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

D-29
2010.12.17.(금) 김 작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든 그 한 문장이 공개된 날이었습니다. 박에게 거침없이 화를 내는 모습이나 로의 행동에 강한 집중을 보이는 김 작가가 사실 그리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죽은 사람 때문에 더 살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깊이 읽기를 하다보니 문장들과 장치들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조해진 작가의 문체가 조금 긴 만연체라 호흡이 길어져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멈춰서 다시 읽게되네요.
@글숲 다시 회원님들이 남겨 주신 글들도 또 읽어보고 생각을 해보다가 글숲님의 질문에 저의 생각을 말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봅니다. ‘죽은 사람때문에 더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라는 질문에 제 생각은 어머니에 대한 죄의식과 유언 그리고 어머니가 누리지 못한 삶에 대한 몫을 자식으로서 이행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전 그랬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돌아 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살아야 했습니다.
로기완을 만났다 p.124, 조해진 지음
드디어 이 문장을 만나셨군요! 문장수집을 하지 않을 수 없죠! ^^ 처ㅡㅁ에 그 한 문장이 뭘까 너무나 궁금했는데 막상 만났을 때 차분하게 생각에 잠기게 되서 신기했어요.. 마치 이런 내용일 줄 몰랐는데도 이런 문장일 수 있겠다 하고 급 공감이 되는데 막 들뜨는 분위기도 아닌 것이 저에겐 참 묘한 기분으로 남아 있어요~^^
미치도록 나를 더 패줘, 제발
로기완을 만났다 p141, 조해진 지음
@바나나 공감되는 문장이고 해석이십니다. 저는 로가 겪은 어머님의 죽음과 애도를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로의 아픔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더라구요. 아마 공감을 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상상하는 것도 이렇게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데 로의 생존 본능과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로는 살고자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더 편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마음을 더 헤아려 끝까지 살아남아야겠다는 의지로 생을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읽은 부분 중에 고아원 아이들이 로를 이불로 덮고 구타하는 장면이 나와요. 어머니 죽음 값으로 여기까지 와 있는 자기는 단죄받은 적이 없다며, 이 구타를 단죄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로를 생각하며 조금 울었어요.
저도 이 부분에서 로가 느낀 감정에 백번 공감했어요. 그리고 결코 몸의 아픔이 어머니에 대한 마음의 아픔을 넘어설 수 없기에 더 아팠어요..ㅜㅜ 그 내용을 다시 상기시켜보며 로의 마음을 쓰담쓰담 해주고 싶은 날이네요..
저도 이 장면 너무 마음 아리고 슬펐어요. 어머니의 죽음을 대가로 타국으로 온 로의 슬픔을 감히 짐작하기 어려웠는데 어떤 심경이었는지 상황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울고 싶을 때 누군가 뺨을 때려준 기분... 한달 동안 느리게 읽다보니 문장과 장면을 헤아리며 읽게되네요. 거기에는 조해진 작가님의 필력과 섬세한 묘사가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조해진 작가님 작품은 시종일관 나직하게 좀 우는 마음으로 읽게 되는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부분, 박과 김작가, 윤주와 김작가의 대화 부분은 눈물 줄줄 ㅠㅠ
ㅜㅜ 정말 잔잔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울림이 있는 작품으로 인정합니다!
2010년 12월 18일(토) 윤주의 수술 소식이 나온 날이었습니다. 오른쪽 귀를 잃은 결과는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재이에게 연락하고 무거운 마음에 시달리는 김 작가가 안쓰러웠습니다.
한밤중에 내가 잠깐 눈을 뜬 사이, '그것'은 함부로 옷섶을 해치고 들어와서는 내 심장의 온도를 재어주었다.
로기완을 만났다 p.131,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21일 화요일 - 로에겐 정말 위기의 순간이었어요. 남한의 위조 여권도 내놓지 못한 채 결국은 거짓 신분을 들킬 거란 생각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었지만, 그를 유심히 살핀 경찰이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닌가 싶어요. 외소한 로의 행색을 보고 청소년이라 생각한 경찰은 그를 고아원으로 데려다 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요. 물론 다른 분들께서 이미 언급하셨듯이 집단 구타를 당하며 속죄제를 올린다 여긴 그 경험이 나온 부분이기도 해서 이런 과정이 그에게 필요한 과정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가 북한말로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 하던 모습을 지켜본 엘렌은 또 다른 은인이죠. 어쩌면 로의 험난한 삶이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은 거라 여기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렇게 로를 살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어요. 특히 엘렌의 관심 덕분에 로가 난민신청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헌신적인 조력자인 박을 만나게 되니까요... 험난했지만, 희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부분이었어요.
우리가 그를 돕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면해서는 안되는 진실입니다. 사무적이고 정치적인 방식이 아니라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그를 도와야 할 것입니다.
로기완을 만났다 149쪽 박이 로를 난민으로 인정할 것을 요청하는 코멘트 중, 조해진 지음
저는 박이 로를 위해 쓴 코멘트 중 이 구절도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우리가 때로는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인간적인 면을 외면하고 사무적으로 타인을 대한 경험은 없을까요? 저는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그럴 땐 양심이란 것도 한쪽 귀퉁이에 접어두고 애써 펼쳐보지 않으면서 말이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타인을 냉대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도 분명 있어요.. 그럴 때마다 박이 쓴 이 말을 꼭 기억하고 싶어요. 결국은 인류애를 가지고 함께 살아가야 할 우리니까요...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여전히 건강하며 나란하게 짝을 이룬 두 개의 귀를 갖추고 있는 내가 지금 괴로워하고 있다면, 이 괴로움을 진심이라 불러도 되겠느냐고, 그것이 가능한 거냐고, 그 누구도 아닌 재이에게 묻고 싶다. 정말 김 작가는 자신의 진심에 대한 검열이 늘 자신의 삶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해진 작가님은 김작가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물이든 사람을 대할 때 마음가짐은 적어도 인간으로서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독자들에게 계속 알려주는 장치를 넣어 두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p.124에서 제가 남긴 인상깊었던 문장 에서 그랬죠. 타인의 고통이란 실체를 모르기에 짐작만 할 수 있는, 늘 결핍된 대상이다. 라는 말도 떠올리게 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김작가가 자신의 진심에 대한 검열을 꾸준히 하려는 걸 보면 진실된 사람만이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자신을 속이는 데 이력이 난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언행 하나로 인해 타인이 겪을지도 모르는 고통이나 불편함은 고려사항이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도 이 책에서 김작가를 마주하며 사실 몇 번은 너무 지나치게 자책하는 것 아닌가.. 할 때도 있긴 했지만, 결국엔 선한 마음을 가진 자이기에.. 진실된 사람이기에 그렇게 고민하고, 힘들어보이는 생각의 시간들 속에 갇힌 것 같이 살아갈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당신도 최선을 다했다고..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싶고요...
이렇게 천천히 문장을 곱씹으며 읽으니 훨씬 좋네요. 그믐에 참여했던 여러 모임중에서도 기억에 남을 모임이 될것 같아요.
참 소중한 말씀에 감동받았습니다 ^^ 저도 그간 의무감때문에 읽은 책들이 더 많다보니 빠르게 읽고, 소감 정리해두고 그런 식이었거든요. ㅜㅜ 제가 이미 읽은 부분을 다른 분께서 또 정리해주시거나 소감을 나눠주셔도 새롭게 작품을 들여다보고 싶어지곤 했어요 ^^ 왠지 마지막 날 써야 할 글 같지만, ^^;;; 세 분이시지만, 인원에 상관없이 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저를 자극해주셔서 저도 매일 기대하며 들어오곤 했어요 ^^ 남은 글도 차근차근 올리며 소통해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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