삶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나를 나로 있게 하는 방법임을 다시 한번 되새깁니다.
나의 일상은 그 끊임없는 반복성 속에 위치하지만, 엄마의 정신적 상속자로서 나는 상처를 언어화하면서 강해진다. "힘든 순간을 어떻게 극복했어?" 라는 질문에 "살아가는 거야, 극복하는 게 아니라." 라고 대답하는 엄마에게서 상처를 극복하지 않고 살아갈 가능성을 발견한다. 극복의 서사가 승리하는 자, 성공하는 자의 이야기라면 우리의 이야기는 극복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자, 상처에 의해, 상처와 함께 살아가는 자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p.213, 하재영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원하는 여성이 있다-많다는 것 역시 핵심이 아니다. ‘그 선택’ 말고 ‘다른 선택’이 가능했느냐가 핵심이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209쫃,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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