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망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망상

D-29
물론 후대인들은 둘을 사기꾼이라 평가하지만요.(존 로의 경우 비교적 우호적임)
3장에서 나타난 버블의 형성과 꺼짐의 양상을 보니 기시감이 듭니다. 계급, 직업,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주식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나 실제 수익을 만드는지 확인하지 않고 몰려드는 것이나 여느 때나 경제적 광기가 들이닥칠 때 사람들은 비슷하게 반응하네요.
초기 향신료 무역에서 얻은 금과 은을 가득 실은 동인도회사의 배들이 런던으로 몰리자 상인들의 업무 시스템은 마비되기에 이르렀다. 영국에는 은행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지 않아 그들이 실어 온 귀금속을 보관할 믿을 만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귀중품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일을 도맡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금 세공업자들이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귀중품을 맡긴 증표로 인증서로 발급받았다. 그리고 매우 중요하게도 이 인증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와 교환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인증서를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얼마 안 가 금 세공사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금과 은의 총량을 초과하여 인증서를 발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금 세공사들은 사실상 돈을 찍어내고 있었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로는 유럽의 경제가 희귀 금속인 금과 은을 기반으로 하여 화폐를 공급하기 때문에 침체를 면할 수 없으며, 이를 유연한 방향으로 개선한다면 경제가 크게 확장될 수 있으리라고 직관적으로 생각했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로는 화폐의 개념을 점진적으로 확장해 토지는 물론 당대 우량 회사들의 주식도 포함하고자 했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로는 종이 화폐의 발행을 시도합니다. 고향인 스코틀랜드, 프랑스, 이탈리아에 거절당한 후 대범하게 루이 14세에게 지지를 요청하여 결국 프랑스에서 그의 사업을 관철시킵니다. 이 대목에서 로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 발행되는 지폐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법률을 발표시켜 당시 유통되던 금 또는 은을 지폐와 일대일로 교환하게 했습니다. 대단합니다.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 내 프랑스 영토에 설립된 '미시시피 회사'가 왕실의 막대한 부채를 사들이게 함으로써 프랑스 국가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왕립은행을 만들어 화폐를 총괄할 수 있게 한 뒤, 은행에서 지폐를 발행하여 미시시피 회사의 주식을 매수하고, 미시시피 회사는 정부의 채권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왕실의 부채를 말소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시시피 회사의 주가 상승과 왕립은행의 지폐 발행은 서로 양성 피드백 관계를 이루며 막대한 버블을 형성했습니다.
그들에게 루 드 켕컹프와는 런던의 증권가인 익스체인지 앨리와도 같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왕자와 공주, 공작과 공작부인에 귀족들까지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한마디로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부동산을 팔거나 보석을 전당포에 저당 잡혀 마련한 돈으로 미시시피 회사 주식을 삽니다. ... 이 도시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식은 주식 투자와 관련한 것들뿐입니다. 프랑스인들의 머릿속에는 다른 어떤 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일반적으로 버블의 붕괴는 겉보기에 매우 사소한 사건으로 시작되어 급격히 진행된다. 당시의 버블 경제에 균열이 발생한 것은 1720년 초, 콩티 공이 회사주식을 원하는 만큼 할당받지 못한 것에 분노하면서부터였다. 그는 왕립은행에 마차 석대를 보내 새로 발행받은 지폐 다발을 돌려주면서 그 금액에 상당하는 금화와 은화를 실어달라고 요청했다. ...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투자자들도 섭정을 만나 콩티 공의 요구를 거절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은행의 미지급 금액이 금과 은의 보유고를 크게 초과한 상태였던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저마다 은행으로 몰려가 맡겨둔 금과 은을 찾아가려 했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경제사학자들은 그에게 다소 우호적인 평가를 했다. 로의 시대에는 금이나 은에 일대일로 연동되지 않는 화폐로 경제를 운영한다는 생각이 너무나 혁명적이었고, 심지어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여겨졌다. ... 예를 들어 금본위제 연구의 권위자인 경제사학자 배리 아이컨그린은 여러 국가 가운데 금화나 은화 같은 금속 주화를 포기한 순서대로 대공황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팅커벨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사람들 모두가 종이 화폐에 대한 환상을 굳건히 품고 있기 때문에 현실 경제가 원활히 작동한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이제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봅니다.
인간이라는 종은 모든 보상의 평균이 음수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을지라도, 막대한 보상이 내걸린다면 '긍정적으로 왜곡된 결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 요컨대, 할리와 블런트는 인간의 탐욕으로 직진하는 고속도로를 찾아냈다. 그 고속도로는 바로 변연계의 강력한 보상 기대 회로다. 선사 시대 수렵채집인에게 효용을 안겨줬던 변연계의 본능은 재무상태표의 숫자로 가로막을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것이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남해회사 버블의 세 번째 특징은 정책 결정권자들의 오만함이었다. ... 상업의 역사는 그 태동기 때부터 부를 지성과 정직의 산물로 봤다. 큰 부를 일군 사람들은 자신들의 뛰어난 능력은 물론 도덕적 엄정함에 대해 칭송받는 것을 자랑으로 여겼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거둔 부는 물론 자신에 대한 세간의 찬사에 도취하여 과도한 자부심을 갖게 되고, 마침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반성 능력을 상실한다. ... 일종의 과대망상증 CEO로 진화한 블런트가 실제로 그러했듯, 한 사람에게 집중된 찬사는 그사람의 영혼에 악성 종양을 유발하기도 한다.
군중의 망상 3장. 쉽게 부자가 된 사람들, 윌리엄 번스타인
테라노스 사의 CEO 엘리자베스 홈즈가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4장에서는 기술에 힘입어 발생한 광기. 한 세기 전보다 더 거대한 버블을 만들었던 19세기의 철도 버블에 대해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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