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기완>을 기다리며 <로기완을 만났다> 함께 읽기

D-29
살아남는 것, 그것은 연길을 떠나올 때 이미 로에게 각인된 삶의 유일한 이유였고 어머니의 말없는 유언이었다. p.85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2010년 12월 14일 화요일의 기록이네요. 짧은 챕터인데 의미 심장한 복선이 깔려 있습니다. 살아남는 것! 어머니의 말없는 유언! 우리와 같은 민족이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이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오래전에 유럽을 혼자 여행을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외국인이 한국인이라고 하면 노스 or 사우스라고 물어보면 전 좀 의아했거든요. 오히려 외국에서 북한과 남한을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은....전 오히려 나에게 왜 노스라고 물어보지 하며 좀 ...괴리감을 느꼈던 적이 있네요. 죽음이 삶과 종이 한장 차이 같다고 느껴지는데 우리의 운명도 어디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한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생을 위해서 처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어디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ㅜㅜ 정말 훅~하고 마음에 꽂힌 말씀입니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태어난 나의 조국도 선택할 수 없기에 특히 경제적, 이념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국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후천적으로도 소속을 바꾸기 어려운 현실이라 더욱 와 닿은 것 같아요..
저도 소모임이지만 같은 책을 읽어가며 제가 놓친 부분을 일깨워 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에 독서를 정독할 수 있어 유익한 모임인 것 같습니다. 독서를 하면서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감사하고 행복하네요. 좋은 문장과 의미있는 해석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그믐에서 독서모임 세 번째 개설해보는데요, 확실히 혼자 읽는 것보다 생각이 더 깊어지고 함께하시는 분들의 글을 읽으며 또 다른 책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이 모임에 참여해주신 세 분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책의 매력에도 더 빠져드는 것 같아요!
그믐은 처음 이용해보는데 일회성 독서 모임과는 또다른 느림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개설해주신 아리사님, 함꼐해주시는 조은영님, 바나나님 저도 감사합니다.^^
2010년 12월 15일 - 로기완이 한국대사관에서 외면당한 일과 화자가 윤주에게 가졌던 희망과 절망을 연결시키며 읽게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어쩌면 처음으로 제가 화자와 윤주의 사이에 일어난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날이 되어버렸어요. 그간 애써 주변인들을 외면하며 로기완에게만 집중했었거든요. 그래서 12월9일의 기록을 다시 봤어요. 재이와 함께 만들어 온 프로그램은 형편이 안 좋은 사람들의 사연을 담는 미니 다큐였고, 방송이 나가는 동안 전화 ARS로 후원을 받는 형태였다는 것. 그 와중에 윤주의 소식을 접했고 방송을 준비하던 중 시청률이 높은 시기인 추석 연휴 즈음 방송하기 위해 자연스레 윤주의 수술 날짜를 연기했는데, 수술 후 윤주 모습을 영상에 담으려던 계획이 무산될 정도로 윤주의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는 일을 겪었다는 것이란 사실을 퍼즐 맞추듯 다시 살펴보게 되었어요. 화자가 윤주에게 가진 희망에는 방송이 잘 되서 많은 후원을 받고 도움받는 긍정적인 기대감뿐만 아니라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 상황을 공감하고 연민할 수 있게 작가로서 스토리 구성 실력을 인정받는 기쁨도 있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러나 윤주 상태가 예상과 달리 악화되며 죄의식과 부푼 기대감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망감을 동시에 느꼈을 거란 생각도요. 그렇다면 로기완 역시 죽을 고비를 무릎쓰고, 어머니와읭슬픈 사별의 댓가를 인정받아 난민으로 받아줄 남한 정부에 대한 희망이 한순간 무너지며 극심한 절망을 느꼈겠죠. 그렇게 자신의 경험과 감정의 기억들을 로기완의 삶 속에도 투영시켜 공감하는 화자의 모습이 너무 애처롭게 보였어요.. ㅜ
둘 다 죄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작가가 로에게 더욱 애착을 가지지 않나 싶어요.
가족이나 동료들이 동참할 수 없는 이 낯선 곳에서 이방인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그 누구의 따뜻한 위로도 받지 못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내 마음의 밑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싶다.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p.91 수없이 불운을 짐작해온 자의 어깨는 끊임없이 나를 슬프게 했다. 그러나 그 슬픔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던 가상의 슬픔이었기에 마음의 밑바닥에까지 닿지는 않았었다. 그 짐작이 현실이 되었을 때 좌절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의 뒷모습은 어느새 구체적인 슬픔으로 바뀌어 내 가슴에 얹어진다. 12월 15일 화요일 기록에서는 제 기준으로 생각할 요소들이 많이 있네요. 그래서 읽으면서 멈추고 느리게 사색을 해 본 문장들을 남겨 보았습니다.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 언제 목숨을 위협당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실 속에 선 로기완의 모습이 그려지며 마음이 착찹해졌다가 쓰리고 아렸다가를 반복하는 부분이었어요.. 신기하게도 마치 독자인 제가 '로기완을 향하는 화자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듯 이 작품을 쓰시며 '로기완과 화자의 마음을 향하는 조해진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운다는 건 자신의 고통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행위라고 쓴 바 있다. p.93 (2010년 12월 15일 수요일)
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눈물을 흘리는 순간 내가 취하게 될 자세와 그 자세에 맞게 조율될 마음까지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으므로 나 자신의 슬픔에까지 진심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어 어리석은 검열을 했던 것이리라. 진심, 진짜, 진실. 어쩌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는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리고 윤주나 재이 역시 너무 많은 것들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p.93 저는 이부분이 김작가와 재이, 윤주의 관계가 설명되는 부분 같았습니다. 진심이라는 잣대를 들이밀어 검열을 하는 사람들이 상대에게 배려하는 관계 그로인해 진심의 깊이가 무거워지는 그런 형이상학적인 것.
p.96 윤주에게 내가 걸었던 희망은 윤주의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는 것, 그래서 나 역시 그애의 그 미워하는 마음만큼 서운해하며 동시에 죄책감에서 벗아나고 싶어했다는 그 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 진실마저 외면하는 순간, 내 남은 생애는 이가 갈릴 만큼, 지극히 인간적으로 영원히, 언제까지고 영원히, 스스로를 미워하고 또 미워해야 하는 나날뿐일 테니까. : 저는 이 문장을 읽으며 김작가 얼마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싶어했는지 짐작했어요. 방송때문에 수술을 미룬게, 병을 악화시킨 원인이 아닐 가능성이 많은데도, 계속 그 대목에서 걸려 넘어지는 김작가가 안타까웠는데, 스스로에게 솔직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돌파해나가는게 참 용감하고, 좀 가혹하지 않나 생각해요.
@바나나 공감되는 해석입니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는 말들의 실체를 그전엔 잘 몰랐는데, 맨처음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에 와닿았던것 같아요.
그렇네요.. 정말.. 마치 김작가가 별 모양과 같은 양심을 가진 따뜻한 사람이기에 냉소적인? 사람이라면 그저 내 탓이 아니다란 생각으로 생각을 덮어버렸을지도 모를 일을 계속 마음에 담고 아파하고 괴로워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그런 김작가의 모습이 인간적인 면이기도 하고요.. 만약 제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저도 결국엔 추석 이후로 수술을 미루자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까 김작가가 더 안쓰럽고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윤주 역시 마냥 김작가를 미워하기만 하진 않을 것 같아요. 절망적인 현실이 너무나 혹독하지만 그래도 김작가를 이해할 수 있기에 김작가의 전화를 받아주기도 한 것 아닐까 싶고요... 스스로 솔직해진다는 것. 표면적인 책임을 떠나서 그 상황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진정으로 사과할 수도 있고, 삶이 계속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아프지만 가혹하지만 꼭 필요한 모습이라 더 안타깝습니다...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 로가 한국 대사관에서 외면당한 이후 숙소를 도미토리 룸으로 옮기며 예산을 최대한 아끼려는 노력이 눈물겹네요.. 조식으로 나오는 빵과 쨈 등을 홀로 들고 맥도널드 화장실에서 먹는 로의 모습이 그려지며 그의 감정에 그대로 이입해보는 김작가의 시선과 행동이 순간 저 자신이라 여겨질 정도였어요. 101p. 교내 대자보에서 북의 상황을 알리는 글을 몇번인가 본 적 있다.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하다고 비난하면 발끈하며 반박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을 하기엔 늘 인색한 마음을 지니고 있던 세대에 나는 끼어 있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고백이 어쩐지 저에게 위로가 되는 건 왜인지...ㅜ ^^
2010년 12월 12일 일요일 로의 행적을 떠올리며 여정을 지나고 있는 '나'의 이야기가 전개된 날이었습니다. 박과의 만남이 긴장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흥미로웠으며 박의 지난 과거가 궁금해졌습니다. 로가 벨기에의 시위대에 대해 회고한 부분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하나의 현상도 서로 다른 사상 하에서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도 로가 벨기에 시위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살던 곳과 다른 반응을 서술해 준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박에 대한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찾아봤어요~ 22~23쪽에 박의 과거가 간단히 서술된 것을 참고하니 도움이 되더라고요. 로를 잘 아는 탈북인으로 남한에 와서 공부하다가 벨기에에서 의사생활을 할 정도면 성공한 케이스임에도 불구하고 한인공동체 소속으로 유의미한 일을 하는 박은 앞으로 김작가가 계속 의지하며 로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일 것 같아요.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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