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의 인생책> 이평춘 번역가와 『엔도 슈사쿠 단편선집』 함께 읽기

D-29
<잡종견>을 읽었습니다. 역시 자전적인 소설인것 같네요. 어린시절 부모님의 불화로 힘들었을 시기에 곁을 지켜준 구우를 생각하며 어른이 되어 다시 잡종견을 키우게 되었는데, 잡종이라고 가족들이 미워하니 제가 다 야속하네요.
<잡종견>을 읽으면서 부모의 불화 가운데 고독했던 ‘스구로’에게 ‘구우’라고 불렀던 개의 존재가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개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줄 정도로 얼마나 소중했을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구우는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이기 보다 그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구우 또한 잡종견으로 그 어느 종에도 속하지 못한, 더하여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개였기 때문입니다. 자신(스구로)과 비슷한 형편에 처하여 누구보다 그를 잘 위로하던 개, 어쩌면 더한 아픔을 가지고도 자신을 배웅하던 개에게서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p.44와 63 의 ‘개’를 이러한 이해로 바라보니 더 잘 이해가 갑니다.
마들렌님 감사합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구우는 단순히 자신을 따라다니는 개이기 보다 그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상처받은 어린 소년 스구로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었죠.
바나나님 감사합니다. 네, 자전적 소설입니다. <그림자>에 등장하는 개를 더 구체화 시킨 작품이죠. 잡종이라고 사랑받지 못 해서 안타깝습니다.
요즘 우리는 반려견이라고 하죠. 인생길을 함께 걷는 사람을 '반려자'라고 하고, 애완동물을 '반려견'이라고 할 만큼 친밀한 대상으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 와 있습니다. 저도 대형견을 집에서 키우고 있답니다. 그러면 애완동물 및 반려견을 곁에 두고자하는 심리 저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려동물을 곁에 둔다기 보다 곁에 있음으로써 ‘반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 같아요.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 동물을 오래 키우다 보면 처음의 결심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깨닫게 됩니다. 어쩌면 감정적으로 반려동물의 입양을 결정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끌림이 있거든요. ‘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반려견의 눈에서 감정을 읽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일상을 놓칠 만큼 큰일을 겪을 때 정말 슬픈 (혹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더군요. 반려동물을 곁이 두는 심리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함께하며 반려동믈을 통해 나를 보게 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여름바다님 가입 반갑습니다. "곁에 있음으로써 ‘반려'의 의미를 알게 되는 거 같아요"라는 말씀 맞는 것 같습니다. 애완동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는 여러 이유에서 시작했겠지만, 정성들여 키우다 보니 어느새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반려견'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잡종견>에서 " ‘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반려견의 눈에서 감정을 읽게 되는 순간이 자주 있습니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선택해서 키우게 되는 애완견의 이미지는 완전 배제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다롄의 겨울은 4시경부터 어두워진다. 학교를 나와도 집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고 밖을 배회했다. 그때, 그의 뒤를 언제나 구우만이 따라다녔다. 그가 자리에 멈춰 서면 머리를 갸웃하며, 슬픈 듯한 눈으로 스구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p.75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그는, 개에게만은 자신의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 한 마리의 까만 잡종견만이 소년 시절 스구로의 동반자였고, 그의 고독을 알고 있었다. 구우는 황혼 녘의 눈 속에 서 있는 주인을 고개를 갸웃하며 슬픈 눈으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p.77
엔도 슈사쿠 단편 선집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부모의 불화로 불안했던 어린시절. 방가후에도 귀가하지 않고 밖을 배회해야 했던 유절시절. 누구와도 슬픔을 나눌 수 없었던 스구로에게 유일한 위로자가 되어 주었던 '구우'는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던 유일한 대상이었습니다. 그 구우가 슬픈 눈으로 스구로를 지켜보고 있네요. 자신을 지켜보는 구우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스구로는 그를 통해 위로받으며, 이 위로는 동반자의식으로 확장되어 갑니다. 스구로가 겪고 있는 유년시절은 엔도의 유년시절이었고, 다롄에서의 체험은 엔도문학의 정체성에 아주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오늘은 <노방초>를 읽었습니다. 아주 짧은 분량인데, 원하지 않는 곳(예루살렘)에 와버린 남편의 짜증이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제목이 왜 노방초인가요. 글중에 노방초는 나오지 않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빨간색 꽃이던데...
바나나님 안녕하세요. 진도가 빠르시군요~ 원제는 <道草/みちくさ>입니다. 번역한다면 '길가의 풀'이란 뜻입니다. 하여 그 뜻을 가진 '노방초'라 붙였습니다. 자세한 것은 작품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죠.
처음부터 쭉 읽으건 아니고, 정해주신 기간 맞춰 읽는 작품외엔 틈틈이 읽으려고요.
그러시군요. 같은 시간에 접속하고 있어서 반갑습니다~
저도 노방초 방금 읽고 궁금했는데^^;
따라서 이러한 잡종견 '구우'는 엔도가 유년시절 체험했던 위로와 사랑이었고, 이 테마를 한 평생 끌어 가게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스구로가 추구하는 사랑이자 엔도가 도달하고자하는 세계로 이어져 갑니다.
그렇다면 왜 멋있는 명견보다도 보잘 것 없는 '잡종견'에 끌리며 애착을 느끼는 걸까요?
이 부분은 스구로가 낡은 차를 팔기 싫어했던 장면과 오버랩 되는 것 같아요. 가족을 짊어지고 헐떡거리며 인생을 오르는 자신과 차를 동일시 했던것 처럼, 잡종개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아무래도 명품 순종개에게선 동질감을 느끼기 어렵지 않았을까...
네. 맞아요. 그런 것 같습니다. 아마도 스구로는 새차보다 " 수많은 거리를 헐떡이며 오르내린 손때묻은 '낡은 것'"에 애정을 갖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하여 명견보다는 잡종견에 애착을 느끼며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 같습니다.
“그가 놀고 있는 동안, 구우는 얼굴을 앞발 위에 올린 채로 엎드려 앉아 나무 아래에서 엄마처럼 그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잡종견은 누구에게나 꼬리를 치며 반기곤 합니다. 요즘 시골에서 크는 개를 ‘시고르자브종’이라고 부르면서 찍은 영상을 자주 접합니다. 그때마다 그들을 눈빛에 반하곤 합니다. 의심 없이 친절한 눈빛이랄까요. 구우는 얼굴을 앞발 위에 올린 채 주인공을 가만히 지켜보거나, 집 밖을 배회하는 동안 그의 뒤를 따라다닙니다. 이런 이유 없는 호의는 부모님 혹은 우리가 의지하는 종교의 무엇과 닮은 듯 느껴집니다. 방문자에게 꼬리를 흔들며 엎어지는 구우에게 아들은 태생적으로 잡종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태생적으로 누구에게나 친절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이를 얻기 위한 본능이라고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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