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밤] 1. 다리 위 차차 @송송책방

D-29
저는 골목길 CCTV 설치 확대는 매우 찬성하는 사람인데, AI 인형은 그와는 차원이 다르게 남의 가정사를 속속들이 파악하게 될 거 같아서 약간 저어되는 마음은 생겨요. 그런데 AI 스피커들이 이미 그런 일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뭐...
「매장 로봇」은 아이러니가 겹겹으로 쌓인 지적인 에피소드입니다. 단출한 이야기인데 묵직한 주제를 여러 가지 건드립니다. 자동화로 인한 실업 문제,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와 인간 소외 문제, 근로 매뉴얼과 보편 윤리의 충돌, 거기에 군중 심리까지 넣을 수 있을까요. 제가 너무 막 가져다붙이는 건 아니겠지요. 그런데 이야기가 그 자체로 깔끔하고 재미있습니다. 여운도 상당하고요.
효율 추구를 비판하는 주제인데, 정작 이 에피소드가 픽션으로서 효율이 매우 높다는 점마저 아이러니하네요.
매장 로봇의 상황을 체험하며 차차가 인간성에 대해 무엇을 알게 되었을지 상상해 봅니다. 어떤 부조리한 열기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열기이겠습니다.
자기 앞에 손님들이 줄을 서지 않을 때 굴욕감을 느끼고, “고마워요”라는 말에 뿌듯해 하고, ‘적당히 관계 맺고 끊는 데’서 만족하지 못하고, 불편함이 딱히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사과를 받고 싶어 하고, 모욕을 당하면 소리를 지르고, 모르는 사람을 살리려고 하고, 매뉴얼대로 일했을 뿐인 로봇에게 집단적으로 비난을 퍼붓고, 수거되어 가는 로봇을 향해 연민을 느끼고.
그런 열기들을 마냥 옹호하지도 않고 냉소적으로 보지도 않아서 좋았어요. 같은 아이디어와 같은 줄거리로도 한없이 시니컬한 블랙 코미디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 저는 점장님이 괜찮은 사람으로 그려지는 것, 그리고 132~133쪽의 묘사가 참 좋았습니다.
점장님이 로봇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가 “넌 회사에도 나에게도 나에게 필요한 로봇이었다”고 말하는 게 참 콧날이 시큰하더라고요. ‘필요한 존재’라는 말이 그에게는 가장 큰 칭찬이고, 그가 듣고 싶어하는 말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
「매장 로봇」 편을 읽으면서는, 이 에피소드만 따로 떼어내 단편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상상도 해봤어요. 차차를 떼어내고 각색해도 괜찮을 이야기이고, 특수효과도 그다지 필요하지 않을 것 같고요. 배우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촬영 장소도 매장 한 곳만 잘 섭외하면 될 테고.
웹드라마 제작사가 『다리 위 차차』를 눈여겨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비교적 큰 예산이 들지도 않고 전반적으로 구성도 에피소드들의 모음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연필화의 느낌이 살지 않을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화는 잘 그림이 떠오르지 않네요. 저작권자와 아무 관계없는 독자의 하찮은 생각입니다만. 혹시 『다리 위 차차』 영상화 제안은 들어온 게 없나요? 작가님들은 영상화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이런 질문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
당연히 영화나 드라마화하기에도 아주 좋고요! 웹드라마에‘만’ 어울리는 원작이라는 말씀은 결코 아닙니다.
그런데 115쪽의 상황 너무 잘 이해되지 않나요. 날이 갈수록 이런 일 자주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믐밤 신청합니다. 참여 인원 1명. 다리 위 차차 설정 도 특이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흡혈마녀늑대님, 안녕하세요! 신청 확인했습니다. 흡혈마녀늑대님은 왠지 신령의 힘이 강해지는 보름밤을 좋아하실 것 같지만, 이번에는 그믐밤에 만나보아요.
차차의 식당 로봇 에피소드 보면서 느낀 건... 부쩍 요 몇 년 새 키오스크가 엄청 많아졌잖아요.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려 기계값도 낮아져서 그렇겠죠. 김밥천국에서 처음 키오스크를 만났을 때 충격을 잊지 못해요..이런 건 프랜차이즈나 대기업에서 도입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샌 챗봇 및 각종 상담 분야도 그렇고 정교한 AI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대면 서비스 분야에도 쑥 들어온 거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사용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타인과 만나지 않는 서비스를 더 편안하게 느끼기도 하는 거 같아요. 배민이 물론 집까지 가져다 주는 배달의 편의성도 있지만 분명 주문하는 방식에서 누구랑도 마주치지 않고 내 손안에서 편안하게 고르고 지불한다라는 라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었던 거 같아요.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그냥 0번 누르고 무조건 상담원 연결이 좋은데 이것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 듯 합니다. 로봇은 A 를 물어보면 A의 해답을 알려줄 때 엄청 빠르고 정확한데 반해 사람은 A 를 물어보면 그 방법을 B 로도 풀어도 된다고 알려주는 게 참 좋은 거 같아요. (식당에서 묵묵히 일하다 괜히 욕먹은 식당 로봇은 이런 점이 부족해서 괜히 미움을 받았죠 )
146쪽,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아마도 소속감이 인간에게 일정 부분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정말 ‘공시생’이라는 집단에 소속감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약간 결이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아이돌 그룹 팬덤이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가 요즘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게 긍정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소속감을 그런 모임에서 얻어도 괜찮을까? 하지만 논리적으로 비판은 잘 못하겠고요.
저는 모든 에피소드 중 이 에피소드가 가장 덜 공감이 되었습니다. 한강다리에 차가 안 다닐 정도로 교통량이 줄어들고(물론 에바의 신동경시 같은 새로운 도시가 생겼을 수도 있지만) 은행 창구도 거의 없어진 사회에서 공무원시험과 같은 대규모 ‘고시’가 남아 있을지, 남아 있더라도 경쟁률이 높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에피소드도 좋았지만 약간 덜 공감되었다는 얘기입니다~^^a
오오, 에바! 신동경시! @챠우챠우 님이 왠지 갑자기 가깝게 느껴지는 마법의 단어들이네요.
저도 '버림 받은 도시의 거리가 저렇게 깨끗할까? 슬럼이 되지 않을까?'라든가, '학생이 아무리 줄어도 학교가 고사장으로만 활용되는 날이 올까?' 같은 생각은 했더랬어요. 그런데 또 답을 하자면 못할 것도 없겠더라고요. 청소 로봇이 거리를 청소할 것이고, 지금도 종로구나 중구는 심각하게 학생 수는 주는데 직장인은 많으니. 무엇보다 그런 설정들을 자세하게 설명하려 들면 특유의 여백미와 시적인 분위기가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믐밤에서 질문을 드려서 두 분 작가님을 괴롭혀(?) 드리고 싶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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