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 혼자 읽기

D-29
마침내 그들은 센 강을 두 번째로 건넜다. 다리 위에 있으니 기분이 황홀했다. 강물이 환하게 반짝였다. 얇게 낀 안개가 햇빛에 흡수되어 하늘로 올라갔고, 그들은 감미로운 평온함을 맛보았다. 공장이나 악취 나는 하수 처리장의 검은 연기와는 전혀 다른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유익한 원기 회복도 경험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들놀이,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내가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자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을 내리깔았다. 곧 미소가 될 것 같은 가벼운 주름 하나가 그녀의 한쪽 입가에 박히면서, 햇빛 때문에 더욱 금빛으로 반짝이는, 비단처럼 부드럽고 창백하고 섬세한 솜털이 드러났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러나 그들에게서는 세상의 모든 거품 냄새가, 엄청난 부도덕의 냄새가, 파리 사교계의 온갖 부패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양품점 점원, 허세 부리는 사람, 하급 저널리스트,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시종, 수상쩍은 증권 거래자, 타락한 방탕아, 늙고 부패한 도락가 등 한편으로는 명성을 누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욕을 먹는 사람들, 여기서는 찬양받고 저기서는 체면이 깎이는 수상쩍고 의심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사기꾼, 교활한 상인, 여자를 소개해 주는 뚜쟁이, 위엄 넘치는 풍채에 허세 부리는 표정을 한 산업계의 기사들이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폴의 연인,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들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를 불한당 취급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바로 죽여 버릴 거야.’ 그곳에서는 어리석음이 스며 나왔으며, 상스러움과 저급한 우아함이 역한 냄새를 풍겼다. 수컷들과 암컷들이 서로 막상막하였다. 그곳에는 사랑의 향기가 떠다녔고, 사람들은 칼과 총알로 끝장날 수 있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소한 일에 온 힘을 쏟았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폴의 연인,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우리에게 이 남자를 죽일 권리가 정말 있는 걸까?” 소리욀이 얼빠진 표정으로 대꾸했소. “아까 우리가 이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잖아!”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도둑,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때 나는 너무 멀리 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신중해졌죠. 언젠가 그 아이가 그런 일로 나를 비난한 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어요. “너는 장난을 하기엔 너무 컸고 진지한 사랑을 하기엔 너무 어려. 앞으로 두고 볼게.” 그런 식으로 무마하면 벗어날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미망인,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사람이 그 정도로 감정적인 건 불행한 일 아닙니까!”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미망인,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슈케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여자의 유언이라면…… 제 생각엔 그 돈을 굳이 거절한다는 것도 힘든 일일 것 같네요.” 남편도 조금 당황스러워하며 말했습니다.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살 수도 있겠군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의자 고치는 여자,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기회가 닿으면 부인을 도와 드리려고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기발한 대책,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즉시 피에로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피에로를 데려다 키우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사방 10리외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피에로를 거부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으므로 ‘흙을 주기’로 했다. ‘흙을 준다’는 것은 ‘이회토를 먹인다’는 뜻이다. 그 고장 사람들은 개를 처분하고 싶으면 개에게 흙을 주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피에로,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1년에 한 번 땅에 이회토 비료를 줄 때, 사람들은 그 갱도 속으로 내려갔다. 나머지 시간에 그 갱도는 오갈 데 없는 개들의 묘지로 사용되었다. 그 옆을 지나갈 때면 개들이 구슬프게 울부짖는 소리가, 격하게 혹은 절망적으로 짖어 대는 소리가, 애처롭게 사람을 부르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사냥꾼과 양치기 개들은 개들이 신음하며 죽어 가는 그 구덩이 가장자리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도망을 쳤다. 그 구덩이 위에서 안을 내려다보면 고약한 썩은 내가 피어올랐다. 그 어두운 그늘 속에서는 끔찍한 비극들이 일어났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피에로,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무슨 일이냐고. 대답해 줘, 언니.” 그러자 앙리에트는 체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에게…… 나에게 애인이 생겼어.” 이렇게 말한 뒤 동생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달빛,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내 생각을 분명히 밝히게 해주시오! 공포, 그것은 무시무시한 어떤 것, 영혼이 붕괴되는 것처럼 끔찍한 느낌, 정신과 영혼이 겪는 지독한 경련이라오. 매우 대담한 남자들도 공포를 느낄 수 있소. 공포에 대한 기억은 불안스러운 전율을 가져다주지요. 하지만 그것은 용감한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고, 공격 앞에서도, 불가피한 죽음 앞에서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형태의 위험 앞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오. 그것은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불가해한 힘의 영향 아래에서, 모호한 위험 앞에서 일어난다오. 진정한 공포는 오래된 비현실적인 두려움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 같은 것이라오. 유령의 존재를 믿는, 그리고 밤에 유령을 보았다고 상상하는 사람은 존재 전체로 끔찍한 공포를 경험할 거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공포,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장의 부모는 매달 공증인에게 120프랑을 받으러 갔다. 두 이웃은 사이가 틀어졌다. 튀바슈 부인이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자기 아이를 팔아먹다니 참으로 악독한 일이라고, 가증스럽고 더럽고 상스러운 일이라고 끊임없이 험담을 해 그들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이따금 그녀는 과시하듯 자기 아들 샤를로를 두 팔에 안고는 아이가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양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너를 팔지 않았어. 너를 팔지 않았어, 아가. 나는 내 아이를 팔지 않아. 부자는 아니지만 내 아이를 팔지는 않는다고.”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전원 비화,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는 산 하나가 무너지는 것을, 자신의 손안에서 돌멩이들이 부서지는 것을 강렬하게 느꼈다오. 짐승은 그의 배를 헤집고 그를 물어뜯으려 했소. 하지만 그는 무기를 쓰지 않고 그 짐승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짐승의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숨소리와 심장박동이 멈추는 것을 들으며 천천히 목을 졸랐다오. 손아귀에 점점 더 큰 힘을 가하며 미친 듯이 즐거워하고, 웃고, 환희의 착란 속에서 이렇게 외쳤다오. “잘 봐, 형. 잘 봐!”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늑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아마도 여러분은 이것을 우습게 생각하겠지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미뉴에트,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나는 그 서글프고 헐벗은 유골을 보관했다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은 절대 전쟁을 경험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미친 여자,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풀어야 할 큰 숙제가 하나 남아 있었거든. 크리스마스 만찬을 함께할 사람 말이야. 내 여자 친구들은 이곳저곳에 이미 초대를 받은 상황이었지. 그들 중 한 명과 함께 만찬을 들려면 진작 약속을 해야 했어.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선행을 베풀자는 데 생각이 미쳤다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어. 파리에는 시간은 있지만 크리스마스 만찬을 들지 못하는 가난하고 예쁜 아가씨들이 차고 넘치지. 그 아가씨들이 후한 남자를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어. 그 불우한 아가씨들 중 하나의 크리스마스 구세주가 되어 주자.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크리스마스 만찬,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엑토르는 경찰 두 명 사이에 끼어 길을 가기 시작했다. 또 다른 경찰은 엑토르의 말을 붙잡고 있었다. 군중이 그들을 뒤따랐다. 그때 갑자기 사륜마차가 나타났다. 그의 아내가 달려왔다. 하녀도 제정신이 아니었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울고 있었다. 그는 곧 돌아갈 거라고, 여자 한 명을 치었는데 별일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들은 얼이 빠져서 멀어져 갔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승마,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러자 그는 다시 폭발했다. “제길, 난 혼자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이제 커피를 마셔라. 그게 싫으면 썩 꺼져 버려…… 가서 한 잔 더 가져오너라. 지체하지 말고.”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나막신,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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