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 혼자 읽기

D-29
술도 잘 마셨지요. 어머니가 자신을 해산할 때 마신 압생트 잔을 배 속에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았죠. 이후 그녀는 결코 술에서 깨어난 적이 없었답니다. 그녀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그녀의 유모가 타피아 몇 잔으로 원기를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녀는 술집 카운터 뒤에 줄지어 놓여 있는 술병들을 ‘내 소중한 가족’이라고 불렀어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파리,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이제 그녀는 그야말로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랐고, 분노가 자제되지 않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이 잘못 짚은 거예요. 맹세컨대 나는 두 번 다시 당신 것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자 백작은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평소의 난폭한 성미로 돌아가 큰 소리로 내뱉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사랑하는 남자라기보다는 난폭한 주인의 일면을 드러내는 어조였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그러니까 당신은 돈으로 나를 산 셈이에요. 그런데 내가 당신의 손아귀에 들어간 뒤 협박에 의해 강제로 당신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잊고 헌신적인 아내가 되기로, 능력이 허락하는 한 당신을 사랑하기로, 당신의 다정하고 충실한 동반자가 되기로 마음먹자마자, 당신은 그 어떤 남자도 그럴 수 없을 만큼 질투심을 불태우기 시작했어요. 스파이 같은 질투심이었지요. 당신에게는 야비하고, 상스럽고, 품위가 떨어지는 일이었고, 나에게는 모욕적인 일이었답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출산을 한 뒤 몸매가 망가지지 않은 채 신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칭찬에 둘러싸여 젊고 부유한 사교계 여자답게 살아 보려고 하면, 당신은 또다시 질투에 사로잡혔어요. 당신을 괴롭히는 그 야비하고 증오에 찬 욕망으로 다시 나를 쫓아다니기 시작하고 내 옆자리를 지켰어요. 하지만 그것은 나를 가지고자 하는 욕망이 아니었어요. 그런 욕망이었다면 나도 결코 거절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것은 나를 망가뜨리려는 욕망일 뿐이었어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당신은 혈육으로서가 아니라 승리의 결과물로서 아이들을 사랑했어요. 그것은 나에 대한, 내 젊음에 대한, 내 아름다움에 대한, 내 매력에 대한,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찬사에 대한 승리였지요. 나에게 말은 하지 못하고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사람들에 대한 승리이기도 했어요. 당신은 그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죠. 하지만 그건 결국 자식들을 내세워 으스대는 것에 지나지 않아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인간들은 생식 행위를 다양하게 해석하고, 아름답게 노래하고, 시로 찬미하고, 예술적으로 형상화하고, 학문적으로 설명하면서(학자들은 가끔 실수를 범하긴 하지만 기발한 학설들을 만들어 내지), 약간의 정취와 아름다움과 미지의 매력과 신비를 불어넣지 않나. 신은 병균이 우글거리는 야만스러운 존재들만 만들어 냈을 뿐이네. 젊은 동안에는 짐승처럼 자손을 번식시키는 일에 몰두하다가, 결국엔 노쇠해서 거동이 불편해지고 추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늙어 가다니,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무력한가. 신은 오로지 더러운 생식을 위해, 그런 다음에는 죽어 없어지게 하기 위해 인간을 만드신 것 같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의 삶은 여름날 저녁 하늘에 떠도는 하루살이의 삶과 다를 게 없겠지. 방금 나는 ‘더러운 생식’이라고 했네. 그 말을 고집할 수밖에 없어.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검소하고 심술궂은 창조주께서 발명하신 신체 기관들이 모두 생식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면, 창조주께서는 왜 그 신성한 사명에, 인간의 기능들 중 가장 고귀하고 흥분되는 기능을 완수하는 데 그런 불결하고 더러운 기관 말고 다른 기관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이 여자는 종족을 이어 주는 운명만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 세기에 걸쳐 인간의 마음속에 쌓여 왔고 하늘이 부여한 최초의 목적에서 벗어난 복잡한 욕망이 낳은 야릇하고 불가해한 존재인 동시에, 희미하게 보일 뿐 붙잡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의 신비를 향해 방랑하는 거룩한 존재라는 직관이었다.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쓸모없는 아름다움,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의사는 오랫동안 나에게 질문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한동안 여기 계시는 데 동의하십니까, 선생?”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의사 선생님.” “선생은 재산이 좀 있으십니까?” “예, 의사 선생님.” “격리된 병동을 원하십니까?” “예, 의사 선생님.” “친구들의 방문을 원하십니까?” “아니요, 선생님. 아닙니다, 아무도 원치 않아요. 루앙의 그 남자가 복수하려고 여기로 나를 쫓아올지도 몰라요.”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누가 알까?,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내가 묘지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거대한 도시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해. 수많은 망자들이 그 작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을, 파리의 모든 세대들이 작은 지하 묘소에 혹은 돌이 덮이거나 십자가 표시가 있는 작은 구멍 안에 갇혀 영원히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나. 산 사람들은 그토록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그토록 많은 소리를 내며 온갖 어리석은 짓들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기 드 모파상 - 비곗덩어리 외 62편 무덤의 여인들, 기 드 모파상 지음, 최정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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