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

D-29
1.<편지쓰기>에 관한 이야기 다음에는 2. 내가 지금껏 알고 있던 <당신> 과, 지금에 와서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게 된 <당신>은 <어떤 당신>인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그림자>는 엔도의 성장과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가톨릭작가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모든 영향들이 이 작품에 아주 많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해서 이 작품은 자세히 분류해서 분석해 보면 좋겠어요. <당신>에 대한 내 생각의 변화에 의해 4번째의 편지를 쓰고 있는 시점입니다. 그것에 대해 여러분의 느낌을 남겨주세요.
다행히 밀리에 있어서 바로 읽어볼수있을듯요^^; 아~~급 금욜이 6월이 행복해집니다^^//
신나는 아름쌤님 반갑습니다.책을 구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지금부터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 그 큰 힘에 관해서 편지에 쓰고자 합니다. 어쨌든 나는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11,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이 책을 2번째로 읽고 있는 지금, 처음 읽을 때는 그저 무슨 사연일까, 하는 의아함에 가득차서 읽었던 반면 지금은 알 수 없는 슬픔에 가득차서 읽게 됩니다.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정서가 문체에 가득 서려 있네요... 저는 이 소설의 화자가 '지금껏 알고 있던 당신'과, '지금에 와서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게 된 당신'의 차이가 위에 인용한 문장에 있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나를 지켜보던 눈빛'이, 지금은 '당신을 지켜보는 눈빛'으로 옮겨간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러므로 과거에 알던 '당신'은 마치 '절대자'와 같은 위치에서 나를 내려다 보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였다면, 지금 어렴풋이 파악하게 된 '당신'은 나와 그리 많이 다르지 않은, 나와 같은 '당신'이 아닐까 합니다. 당신도 결국... 나와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라는 깨달음이 있었기에 이제 '나'는 '당신'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유미소님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번역서가 출간된지 벌써 8년이 되었기에 책꽂이에 꽂혀 있던 것을 그믐 독서모임을 위해 이번에 다시 정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지나쳤던 문장이 가슴을 치더군요. 번역을 할 때는 원서에 줄을 그으며 읽던 것을, 이번에는 번역서에 줄을 그으며 읽게 되었습니다.
늦은 인사 드립니다. 내가 모르는 좋은 책들을 만나보고 나의 취향을 알아가려고 합니다. 엔도 슈사쿠는 처음 읽어보는 작가입니다. <그림자>를 읽으며 헷세의 <수레바퀴 밑에서>가 생각났어요.
소설의 제목이 왜 그림자일까? 잘 모르겠어요. 한번 더 읽어보려고요.
영주님 반갑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마지막에 이야기하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질문을 남겨주셔서 올리겠습니다. 사실 제목 번역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지우고 다시 수정하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그림자>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 影法師 kagebousi> 입니다. 1.번역하자면 <그림자>인데 그림자 중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를 뜻합니다.  2. 影kage는 일반적인 사물의 그림자 이고요 이 둘을 변별해서 번역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사람의 그림자라는 제목을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아서 고민을 하게 된 것입니다. 3.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것은 어떤 사물이 태양의 빛을 받았을 때 생기는 그림자를 <影法師/ かげぼうし/kagebousi>라고 합니다. 이 점도 함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목에 이런 다양한 뜻이 있었다니,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서 놀랍습니다. 일본어를 알거나 원서를 접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내용인데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자에 이런 층위가 있었네요! 섬세한 번역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위에 던져주신 편지를 부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마들렌님께서 잘 말씀 해주셨네요. 가톨릭 작가로 성장하게 된 배경이 잘 드러나는 단편이 이 <그림자>라는 작품이라 번역가님께서 설명해주셨으니, 편지도 실은 저 위에 계신 분을 수신자로 상정하고 쓴 것이 아닐까요? 그의 타락을 이해하지 못한 나와 어머니께서 소중히 여기신 그를 어떻게든 이해하려 한 나의 혼란을 글을 통해 풀어보며 있는 그대로 하느님께(가톨릭 버전) 펼쳐 보여드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하여 부치는 행위는 없었지만, 아버지의 부재로 아버지의 대행격인 신부에게 보내진 않았지만 하느님 아버지께 보낸 것이 아닌가 마음까지 감찰하시는 그 분께 말입니다.
영주님 <그림자> 제목에 관해서 생각을 올려주셨는데, 다시 읽어보시고 정리가 되셨나요?
번역가님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방법을 따라 읽었을 때 어떠할 지 기대됩니다. ‘그림자’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엔도가 스스로에게 정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습니다. 첫 페이지의 ‘공허한 마음’이 그의 고뇌와 변화의 시작점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편지를 보내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의 혼란함 때문이기도 하고 41페이지에 나온 ‘상처를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당신은 자신감과 신념에 찬 선교사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불 켜진 빌딩과 기저귀를 말리는 아파트 사이에서 이제는 삶을 높은 데서 내려다보며 재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버려진 개의 슬픈 눈과 같은 눈을 가진 인간이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p. 63,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이 부분에서 이전에 알던 ‘당신’과 지금 어렴풋이 알게 된 ‘당신’이 만나는 것 같습니다. 이 ‘당신’들과의 만남이 엔도의 성장기 인간 이해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인간이 강한 모습과 나약함을 동시에 가졌음을 조금씩 이해하면서 자신에게 강함을 요구했던 어머니와 ‘당신’에 대한 애증 혹은 원망이 어느 정도 사그러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믐 모임이 처음이라… 이렇게 참여하는 것이 맞겠지요?
마들렌님 잘 하고 계십니다. 저도 그믐 독서모임이 처음인데 이런 형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세밀하게 읽고 생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설혹 나를 배신했다 하더라도 이제는 원망할 마음이 없어졌고, 오히려 당신이 그 옛날 믿고 있던 그 신앙은 자신감이나 재판하는 강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버림 받은 자의 슬픔을 위해서 존재했었다고까지 생각해 봅니다 (p38)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너무 먹먹하고 슬픕니다. 스페인 선교사가 배교를 했다고 해도 그 믿음 밑바닥에는 여전히 예수의 가난한 마음이 존재하고 있음을 봅니다. 빠르게 성호를 그을 때 누가 볼까 하는 마음과 예수에 대한 배신의 자책감, 그러나 결코 떨어낼 수 없는 믿음과 그런 불쌍한 죄인을 위해 죽으신 예수의 희생이 복합적으로 머릿속에 떠올랐을테지요. 배교를 했다고 예수를 등질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오히려 예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자신이 이전에 정죄했던 죄인들을 이제는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뒤바뀐 것이라고 봅니다. 계속 슬프고 먹먹한 이 후유증이 오래 갈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이 책에 실린 <그림자>를 처음 읽었을 때, 슬프거나 안타까운 감정보다는 반가움과 즐거운 감정이 더 컸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여러 권 읽었는데요. 모든 작품에 작가의 경험이나 생활이 조금씩 투영되어 있긴 했으나 이 소설만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의 실제 생활이나 성격, 사고에 대해서 보다 사실적인 렌즈로 들여다보는 듯해서 반가운 마음이었습니다. 더불어 제가 즐거움을 느낀 이유는, 이전에 읽은 엔도의 여러 소설 속의 모티브가 바로 <그림자>라는 소설 속에 집약되어 들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림자>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작품은 <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이었는데요, 그 중 <신들의 아이(황색인)> 또한 '나'가 브로우 신부에게 쓰는 편지로 시작하는 까닭입니다. 또한 <그림자> 14~15쪽에 이따금 외국인 노인이 교회에 찾아와 ‘당신’을 만나는 내용이 있는데, 그는 류머티즘을 앓는 다리를 질질 끌며 걷고 있죠. ‘황색인’의 듀랑 신부가 류머티즘을 앓았던 모습과 겹치는데요. 그렇다면 <그림자> 속 ‘외국인 노인’과 ‘당신’의 관계를 상상하며 쓴 소설이 바로 <황색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더불어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엔도의 소설 <침묵>은 배교한 선교사의 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엔도가 왜 이렇게 배교한 선교사 이야기를 많이 쓰는지 늘 궁금했는데, <그림자>를 읽으며 이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해서 매우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림자>를 읽으며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12쪽에서 언급하는 ‘소설가가 되고 나서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세 차례나 썼는데, 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변형시켜 썼습니다’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황색인>, <침묵> 외에도 배교한 선교사 이야기가 또 있을 듯한데 혹시 어떤 작품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17쪽에 ‘1년전 어떤 장편소설을 쓰면서 때때로 나는 당신과 만나게 된 그 우연을 생각했습니다’ 라면서 ‘사람들의 발에 밟혀 닳아 움푹 패인 후미에의 그리스도 얼굴’이라는 내용도 나오는데요. 소설 <침묵>이 1966년도 발표작이고, <그림자>가 1968년 발표작이니 집필시기를 감안해 따져보면 여기서 언급한 소설이 <침묵>이 맞을지, 아니면 다른 작품일지도 궁금하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워낙에 좋아하는 작가이다 보니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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