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

D-29
안녕하세요. 시작한지 몇 일만에 글 처음 씁니다. 1. 왜 편지를 보내지 않았을까. 아직 종교와 자신의 신앙에 대한 생각이 다 정리되지 않아서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신앙은 어머니에 대한 애착과 당신에 대한 경외심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는 신앙에 대해 생각해야하니까요. 자전적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당신, 그러니까 배교한 신부가 실제 인물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신앙 생활 그 자체나 규율과의 괴리 등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리스도나 전반적인 종교인을 의미하기도 할테구요. 그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다가, 깊은 강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2. 당신에 대한 생각의 변화 주인공이 어렸을 때는 엄격한 규율로 다가오던 종교였지만, 막상 떠나니 다시 종교생활이 생각납니다. 신앙과 인간의 나약함과 일상과 사랑에 대한 복잡한 고민이 아버지 옆에서 생활하면서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로 표현됩니다. 그렇지만 그 신부 또한 종국에는 사랑으로 인해 교단을 떠나면서 그 고민이 더 깊어집니다. 그러다 어느 날 신부를 만납니다. 그 신부는 아직 신앙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직 주인공 스스로도 그 고민이 잘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앞서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것 처럼 강인한 규약의 종교관에서, ‘버려진 개의 슬픈 눈’이나 ‘버림 받은 자의 슬픔’에서 나타나듯이 <인간.예수>로의 종교관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엔도의 소설 중 <깊은 강>을 이전에 읽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결론을 위주로 생각하게 되네요.
최형주님 올려주신 글 좋은 나눔이 되었습니다.
@최형주 그러고 보니 배교한 신부를 실제 인물이 아닌 신앙 생활에 대한 메타포로 읽어볼 수도 있었네요. 그렇게 대입해 보면 또 새롭고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감상을 이야기 나눠볼 수 있어서 참 좋네요^^
가루이자와에서 버터를 내게 준 당신의 동상 걸린 손,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그림자,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이상하게 동상 걸린 손으로 몰래 버터를 쥐여 주던 신부님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도네요. 당시 시대상도 그려지고요.
내가 배급받은 버터요. 내 것을 주는데 잘못됐나요?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그림자,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당신>에 대한 여러분이 올리신 글을 보니 <당신>에 대해 거의 파악된 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많은 나눔이 되었습니다.
유미소님이 엔도의 작품을 많이 읽으신 만큼 세밀한 부분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셨군요. 그럼 질문하신 내용에 관해 적겠습니다.
세 차례의 소설로 추정되는 것은 1.<황색인>의 듀랑신부/ <신의 아이(백색인)신들의 아이(황색인)> 2. <그림자>의 당신 3.<침묵>의 페레이라 신부와 로드리고 신부 그러나 <침묵>의 페레이라 신부와 로드리고 신부와는 관점이 전혀 다르고, 실패한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연관성은 없다고 보여집니다. 같은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황색인>의 듀랑신부와 <그림자>의 <당신>이라고 생각됩니다.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황색인>의 경우 전쟁 시기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바다와 독약>하고도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치바'라는 이름의 '나' 또한 기흉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나오는 게 <바다와 독약> 도입부 인물과 겹치기도 하는 등 엔도 문학의 초기작 퍼즐이 전체적으로 맞춰지는 느낌입니다^^
네, 재미있는 발견을 하셨네요. 엔도 소설에는 전쟁을 매개로 하는 소설이 많이 있죠. 실제로 전쟁을 체험한 세대이고, 징집령이 내려졌으나 결핵으로 인하여 연기된 상태로 있다가 종전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 유학 시절 결핵이 발병되었으며, 결국 유학을 중도 포기하고 일본으로 귀국하게 되었고 <아덴까지> <백색인>을 발표합니다. 이 <백색인>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면서 문단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게 되죠. 김해나 작가님이 그믐에서 독자들과 함께 읽으신 <바다와 독약>은 그 뒤의 발표작이고, 말씀하신대로 전쟁상황과 결핵으로 인한 기흉치료를 받고 있는 주인공과 미군포로들의 생체실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쟁과 결핵은 엔도가 체험한 내용이었고 그러한 작가적 체험들이 소설의 소재로 그려진 것 같습니다.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체험한 것만을 쓴다'는 자세로 글을 썼다고 하는데, 아마도 작가적 상상력에는 작가의 체험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고, 왠지 그것이 진실한 글씨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서 엔도작품에는 전쟁과 결핵의 문제는 자주 나오는 소재이기도 합니다. 특히 엔도문학은 작가론과 작품론을 완전 분리시키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그래서 하고 있습니다.
제 앞글에서 <김혜나 작가님>을 <김해나 작가님>으로 잘못 입력했군요. 김혜나 소설가 이십니다.
"그리고 17쪽에 ‘1년전 어떤 장편소설을 쓰면서 때때로 나는 당신과 만나게 된 그 우연을 생각했습니다’ 라면서 ‘사람들의 발에 밟혀 닳아 움푹 패인 후미에의 그리스도 얼굴" 은 <침묵>이 맞습니다.
그러면 지금껏 알고 있던 <당신> 과, 지금에 와서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게 된 <당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나로 하여금 네번째 편지를 쓰게한 힘은 무엇일까요?
p.11 나는 그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랬구나!' '역시 그런 거였구나!' 이 감탄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 깨달음은 무엇일까요?
역시 배교한 것은 아니고 성직자의 직은 내려놓았지만, 현실 속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에 조안 리 씨의 자서전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서강대 학생이자 공부만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던 주인공을 총장인 신부가 직을 버려가며 결국 둘은 사랑을 하고 나는 현실에 절망하기 보다, 지금 내가 여기에서 켤 수 있는 촛불을 켜서 빛을 밝히겠다!며 반대하는 둘의 사랑에 대해 out of sight, out of mind 하지 않고 out of sight, into the mind♡했다던 그 고백이 되게 멋있다고 학창시절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스물셋의 사랑 마흔아홉의 성공 1
사랑과 성공은 기다리지 않는다
Out of sight, into the mind. 인상 깊네요!
떨어뜨려 놓는다면, 더 깊은 그 마음속으로 자리잡겠다!:D 멋져♡ 했었네요~ 다이어리에도 쓰고 ㅎㅎ 고등학교 시절이라^^;;
사제의 가장 큰 고독은 타인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라고 합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느껴야하는 무력감. <그림자>의 이 사건과 인물은 실제의 사건과 인물입니다. 실존 인물이었고 엔도와 어머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사건으로 상처를 받았고 믿었던 만큼 배신감도 컸으며 묻어 두고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떨쳐 버릴 수 없고 풀리지 않는 문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변형시켜서 썼지만 실패해 버린 소설. <당신>은 사람들에게 비난받으며 스켄들의 주인공이 되었고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 버리는 선택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대가를 알고 있으면서 그 선택을 한 <당신>을 향한 미스터리가 풀리지 않은 채 나의 마음에 남아 내 소설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풀리지 않고 남아 있던 당신에 대한 의혹.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을 통해 이제 내가 어렴풋이나마 파악하게 된 것은 <안색이 좋지 않은 여자>에 대한 그것도 사제로서 선택한 사랑의 행위였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나로 하여금 이 편지를 쓰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요.
"풀리지 않고 남아 있던 당신에 대한 의혹." 그러고 보면 엔도슈사쿠의 소설은 대부분 삶에 어떤 해답이나 교훈을 독자에게 남겨주기보다는, 작가 스스로도 풀 수 없는 의혹과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답을 알 수 없기에 끊임없이 고민하며 답을 찾아나가려는 과정이 바로 소설을 쓰는 과정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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