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책방] '한국작가들' 함께 읽기3탄. 이토록 평범한 미래_김연수

D-29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그 꽃잎 하나하나를 벌써부터 기억하고 있다는 걸 네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뿐" … 잘못 쓴 게 아니라면, 이건 십 년 뒤 미래를 기약하는 프러포즈인 것 같다며 후쿠다 씨는 내게 말했어. p181 앗. 프란님과 같은 부분을 꼽았네요^^ 십 년 전과 십 년 후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고있는 저의 (과거와 미래를 생각중인 그 시간을 포함한)시간까지 뒤엉키는 재미난 시간 속에서 잠깐 허우적거려 보았습니다.
@텅텅텅 저는 저 문장에서 감정의 책임감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의 마음은 미래가 흔들림없을 것 같지만 1분 1초에도 변하는 감정을 바라보고 있자면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과거에도 자신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자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중략)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그런 게 아니지 않은가? 어쩔 수 없는 일이란 도로에 갑자기 나타난 사슴을 치는 일 같은 게 아닌가.
이토록 평범한 미래 엄마없는 아이들 p153, 김연수 지음
살다보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 글을 보고 내가 여태 해왔던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한낱 핑계에 지나지 않았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p.133 태어날 때 엄마가 필요했던 것처럼, 죽을 때도 누군가 필요한 것일까?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로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인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유예된다. 죽어가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 어둠을 설명하기 위해 환한 빛을 보여주는 것처럼, 뜨거움을 차가움으로, 나를 너로 이해하게 되는 등. 우리는 꽤 영리하게 오해하고 이해하며 관계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지도요.
@매일그대와 세상은 온통 아이러니의 향연인 것 같아요. 살아가고 있으면서 죽어가고 어둠의 깊이는 별이 증명하는. 이 글에서도 그 아이러니가 와닿는 구절이라 좋았습니다 :)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56 <엄마 없는 아이들>, 김연수 지음
우리에게는 아직도 지켜볼 꽃잎이 많이 남아 있다. 나는 그 꽃잎 하나하나를 벌써부터 기억하고 있다는 걸 네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뿐.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81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김연수 지음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소설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된다면 첫 날에는 오랫동안 좋아했던 가수의 공연을 보고, 그 다음 날에는 치바에 있는 미술관에 들러 마크 로스코의 전시를 보고, 전시를 본 뒤에는 역 앞에 있다는 까페(소설 속에 나오는 까페가 아니더라도)에 들러 커피를 마셔야겠다 라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Moonhyang 저도 비슷한 생각을 얼마전에 했었어요. 책방에 가끔 오시는 일본에서 활동하시는 가수분이 계신데 8월에 오사카에서 자그맣게 공연을 하신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저도 8월에 오사카에 가서 첫날에는 그 분의 공연을 보고 이후로 여행을 하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p.133 태어날 때 엄마가 필요했던 것처럼, 죽을 때도 누군가 필요한 것일까?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로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인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유예된다. 죽어가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금 살아 있는 것이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피에로의 재담 같은 아이러니. p.156 그가 늘 믿어온 대로 인생의 지혜가 아이러니의 형식으로만 말해질 수 있다면,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었다. -상실이란 잃어버림을 얻는 일이라는 말을 여러 번 읽었습니다. 잃어버림을 얻는다는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잃어버림과 동시에 다른 것을 얻는다는 말일까요, 아니면 아니면 잃어버림이라는 것을 얻는다는 말일까요. 어렵습니다. 내가 상실을 겪었을 때 얻은 것이 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어떤 깨달음 같은 것은 있었던 거 같긴 한데, 그걸 얻었다고 하기에는 잃은 것도 많아서... 더 오래 생각해 봐야 겠습니다. P.162 희진은 당장 울음을 그치고 싶었으나 그건 마음먹는다고 되는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니었다. 울음의 주도권은 울음이 쥐고 있었다. p.176 그런데, 제게는 그 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 사람만 있으면 충분했는데 말입니다. 대신에 노래가 있었던 것이죠. p.181 --- 고향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자살하려 했다가도 살아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어느 시점부터인가 줄곧 나를,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고 얼굴도 모르는 나를 기억하게 된 일에 대해서 생각했어. 나는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동안에도 나를 기억한 사람에 대해서 말이야.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 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희진을 찾았다는 후쿠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노래를 하다가 운 것이 이별 때문인지 배가 가라앉아서인지를 두고 다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후쿠다. 자신이 죽으려던 순간에 듣게 된 노래 때문에 죽는 것을 멈추고 살아낼 수 있었고, 웬만큼 성공도 했으면서 타인의 눈물에 대해 조심스럽지 않은 행동을 보며 사람의 이중성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도 누군가에게는 살아가는 동안 잠시 잠깐의 기쁨 또는 희망 같은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매년 4월이 되면 그냥 마음이 쓸쓸해집니다. 아직도 라는 말보다 지금도, 앞으로도 라는 말을 사람들이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
@hyeyum32 아 그부분에서 후쿠다가 희진을 옹호해준거라 생각했었는데 아닐 수도 있겠네요. 맥락에 조금 안맞게 세월호의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다시금 상기가 되었습니다. 혜윰님 말씀이 와닿네요 아직도 가 아닌 지금도,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녀가 미국으로 떠나던 날, 아버지는 그녀에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책임이 인생에는 있는 법이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47, 김연수 지음
조수석에 앉아 운전을 하는 친모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그 얼굴에서 자신의 얼굴을 찾으려고 애쓰곤 했다. 그럴 때면 친모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고,약간은 피곤하고 약간은 체념한 듯한 표정이 보였다. 그럴 때면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던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누구나 최선을 다한다. 그렇다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50, 김연수 지음
그렇다면 그 기억은 나에게, 내인생에,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우리가 누군가를 기억하려고 애쓸 때, 이 우주는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을까?
이토록 평범한 미래 p181, 김연수 지음
태어날 때 엄마가 필요했던 것처럼 죽을 때도 누군가 필요한 것 아닐까?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로 죽음을 확인해줄 사람. 죽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죽음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죽어가는 사람에게 죽음은 인식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유예된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엄마없는 아이들 p133 , 김연수 지음
몇몇 분들도 써주셨지만 역시 인상깊게 다가옵니다. 그 다음문장도 역설적인 문장도 깊이 머무르게 하지만 '기쁨으로 탄생을 확인해준 사람처럼 슬픔으느 죽음을 확인해 줄 사람' 을 여러 번 중얼거려봅니다.
@작은기적 저도 이 문장이 인상깊었어요. 어쩌면 탄생과 죽음은 같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도 했습니다.
하늘은 시시각각 그 모습을 바꿨다. 그것은 조금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 오직 변화할 뿐인 하늘었다. 붉은 색인가 싶으면 푸른색이었고, 여기까지인가 싶으면 무한히 뻗어나갔다
이토록 평범한 미래 비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 p107, 김연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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