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과그런책] 이승우 <지상의 노래>

D-29
다시 빠져들게 해주는 문장 모음들 음미하면서 휴일을 맞이합니다. 아는 무지도 그렇고 까뮈의 말도 그렇고 사는 것은 어쩌면 '고해(苦海)의 연속이며 죽을 날이 가까워지면 평온에 가까워질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도 같구요. 열정이 사그라진 자리에 동정심 자비심이 내려앉으면서사물을 바라보게끔 되는 것이 인간의 굴레인 듯 느껴집니다.
평생을 들여서 해야 하는 일은 평생에 걸쳐서 해야 한다. 그 일 때문이 아니라 그 삶 때문이다. 일을 위해 삶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위해 일이 있어야 한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245, 이승우 지음
작가님 특유의 문체 미학으로 작품 내내 아름답고 독특한 문장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앞 문장에서 나온 특정 문구를 반복, 이중 부정 등으로 문장들에 색깔을 부여하시네요. 피동 표현도 자주 사용되어지는데 수동적인 형태의 문장을 사용함으로서 작품 내내 인간의 구조적인 모순과 유한함, 운명에 의해 한계지어 질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슬픔 같은 것들이 잘 표현됩니다.
세상은 크고 무섭고 힘이 세요. 언제나 그랬어요.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에 비하면 말씀은 무력하기 짝이 없어요. 그건 말씀이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씀이 가진 힘이 다른 힘이기 때문이에요...(중략)...하찮은 것이 자주 위대한 것을 이겨요. 예수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생각해 봐요. 그분은 땅의 법칙에 철저히 무력했어요. 예수님은 '나의 나라는 이 땅에 있지 않다.'라고 했어요. 세상 권력에 대한 철저한 무능력 그것이 그분의 진짜 능력이었어요.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291, 이승우 지음
당시 세상은 예수에게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그는 정치 지도자로 남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나라는 '이 땅에 있지 않'으니까요. 책을 읽다 보니 굉장히 기독교에 우호적인 마음이 들고 동화되네요. 여전히 교리에 대해서는 갸우뚱입니다만 책 속에서 믿는 자들이 보여주는 성스러움과 자기 희생, 절제는 분명 인간을 감동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신실한 종교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은 위에도 긴 여운이 남았습니다. 그들이 어떤 궁극의 미, 아름다움에 도달한 느낌이랄까요.
세상을 떠나지 않고 세상과 상관없이 살려고 하는 자는 세상으로부터 오는 상처와 굴욕을 각오해야 한다. 각오한다고 해서 상처가 나지 않거나 굴욕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p.292, 이승우 지음
부처님답게 예수님답게 살아가고자 발버둥치지만 또 각자의 천성과 본성의 업이 두터워서 많이 다르게 살아가는 듯합니다. '한쪽에 상처를 주면 한쪽에는 도움을 준다'는 말이 참 와닿았는데요. 어설픈 관용이나 이해로 결국 등돌려 버리는 우리들이니까요. 요즘에는 ' 아니다 싶으면 냉정하거나 맞다 싶으면 따뜻하거나' 하라는 말도 맞는 말 같습니다. 다 가질 수 없는 사람의 속성상 조금씩 외로워도 힘들지 않게, 피해주지 않게 사는 게 최선이며 진정한 자립이 아닐까 싶습니다.
완독하였어요. 비 내리는 긴 주말, 지상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땅에 발 딛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슬픔과 감사의 노래네요. 얇지 않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지루하지 않아 계속 다음 장을 넘기게 하네요. 다 읽고 난 다음 책장을 덮으며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모임을 통해 좋은 작가님과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승우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읽게 되는 것은 정작 자기 자신이다."라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들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고, 내가 속해 있는 세계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함으로써 더 바람직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또한 “어떤 결단이나 선택도 허용하지 않으면서 어떤 결단이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현실의 가학성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대개 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책에 썼던 이승우 작가는 책의 말미에 '나는 소설을 쓰는 것으로 이 땅에 복무한다"고도 썼습니다. 여러분도 이 땅에 복무 혹은 순명한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시나요? 여러분은 책을 읽고 나 자신과 내가 속한 이 세계의 어떤 면을 더 잘 알게 되었나요? 책을 다 읽고 뒤에도 '지상의 노래'라는 제목의 의미가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조금은 더 잘 알 것 같은 기분입니다. 그 과정에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임 종료 1분 남기고 급 마무리 할게요. 평화를 빕니다 🙏 @인선 @Andiamo @스케쥬리 @과백 @지금 @고쿠라29 ps. 2023년 5월 헌책그책 발제문 - 지상의 노래 by 이승우 https://paper.dropbox.com/doc/by-2023.05--B5euiI7JtapOGlP_5ARRMH2~AQ-DtaVlApdcCUKNUtfByMCt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책 리뷰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안노란책 리뷰 <time shelter>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책 리뷰 <개구리> 모옌안노란책 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