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사랑과 죄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이 죄로 미끄러지거나 죄가 복숭아 속의 벌레처럼 사랑 안에 깃든다."
한국어를 할 줄 알아서 - 번역을 거치지 않고 오롯이 그 책을 느낄 수 있어서 -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 종종 있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그랬고
두 달 전 읽었던 이승우 작가의 '지상의 노래'가 그랬습니다. 제주 여행 때 들고 간 책인데 숙소에서, 카페에서 푹 빠져 읽으며 꼭 헌책 모임에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섯명의 사연이 얽히고 섥히는 서사가 너무너무 재밌고, 책에서 다루는 종교적 주제도 진지하면서 무척 흥미로운데다, (문장이나 문체에 무딘 저에게도) 독특한 문장이 매력적입니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죄의식이었으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면 죄의식이 느껴져서 괴로웠을 테니까.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신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차라리 죄의식을 만들어 자기를 괴롭히는 것이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자기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것보다 나았을 테니까. 그는 죄의식을 피하기 위해 죄의식을 필요로 했다."
이번 5월 헌책그책 모임을 통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는 것을 납득해야 하는 순간"과 믿음을 비롯해 이 책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길 바랍니다.
[헌책과그런책] 이승우 <지상의 노래>
D-29

우람모임지기의 말

인선
반가운 책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최근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입니다. 천관산 휴양림에 머물며 장흥 천관산을 답사한 이후인지라 더욱 문학기행하는 듯 느껴졌고요. 지상이 '아타콤'으로 그려짐을 보면서 구원의 과정에 대해서 울림을 받았던 글...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우람
인선님의 대화: 반가운 책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됩니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인데 최근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입니다. 천관산 휴양림에 머물며 장흥 천관산을 답사한 이후인지라 더욱 문학기행하는 듯 느껴졌고요. 지상이 '아타콤'으로 그려짐을 보면서 구원의 과정에 대해서 울림을 받았던 글...
와 반갑습니다. 작가님 고향이 장흥이시던데, 그곳보다 이 책을 더욱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 싶네요. 저도 올해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공명했던 책이었던지라 저희 책모임에서 함께 다루게 되었고, 더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람
차분하게 비가 내리는 날씨에 이 책을 다시 읽으려니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월 제주의 다소 우중충한 날씨와 책을 읽은 장소들이 떠올라서 가볍게 소개해 볼게요.
[제주 함덕바람집] https://m.blog.naver.com/soonae70/221140262333
열흘 정도 머무느라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면서 1박 5만원 이하에 쏙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란 참 쉽지 않았은데, 정말 뭐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저에겐 최고의 숙소였습니다.
패시브 하우스라 단열이 매우 잘되고 바깥 소음 차단에 탁월해서, 소파에 앉아 책 읽기도 참 좋았어요. 숙소 블로그를 보니 책을 좋아하시는 듯 해서 '지상의 노래'를 선물로 드리고 왔는데 어떻게 읽으셨을지 문득 궁금하네요.
[알마커피제작소] https://place.map.kakao.com/1491888881
커피 맛에 놀라고, 분위기에 놀라고, 저렴한 가격에 놀랐던 카페. 소위 말하는 예쁜 카페에 관심 없고, 커피도 웬만하면 안 마시는데, 첫눈에 반해서 하루 걸러 한번씩 방문했던 곳입니다.
넓게 트인 창 밖의 파도 치는 바다와 다려도 섬을 배경 삼아, 지상의 노래 책에 푹 빠져들었죠. 커피도 커피인데 빵도 어찌나 맛나던지. 제주 가시는 분들 꼭꼭꼭 들러보시길.
ps. 주중이라 그런지 손님도 북적이지 않아서 저희야 참 좋았지만, 한편으로 다음에 왔을 때 문이 열려 있을지 걱정이 되어서 포인트 적립은 정중히 사양했어요 (이미 저렴한 가격인데 무슨 적립을 10% 씩이나 해주시나요...)

우람
“ 천산 수도원의 벽서는 우연한 경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벽서에 의지가 있다면 결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을 거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알려지는 것이 그 벽서의 운명이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 수도원의 벽서가 세상에 알려질, 우연하지 않은 다른 경로를 상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로든 우연한 경로일 수밖에 없다. 어떤 우연한 경로도 다른 경로보다 더 우연하거나 덜 우연하다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우연도 우연히 일어나지는 않는다. 운명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욕망이다. 그렇다면 그 벽서가 어떤 경로로든 알려지게 되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말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
『지상의 노래(양장본 HardCover)』 p.9, 이승우
문장모음 보기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인선
제주는 요새 젊음의 도시가 되었지만 척박한 환경을 잘 다스려 지금에 이르른 역사가 있는지라 현실 속 이방인의 삶은 만만치가 않은가 싶습니다.
이승우식 문체가 특징적입니다. 이중 부정을 통한 인정과 단순하지 않음이 이야기 전반을 이어가는데 다른 소설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천산을 저는 천관산 어디쯤이라 생각하고 읽었답니다.무등산 보다 저는 멋진 산 같았어요. 초겨울인데도 암석들이 멋진 행렬로 반겨주었어요.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인선
운명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욕망이다.
『지상의 노래(양장본 HardCover)』 이승우
문장모음 보기

Andiamo
@우람 사실 저에게 이승우 작가님은 <생의 이면>으로 남아 있어요. 고등학교였나 대학교 1학년 때 읽었을 텐데 뒤뜰에 감금된 아버지에게 가져다 준 손톱깎기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당시 작가다큐였나 TV문학관 같은 프로에서 영상으로도 봤던 기억이 있어요. 문학 소녀였던 제게 남은 한 구절이 각인처럼 남아 내내 되뇌었던 것 같아요.
생의 이면(개정판)1981년 문예 잡지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에릭직톤의 초상>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소설가 이승우의 『생의 이면』. 종교적 사유에다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라는 진지한 주제로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 영역을 확보해온 저자가, 자신에게 1993년 제1회 대산문학상을 안겨준 <생의 이면>을 부분 수정ㆍ보강하여 새롭게 내놓은 자전성이 강한 소설이다. 소설가인 '나'가 자신과 같은 소설가인 '박부길'의 삶을 재구성해나가는 모습을
책장 바로가기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Andiamo
사람이 노출 본능 때문에 글을 쓴다는 말은 거짓이다. 더 정확하게는 위장이다. 사람은 왜곡하기 위해서 그를 쓴다. 현실이 행복해 죽겠는 사람은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충동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불행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때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독자들 또한 그 마취제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뿐이다. -p23
이 문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어요. 작가님의 문장대로 전 그래서 쓰고 읽었어요. 제게 문학은 구원이고 종교였거든요. 희망이라고는 없던 어두운 유년기. 소설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살 수 없었을 거에요. 같은 맥락에서 작가들의 수필집인 <내 영혼의 이력서>도 인생책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복사본 인쇄해서 가지고 있는데 수필 중 '문학, 내가 목매고 죽어도 좋을 나무' 그 작품이 그렇게 위안이 되었어요. 문학이 있어서, 시궁창 같은 현실이 아닌 문학이 있어서 내가 살 수 있었고, 그래서 나를 살게 한 문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같은 사람을 구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바람은 문학 창작자가 아니라 향유자로 변형되어 여전히 문학, 책 언저리를 맴도는 삶을 살고 있지요.
읽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 지금 <지상의 노래>는 못 읽지만 여전히 이승우 작가님의 <생의 이면>은 제게 특별한 의미의 인생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글 남기고 갑니다.
내 영혼의 이력서
책장 바로가기
이 글에 달린 댓글 2개 보기

인선
Andiamo님의 대화: 사람이 노출 본능 때문에 글을 쓴다는 말은 거짓이다. 더 정확하게는 위장이다. 사람은 왜곡하기 위해서 그를 쓴다. 현실이 행복해 죽겠는 사람은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충동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불행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때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독자들 또한 그 마취제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뿐이다. -p23
이 문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어요. 작가님의 문장대로 전 그래서 쓰고 읽었어요. 제게 문학은 구원이고 종교였거든요. 희망이라고는 없던 어두운 유년기. 소설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살 수 없었을 거에요. 같은 맥락에서 작가들의 수필집인 <내 영혼의 이력서>도 인생책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복사본 인쇄해서 가지고 있는데 수필 중 '문학, 내가 목매고 죽어도 좋을 나무' 그 작품이 그렇게 위안이 되었어요. 문학이 있어서, 시궁창 같은 현실이 아닌 문학이 있어서 내가 살 수 있었고, 그래서 나를 살게 한 문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같은 사람을 구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바람은 문학 창작자가 아니라 향유자로 변형되어 여전히 문학, 책 언저리를 맴도는 삶을 살고 있지요.
읽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 지금 <지상의 노래>는 못 읽지만 여전히 이승우 작가님의 <생의 이면>은 제게 특별한 의미의 인생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글 남기고 갑니다.
아~~어쩌면 십대의 저와 많이 비슷하고 지금 제 마음과도 상통하는 느낌 받습니다. 생의 이면이라는 제목이 꽃히네요. 책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사람이 늘 주변에 있고 닮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세월 가도 보통의 경우엔 고등학교 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릇대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 같으네요.

스케쥬리
이승우 작가를 그믐 모임에서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감정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하는 이승우 작가의 문체를 정말 사랑하는데, 몇 년 전 <사랑의 이해>의 작가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사랑이 한 일>을 읽고 다시 빠져서 <지상의 노래>를 거쳐 <이국에서>와 <캉탕>까 지 읽게 되었었어요. 작년에 읽었던 <지상의 노래>를 다시 펴보려 합니다. 이야기 구조가 흥미진진해서 생각보다 빨리 책장이 넘어갔던 기억도 나네요. 이승우 작가님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대화 나누는 기회가 생겨 영광입니다🥹
이 글에 달린 댓글 1개 보기

Andiamo
@인선 찾아보니 선생님도 국어 선생님셨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국어, 영어, 외국어로서 한국어 전공하고 이것저것 가르치고 또 배우고 저질러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 인생책 소개 읽다가 <새들은 페루로 가서 죽다>보고 또 이렇게 겹쳐지는구나 했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문학의 이해 수업에서 처음 접하고 꽂혀서.. 그리고나서는 당시 다녔던 문창과 교수로 계셨던 이성복 시인의 작품에서도 페루.. 연거푸 문학에서 페루를 보고 그만 환타지가 생겨버렸어요. 그래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페루를 가서 마야 잉카 문명을 보고 티티카카 호수를 보리라. 대학 다닐 때는 방학마다 해외로 나갔는데 대학원 1학년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페루는 못 간 채 10년이 지나버렸어요. 아이들 조금만 더 키우고나면 혼자 훌쩍 페루로 떠날 거야. 페루는 늘 제 여행목록 0순위랍니다.
고등학교 그때에서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고3 어린이날 아침 이비에스 다큐에서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 보는데, 경쟁이 없는 교육, 아침을 시 낭송으로 시작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3위 일체가 되어 아이의 성장을 돕고 평가는 아이에 대한 시를 써준다는 대목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62번 중 58번이었던 저는 이름보다 번호로 불려질 때가 더 많았는데.. 이름도 아니고 시라니! 아침 조회 대신 시로 하루를 열고 경쟁 없는 교육에 평가마저 시로 쓴다니.. 번호로 불리는 우리네 교육 현실과 시로 불리는 발도르프의 교육 현실의 간극이 우주의 거리만큼 아득해 그게 너무 답답하고 서러워 혼자 통곡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2 때는 영어스피킹 대회 때 주제도 My Dream School. 당시 유행한 광수생각의 <들꽃반아이들> 을 인용하며 들꽃반도 장미반도 다 같이 행복하도록 각자의 결대로 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던 저였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여전히 간디학교 교가 <꿈꾸지 않으면>을 들으면 매번 눈물이 나고, 국악동요<모두가 꽃이야>를 좋아하고 <82년생 김지영도 79년생 김대현도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꿉니다>를 연설합니다. 돈이 없어 장학재단을 만들지는 못하고 각종 마을공동체사업, 교육복지사업, 재능기부봉사, 독서동아리를 5년 넘게 하고 결국은 돈 안 되는 다국어도서관 안디아모(이탈리아어로 "함께 가자")를 또다시 열었네요.
시간되시면 <생의 이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생의 이면>과 함께 신경숙의 <외딴방>도 제 어두운 유년을 지나오는데 큰 힘이 되었던 책이었어요. 특히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하며 어둠 속 나무 위에 잠든, 눈처럼 하얀 백로를 보며 다짐하는 그 장면이 있는데, 고3 1년 내내 신새벽 제일 먼저 학교 등교해서 4층 교실에서 중정을 내려다보면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하얗게 핀 목련꽃송이가 마치 외딴방의 백로 장면 같아서 혼자 매번 결연해지던 그 마음이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인생책에서 할 이야기를 여기다 풀고 있는 것 같네요. 더 하다가는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까지 다 이야기할 것 같아서 이만.
읽고 있는 책들 좀 정리되면 이승우의 <생의 이면>으로 모임 열어봐야겠다 싶네요.
외딴방제11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자전적 장편소설.한 외로운 영혼의 진지한 행로를 따뜻하게 포용하고 있는 감동적인 노동소설이자뛰어난 성장소설.
노동의 새벽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 출간 30주년을 맞은 개정판이다. 『노동의 새벽』에서 그려진 처절한 노동과 저항 끝에 이루어낸 산업화와 민주화의 대한민국,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일당 4000원짜리” 노동자는 ‘5,210원짜리 노동자’로 바뀌었을 뿐, ‘기계’는 늘어나고, ‘일자리’는 희소해지고, ‘인간’은 저렴해지고 있다. 여전히 불의한 시대, 여전히 불안한 영혼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용기의 메시지다. 특히 이번 개정판은 1984년 초판본
책장 바로가기
이 글에 달린 댓글 2개 보기

인선
Andiamo님의 대화: @인선 찾아보니 선생님도 국어 선생님셨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국어, 영어, 외국어로서 한국어 전공하고 이것저것 가르치고 또 배우고 저질러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 인생책 소개 읽다가 <새들은 페루로 가서 죽다>보고 또 이렇게 겹쳐지는구나 했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문학의 이해 수업에서 처음 접하고 꽂혀서.. 그리고나서는 당시 다녔던 문창과 교수로 계셨던 이성복 시인의 작품에서도 페루.. 연거푸 문학에서 페루를 보고 그만 환타지가 생겨버렸어요. 그래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페루를 가서 마야 잉카 문명을 보고 티티카카 호수를 보리라. 대학 다닐 때는 방학마다 해외로 나갔는데 대학원 1학년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페루는 못 간 채 10년이 지나버렸어요. 아이들 조금만 더 키우고나면 혼자 훌쩍 페루로 떠날 거야. 페루는 늘 제 여행목록 0순위랍니다.
고등학교 그때에서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고3 어린이날 아침 이비에스 다큐에서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 보는데, 경쟁이 없는 교육, 아침을 시 낭송으로 시작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3위 일체가 되어 아이의 성장을 돕고 평가는 아이에 대한 시를 써준다는 대목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62번 중 58번이었던 저는 이름보다 번호로 불려질 때가 더 많았는데.. 이름도 아니고 시라니! 아침 조회 대신 시로 하루를 열고 경쟁 없는 교육에 평가마저 시로 쓴다니.. 번호로 불리는 우리네 교육 현실과 시로 불리는 발도르프의 교육 현실의 간극이 우주의 거리만큼 아득해 그게 너무 답답하고 서러워 혼자 통곡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2 때는 영어스피킹 대회 때 주제도 My Dream School. 당시 유행한 광수생각의 <들꽃반아이들> 을 인용하며 들꽃반도 장미반도 다 같이 행복하도록 각자의 결대로 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던 저였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여전히 간디학교 교가 <꿈꾸지 않으면>을 들으면 매번 눈물이 나고, 국악동요<모두가 꽃이야>를 좋아하고 <82년생 김지영도 79년생 김대현도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꿉니다>를 연설합니다. 돈이 없어 장학재단을 만들지는 못하고 각종 마을공동체사업, 교육복지사업, 재능기부봉사, 독서동아리를 5년 넘게 하고 결국은 돈 안 되는 다국어도서관 안디아모(이탈리아어로 "함께 가자")를 또다시 열었네요.
시간되시면 <생의 이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생의 이면>과 함께 신경숙의 <외딴방>도 제 어두운 유년을 지나오는데 큰 힘이 되었던 책이었어요. 특히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하며 어둠 속 나무 위에 잠든, 눈처럼 하얀 백로를 보며 다짐하는 그 장면이 있는데, 고3 1년 내내 신새벽 제일 먼저 학교 등교해서 4층 교실에서 중정을 내려다보면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하얗게 핀 목련꽃송이가 마치 외딴방의 백로 장면 같아서 혼자 매번 결연해지던 그 마음이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인생책에서 할 이야기를 여기다 풀고 있는 것 같네요. 더 하다가는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까지 다 이야기할 것 같아서 이만.
읽고 있는 책들 좀 정리되면 이승우의 <생의 이면>으로 모임 열어봐야겠다 싶네요.
거제 명사해수욕장이 굽어보이는 망산이란 곳 아실까요? 천하제일경이라는 표지석처럼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이 좋은 때에 다녀와서 안디아모 님 글을 봅니다.
안디아모 참 인간적인 낭만적인 이름도 좋고 문학소녀였던 모습이 무르익어 가는 향이 오늘 거제 와현 바닷가 `공곶이`길에 핀 하이얀 찔레꽃으로 다가오는 듯한데요.
생의 이면 읽고 나면 같이 이야기 나누어도 좋겠습니다.

우람
인선님의 대화: 제주는 요새 젊음의 도시가 되었지만 척박한 환경을 잘 다스려 지금에 이르른 역사가 있는지라 현실 속 이방인의 삶은 만만치가 않은가 싶습니다.
이승우식 문체가 특징적입니다. 이중 부정을 통한 인정과 단순하지 않음이 이야기 전반을 이어가는데 다른 소설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천산을 저는 천관산 어디쯤이라 생각하고 읽었답니다.무등산 보다 저는 멋진 산 같았어요. 초겨울인데도 암석들이 멋진 행렬로 반겨주었어요.
이번 모임 전에 천관산을 꼭 다녀와야 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우람
Andiamo님의 대화: @우람 사실 저에게 이승우 작가님은 <생의 이면>으로 남아 있어요. 고등학교였나 대학교 1학년 때 읽었을 텐데 뒤뜰에 감금된 아버지에게 가져다 준 손톱깎기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당시 작가다큐였나 TV문학관 같은 프로에서 영상으로도 봤던 기억이 있어요. 문학 소녀였던 제게 남은 한 구절이 각인처럼 남아 내내 되뇌었던 것 같아요.
<생의 이면>은 정말 다양한 분들께 추천 받았는데, 저도 이승우 작가님의 다음 책으로 꼭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추천 감사해요!

우람
Andiamo님의 대화: 사람이 노출 본능 때문에 글을 쓴다는 말은 거짓이다. 더 정확하게는 위장이다. 사람은 왜곡하기 위해서 그를 쓴다. 현실이 행복해 죽겠는 사람은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충동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불행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때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독자들 또한 그 마취제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뿐이다. -p23
이 문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어요. 작가님의 문장대로 전 그래서 쓰고 읽었어요. 제게 문학은 구원이고 종교였거든요. 희망이라고는 없던 어두운 유년기. 소설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살 수 없었을 거에요. 같은 맥락에서 작가들의 수필집인 <내 영혼의 이력서>도 인생책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복사본 인쇄해서 가지고 있는데 수필 중 '문학, 내가 목매고 죽어도 좋을 나무' 그 작품이 그렇게 위안이 되었어요. 문학이 있어서, 시궁창 같은 현실이 아닌 문학이 있어서 내가 살 수 있었고, 그래서 나를 살게 한 문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같은 사람을 구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바람은 문학 창작자가 아니라 향유자로 변형되어 여전히 문학, 책 언저리를 맴도는 삶을 살고 있지요.
읽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 지금 <지상의 노래>는 못 읽지만 여전히 이승우 작가님의 <생의 이면>은 제게 특별한 의미의 인생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글 남기고 갑니다.
진솔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고 있다>라는 책을 통해 이승우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위에 인용해주신 문장처럼 이승우 작가님은 문장 하나하나가 콱콱 박히는 느낌이 듭니다.
"이야기의 부재는 죽음이고, 이야기의 존재는 삶이다. 삶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가 삶을 만드는 것 또한 진실이다. 이야기가 없으면 삶도 없는 것."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문고본)lt;사랑·기쁨 문고> 2종, 2018년 1월 <문학과 삶>(『랭보의 마지막 날』 『프루스트의 독서』)을 출간했다. 마음산 문고의 2019년 첫 모듈은 오랫동안 구할 수 없던 소설가 이승우의 글쓰기책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소설을 살다』로 짝을 맞췄다. “소설로 인생에 복무한다”라고 말하며 등단 이래 줄곧 삶과 괴리되지 않은 소설을 궁구한 그의, ‘소설 쓰기’와 ‘소설가 되기’에 관한 깊은 생각이 담겼다. 『당신은 이미
책장 바로가기

우람
스케쥬리님의 대화: 이승우 작가를 그믐 모임에서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감정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하는 이승우 작가의 문체를 정말 사랑하는데, 몇 년 전 <사랑의 이해>의 작가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사랑이 한 일>을 읽고 다시 빠져서 <지상의 노래>를 거쳐 <이국에서>와 <캉탕>까지 읽게 되었었어요. 작년에 읽었던 <지상의 노래>를 다시 펴보려 합니다. 이야기 구조가 흥미진진해서 생각보다 빨리 책장이 넘어갔던 기억도 나네요. 이승우 작가님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대화 나누는 기회가 생겨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리고 책 추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책들 추가하였고, '사랑의 이해'는 아마 '사랑의 생애'를 말씀하신 것 같은데, 우연이지만 내친 김에 제가 재밌게 읽었던 이혁진 작가의 '사랑의 이해'도 추가하였습니다. 😎
사랑의 생애사랑했거나, 사랑하고 있거나, 사랑할 모든 연인을 위해 이승우 작가가 5년 만에 펴낸 신작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이 그 안에서 제 목숨을 이어간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의 이 소설은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들을 탐사하며 그것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듯 써내려간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이 한 일의 텍스트로 「창세기」를 다시 읽고 다시 쓴 밀도 높은 작업, 그 가운데 키워드가 되어준 단어 ‘사랑’, 그러므로 이 책은 이승우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이 총동원되었다 할 수 있겠다. 열한번째 소설집이자 첫 연작소설집, 『사랑이 한 일』이다. 이 소설집은 외아들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에 대한 「창세기」의 일화를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태어났다. 그 장면을 읽을 때마다 마음이 오그라들거나 찡그려졌다. 바칠 것을 요구하는 신도, 그 요구에 순종하는 아버지
이국에서한국문학의 독보적인 자리 한 편에 우뚝 서 있는 작가 이승우. 종교적이며 관념적인 통찰로 생의 이면을 소설로 파헤쳐 뚜렷한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그려온 이승우가 장편 《사랑의 생애》(2017)이후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이국에서》를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했다. 이 소설은 떠날 수밖에 없는 한 인물의 삶의 궤적에 침투해 떠난 곳의 재난적 상황이 떠나 온 이국에서도 동일하게 벌어지는, 공동체의 추악한 실태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본국에
캉탕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소설선, 이승우의 『캉탕』이 출간되었다. 2019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품이기도 한 이 소설은, 2018년 『현대문학』 1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으로, 등단 이후 38년 동안 한국 문학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기만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는 이승우의 세계관이
사랑의 이해2016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가 이혁진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의 이해』. 은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발칙하고 속물적이고 사실적인 사내 연애를 그린 작품으로, 회사로 표상되는 계급의 형상이 우리 인생 곳곳을, 무엇보다 사랑의 영역을 어떻게 구획 짓고 사랑의 행로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자세하게 담아냈다. 하상수 계장은 옆자리의 안수영 주임을 좋아하지만 둘 사이의 감정은 얽힌 실타래처럼 답답하게 꼬여 있다. 그러던 중 안수영 주임이 청원경찰
책장 바로가기

과백
그는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누구나 흔히 쓰는 방법을 써왔다. 대면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 아니라 가장 쉽기 때문이었다.
『지상의 노래(양장본 HardCover)』 P.187, 이승우
문장모음 보기

과백
한정효와 아내의 이야기가 나오는 5장을 읽고 있어요. 이 부부가 가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는데, 종교에 기대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두 사람이 그래도 평안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다 싶기도해요.

지금
Andiamo님의 대화: @인선 찾아보니 선생님도 국어 선생님셨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국어, 영어, 외국어로서 한국어 전공하고 이것저것 가르치고 또 배우고 저질러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선생님 인생책 소개 읽다가 <새들은 페루로 가서 죽다>보고 또 이렇게 겹쳐지는구나 했어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문학의 이해 수업에서 처음 접하고 꽂혀서.. 그리고나서는 당시 다녔던 문창과 교수로 계셨던 이성복 시인의 작품에서도 페루.. 연거푸 문학에서 페루를 보고 그만 환타지가 생겨버렸어요. 그래서 스페인어를 배워서 페루를 가서 마야 잉카 문명을 보고 티티카카 호수를 보리라. 대학 다닐 때는 방학마다 해외로 나갔는데 대학원 1학년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페루는 못 간 채 10년이 지나버렸어요. 아이들 조금만 더 키우고나면 혼자 훌쩍 페루로 떠날 거야. 페루는 늘 제 여행목록 0순위랍니다.
고등학교 그때에서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정말 맞는 것 같아요. 고3 어린이날 아침 이비에스 다큐에서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 보는데, 경쟁이 없는 교육, 아침을 시 낭송으로 시작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3위 일체가 되어 아이의 성장을 돕고 평가는 아이에 대한 시를 써준다는 대목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당시 62번 중 58번이었던 저는 이름보다 번호로 불려질 때가 더 많았는데.. 이름도 아니고 시라니! 아침 조회 대신 시로 하루를 열고 경쟁 없는 교육에 평가마저 시로 쓴다니.. 번호로 불리는 우리네 교육 현실과 시로 불리는 발도르프의 교육 현실의 간극이 우주의 거리만큼 아득해 그게 너무 답답하고 서러워 혼자 통곡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2 때는 영어스피킹 대회 때 주제도 My Dream School. 당시 유행한 광수생각의 <들꽃반아이들> 을 인용하며 들꽃반도 장미반도 다 같이 행복하도록 각자의 결대로 필 수 있도록 하자고 했던 저였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여전히 간디학교 교가 <꿈꾸지 않으면>을 들으면 매번 눈물이 나고, 국악동요<모두가 꽃이야>를 좋아하고 <82년생 김지영도 79년생 김대현도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꿈꿉니다>를 연설합니다. 돈이 없어 장학재단을 만들지는 못하고 각종 마을공동체사업, 교육복지사업, 재능기부봉사, 독서동아리를 5년 넘게 하고 결국은 돈 안 되는 다국어도서관 안디아모(이탈리아어로 "함께 가자")를 또다시 열었네요.
시간되시면 <생의 이면>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생의 이면>과 함께 신경숙의 <외딴방>도 제 어두운 유년을 지나오는데 큰 힘이 되었던 책이었어요. 특히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하며 어둠 속 나무 위에 잠든, 눈처럼 하얀 백로를 보며 다짐하는 그 장면이 있는데, 고3 1년 내내 신새벽 제일 먼저 학교 등교해서 4층 교실에서 중정을 내려다보면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하얗게 핀 목련꽃송이가 마치 외딴방의 백로 장면 같아서 혼자 매번 결연해지던 그 마음이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합니다.
인생책에서 할 이야기를 여기다 풀고 있는 것 같네요. 더 하다가는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까지 다 이야기할 것 같아서 이만.
읽고 있는 책들 좀 정리되면 이승우의 <생의 이면>으로 모임 열어봐야겠다 싶네요.
써주신 <생의 이면> 문장 반복해 읽어보았습니다.. ! 아주 전에 읽어서 기억을 많이 잃었지만 ‘손톱깎이’의 살벌함, 잔혹한 이미지가 너무 충격적으로 남아있는 소설이었어요. 다른 책( 지상의 노래, 캉탕 등)도 읽을 목록에 넣고 갑니다 ㅠㅠ

과백
7장 순례를 읽으며 후에게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후는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어쩔 수 없이 선택되는 선택을 반복하는 것 같아서요. 이제 마지막 8장만 남았는데, 어떻게 마무리 될지 궁금하네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