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과그런책] 이승우 <지상의 노래>

D-29
큰 거울인 성경은 후가 누구인지를 후에게 알렸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는지, 무엇을 해야 했고 무엇을 하지 않았어야 했는지, 무엇을 하려고 무엇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무엇을 하지 않으려고 무엇을 했는지, 혹은 하지 않았는지 알게 했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12, 이승우 지음
신분을 증명하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믿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나 증명할 수 있지만 믿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것이 신분이었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40, 이승우 지음
그 평가는 부당했다. 평가할 자격이 없는 사람의 평가가 부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부당한 평가도 효력은 같았다. 아니, 부당한 평가는 부당하기 때문에, 부당한 만큼 효력이 더 크게 나타난다. 부당한 평가는 그 평가의 부당함과 부당한 평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가리기 위해 빠르고 거부할 수 없는 효력을 주문한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44, 이승우 지음
장과장의 부하들은 지시받은 일을 했다. 그들은 그 일의 용도와 목적을 이해하지 못했다.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알리고 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무엇이든 저절로 알게 될 때까지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이었다. 무엇이든 저절로 알려질 때까지 알려고 할 권리는 그들에게 없었다. 알려지면 알고 알려지지 않으면 모른 채로 지냈다. 안다고 유리한 것도 없고 모른다고 불리한 것도 없었다. 안다고 불리한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알든 모르든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려고 애쓸 이유가 없었다. 알려지는 것을 알지 않으려고 수고할 필요도 없었다. 알려지면 알지 않을 권리 또한 없었으므로 알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그들은 누군가의 손에 들린 연장이었다. 부리는 자에게 부림을 받는 것이 연장이다. 연장은 사고하지 않고 일한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47, 이승우 지음
어떤 일도 누군가의 적극적인 의지나 의식적인 동의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적극적 의지나 의식적 동의와 상관없이 누군가를 돕고 누군가를 방해한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57, 이승우 지음
필요한 것이 주어지자 그것이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알아졌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62, 이승우 지음
두려움에 사로잡힌 자만이 용기를 내거나 체념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은 사람은 용감해질 필요가 없고 체념할 이유도 없다. 용감해질 수도 없고 체념할 수도 없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73, 이승우 지음
아내는 잘 견디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179, 이승우 지음
되새김질해보는 공감가는 문장입니다.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해석이 되는 말과 가깝다고나 할까요? 정치판에서는 이런 이분법적인 논리가 적용되겠지만 평범한 삶에서는 누군가를 도우면 누군가는 못 도우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다는 걸 모르는 것. (영어로 더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어서 영어로 정리해보자면) 이 세상을 우리는 내가 아는 앎 known known, 모르는 앎 unknown known, 아는 무지 known unknown, 모르는 무지 unknown unknown 으로 구분할 수 있을 텐데요. 이 중에서 저에게 가장 미스테리한 것이 unknown known '안다는 걸 모르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가 이에 해당할까 싶은데, 뭔가 지금의 나와 단절되어 있지만 어떤 자극을 통해 되살아 날 수 있는 잠재된 기억이나 잠재력 같은 것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데자뷰처럼.
이 장면을 보면서 이승우 작가의 '사랑의 숙주'라는 표현과, 책 사피엔스에서 제국주의도 결국 전지구적으로 인류가 하나되는 과정이라는 유발 하라리의 관점이 생각났습니다. 효율적이지만 폭력적인.
제주는 요새 젊음의 도시가 되었지만 척박한 환경을 잘 다스려 지금에 이르른 역사가 있는지라 현실 속 이방인의 삶은 만만치가 않은가 싶습니다. 이승우식 문체가 특징적입니다. 이중 부정을 통한 인정과 단순하지 않음이 이야기 전반을 이어가는데 다른 소설도 그런지 궁금합니다? 천산을 저는 천관산 어디쯤이라 생각하고 읽었답니다.무등산 보다 저는 멋진 산 같았어요. 초겨울인데도 암석들이 멋진 행렬로 반겨주었어요.
이번 모임 전에 천관산을 꼭 다녀와야 겠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운명을 만드는 것은 누군가의 욕망이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우람 사실 저에게 이승우 작가님은 <생의 이면>으로 남아 있어요. 고등학교였나 대학교 1학년 때 읽었을 텐데 뒤뜰에 감금된 아버지에게 가져다 준 손톱깎기가 아버지를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그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당시 작가다큐였나 TV문학관 같은 프로에서 영상으로도 봤던 기억이 있어요. 문학 소녀였던 제게 남은 한 구절이 각인처럼 남아 내내 되뇌었던 것 같아요.
생의 이면(개정판)1981년 문예 잡지 '한국문학' 신인상에 소설 &lt;에릭직톤의 초상&gt;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소설가 이승우의 『생의 이면』. 종교적 사유에다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성찰이라는 진지한 주제로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 영역을 확보해온 저자가, 자신에게 1993년 제1회 대산문학상을 안겨준 &lt;생의 이면&gt;을 부분 수정ㆍ보강하여 새롭게 내놓은 자전성이 강한 소설이다. 소설가인 '나'가 자신과 같은 소설가인 '박부길'의 삶을 재구성해나가는 모습을
<생의 이면>은 정말 다양한 분들께 추천 받았는데, 저도 이승우 작가님의 다음 책으로 꼭 한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추천 감사해요!
사람이 노출 본능 때문에 글을 쓴다는 말은 거짓이다. 더 정확하게는 위장이다. 사람은 왜곡하기 위해서 그를 쓴다. 현실이 행복해 죽겠는 사람은 한 줄의 글을 쓰고 싶은 충동도 느끼지 않는다. 오직 불행을 자각하고 있는 사람만이 글을 쓰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때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불행한 현실에 마취제를 주사한다. 독자들 또한 그 마취제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뿐이다. -p23 이 문장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어요. 작가님의 문장대로 전 그래서 쓰고 읽었어요. 제게 문학은 구원이고 종교였거든요. 희망이라고는 없던 어두운 유년기. 소설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 살 수 없었을 거에요. 같은 맥락에서 작가들의 수필집인 <내 영혼의 이력서>도 인생책입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복사본 인쇄해서 가지고 있는데 수필 중 '문학, 내가 목매고 죽어도 좋을 나무' 그 작품이 그렇게 위안이 되었어요. 문학이 있어서, 시궁창 같은 현실이 아닌 문학이 있어서 내가 살 수 있었고, 그래서 나를 살게 한 문학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같은 사람을 구원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 바람은 문학 창작자가 아니라 향유자로 변형되어 여전히 문학, 책 언저리를 맴도는 삶을 살고 있지요. 읽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 지금 <지상의 노래>는 못 읽지만 여전히 이승우 작가님의 <생의 이면>은 제게 특별한 의미의 인생 책이라, 반가운 마음에 글 남기고 갑니다.
내 영혼의 이력서
아~~어쩌면 십대의 저와 많이 비슷하고 지금 제 마음과도 상통하는 느낌 받습니다. 생의 이면이라는 제목이 꽃히네요. 책에서 걸어나온 것 같은 사람이 늘 주변에 있고 닮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세월 가도 보통의 경우엔 고등학교 때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릇대로 그냥저냥 살아가는 것 같으네요.
진솔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고 있다>라는 책을 통해 이승우 작가를 처음 접했는데 위에 인용해주신 문장처럼 이승우 작가님은 문장 하나하나가 콱콱 박히는 느낌이 듭니다. "이야기의 부재는 죽음이고, 이야기의 존재는 삶이다. 삶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가 삶을 만드는 것 또한 진실이다. 이야기가 없으면 삶도 없는 것."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문고본)lt;사랑·기쁨 문고&gt; 2종, 2018년 1월 &lt;문학과 삶&gt;(『랭보의 마지막 날』 『프루스트의 독서』)을 출간했다. 마음산 문고의 2019년 첫 모듈은 오랫동안 구할 수 없던 소설가 이승우의 글쓰기책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와 『소설을 살다』로 짝을 맞췄다. “소설로 인생에 복무한다”라고 말하며 등단 이래 줄곧 삶과 괴리되지 않은 소설을 궁구한 그의, ‘소설 쓰기’와 ‘소설가 되기’에 관한 깊은 생각이 담겼다. 『당신은 이미
이승우 작가를 그믐 모임에서 함께 나눌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감정에 대해 깊이 있게 천착하는 이승우 작가의 문체를 정말 사랑하는데, 몇 년 전 <사랑의 이해>의 작가로만 알고 있다가 작년에 <사랑이 한 일>을 읽고 다시 빠져서 <지상의 노래>를 거쳐 <이국에서>와 <캉탕>까지 읽게 되었었어요. 작년에 읽었던 <지상의 노래>를 다시 펴보려 합니다. 이야기 구조가 흥미진진해서 생각보다 빨리 책장이 넘어갔던 기억도 나네요. 이승우 작가님을 좋아하시는 분들과 대화 나누는 기회가 생겨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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