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 독서의 장 📖

D-29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54p 언제나 혼자인 것과 항상 함께인 것 가운데 어느 쪽이 견딜만 할까? 스무살의 내 소원이 서울에 가는 일이었다면 스물여섯 살의 내가 바라는 것은 ‘자기만의 방이었다.’ 자기만의 방은 독립과 해방의 공간이기 이전에 나의 눈물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을 권리였다. 83 -84p 세상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조차 기어이 바닥을 드러내게 만드는 장소가 있었다. 품위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품위는 인간에 대한 예의이자, 가진 것 없는 자가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방어선이었다. 나는 매사에 ‘내 돈을 써야 하는 일인가’ 만 생각하는 사람, 폭력적인 시선으로 남을 쳐다보는 사람, 남의 차에 가래침을 뱉는 사람, 욕설을 퍼붓고 악을 쓰는 사람이 결코 되고 싶지 않았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도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다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그런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157p 눈을 뜰 때마다 상실을 깨닫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창밖을 보다가, 밥을 먹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심지어 잠에서 깨자마자 난데없이 눈물이 흘렀다.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떠나보낸 것은 개 한 마리가 아니라 다정한 존재와 함께한 내 삶의 한 시절이었다. 가끔 피피의 이름을 불렀다. 세상에 없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한 시절을 부르는 일이었다. 181p 나는 한 존재를, 한 시절을 잃고 이 집에 왔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슬픔과 상실을 안고 시작되었지만 그조차 이 공간에서 만들어갈 나의 일부라는 것을 안다. 이제는 여기가 내 삶의 새로운 배경이 될 것이다. 217p 집은 사적영역인 동시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장소다. 집을 권력도, 위계도, 노동도 없는 휴식처로 여기는 것은 전통적 성규범에 따른 시각일 뿐이다. 내가 스스로 정의한 정체성과 외부로부터 요구받는 성 역할은 집안에서 가장 먼저 충돌했다. ‘집안일’, ‘내조’, ‘가정주부’ 등의 언어에는 성별화된 이데올로기가 적용되어 있다. ‘가정적’이라는 말은 남성에게 칭찬인지 몰라도 여성에게는 아니다. 여성은 ‘원래’ 가정적인 존재여야 하기 때문이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얼빈> 27p 아이는 젖빠는 힘이 좋았다. 아이가 젖을 빨 때 김아려는 온몸이 빨려나가는 듯했다. 젖을 물리면서 김아려는 평온하게 긴장해 있었다. 아이가 젖을 자주 토해서, 김아려의 몸에서 젖 삭은 냄새가 났다. 아이의 몸과 어미의 몸이 섞인 냄새였다. 냄새는 깊고 아득했다. 안중근은 그 냄새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그 슬픔은 한 생명의 아비가 되고 어미가 되는 일의 근본인 것 같았다. 97p 우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서 이토의 일정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내내 분명하지 않았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본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 151p 이토가 열차에서 내려서 다방 밑으로 지나간다면, 이토를 구경하기는 좋지만 이토를 쏘기에는 좋은 자리가 아니었다. 표적이 멀어지면 실탄의 살상력이 약해질 수 있었다. M1900 권총은 반동이 약해서 삽시간에 여러 발을 쏘면서도 조준을 유지하기에 수월했지만 유효사거리가 짧고 살상력이 모자랐다. 바싹 다가가야 급소를 맞힐 수가 있는데 근접은 위태로웠다. 열차가 플랫폼의 어느 지점에서 정차할 것인지와, 열차가 도착했을 때 러시아 경비대, 청나라 경비대의 포진 위치를 짐작할 수 없었다. 214p 미조부치는 여러 경우를 생각했다. 이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안중근에게 알려주면, 안중근은 자신의 목숨에 대한 희망을 단념함으로써 더욱 완강하게 정치적 신념에 의한 살인임을 주장할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안중근을 처형하더라도 제국의 문명적 위상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토가 죽지 않고 병원에서 살아났다고 안중근에게 말해주면, 안중근은 자신의 목숨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소행은 이토의 평화 구상과 경륜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법정에서 진술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안중근을 처형해도 제국의 위상은 훼손되지 않는다. 272-273p -너의 말은 다만 말일 뿐이다. 인간의 행위는 몸과 마음으로 분리되지 않는다. 너의 말은 뉘우치는 자의 마음이 아니다. 너의 마음의 진실을 말하라. 뉘우침의 힘으로 새로워져라. 안중근이 메모를 들여다보지 않고 말했다. - 제가 이토를 죽인 일을 뉘우친다면, 제가 이토를 죽이는 사업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만약 이 사업에 실패해서 이토가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저는 이토를 죽이려는 저의 마음을 뉘우칠 수 없을 것입니다. 신부님 - 그것은 속세의 마음이다. 뉘우침이 아니다.
하얼빈‘우리 시대 최고의 문장가’ ‘작가들의 작가’로 일컬어지는 소설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하얼빈』이 출간되었다. 『하얼빈』은 김훈이 작가로 활동하는 내내 인생 과업으로 삼아왔던 특별한 작품이다.
[ 2. 거짓과 진실의 적절한 배합이 100%의 거짓보다 더 큰 효과를 낸다] p.22 "그게 팀장님 회사의 문제점입니다. 너무 투박해요. 사실은 성의가 없는 거죠. 젊은이들이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생각을 안 한단 말입니다. 인터넷 심리전이 중요하다, 온라인 홍보를 강화해라, 그러면 고작 한다는 게 야당 후보는 좌빨이네, 면상이 비호감이네, 그런 댓글이나 달고 있어요. 그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얼마나 그 일에 대해서 고민이 없었는지가 그냥 다 보입니다." .... "오십 대 이상한테나 그렇죠. 신문 읽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애초에 우리편이었어요. 요즘 이삼십 대들은 그런 걸로는 꿈쩍도 안 합니다. 아마 이십 대는 그런 스캔들이 터졌다는 거 자체를 모르는 애들이 절반이 넘을걸요?" [3. 분노와 증오는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p.77 "그게 타이밍의 문제입니까? 논리나 설득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야 아무거나 갖다 붙이면 그만이죠. 타이밍이 중요해요" ... "자기가 다수가 됐을 때요. 자기가 모르는 사람이 어정쩡한 글을 올리면 처음에는 다들 눈치를 봐요. 이걸 받아들여줘야 하나, 아니면 공격해야 하나. 그런데 누가 '저도 그래요. 공감 100배'라고 댓글을 달면 이제는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둘이 되는 셈이죠. [5.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 p.147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어.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국민들에게 낙관적 전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우리는 전쟁 중이었어. 그 지긋지긋한 가난과 싸우고 있었어..... 조금만 부추겨주면 에베레스트도 오를 수 있는 애들한테 '동네 뒷산 오르는 주제에 무슨 엄살이냐'라고 비아냥거리고, '힘드니까 등산이다'라며 멸시하고. 자기들 인생 하나 성공하지 못한 종자들이, 자라나는 애들 미래를 발목 잡고 있어. 다 붙잡아서 감옥에 처넣어야 해." [6. 선전은 창조와 생산적 상상력에 관련된 문제이다] p.152 "인간은 말이야, 생각이 바뀌지 않아. 조용필 좋아하던 사람이 늙어서 패티김을 좋아하게 되는 게 아니야. 조용필 좋아하는 사람은 조용필과 함께 늙어가는 거야. 우리 아버지는 백설히와 같이 늙어갔고, 나는 신중현과 같이 늙었어. 촛불 들고 나섰던 애들도 아마 바뀌지 않을 거야. .... 우린 그 다음 세대를 공략해야 해. 아직까지는 머리가 그렇게 굳지 않은 애들. ... 그래서 어른들은 포기하고 어린 애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했지. 먼 미래를 내다보고." [7. 대중에게는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p.185 이게 재미있는 게, 이건 유래가 중국이에요. .... 이런 십 대들 놀이가 보면 은근히 국제적입니다. 놀이가 인터넷으로 퍼지니까 국경이 문제가 안 되는 거군요.... 바이럴이 엄청 잘되는 거죠. 멋있고 재미있어 보이기만 하면. 저희가 처음에는 그래서 외국 청소년들한테 유행하는 것 중에서 저희 콘셉트하고 어울리는 거 없나 찾았어요. [9. 승리한 자는 진실을 말했느냐 따위를 추궁당하지 않는다] p.238 "네, 저희가 386 씹는 문화를 십 대들 사이에 일으킬 겁니다. 그게 쿨해 보인다 싶으면 금방 유행이 될 거예요. 다른 세대로 퍼지는 것도 시간 문제예요. 얘들이 몇년 뒤면 이십 대가 될 거잖아요. 대중문화에서는 사십 대가 삼십 대 따라하고, 삼십 대는 이십 대 따라하거든요. 이십 대가 핵심이에요." ..."... 요즘 애들 영악합니다. 먹이를 주는 손은 절대 물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한테는 방송출연이나 앨범 발매 같은 절대적인 권한이 있잖아요." [심사평] p.241 매우 지적인 글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 저널리즘의 하나로 자리 잡은 SNS는 실시간 소통의 전파효과는 물론 새로운 연대와 참여의 순기능을 가졌으나 그것이 사악한 특정의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에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역기능은 일찍이 나치독일에서 자행했던 대중조작과 흡사함을 암시했다. .... 작가는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하게 하는, 4.3평화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 당선작으로 선택되는 영광을 안았다.
댓글부대 - 2015년 제3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장편소설. 그간 <표백>, <한국이 싫어서> 등 사회성 짙은 소설을 써온 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는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목소리로 부박한 현실에 정면 돌파를 시도한 소설이다.
p.18 AI 분야는 근원을 따지면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공식' 출범은 1956년에 이루어졌다. 두 젊은 수학자 John McCarthy와 Marvin Minsky는 정보 이론의 창안자로 이미 널리 알려진 Claude Shannon과 IBM의 첫 상업용 컴퓨터를 설계한 Nathaniel Rochester를 설득하여 다트머스 대학에서 여름 연구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로 했다. .... "이 연구는 학습의 모든 측면이나 지능의 다른 어떤 특징을 원리상 기계에 모사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정확히 기술할 수 있다는 추정을 토대로 진행될 것이다. 기계가 어떻게 언어를 쓰고, 추상화를 이루고 개념을 형성하고, 현재 인간만이 풀 수 있는 유형의 문제를 풀고, 자신을 스스로 개선하게 할지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 ..." p.32 이런 것들은 생각할 가치가 있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 오래전에 그런 의문을 떠올린 우리의 마음은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 그런데 마음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한 단계 하나하나는 마음의 능력을 담은 인공물을 창조하기 위한 단계이기도 하다. 즉, 인공지능을 향한 단계다. 지능을 창조하는 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능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대강 말하자면, 한 존재는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이 지각해온 것을 토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가능성이 있는 한 지적이다. p.92 중간에 검토나 추론 없이, 지각을 행동과 직접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AI 분야에서는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반사 행위자라고 한다. 사람과 동물에게서 생각이 개입하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는 낮은 수준의 신경 반사에서 따온 것이다. ... 또 한 가지 친숙한 반사는 급제동이다. ...여기서 인간 설계자의 목적은 명확하다. 보행자를 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행위자의 정책은 그 목적을 부적절하게 실행한다. 여기서도 목적 자체는 행위자에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현재의 그 어떤 자율주행차도 사람들이 죽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p.161 문명의 위대한 성취 중 하나는 사람들의 신체적 안전을 서서히 개선해왔다는 것이다. ... 1948년에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3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생명을 지킬 권리, 자유를 누릴 권리, 그리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권리가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정신적 안전의 권리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람은 자신의 귀와 눈이 가리키는 증거를 믿는 경향이 있다. .... 그래서 우리는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에 극도로 취약하다.  p.187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런 모욕은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명백한 것인데, 기계에 인간보다 높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이류 시민의 지위로 좌천시키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잃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간접적인 것이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기계가 아니라, 기계를 설계하고 기계에 권한을 위임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해도, 설계자와 위임자는 그런 사례에서 각 대상자의 개별 상황을 굳이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이 사실은 그들이 남들의 삶에 거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는 사람에게 봉사를 받는 엘리트와 기계의 봉사와 통제를 받는 대다수의 하층 시민으로 대분열이 시작되는 징후일 수도 있다. 2018년 유럽연합은 개인정보보호법 22조에서 그런 사례에서 기계에 권한을 부여하지 못하게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 비록 원칙적으로는 훌륭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P.240 업계에서 흔히 들리는 후렴구는 인간과 AI가 한 팀을 이루어서 협력할 것이므로, AI는 고용이나 인류에 전혀 위협이 안 된다는 것이다. .... 협력하는 인간-AI팀은 사실 바람직한 목표다. 팀원들의 목적이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면 팀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므로, 인간-AI팀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가치 정렬의 핵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문제에 중점을 둔다는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과는 다르다. P.246 지적인 시스템이 세상을 그냥 관찰함으로써 자신이 추구해야 할 목표를 깨달을 수 있다는 개념은 충분히 지적인 시스템이라면 '올바른'목적을 위해 처음의 목적을 자연스럽게 포기할 것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합리적인 행위자가 그렇게 할 이유를 추측하기란 어렵지 않다. 게다가 그 개념은 바깥 세계에 '올바른' 목적이 있다고 전제한다. P.318 우리가 도덕철학을 지닌 이유는 지구에 한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AI시스템이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일과 가장 관련이 깊은 접근법은 결과주의라고 불리곤 하는 것이다. 선택행위를 예상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또 다른 주요 접근법은 의무론적 윤리학과 덕 윤리학이다. 대강 말하자면, 둘은 각각 선택의 결과와 별개로 행동의 도덕성과 개인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춘다. .... 그렇다고 해서 도덕 규칙과 덕이 무관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공리주의자는 그런 것들을 결과와 그 결과의 더 실질적인 달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당화한다는 점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P.373 이 문제의 해결책은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인 듯하다. 우리에게는 자율성, 행위 주체, 능력을 지향하고 자기 탐닉과 의존성을 멀리하도록 우리의 이상과 선호를 재편할 문화운동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원한다면, 고대 스파르타 군대 정신의 현대적인 문화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에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올 세계적인 규모의 인간 선호 가공을 의미할 것이다. 나쁜 상황을 더 안좋게 만드는 것을 피하려면,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과 개인별 균형을 달성하는 실질적인 과정 양쪽으로, 초지능 기계의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 - AI와 통제 문제인공지능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대한 무책임한 낙관과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넘어 현실적이고 폭넓은 관점에서 AI의 현주소, 가능성과 위험, 이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검토하며, 인간에게 이로운 AI를 만들기 위한 방향과 원칙을 제안한다.
반인간선언 - 주원규 p. 83 인류는 이윤이란 단어에 매력과 천박함을 동시에 느끼지. 하지만 이윤은 그 자체로는 무야. 소멸의 없음이 아닌 무의미로서의 없음인데. 인류의 공생. 지속가능한 번영을 지향하면 무의미는 의미가 되고. 그 반대 경우라면 무의미의 무의미의 무의미가 되겠지. 기업이 사투를 벌이는 방향은 무의미의 의미화야. p. 210 민족, 정치, 시민, 정부, 행정 등의 개념을 신봉하는 이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지. 하지만 기업은 달라. 기업은 이윤 추구 집단이야. 사악해 보이고 게걸스러워 보이지만 그만큼 투명하지. 기업은 욕망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지 않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반드시 기업의 종교화가 필요한 거야. p. 228 서희의 마음은 후련하지도, 후회도 없었다. 다만 기대했다. 서희에겐 처음부터 이 모든 일이 부정에 대한 기대였다. 자신에게 닥쳐온 상훈의 훼손된 시신도 그가 남긴 유서의 비밀도 그리고 아버지 김의원의 죽음까지도 불의의 사고 혹은 자연의 순리이길 바랐다. 이런 식의 일그러진 신의 섭리와 그에 대한 고발의 연속성이 인정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았던 실날같은 기대, 그 기대에 대한 보답을 마지막으로 유정에게서 얻고 싶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제 서희의 인식 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유정은 이 모든 사실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p. 232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말아야 할 진실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p. 256 선언하는 인간, 저주의 상징이 된 반인간은 오늘의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저주하여 우리의 숨 막히는 현실을 이야기하려 하는 방법으로 사용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이 지독한 패륜적 독설을 남기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이 끝없는 유예로 남아 있지만 이 이야기를 남긴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인간이기 위해 반인간을 선언하는 이야기에 대해 말입니다.
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열외인종 잔혹사』로 제14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주원규의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드라마로 제작되어 매회 화제성을 낳고 있는 OCN 드라마 〈모두의 거짓말〉의 원작소설이다.
1. 과장이 그를 데리고 간 곳은 6인용 병실이었다. 입원비가 가장 싼 탓에 늘 환자들로 가득 찬 6인실은 항상 어딘가 어수선했다. 늘 병실엔 한두 명쯤 시끄러운 문병인이 와 있기 마련이고, 또한 여 섯 명 중 한둘쯤은 극성스러운 환자가 있기 마련이었다. 병원 전 체를 장악하는 소독약 냄새를 압도하는 사람 냄새가 6인실엔 있 었다. 그래서 과장은 늘 회진을 돌 때마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6 인실을 말 그대로 스쳐 지났다. 예민한 직원이라면 누구나 6인실 에서 환자가 과장에게 말을 결 때 왼쪽 눈썹이 치켜 올라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사람 냄새를 단 두 단어로 정의하고 있었다.초라함과 궁상맞음. 54p 2. 얼마 전 이웃 나라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에이즈 신약 을 실험한 적이 있었다. 어차피 평생 치료받지 못하고 살 사람들 이므로 다들 동의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투약 대상이었던 사람들 은 실험의 에이즈에 걸린 대조군들보다 일찍 죽었다. 부작용으로 다발성 장기부전과 간부전이 일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빠 르게 잊혀졌다. 공모된 망각의 원인은 뻔했다. 언론과 정부를 포 함해, 국제 단체나 NGO 등 어느 한 곳도 이 대륙에서 제약회사와 사이가 나빠져서 좋을 단체는 없었던 것이다. 98p 3. 이 방을 만든 이유는 간단했다. 죽음을 택한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와 맞는 이식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동안 그 선택이 자발적 인 것이며, 온전한 정신하에 판단한 것인가를 확인하기 위해 만든 방이었다.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같은 것으로 자살 을 택한 사람을 수술 대상으로 삼고 싶지 않았다. 철저하게 맑은 정신으로 자발적인 판단하에 죽음을 택할 것. 그것은 그가 만든 일종의 원칙 같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유리 너머의 신부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심각한 원칙 위반이었다. 149p 4. 유진의 죽음은 내 책임이 아니라고, 내가 한 것이 아니 라는 목소리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 했다. 이제는 사제를 그만 둘 생각이었고 더 이상 사제가 지켜야 할 의무를, 그 비밀을 목숨 을 걸어가며 지켜야 할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것 만 같았다. 232p 5. 어떤 언어로도 묘사할 수 없는 짧은, 그러나 영원과도 같은 공 백의 순간이 찾아왔다. 어떤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마치 무가 그의 눈앞에서 타올라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것 같았다. 그 것은 거의 진공과도 같은 공포였다. 그렇게 그는 잠시 사내의 침 대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양, 그는 자신의 앞 에 누워 있는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293p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세계문학상 수상작가 임성순의 세 번째 장편소설. 작가가 매스컴에서 누차 밝힌 바 있는 '회사 3부작' 시리즈의 완결판으로,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사뭇 진중하고 인간의 본성을 향해 좀더 고뇌하는 양상이다.
<그랑주떼>, 김혜나 1. 몸은 정확한 선열(Alignement)과 배치(Placement)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유롭게 춤을 출 수가 없습니다. 몸이 틀어진 상태로 춤을 추면 오히려 더 약해질 수도 있어요. 반드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야만 체내의 순환이 원활해져 독소와 노폐물이 빠져나가고 체중은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몸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틀어지거나 어긋나 있으면, 그 부분이 신체의 모든 부분에 다 영향을 주거든요. 그러니 단 한군데도 흐트러짐 없이 정확하고 올바른 자세를 유지해 주세요.“ p.12 2. 애초에 타고나지 못한 재능은 나중에도 결코 생겨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선천적인 질병으로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춤을 전혀 추지 못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러니 이로 인한 별다른 좌절이나 절망, 원망감 같은 것조차 가질 수 없었다. 본래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거나 망가진 것이 아니었다. 애초부터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병신이었기에, 나에게는 별다른 불만이나 원망이 자라날 수조차 없었다. p.27 3. 리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면 내 몸은 마치 하나의 어항이 된 것만 같았다. 나는 나의 어항 속으로 리나의 이야기가 더욱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내 몸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몸의 근육들이 모두 늘어나고, 관절들이 모두 열리면 리나의 이야기가 더 많이 쏟아져 들어올 것 같았다. 그러면 리나는 영원히 내 곁에 남아 이야기를 늘어놓을 것만 같았다. p.63 4. 죽음과도 같은 시간, 외부의 시간은 흐르고 있으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정지되어 흐르지 않는, 흐를 수 없는 시간. 내 몸과 의식의 모든 시간과 기능이 다 멈춰버리고 마는 시간. p.79 5. 나는 단 한 번도 그러한 일을 당하지 않은 채 멀쩡하고 건강하게 자라난 아이였다. 그러니 이 이야기는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 있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이야기할 수 없는 이야기,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나만 말하지 않으면, 정말로 없었던 일이 되는 줄만 알았던 이야기. 그 이야기... 이 세상에 없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계속, 나에게 떠오르는 것일까? 왜 이렇게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것일까? 왜 이렇게 자꾸만 밖으로 나오려 하는 것일까? p.110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1. 근육, 식사, 커피, 술 등 관리해야 할 대상들을 적다 보면 거꾸로 내가 어떤 경주에 참여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그것도 울트라 마라톤이나 투르 드 프랑스 같은 초장거리 경기다. 그렇게 관리를 해가며 내가 매달리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하고 내 업(業)의 본질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된다. p. 32 2. 한 선배 문인이 한국문학의 위상이 추락했다고 아쉬워하며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어 세대 전에는 소설가가 오피니언 리더 대접을 받았는데, 이제는 아니라면서.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상이 복잡해졌고, 상식으로 논평할 수 있는 일이 줄었다. 한국에서는 권위주의 정부 시절 문학이 반독재 투쟁의 전위 역할을 하며 사회적 위상이 과하게 높았던 측면도 있다.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여전히 헷갈린다. 고색창연한 생각인지 모르지만 문학 종사자에게는 어떤 앙가주망 같은 게 있지 않나, 펀드매니저하고는 다르지 않나, 하는 마음이 있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 사건을 넘길 수 없었고, 조지 오웰은 스탈린에 대해 그랬다. 소설가는 지식인인가? 사회 현안을 살피고 목소리를 내야할 책무가 있나? p.118-119 3. 나는 한때 ‘월급사실주의자’라고 내 소개를 하고 다닌 적이 있다. 내가 지어냈고, 지금도 좋아하는 말이다. 내가 당대 현실에 밀착한 글을 쓰며, 내 경력도 그렇고, 무엇보다 내가 갑자기 튀어나온 별종이 아니라 한국문학에 그런 새 물결이 오고 있는데 나는 그 일선에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담았다. 그런데 기대와 다르게 나 혼자 쓰는 용어가 되어버렸다. 작가에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아마 작품이 곧 자기소개가 되는 경우이리라. 무슨무슨 소설을 쓴 사람으로 소개되는 것. 소설가에게 그보다 더한 성공이 있을까. 거기서 더 나아가면 작가와 작품이 동의어가 되기도 한다. ”난 요즘 하루키를 읽고 있어“라는 말은 어색하지 않다. 나도 내 소개가 될 수 잇는 소설, 피와 살이 있는 인간 장강명과 동의어가 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 p. 218 4. 스물이 넘어 서서히 내 삶에 책임을 지게 되고, 해방과 독립이 마냥 달콤한 방학 같은 게 아님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문학에 매료돼 있었는데, 이제는 자유가 아니라 ‘의미’ 때문이었다. 그 시절 나는 세상만사가 공허하게 느껴졌다. 큰 것은 큰 것대로 속이 텅 빈 듯했고,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한심해 보였다. 신앙을 떠났으나 여전히 의미는 필요했다. 의미가 없으면 살 이유도 없을 테니. p. 300-301 5. 한편으로는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다들 경험하셨듯이 2000년 이후 어느 나라에서나 세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습니다. 이 세계화는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이뤄진 단일화이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정치와 경제는 각각 민주주의와 수정자본주의로, 생산과 소비는 기업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맥도날드 방식’으로, 문화는 ‘젊음, 풍요로움, 섹스’를 중시하는 미국 대중문화를 닮아가는 방향으로 발전했어요. 그러다 보니 적어도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사람들의 삶의 양식이 점점 비슷해져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시대에 진정으로 개인이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게 가능할까? 우리는 다들 비슷비슷하게 규격화된 경로를 거쳐, 비슷 비슷한 허무와 불행에 이르게 되고야 마는 것 아닐까? 그런 문제 의식이 저에게 있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쓴 장편소설 ‘표백’으로 데뷔를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자신만의 색을 지닐 수 없고, 모두 흰색이라는 정답으로 표백되어간다는 의미의 제목이에요. p. 326-327
그랑 주떼젊은 감성을 위한 테이크아웃 소설 시리즈 「은행나무 노벨라」 제2권 『그랑 주떼』.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200자 원고지 300매~400매 분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만큼 속도감 있고 날렵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형식과 스타일을 콘셉트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두 번째 작품은《제리》, 《정크》의 저자 김혜나 작가의 소설이다. 발레에 적합한 몸을 지녔지만 정작 춤에는 재능이 없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말하고 듣는 세계’보다 ‘읽고 쓰는 세계’를 지향하며 책을 중심으로 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누구나 책을 써보자고 제안했던 소설가 장강명.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유유히)에서는 자신의 직업인 ‘소설가’가 헌신할수록 더 좋아지는 직업이라고 당당히 고백하며, 부지런히 글을 지어 먹고사는 소설가의 일상과 더불어 문학을 대하는 본심을 숨김없이 풀어놓는다. 소설가 장강명은 오후 11시 반쯤 자고 오전 6시 반 전에 일어난다. 글 쓰는 시간은 스톱워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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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하재영 p. 39 어디사냐는 질문에 집의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아이들, ‘가든 하이츠 뒷골목’이나 ‘명문 빌라 건너편’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아이들이었다 p. 71 그날 본 집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살지 않은 집들과 그 집에 사는 여자들이 자꾸 떠올랐다. 세 여자들의 집에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작은방에서 세 아이를 돌보는 여자, 동이 트는 시간 담요로 햇빛을 가린 방에서 잠을 청하는 여자, 곰팡이가 핀 벽에 기대어 우두커니 텔레비전을 보는 여자, 그 여자들이 모두 가깝거나 먼 미래의 나인 것 같았다. p. 116 혼자 무언가를 배우고 혼자 낯선 나라에서 지내고 혼자 유기견을 돌보면서, 나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여전히 처음 하는 일들이 두려웠지만 두려움 때문에 원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변화는 해내지 못할 것 같던 일을 해냈던 날, 행신동 집을 고치던 날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지 못했다면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범준과 연인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p. 193 창밖을 자주, 오래 바라보는 것은 이 집에 와서 생긴 습관이다. 집을 선택하는 것은 매일 보게 될 풍경을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공간으로서의 집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을 설명하지 못한다. 전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으로 국내 논픽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하재영 작가가 집에 관한 에세이로 돌아왔다. 그는 신작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에서 일생에 걸쳐 지나온 집과 방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을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유년시절을 보낸 대구의 적산가옥촌, ‘대구의 강남’이라 불렸던 수성구의 고급 빌라와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점점 작은 집으로 이사를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하재영 p. 31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를 꼽으라면 그때인 것 같아. 학생이었던 시절, 누구의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었던 시절, 내가 그저 나였던 시절. p. 56 내 세대 며느리는 대부분 그렇지 않았을까? 가족이라기보다 집안일 하는 사람, 있어도 없는 사람 p. 81 결혼 후 엄마의 첫 번째 결심은 "포기하자"였다. "이야기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 결국 엄마가 포기한 것은 목소리가 아닐까? 목소리는 자신의 고유함을 설명하는 도구이다. 내가 나 자신이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 "주어진 상황에서 해야 하는 일만" 하기를 원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하는 것도 목소리다. "있어도 없는 사람"의 핵심은 목소리 없는 존재, 침묵하는 자 또는 실어하는 자이다. p. 127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라는 말처럼 이상적 어머니상은 신에 필적하기에 모든 어머니는 실패한다. 반드시 실패한다. 어머니가 실패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어머니에게 불가능한 요구를 계속할 것이다. p. 230 우리가 소원했잖아. 아니, 나는 항상 여기 있었는데 네가 나를 피했지. 지금이라도 우리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다행이야. 걱정스러운 건 네가 몸과 마음이 자주 아픈 거야. 하지만 살아있으니까 걱정도 하는 거지, 언젠가는 내가 없는 세상에서 너희가 알아서 살아가야 하는걸. 내가 세상을 떠나면 너희는 잠시 슬퍼하고 한동안 그리워하다가 너희의 삶을 살아가겠지.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이 책의 표제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I never had a mother)”는 에밀리 디킨슨이 편지에 썼던 유명한 문장이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작가 하재영이 어머니의 생애사를 인터뷰하며 그와 교차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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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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