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

D-29
아! 그런 의미에서의 그림자...유미소님 글을 읽으니 제목이 한층 다가오는것 같아요. 계속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제목 왜 그림자일까.
오 그렇군요! 👍
<그림자>를 여러 번 거듭해 읽으며, 사소하지만 궁금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39쪽에서 '당신'이 신문지에 싼 것을 '나'의 손에 쥐여줍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책임자가 그게 뭐냐고 묻자 "내가 배급받은 버터요. 내 것을 주는데 잘못됐나요?"라고 대답하죠. '당신'에게 소중한 것, 귀한 것을 '나'에게 나눠주는 모습에서 그가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다만 제가 궁금한 것은 그 마음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한 것이 어째서 '버터'일까요? 사실 이런 부분에서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동양인과 서양인 사이의 차이가 있는 것인가 싶은데요. 만약에 그가 건네준 것이 신문지에 싼 떡이나 고기였다면 그 당시 귀하고 소중한 음식을 나에게 나눠주는 그의 마음을 알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한데 '버터'라니, 버터는 동양에서는 일상에 꼭 필요한 식자재는 아니다 보니, 마음을 전하는데 왜 하필 버터를 주는지 의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버터'가 서양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버터가 얼마나 소중하기에 신부가 배급받은 것을 모아뒀다가 나에게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셨는지도 궁금하고요.
저도 이부분 궁금했는데, 설탕이나 쌀 같은게 왜 버터일까요. 아마도 배급품목 중에 보관이 잘 되고, 칼로리가 높아서 나름 귀한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유미소님과 바나나님이 올리신 질문 '버터'에 관한 답글입니다. '당신'은 프랑스 피레네 출신의 외국인입니다. 전시 중이었으며 전쟁통에 첩자의 의혹까지 받아 강제 이주된 수용소에 다른 외국인 신부들과 함께 격리되어 있던 중이었습니다. 모든 생필품은 배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함께 격리되어 있던 신부와 선교사들이 모두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보아, 배급으로 받는 식량은 주로 빵과 버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록 일본에서 선교를 하고 있으나 아침식사는 대부분 빵이 주식이었을 터라 빵과 함께 버터가 배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워낙 물자가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배급받은 버터를 아끼며 간직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이것을 나에게 건넨 것입니다. 그야말로 '당신'의 양식을 나눈 것 입니다. 다시 말해 일본인에게는 쌀과 된장이 주식이라면, '버터'는 빵과 함께 서양인의 주식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유미소님 남겨주신 글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글 "'나'에게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 결국은 '어머니'와 '당신'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나'에게 이 두 사람은 자신에게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림자'이자, 평생의 문학적 화두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깊이 있는 해석 감사합니다. 원서의 제목인 <影法師/ kagebousi>에 가까운 읽기인 것 같습니다. 엔도 문학의 출발은 바로 '어머니'와 '당신' 의 영향과, 어린시절 받았던 세례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긍정적인 에너지로 환원시키며 자신의 문학의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좀 더 확장시킨다면, 엔도는 이 '그림자'를 다른 작품(앞으로 다루게 될 작품)에서 '흔적'이라는 단어로 대체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자'와 '흔적'을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는지, 아닌지, 본 텍스트를 통해서 살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가이드 해주시는 질문들로 ‘어머니’가 엔도의 인생에 큰 화두였다는 새로운 시야를 얻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엔도의 글 속에서 그 영향력을 계속 알아가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바나나님, 제목의 궁금증이 해소되셨죠?
오늘부터는 <잡종견>으로 들어갑니다. 이 작품의 주제는 <그림자>에서도 나왔던 대상인 '강아지와 개'를 더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자>의 p.44 -"당신에 의해서 버려진 개" p.63 -"버려진 개의 슬픈 눈" 과 겹쳐집니다. 그리고 이 잡종견은 엔도 문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읽어 보신 느낌이 어떠신가요?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우는 뒤를 따라왔다. 그러고는 더 이상은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자, 그 자리에 우뚝 선 채로 언제까지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스구로는 구우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저녁 안개 속에서 구우는 이쪽저쪽 전봇대에 소변을 보고, 풀숲에 코를 집어넣기도 하며, 그의 뒤를 따라온다.” 둘 다 어쩔 수 없이 키우던 개와 헤어지는 장면인데 다롄의 구우는 어린 주인공을 바라보았고, 지금의 구우는 그를 따라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차를 탈 때처럼 빨리 멀어질 수 없으니 어쩌면 계속 스구로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하며 읽었습니다.
여름바다님의 "어쩌면 계속 스구로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아니 그랬으면 하며 읽었습니다."처럼 독자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엔도의 작품중에 <엔도 슈사쿠의 동물기>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번역서가 나와 있습니다(2018/ 안은미 역/정은문고) 읽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책에도 엔도가 경험한 <잡종견>의 구우가 가장 먼저 등장합니다. 엔도가 처음으로 접한 애완견 내지는 동물입니다. 그 이후, 고양이,너구리,구관조 등 다양한 동물이야기로 발전합니다. 이 동물들은 어린시절 체험했던 '구우'에게서 출발함니다. 공동적으로 자신의 슬픔을 알고 있으며 곁에 동행하는 위로자 였습니다. 엔도의 동물사랑은 이 <잡종견>의 구우에게서 출발하여 다양한 동물로 성장하고, 마침내는 동반자 "예수"에 이르게 됩니다.
<잡종견>을 읽었습니다. 역시 자전적인 소설인것 같네요. 어린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힘들었을 시기에 곁을 지켜준 구우를 생각하며 어른이 되어 다시 잡종견을 키우게 되었는데, 잡종이라고 가족들이 미워하니 제가 다 야속하네요.
<잡종견>을 읽으면서 부모의 불화 가운데 고독했던 ‘스구로’에게 ‘구우’라고 불렀던 개의 존재가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개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얼마나 소중했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구우는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이기 보다 그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구우 또한 잡종견으로 그 어느 종에도 속하지 못한, 더하여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개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스구로)과 비슷한 형편에 처하여 누구보다 그를 잘 위로하던 개, 어쩌면 더한 아픔을 가지고도 자신을 배웅하던 개에게서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p.44와 63 의 ‘개’를 이러한 이해로 바라보니 더 잘 이해가 갑니다.
마들렌님 감사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구우는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이기 보다 그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상처받은 어린 소년 스구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죠.
바나나님 감사합니다. 네,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림자>에 등장하는 개를 더 구체화 시킨 작품이죠. 잡종이라고 사랑받지 못 해서 안타깝습니다.
요즘 우리는 반려견이라고 하죠. 인생길을 함께 걷는 사람을 '반려자'라고 하고, 애완동물을 '반려견'이라고 할 만큼 친밀한 대상으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 와 있습니다. 저도 대형견을 집에서 키우고 있답니다. 그러면 애완동물 및 반려견을 곁에 두고자하는 심리 저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곁에 둔다기 보다 곁에 있음으로써 ‘반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 동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처음의 결심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감정적으로 반려동물의 입양을 결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끌림이 있거든요. ‘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반려견의 눈에서 감정을 읽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일상을 놓칠 만큼 큰일을 겪을 때 정말 슬픈 (혹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더군요. 반려동물을 곁이 두는 심리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함께하며 반려동믈을 통해 나를 보게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여름바다님 가입 반갑습니다. "곁에 있음으로써 ‘반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 같아요"라는 말씀 맞는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는 여러 이유에서 시작했겠지만, 정성들여 키우다 보니 어느새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반려견'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잡종견>에서 " ‘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반려견의 눈에서 감정을 읽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선택해서 키우게 되는 애완견의 이미지는 완전 배제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다롄의 겨울은 4시경부터 어두워진다. 학교를 나와도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밖을 배회했다. 그때, 그의 뒤를 언제나 구우만이 따라다녔다. 그가 자리에 멈춰 서면 머리를 갸웃하며, 슬픈 듯한 눈으로 스구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p.75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그는, 개에게만은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한 마리의 까만 잡종견만이 소년 시절 스구로의 동반자였고, 그의 고독을 알고 있었다. 구우는 황혼 녘의 눈 속에 서 있는 주인을 고개를 갸웃하며 슬픈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p.77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도서 증정] <문제적 여성들의 북클럽> 번역가와 함께 읽기잃어버린 나와 내 로맨스의 복원🛠️『사랑도 복원이 될까요?』함께 읽기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모임] 간편 독서 모임 만들기 매뉴얼 (출판사 용)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송승환 시인과 함께 시를 읽습니다
[문학실험실/신간] 송승환 시집『파』(문학실험실, 2026) 출간 이벤트. 시집 완독회!송승환 시인. 문학평론가와 함께 보들레르의 『악의 꽃』 읽기.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읽기 모임보들레르 산문 시집 <파리의 우울> 읽기 1
새벽엔 느낌 좋은 소설로 하루 시작해요
[느낌 좋은 소설 읽기] 1. 모나의 눈[느낌 좋은 소설 읽기] 2. 오버스토리
버지니아 울프의 다섯 가지 빛깔
[그믐밤] 28. 달밤에 낭독,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서울외계인] 버지니아 울프, 《문학은 공유지입니다》 읽기<평론가의 인생책 > 전승민 평론가와 [댈러웨이 부인] 함께 읽기[그믐연뮤클럽] 7. 시대와 성별을 뛰어넘은 진정한 성장, 버지니아 울프의 "올랜도"[아티초크/책증정]버지니아 울프의 가장 도발적인 에세이집 『누가 제인 오스틴을 두려워하랴』
4월 16일, 체호프를 낭독합니다
[그믐밤] 46. 달밤에 낭독, 체호프 4탄 <벚꽃 동산> [그믐밤] 45. 달밤에 낭독, 체호프 3탄 <바냐 아저씨>[그믐밤] 43. 달밤에 낭독, 체호프 2탄 <세 자매>[그믐밤] 40. 달밤에 낭독, 체호프 1탄 <갈매기>
싱글챌린지로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세월 혼자 읽기 챌린지숨결이 바람 될 때MT 법학 싱글 챌린지밀크맨 독파하기
스토리 탐험단이 시즌 2로 돌아왔어요
스토리탐험단 시즌2 : 장르의 해부학 1. 호러스토리탐험단 10번째 여정 <내 안의 여신을 찾아서>스토리 탐험단 9번째 여정 <여자는 우주를 혼자 여행하지 않는다>스토리 탐험단 8번째 여정 <살아남는 스토리는 무엇이 다른가>
유디테의 자본주의 알아가기
지긋지긋한 자본주의왔다네 정말로 자본주의의종말
제발디언들 여기 주목! 제발트 같이 읽어요.
[아티초크/책증정] 구병모 강력 추천! W.G. 제발트 『기억의 유령』 번역가와 함께해요.(7) [제발트 읽기] 『토성의 고리』 같이 읽어요(6) [제발트 읽기] 『전원에서 머문 날들』 같이 읽어요[제발디언 참가자 모집] 이민자들부터 읽어 봅시다.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동구권 SF 읽어보신 적 있나요?
[함께 읽는 SF소설] 10.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9.우주 순양함 무적호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08.솔라리스 - 스타니스와프 렘[함께 읽는 SF소설] 11.노변의 피크닉 - 스트루가츠키 형제
그믐의 흑백요리사, 김경순
브런치와 디저트 제대로 만들어보기ㅡ샌드위치와 수프디저트와 브런치 제대로 만들어보기솥밥 제대로 만들어보기
혼자 읽어서 오히려 깊이 읽은 책들
<인간의 대지> 오랜만에 혼자 읽기 『에도로 가는 길』혼자 읽기천국의 열쇠 혼자 읽기
웰다잉 오디세이 1분기에 이 책들을 읽었어요
[웰다잉 오디세이 2026] 3. 이반 일리치의 죽음[웰다잉 오디세이 2026] 2. 죽음을 인터뷰하다 [웰다잉 오디세이 2026]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독서모임에도 요령이 있나요?
도스토옙스키와 29일을[그믐밤] 7. 북클럽 사용설명서 @시홍서가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