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함께 읽기] #22. <여름의 빌라>

D-29
라벤더꿀과 바닐라꿀이라는 것이 있었군요. 아카시아 꿀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 유학시절에 다양한 종류의 꿀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셨는데, 한국에도 (지금 작가님 댁 가까운데) 꿀전문점 같은데가 있다네요.
그렇군요. 라벤더 꿀이라니 생각만 해도 향기롭네요. 저희 집에는 청포도맛 사탕과 자두맛 사탕이 있어요. 당 떨어질 때 가끔 하나씩 까서 입 안에서 궁글리곤 해요. 그럼 저는 이 사탕들에 각각 '공허'와 '좌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감정들을 느낄 때마다 먹어봐야겠어요. 어떤 사탕이 빨리 없어질지 모르겠네요.
울적하거나 화가나 기쁨이나 다정이 유난히 부족하게 느껴지는 날들에 나는 용도에 맞는 꿀을 조금씩 꺼내먹으며 날서있던 마음을 조금씩 달랬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p.59, 백수린 지음
<시간의 궤적>을 다 읽었어요. 제가 호주에서 4년 정도 체류했던 당시에 느꼈던 묘한 열패감이 다시 되살아나 크게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식당 주문이나 일상 대화는 문제가 없지만 저녁의 토론뉴스를 보면 쟁점을 이해할 수 없었지요. 텐션이 높고 점점 빨라지는 재치있는 주위 대화들 속에서는 고립되었고요. 이만큼 잡으러 가면 또 저만큼 물러가 있고. 다음 날 아침 눈뜨면 다시 영어가 들리지 않는 꿈이 당시 최고 악몽이었습니다.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네요.
뭔가를 읽고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와도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었고 시간이 한 움큼씩 없어졌는데, 나는 그것이 좋았다.
여름의 빌라 고요한 사건 , 백수린 지음
나는 평생 이렇게, 나가지 못하고 그저 문고리를 붙잡은 채 창밖을 기웃거리는 보잘것없는 삶을 살게 되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으니까.
여름의 빌라 고요한 사건, 백수린 지음
표제작 <여름의 빌라>를 읽었는데 저는 너무 좋네요. 다 읽고 펑펑 울었어요. 내용은 정리해서 다시 올려볼게요.
오 전 <시간의 궤적>만 읽고 좋았는데 <여름의 빌라>도 좋군요. 저도 얼른 읽어야 겠어요. 예전에는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읽지 않았는데 책걸상에 소개된 단편집들 읽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여윽시 책걸상~^^
<여름의 빌라> 가 왜 표제작이 되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장단편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 장편은 약간 시작 전에 심호흡 한 번 하고 들어가야 되는데 반해 단편집들은 그냥 맛있는 초콜릿으로 가득 찬 초콜릿 박스 같아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코코넛 초콜릿이나 럼주 초콜릿이 있다고 해도 바로 다른 걸 골라 먹을 수 있는 달콤한 박스.
두편중에 고르라면 저도 여름의 빌라를 꼽고 싶어요. 시간의 궤적도 좋은데, 여름의 빌라쪽이 너 오래 생각나고, 오래 슬퍼요.
<여름의 빌라>를 읽고 내용을 몇 번씩 정리해서 써보려고 하다가 잘 안 되서 지웠어요. 소설집의 다른 작품들은 그냥 생각나는 대로 감상을 쓱쓱 쓰겠는데 이 작품은 쉽지 않네요. 그래서 저에게는 참 좋은 소설이었어요. 저는 저를 이렇게 헝클어 놓는 작품들이 좋거든요.
저도 캄보디아에서였나, 처음 마사지라는 걸 받았어요. 비슷한 또래였던 것 같은데 작은 손이 아주 따뜻했고 생각보다 힘이 억세서 놀랐어요. <여름의 빌라>의 주인공처럼 저도 마사지를 받으며 문득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과 위화감을 느꼈어요. 이러한 상황이 무언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지요. 글로벌 착취,피착취 구조의 가담자라는 죄책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이 시선 자체가 철저히 선진국 중산층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대체 내가 뭐라고 저들을 판단할까요..그래서 극중의 지호가 싫었고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 쪽이 옳다, 저 쪽이 옳다 라고 쉽사리 주장하지 못합니다. 아직 지혜가 많이 부족해서겠지요. 그래도 큰 나무를 바라보며 흘린 타인의 눈물에는 내가 모르는 사연과 슬픔이 있다는 것, 그것을 기억하고 싶어요.
저도 관광객으로서 동남아 여행을 즐기지 않습니다; 이성의 한편에서는 나 같은 구매력 있는 국가의 관광객이 놀러가는 게 이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막상 현장에서는 리조트 안과 밖의 풍경이 너무 대비가 되어서 도저히 편안한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그녀는 엄마가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엄마의 그 대단한 사람이 그녀와 아빠를 얼마나 고독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퍼부었다.
여름의 빌라 폭설, 백수린 지음
그녀가 엿봤던, 그날 밤의 그녀보다 겨우 네댓 살 더 많았을 뿐이었던 엄마의 얼굴, 사랑에 빠져버린 그 여자의 얼굴이 실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에 대해서 말했더라면.
여름의 빌라 폭설, 백수린 지음
<여름의 빌라> 를 읽고 우리가 타인을 과연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이 어떤 슬픔을 겪었는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보여지는 모습으로, 또 그 사람의 말 한 마디로 그를 재단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지요.
때가 되면 우리는 옷가지와 부려놓은 짐을 챙겨들고, 열차에서 내린 후 영원히 어둠 속으로 사라져야 할 거예요.
여름의 빌라 <여름의 빌라> 중에서 , 백수린 지음
<고요한 사건> 소금고개라는 작품 속 동네 이름을 들으니 예전에 제가 살던 아현동의 옆동네 염리동이 생각났어요. 재개발을 앞둔 달동네에 저도 9살부터 근 20년 살았기에 작품에 나오는 모습이 저에게도 익숙한 풍경입니다. 연달아 읽은 백수린 작가의 세 단편에 모두 저의 개인적 경험이 많이 녹아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그런데 한국에서 재개발, 재건축을 다룬 작품들은 제가 읽기에는 다들 비슷비슷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어요. 보통 재개발 찬성 쪽은 악당으로 반대 쪽은 피해자로 그려지지만 제가 겪은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았습니다.
<폭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 이 3편은 각기 내용은 매우 다른데요 사실 상 저는 결이 같은 작품들로 묶었어요. 페미니즘 관점에서 모성의 역할만을 기대받는 어머니 (또는 할머니)의 다른 측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기능인 임신·출산·양육의 모성으로부터 비롯되어 자녀양육, 가사노동을 담당하는 가정의 사적영역으로 여성의 역할이 제한되고는 하지요. 개인의 삶을 살고자 하는 여성의 다른 욕망들 (성적 욕망을 비롯)에 대해 보여줍니다. 이렇게 쓰니 너무 거창하거나 과격한 소설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세 소설 모두 아름다운 문장과 정교한 플롯, 살아있는 캐릭터로 구체성을 부여해 주는 좋은 작품들입니다. 저는 전부 재미있게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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