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보원입니다 ㅎㅎ 저는 이번 모임을 계기로 새로운 소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읽었던 책 중에 공유하고 싶은 책을 꼽는 것보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읽어보고 싶은 책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그렇게까지 큰 정보는 없이 책을 찾다보니까... 예전에 집에서 쉬면서 영화 한 편 보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서칭을 시작했다가 2시간 넘게 포스터랑 소개글만 잔뜩 보고 지쳐서 그냥 자고 그랬던 기억도 새삼 나고 그러네요 ㅎㅎ
그러다가 루이스 어드리크의 <밤의 경비원>이라는 소설을 보았는데요. 한소범 선생님 추천을 받고 <트러스트>를 찾아보다가 퓰리처상과 연관되어 마주치게 되었는데, 조금 보니까 굉장히 궁금하고 읽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 제가 좋아하는 정지돈 작가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랑 제목이 겹쳐서 반갑기도 했고요 (소설가와 야간 경비원의 관계는 무엇일까...?) 잠깐 읽어본 바로는 문체도 제 마음에 확 들어왔어요. 첫 장의 제목이 <터틀마운틴 보석베어링 공장>인데 이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냥 말이 뭔가 묘하고 궁금하다... 그리고 또 제가 공장을 좋아하거든요. 공장이 나오는 작품들을 좋아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계속 끌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퓰리처상을 받았다고 하니 조금 더 기본적인 신뢰가 가기도 하고요...
다른 한 편은 이시다 가호의 <나의 친구, 스미스>인데요. 얼마 전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마이조 오타로의 <인간의 제로는 뼈>라는 소설을 정말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일본 소설쪽으로도 하나 찾아보다가 마찬가지로 제목에 끌려서 좀 더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실 저는 일본 소설인데 친구가 스미스라고 하니까 뭔가 좀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 있는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스미스는 헬스장에 가면 있는 '스미스 머신'을 이야기하는 건데, 헬스를 즐겨 하던 여성이 보디빌딩에 좀 더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되고 대회를 준비하면서 겪는 일들이 그려져 있다고 합니다. 우선 일본 소설 특유의 경쾌한 리듬이 있어서, 기본적으로 재밌고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앞으로 한 달 동안 이런 저런 책들을 찾아보고 읽어보며 정말 확실히 이걸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하는 책이 생기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과정들도 공유를 하고요 ㅎㅎ 잘 부탁드립니다!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D-29

강보원

박혜진
밤의 경비원퓰리처상 소설 부문 2021년 수상작 『밤의 경비원』이 출간되었다. 루이스 어드리크는 전미도서상은 물론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도 두 차례나 수상할 만큼 오늘날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명이다. 빼어난 문체와 다채로운 캐릭터, 우아한 서사가 어우러져 “작가의 빛나는 최고작”인 『밤의 경비원』을 탄생시켰다. 1953년 미국 노스다코다주,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이른바 ‘종결’ 법안의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 치페와족

나의 친구, 스미스동네 헬스장의 ‘스미스 머신’을 벗삼아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하는 7년 차 회사원. 좀더 체계적으로 단련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지만 주위 상황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여성의 몸이 가지는 젠더성, 현대사회의 루키즘과 페미니즘을 참신한 관점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의 스무 번째 소설선, 정지돈의 『야간 경비원의 일기』가 출간되었다. 〈젊은작가상〉 대상, 〈문지문학상〉을 수상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펼치고 있는 정지돈의 이번 작품은 2019년 『현대문학』 2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이다. 실패한 혁명가와 역사! 블로그 형식으로 꾸려나간 새로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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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안녕하세요, 소유정입니다. 이렇게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기뻐요. 저에게도 이런 모임이 꼭 필요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쩐지 장편소설은 단편소설을 읽을 때보다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러 편의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의 경우는 어디론가 이동할 때 한 편, 자기 전에 한 편 나눠서 읽을 수가 있지만, 장편소설은 여러 호흡에 나눠 읽는 것보다 한 호흡으로 쭉 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니까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렇게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물리적인 시간도 많이 들고, 그만큼 집중력도 요구되어서 장편소설은 늘 곁에 두지만 읽고자 마음 먹기까지는 언제나 시간이 좀 걸리더라고요ㅎㅎ 대신 누군가 '이 책 정말 재밌어, 빨리 읽어 봐'라고 할 때면 굼떴던 마음이 동해서 단숨에 읽어 나가기도 하고요. 여러분들께서 추천해주신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트러스트>, <밤의 경비원> 등도 모두 제 옆에 있지만 아직 읽어 보지는 않았었는데요, 나누신 대화를 보니 어서 읽어 보려 합니다ㅎㅎ
지난 봄 동안 저도 새로 나온 장편소설들을 몇 권 살펴 보았었는데요, 대부분 한국소설들이었어요. 현호정의 <고고의 구멍>, 천선란의 <이끼숲>, 조우리의 <오늘의 세리머니>가 있었고요. 현재는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를 읽고 있어요. 장편의 긴 서사 안에 작가들이 담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 중에 있어서 지금은 어느 한 권을 추천의 책으로 꺼내 놓지는 않을게요. 선생님들께서 추천해주신 책도 들춰보고, 제가 읽은 책들도 다시 살펴보면서 일독을 권할 책을 차례로 꽂아 보겠습니다 : ) 그러기 위해서는 서둘러 읽어야겠네요! !! 책 읽기 좋은 오후여요-*

전기화
고고의 구멍2022년 〈문지문학상〉, 2023년 〈젊은작가상〉에 호명된 “올해의 신인” 현호정의 첫 장편소설 『고고의 구멍』이 출간되었다. “설화를 구축하는 핵심 플롯이 ‘우연’이라면, ‘단명소녀 투쟁기’는 ‘투쟁기’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것처럼 의지와 행동으로 기어이 ‘필연’의 세계로 나아간다.”(구병모, 이기호, 정소현)는 심사평과 함께 2020년 제1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앞에 등장한 현호정. “소녀를 중심에 두고 기존의 신화를 전복하는 활달
이끼숲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
오늘의 세리머니일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여성과 퀴어의 삶을 그려온 조우리 작가의 첫 장편소설 《오늘의 세리머니》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작은 도시 하주시에서 일하는 벽장 레즈비언 공무원 ‘도선미’와 신규 레즈비언 공무원 ‘이가경’은 정부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레즈비언 부부에게 혼인관계증명서를 발급한다. 어느새 혼인신고를 마친 레즈비언은 101쌍에 이르고, 알려진 관광지도 지역 특산품도 없는 하주시는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다

눈부신 안부소설가 백수린의 장편소설. 2011년 데뷔한 이래 세 권의 소설집과 한 권의 중편소설, 짧은 소설들과 산문을 발표하는 동안 조급해하지 않고 장편의 그릇에 담고 싶은 이야기를 기다린 그가 등단 12년 만에 펴내는 첫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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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화
안녕하세요 전기화입니다^^ 위의 대화에서 남겨진 책들을 구경하다보니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져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두느라 바빴습니다ㅎㅎ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박혜진 선생님 코멘트를 읽으니 읽고 싶어져 이 모임에서가 아니더라도 꼭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밤의 경비원>은 강보원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과 같은 이유로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터라 반가웠습니다.
저도 선생님들과 어떤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을까 생각하면서 지난 계절 출간된 장편소설들을 이리저리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그러다 운이 좋게도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인 모녀관계와 관련하여 살펴볼 만한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라스트 휴먼>은 출판사의 책 소개만 본 상태이지만 “미쳐버린 케미스트리”라는 표현이 재미있어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ㅎㅎ 그리고 <설탕을 태우다>는 홍한별 번역가의 번역이라 눈에 들어왔는데요, 첫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니 한번 찾아봐주셔도 좋겠습니다(스포 방지를 위해 적지 않는 철저함^^;;) 지금은 조금씩 아껴 읽는 중인데, 이 책은 꼭 함께 읽고 싶다, 그런 마음이 커지면 다시 글을 남길게요.
일단은 저의 관심사를 반영한 책들을 적어보았는데, 장시간에 걸쳐 함께 대화를 나누며 읽기에 좋은 텍스트는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 그리고 <취미는 사생활>은 재미있다는 추천을 받아 사두기만 했는데, 이 소설도 살펴보고 나중에 이야기 남겨보겠습니다. 장편소설에 재미란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거든요ㅎㅎ) 다른 책들도 뒤적여보고 선생님들 추천 리스트도 차근차근 살펴보며, 즐거운 고민의 시간 보내겠습니다.
라스트 휴먼외계인들에 둘러싸인 채로 인간임을 들켜선 안 되는 주인공의 비밀을 독자와 함께 공유함으로써 ‘공범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유머러스한 상황을 재기발랄하게 구성한다. 이렇듯 독자와 은밀한 ‘공범의식’을 공유하는 잭 조던의 코믹 소설, 『라스트 휴먼』은 2020년 미국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이전부터 ‘지능과 초지능 간의 싸움, 외계인 엄마와 인간 딸의 은하 모험기’라는 아이디어만으로 세간의 호평을 받고 여러 판권 계약을 성사시킨 책이다. 데뷔 이후로도 독자와 문단의
설탕을 태우다복잡하고도 유별난 엄마와 딸의 관계를 솔직하고도 가감없이 사실적으로 그려낸 강렬한 작품. 감정을 쓰리게 자극하는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기억에 각인될 통렬한 소설이다. 2020 부커상 심사위원단
취미는 사생활은행나무 노벨라를 이어 새로운 이름으로 단장한 시리즈 N°의 열다섯 번째 작품은 신예 소설가 장진영의 첫 장편소설 《취미는 사생활》이다. 2019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장진영은 당시 “위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소설”(권여선 소설가)이라는 평과 함께 데뷔했다. 당시 “더없이 뜨거운 에너지를 품은 채 전달되며 무언가를 찢어내고 있다”(강지희 문학평론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21년 소설집 《마음만 먹으면》을 펴내 서스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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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강보원
영화 한편 보려다가 포스터랑 소개글만 잔뜩 찾아보다 지쳐서 잠들었단 강보원 선생님 경험 ㅎㅎ은 아마 요즘 사람들 다 경험하는 일일 것 같아요. 넷플릭스 들어가서 뭐 볼까 찾아보다 결국엔 예고편만 잔뜩 보고 나오는 걸 일컫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말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뭐 볼까 혹은 뭐 읽을까 고민하며 예고편이랑 소개글만 잔뜩 읽는 것도 다른 의미로 즐겁더라고요 ㅎㅎ 아 이 작가 신작 나왔구나, 아 이 감독 새로 영화 찍었구나 이런 근황 업데이트 하기도 좋고, 뭐랄까 본격적으로 수영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취향의 바다에 누워서 둥둥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새도 책 읽고 싶은데 마음이 초조해서 읽을 시간 없을 땐 서점 들어가서 궁금한 책 보도자료만 읽기 도 해요 ㅋ.ㅋ

박혜진
백수린 작가 장편소설, 등단 이후 12년 만에 나오는 거네요. 소설집 <여름의 빌라> 읽으면서 질투심에 대해 정말 잘 쓴다고 생각했었어요. 어딘가에서 질투란, 내가 그 사람만큼 잘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망하는 걸 보고 싶은 파괴적인 마음이란 걸 읽은 적이 있는데, 백수린 소설이 그런 심리를 잘 포착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장편 소설 궁금하네요. 눈부신 안부라니, 제목도 좀 찬란한 느낌 ^^

조대한
안녕하세요, 조대한입니다. 늑장을 부리다 역시나 가장 늦어버렸네요... 늦된 인사라도 짤막하게 남겨둡니다. 일단 저 역시 매 계절 새로이 발표되는 장편 소설을 읽어나가는 이 모임에 함께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선생님들께서 추천해주셨던 책들을 장바구니에 신나게 담는 와중에 흥미로웠던 점은 소설을 고르고 택하는 방식들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장편 소설은 몰입의 시작과 중단이 용이한 단편 소설이나 짧은 영상들에 비해 그 출발에 더욱 신중하게 되는 서사콘텐츠인 것 같아요. 강보원, 한소범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듯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을 보려고 재생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주저하게 되는 이들에게는 더욱더요.
일단 좋은 방법은 이렇게 믿음직한 주변 동료, 지인들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이겠지요. 취향 공동체 덕인지 개인적으로 그런 독서는 잘 실패하지 않더라고요. 혹은 앞서 언급된 퓰리처상처럼 어느 정도 믿음이 누적된 상이나 집단의 상징 가치에 기대는 방식도 좋겠고요. 하지만 역시나 최고의 방식은 자신이 즐겁게 읽었던 작가의 작품을 따라 읽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특정 배우나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정주행하는 것처럼요. 이미 많은 작가 분들의 신작이 언급되었는데요. 저는 김멜라와 필립 로스 두 분의 근작 <없는 층의 하이쎈스>와 <미국을 노린 음모>를 남겨둘게요. 두 분의 공통점이라면 그들의 단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인 동시에 장편 소설은 이제 막 처음으로 출간되어 소개되는 작가들이라는 점일 거예요. 말씀해주신 백수린 작가 또한 그러하겠네요! 이 분들의 신작을 읽어가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것이 예정된 환호이든 뜻밖의 실망이든 왜 그런 감정들이 느껴졌는지를 이야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단편 소설과 구분되는 장편 소설의 특징들까지도 논의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여튼 틈틈이 읽다가 또 말씀 남기겠습니다.

박혜진
이 모든 일은 10월의 한파특보에서 비롯되었다. 64년 만의 가을 한파였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노인들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처음 겪는 기상이변이었다.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장진영, 취미는 사생활,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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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다음 주에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 때문에 출판사들은 조금씩 분주하고 바쁘네요. 도서전은, 막상 나가면 유쾌하고 좋은데 그 전까지는 왜 그렇게 가기 싫은 마음이 드는지.. 예전에는 여름 방학, 여름 휴가 있는 8월이 가장 큰 '소설 시장'이었는데, 어느 새 요즘은 도서전 열리는 6월에 소위 '주력 도서'들이 대거 출간되는 것 같아요. 분주한 와중에 <취미는 사생활> 조금씩 들춰 보고 있는데 계속 읽어 보고 싶네요. 첫 문장뿐만 아니라 곳곳의 대사들도 다, 물 흘러 가는 듯이 읽히는데 돌아보면 의미심장한..!

범한소
“ 나는 렉싱턴 애비뉴를 건너다가 구석의 신문가판대를 힐끗 보았다.
"뉴욕 금융업자 앤드루 베벨, 심장마비로 사망"
서너 걸음을 걸어간 뒤에야 그 말을 이해하고 신문가판대로 돌아갔다. <뉴욕 타임스> 1면에 적힌 말이었다. 모든 신문의 1면에 비슷한 말이 적혀 있었다.
<더 선>: "죽음이 앤드루 베벨을 데려가다"
<아메리칸>: "위대한 금융업자 앤드루 베벨, 62세로 사망"
<포스트>: "거대 은행 제국의 지배자 앤드루 베벨 사망"
<일 프로그레소>:"앤드루 베벨 에 모르토"
<월 스트리트 저널>: "앤드루 베벨 62세로 사망"
<헤럴드>: "베벨, 죽다" ”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에르난 디아스, 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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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출판사 얘기 하셔서 문득 생각 난 건데, 저는 드라마나 책에서 제가 몸담고 있는 업계 얘기가 나오면 왠지 흠칫하게 되는데요. ㅎㅎ 트러스트에서도 괜히 저 혼자 낄낄댔던 부분이 헤럴드 베벨 부고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의 미묘하게 다른 톤이었어요 ㅋㅋㅋ 신문사별 정치 성향과 특성을 부고르 전하는 한줄 제목으로 보여준 게 재밌더라고요 ㅎㅎ

범한소
그런 점에서 요새 저는 정진영 작가의 '정치인'을 읽으면서도 자주 흠칫하는데요. 실제로 저자가 기자 생활을 오래 했던만큼 기자의 일이 이렇게 객관적으로(?) 그려지는 게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해서요. ㅎㅎ
책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정치인'은 '침묵주의보' , '젠가'를 잇는 조직3부작의 세 번째 소설입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얼결에 정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주인공 '정치인'이 국회에 입성하며 겪는 일을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국내에선 정치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소설이 많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나마도 대부분 음모와 비리의 축으로 정치를 다루고 있다면 이 소설은 ‘입법’과 그 법안을 둘러싼 정부와 국회의, 혹은 여야의, 야당 내부의 관계를 그립니다. 아무래도 '입법'의 과정을 상세히 그리고 있는 만큼 쉽게 몰입하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 정도로 정치 내부를 샅샅이 보여주는 본격 '정치 소설'이 잘 없다는 점에서 한번쯤 짚고 넘어가면 좋은 소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범한소
정치인소설 《정치인》을 읽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맞는지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철저히 ‘법’안에서 살고 있다. 율사는 법안에서 세상을 재단하지만, 실제로 그 법을 만드는 사람은 시민이 뽑은 국회의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법이 만들어질 길이 본래 있는 것이다. 정치도 곧 인간이 하는 행위이므로 돈보다 무서운 권력이 자리한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 삶과 다르지 않다. 기초적인 생활도 어렵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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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범한소 정치한 소설은 많고, 정치적인 소설은 그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드물지 않은 것 같은데, '정치 소설'은 언제 읽었는지 까마득하네요. <정치인>은 제목이 너무 '정치인' 그 자체여서 모종의 '자극'을 못 받은 것 같아요. 그런데 '입법 과정'을 다룬다고 하니, 제목처럼 그 자체로서의 정치를 다룬 것 같네요. 재미랑 정보 중 어떤 쪽이 더 우세한지, 그런 것도 조금 궁금합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업계의 사정을 아는 사람 시선으로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한 소설은 <익명 소설>이었어요. 프랑스 소설이고, 5분의 1정도 봤는데, 상당히 '프랑스 소설' 스러운 지적 미스터리를 표방해요 ㅎㅎ 출판사에 투고된 익명의 소설이 너무 흥미로워 서면으로 계약하고 책을 내는데, 소설 속에 그려진 내용들이 현실에서 벌어져요. 작가는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지고..
그런데 제 킬링 포인트는, 출판사 원고 검토부에 가해지는 탈락자들의 증오와 저주, 그리고 그런 반응에 대한 편집자들의 시니컬한 반응들이었어요. 스티븐킹 원고 받으러 비행기 타고 '달려'가는 모습들도 재밌었더라고요.
익명 소설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잘나가는 신작에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다. 바로 소설을 쓴 작가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작품의 내용과 현실의 살인 사건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형사까지 나타나는데……. 《익명 소설》은 프랑스 현대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이자, 우리나라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기욤 뮈소 등의 뒤를 이을 프랑스 작가로 평가받는 앙투안 로랭의 스릴러 소설이다. 그는 이 소설을 두고 ‘단순한 탐정 소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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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잠들기 전에, 평론가님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져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끄적여 봅니다. 일주일 동안 언급된 책들 살피느라 다들 분주할 것 같은데요, 거기서 조금 벗어난 얘기도 해보고 싶어서요^^
장편소설 한 권을 읽는 동안 작품에 대한 마음은 왔다갔다 하잖아요.. 이건 좋은데 저건 좀 아쉬운 식으로. 그럴 때, 다 읽고 나서 좋다고, 탁월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각자 어떤 걸까 궁금해요.
실은 어제 한 북클럽에서 소설 <프랭키스슈타인>에 대한 얘기를 나눴는데, 내내 좋았던 건 아니지만 플롯에 쏟은 노력이 정말 대담하고 대단해 보였고, 저는 그런 형식들에 상당히 점수을 많이 주고 있더라고요. 소설은 1819년에 메리셸리가 프랑켄슈타인 쓰던 얘기랑 현재에 과학기술 영역에서 프랑켄슈터인 박사처럼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려는 사람, 거기 반대하는 또 다른 박사, 그리고 섹스봇 사업자 이야기가 교차 진술돼요..
솔직히 요즘의 고민이기도 한데요. 이런 독해가 너무 전형적인 독해인 걸까, 내가 너무 교과서처럼 읽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어서요. 소설을 잘 읽는다는 게 뭘까요.. (밤늦게 다소 느닷없는 글을 쓴 것 같아 부끄럽내요. 빨리 퇴장해야지. 총총) 다들 좋은 밤 깊은 밤 보내고 있기를요!

전기화
ㅎㅎ 읽어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남겨두었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을 읽고서 들러보았어요, 그 사이에 쌓인 대화가 반갑고 따라 읽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남겨진 질문을 두고 생각해보았는데요, 장편 한 권을 읽고 이 소설이 정말 탁월하다, 라는 판단에 이르는 경우는 참 드물고 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선은 중간에서 읽기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끝까지 다 읽게 만드는 장편을 만나는 것부터가 드물다는 생각인데요, (선생님들은 중간에 독서를 그만두시기도 하는지, 아니면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마음이 개운한 편이신가도 궁금하네요ㅎㅎ) 그런데 끝까지 읽게 만드는 요소에 재미만 고려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참 많은데 왜 굳이 장편소설을 읽으며,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끝까지 다 읽는가? 여기에는 장편소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한 좀더 나아간 대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여하간 저를 다 읽게 만든(!)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에 기대어 생각을 이어붙여보자면... 이 소설을 읽으며 아쉬운 부분이 없던 것은 아니었어요, 조금 덜어내도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들도 있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끝까지 읽게 된 것은 이 인물들이 어디로 갈지 궁금하다, 이 서사가 어디에서 끝을 맺을지 궁금하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짐작하고 있으나) 그것을 직접 보고 싶다, 그런 마음이 강력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소설은 탁월한가, 탁월하다면 어떠한 맥락에서 탁월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보아야 할 텐데요... 문득 ‘탁월함'의 기준은 단편과 장편에 다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이 소설은 탁월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저에게는 조금 더 잘 맞고 ‘탁월한 소설이란 이러이러하다’에는 조금 갸웃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단은 여기까지 적고, 나중에 또 들러 생각을 이어보겠습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고 계시길 바라며...!

소유정
흥미로운 질문은 남겨 주셨네요! 책 한 권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혼자서 '정말 좋았어-' 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그 '좋음'의 기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니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느 하나라고 할 것 없이 독서를 하는 동안 여러 요소를 따질 텐데요- 우선 전기화 평론가께서 말씀하신 것(끝까지 다 읽게 만드는 장편!)처럼 독서를 끝까지 지속하게 만드는 것, 흡인력이 제게는 장편을 읽는 데에 중요한 기준인 것 같아요. 읽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은 어떤 가치를 판단하고 말하기 위해 좋거나 그닥 별로거나 끝까지 읽기는 하는데요. 독서가 취미였던 시절의 저는 반 정도 읽다가 흥미를 잃으면 그냥 덮어버리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어쨌거나 하나의 책에 말하기 위해 끝까지 읽는다-를 정해두고 있으니 저를 책장의 마지막으로 추동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이 힘은 어디서 오는가, 하면 결국엔 서사인 것 같아요. 중심이 되는 사건과 그것의 구조도 중요하지만, 그것들 중 어딘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보완되는 요소가 있으면 괜찮은 것 같거든요. 가령 주인공이나 인물 간의 관계 같은 것들이요. 독서를 하는 내내 마주하는 사람들이니 장편 속의 인물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더 많이 알게 되니 인물들도 서사 속의 참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요.
앞으로 몇 권의 책을 정하고 같이 읽는 과정에서라면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대개 저는 독자를 마지막까지 이끄는 서사의 힘!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여기까지 적고 보니 서사(narrative)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네요- 너무 큰 덩어리를 툭 던져놓은 느낌도 들고요. 다른 분들은 어떠실지요!

박혜진
전기화 평로가님 이야기 중, '이건 탁월하다'와 '탁월한 건 이것이다'의 간극에 대한 내용이 공감되네요. 생각해 보니 어떤 작품을 읽고 나서 그 작품이 좋다고 판단하는 기준이야 있겠지만, 막상 최종 결정(?)이 그런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기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중간에 그만두는 장편소설이 꽤 많은데요, 무언가를 간파했다는 느낌이 들 때 그만 읽는 것 같아요. 작가의 의도를 다 읽어 버렸다는 느낌이 들 때라고도 할 수 있겠죠. 구체적으로 그런 느낌은 '균형'이 깨질 때 와요. 메시지를 드러내기 위한 설명이 노골적이라거나, 인물의 선택이나 관계의 변화가 수단처럼 보인다거나.. 생각해 보면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그만둘 때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연봉, 성취, 인간관계, 조직문화 등이 균형 잡혀 있고 앞으로의 시간이 다소 예측하기 힘들 땐 힘들어도 더 다녀 보자 싶고, 그중 어떤 것이 너무 열악해도 다른 것들이 채워지면서 일말의 기대감이 남아 있어 더 다닐 수 있지만, 더 볼 것도 없다 싶으면 사표 내는 것 같거든요. 6월에 같이 읽을 작품 결정할 때도, 그런 균형감이 있는 작품이 선택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혜진
그나저나 소전서림 수서회의 통해 선정된 5월달 추천 장편 목록 넘겨 보다 <항구의 니쿠코짱!> 보고 깜놀했네요. 얼마 전에 웨이브에서 (요즘 저의 OTT 생활은 웨이브로 대통합) 영화로 보고 마음이 너무 몽실몽실 태평 해져서 좋았는데, 소설도 있네요. 여름 휴가 때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픈!
항구의 니쿠코짱!제152회 나오키상, 일본 서점대상 2위를 수상한 일본 대표 여성 작가 니시 가나코의 《항구의 니쿠코짱!》이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되었다. 《항구의 니쿠코짱!》은 걸걸하고 활달한 어머니 니쿠코와 그녀를 부끄러워하는 엄마와 전혀 닮지 않은 사춘기 초등학생 기쿠코 사이의 비밀이 밝혀지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초라할지 몰라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항구 사람들을 아이의 시선으로 묘사한 이 이야기는 모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향수를 자극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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