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장편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은 각자가 소설을 읽고 있는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신문에 서평으로 소개할 작품을 골라야 했을 때는 해당 작품이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인가? 우리가 이 이야기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했어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이나 '정치인'은 확실히 더 많은 독자를 만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고요.
그런 관점과는 완전히 별개로, 개인적으로 가장 처음 '소설' 읽는 즐거움을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돌아보니 열살때 읽었던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 이전까지는 세계위인전이나 청소년 소설 수준에서 머물러 있던 독자로서의 근력이 '퇴마록'을 기점으로 확 성장했던 것 같아요. 일단 분량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걸 전부 다 '독파' 하면서 소설을 읽는 훈련이 되었던 것 같달까요. 소설로서 퇴마록의 가장 큰 장점은 말그대로 '재미'일텐데, 이 재미는 많은 장르소설이 그렇듯 흥미진진하고 눈을 뗼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원초적인 재미에 가까울 것 같고요.
최근에는 추리소설을 좀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개인적인 결심을 했는데요.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띄엄띄엄 읽은 것 빼고는 추리소설을 열렬하게 읽어오진 않았거든요. 그러다 두달 전쯤 코로나 때문에 일주일간 집에서 격리를 하면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과 '빅 슬립'을 연달아 읽었고 추리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새롭게 눈을 뜬 느낌이었달까요. 요즘은 루이즈 페니의 가마슈 경감 시리즈를 하나씩 읽어가고 있답니다. '빛이 드는 법' 한권을 일단 읽었는데 무척 '탁월한' 작품이더군요.
그러고보면 같은 장편소설이라도 장르에 따라 독해 방법과 탁월함의 기준이 다를 것 같으면서도, 또 어떤 고유한 '좋음'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D-29

범한소

범한소
웃는 경관(마르틴 베크 시리즈 4)요 네스뵈, 헨닝 망켈 등 유수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사랑하는 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 경찰소설의 모범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제4권 『웃는 경관』. 스웨덴 국가범죄수사국에 근무하는 형사 마르틴 베크를 주인공으로 하는 경찰소설이다. 공동 저자인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이 시리즈에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여 부르주아 복지국가인 스웨덴이 숨기고 있는 빈곤과 범죄를 고발하고자 했다. 또한 긴박한 전개와 현실적인 인물이 자아내는 위트도 갖추고 있어 대중
빛이 드는 법길을 잃은 사람들만이 발견하는 퀘벡의 어느 작은 마을 스리 파인스. 그리고 이제 그 사람 중 하나가 사라졌다. 가마슈 경감은 자신이 이끄는 살인 수사과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 작은 마을로 향한다. 거기서 그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였던 여인의 실종을 알게 된다. 그 여인은 마침내 피난처를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과거가 그곳으로 그녀를 쫓아왔다. 그리고 공포가 고조되는 가운데 가마슈는 역시 자신

기나긴 이별미국의 대표적인 추리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의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작으로,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로스 맥도널드의 『움직이는 표적』과 더불어 하드보일드 3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챈들러는 1955년 미국 추리 작가 협회의 최우수 작품상인 에드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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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보원
저번에 영화 고르던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 골라서 보았던 영화들을 돌이켜보면 거의 외국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무슨 외국 고전 영화나 실험, 예술 영화들을 본 것은 아니었고 그냥 거의가 블록버스터나 시간 떼우기용 B급 영화들이었어요. 한국 영화들은 거의 보지 않았는데 아마도 저에게 너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냥 영화를 틀었는데 외국인들이 외국어를 하고, 외국 풍경이 나오고, 그런 게 좋았던 거죠. 그래서 내용적 완성도는 오히려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 저는 그냥 그렇게 뭔가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 접속했다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아요. 진은영 시인 식으로 말하면 철수보다 폴이 좋았던 거죠... ㅎㅎ
소설을 고를 때에도 저는 여전히 비슷한 것 같아요. 저와 너무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들은 피하게 돼요. 문체가 저에게 중요한 이유는 똑같은 걸 그리더라도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장치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내용적으로는 조금 황당하거나, 비현실적이거나, 엉뚱한 이야기들이 좋고요. 그렇게 어딘가 붕 뜬 느낌으로 소설을 읽어가다가 갑자기 현실과 접속되는 순간이 있는데, 저에겐 그게 소설을 읽으며 가장 좋은 순간인 것 같아요. 카프카 <소송> 같은 작품들을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일들만 일어나지만, 그것들이 한 순간도 우리 현실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되잖아요. 이렇게 붕 뜬 느낌이 좋기 때문에 독자를 너무 '몰입'시키는 소설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웹툰을 볼 때는 '이 다음에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아주 강력하게 작용하고 그렇게 작용하는 게 좋다고 느껴지는데, 소설에서는 반대로 지금 읽고 있는 이 페이지에 이 소설의 대부분의 좋음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런 식의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코스키의 <우체국>처럼 서사가 거의 없는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저는 감정적으로 너무 많은 소모를 하게 하는 소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저의 삶도 이미 충분히 슬프기 때문에... 이렇게 적고보니 참 너무 가벼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네요 ㅎㅎ; 그게 저의 취향이지만...

소송 (무선)현대문학의 방향성을 새로이 제시하고 정립한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의 대표작. 인간성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에 눈 뜨게 한 가장 '카프카적'인 텍스트 <소송>은 20세기에 나온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란츠 카프카를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우체국미국 문학 최고의 안티히어로, 찰스 부코스키의 장편소설. 부코스키가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쓴 첫 장편으로, 하급 노동자로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우연히 취직한 우체국에서 10년간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이 소설에 처음 등장하는 헨리 치나스키는 작가의 분신과 같은 존재로 이후 발표된 일련의 소설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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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나는 택시가 안 보일 때까지 지켜보았다. 다시 계단을 올라갔고 침실에 들어가 침구를 걷어내고 새것으로 갈았다. 베개 밑에 긴 갈색 머리카락 한 올이 남아 있었다. 가슴속에 납덩이가 쿵 떨어지는 듯했다.
프랑스인들이 그런 느낌을 잘 표현했다. 젠장, 그 인간들은 모든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언제나 정곡을 찌른다.
이별을 할 때마다 조금씩 죽어가네. ”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레이먼드 챈들러 '기나긴 이별' 5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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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지금 읽고 있는 이 페이지에 이 소설의 대부분의 좋음이 들어있어야 한다'는 강보원 선생님 말씀 너무 공감돼요. 개인적으로 건질만한(?) 문장을 하나라도 발견했으면 결국 그 소설은 나에겐 좋았던 소설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사실 '기나긴 이별'에서도 다른 많은 요소들은 제쳐두고 "이별을 할 때마다 조금씩 죽어가네"라는 한 문장 때문에 이 소설을 오래 떠올리게 될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책을 읽다가 꽂힌(!)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두는 습관이 있었는데 문제는 표지를 함께 찍어두지 않아서 정작 나중에 다시 보면 어떤 책의 한 페이지인지 알지 못하는 것...그래서 요새는 책을 다 읽고 나면 항상 표지 사진도 함께 찍어두려고 합니다. ㅎㅎ

박혜진
"모든 상황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언제나 정곡을 찌른다"는 표현은 소설에 대한 얘기 같기도 하네요. 스스로 표현력이 떨어졌다 싶을 때 긴급 처방 받듯이 소설 읽거든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코맥 매카시 사망 뉴스를 봤어요. 저한테 많은 약을 처방해 주신 분. 코맥 매카시 문학의 본격적인 역사, 사후의 역사가 이제 시작되겠네요. 조금 슬프고, 그보다는 많이 기대되는 이상한 기분이에요.. 저는 <모두 다 예쁜 말들> 좋아헤요.

박혜진
“ 가격이 없는 사람도 있죠.
그래, 그렇지.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되죠?
죽지.
죽는 것쯤은 두렵지 않아요.
그거 잘됐군. 죽을 때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살 때는 별 도움이 안 되지. ”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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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느슨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사이에 벌써 2주가 흘렀네요. 저는 요 며칠 언급해 주셨던 책들을 가볍게 살피고 있어요. 어제는 보원 평론가님이 추천한 <나의 친구, 스미스> 앞부분과 소개글을 조금 읽어 봤어요. 헬스장 가서 진심으로 운동하는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도 지속되는 '여성의 몸'에 대한 비판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소품 같은 소설이구나 싶으면서도 이 책은 다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일단 헬스장에서 운동하며 혼자만 하던 생각들을 이렇게 소설 속 캐릭터의 생각으로 만나니까 반가웠고, 운동에 대한 온갖 동영상들에서 주워들었던 파편적이고 피상적인 용어들을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만나니까 생경했는데, 그 점이 신선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진짜 동시대 소설이다, 바로 지금 읽어야 할 소설이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나의 친구, 스미스동네 헬스장의 ‘스미스 머신’을 벗삼아 웨이트트레이닝에 몰두하는 7년 차 회사원. 좀더 체계적으로 단련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디빌딩 대회에 도전하지만 주위 상황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여성의 몸이 가지는 젠더성, 현대사회의 루키즘과 페미니즘을 참신한 관점으로 재해석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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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저도 <나의 친구, 스미스> 읽고 싶어서 조금 찾아 봤어요. 작가가 1991년생이고, 실제로 회사 생활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책의 내용들 역 시 그런 생활에서 나왔겠거니 싶어 미덥고요.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저도 그렇고 운동을 잘 하지 않던 친구들도 슬슬 몸을 움직여 보고 있는데요.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내 몸을 알고, 근육을 쓰는 방법을 알아 간다는 게 즐겁다는 거였어요. 운동은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몸으로 체득해야만 가능한 기쁨을 느끼게도 하는 것 같아요. 아직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소개를 보니 몸 만들기에 관심을 갖고 피트니스 대회를 나가려고 했던 주인공이 몸이 아닌, 여성 참가자에게 요구되는 것들에 혼란을 겪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요즘 바디 프로필 열풍과 관련해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바디 프로필도 그렇고, 피트니스 대회도 그렇고, 결국 '보여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느낌인데, 그렇다면 그건 정말로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운동이며 몸인가를 생각하게 되네요. 아직은 생각 덩어리 정도로만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운동에 대해서, 여성의 몸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인 사유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ㅎㅎ

소유정
지난 번에 읽고 있다고 한 백수린의 <눈부신 안부>를 다 읽어서 이 이야기도 조금 해 볼까봐요. 이 책의 큰 줄기는 '선자 이모의 첫사랑 찾기'인데요, 선자 이모는 주인공 해미의 친구인 한수의 엄마이자 해미의 이모인 행자의 간호사 동료예요. '이모들'은 파독 간호사로, 해미가 선자 이모를 만난 것도 어렸을 적 독일에 잠깐 살았던 때였어요. 선자 이모의 일기장에서 발견한 첫사랑의 이니셜 'K.H.'를 찾기 위해 해미, 한수, 레나 세 친구는 참 많은 노력을 하는데요. 해미가 독일에 있을 때는 K.H.를 찾지 못했다가 아주 먼 훗날, 현재에 이르러 다시 K.H.를 찾기 시작합니다. K.H.를 찾는 건 해미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어쩌면 해미를 기자로 이끌었던 최초의 쓰기와 맞닿아 있을 수도 있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쉽지 않았으나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니까요. K.H.를 찾기 위해서 해미와 함께 선자 이모의 일기장을 계속해서 훔쳐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주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이 보여서 여러 번 뭉클했어요. 백수린 작가가 워낙 아름다운 문장을 잘 쓰기도 하고요... 또, 한국을 떠나와 독일에서 K.H.와의 기억을 되짚는 내용의 일기였기 때문에 파독 간호사로서 선자 이모(와 다른 이모들)의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흔히 '희생'이나 '애국', 곱지 않은 시선으로는 '외화벌이' 등의 단어들에 이들의 삶을 가두었었는데, 사실은 그들의 주체적인 선택이 있었다는 걸, 그것이 아주 컸다는 걸 저도 모르고 있었어요. 실제 파독 간호사에 대한 연구에서도 그런 해석이 다분하다는데, 소설에서 그려지는 이모들도 그림자 진 캐릭터는 절대 아니거든요. 최근에 발표된 디아스포라 소설(장.단편을 포함해) 가운데서도 확실히 이 소설은 인물의 결이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사실은 주체적인 선택 아래 꾸려진 삶이라는 거, 그래서인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이 구절이 유독 마음을 건드리더라고요. 선자 이모의 일기의 첫 페이지마다 적혀 있는 문장이기도 해요. "아무것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

소유정
<눈부신 안부>를 읽으며 또 소설 한 권을 보았어요. 이종산 작가의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인데요. 제목처럼 중학교 도서부원 세 친구가 꾸리는 종이접기 클럽 이야기예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청소년소설이라 가벼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인 구석이 있더라고요. 종이로 이런 거 저런 거를 접다보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고(?), 과거로 통하는 문도 열린다는 판타지적인 요소는 가볍고 귀엽게 느껴지지만, 그렇게 해서 연결되는 세계가 단지 과거의 시간이 아니라 중요한 역사의 한가운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더라고요. "판타지란 지나치게 방대하며 역사는 내게 너무 무겁다고 생각해서 멀리 두었던 독자들에게 이 소설을 권한다"는 김지은 평론가의 추천사에 저도 적극 동의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었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네요!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전 세대에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소설Y 시리즈의 아홉 번째 권으로 이종산 장편소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이 출간되었다. 블라인드 사전서평단으로부터 ‘발랄함과 으스스함, 찡함이 공존하는 작품’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을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는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시리즈의 첫 권으로, 새로운 ‘종이접기’ 세계관의 등장을 알린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중학교 도서부 소속 종이접기 클럽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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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물론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늘 동경했던 시인이 되지도 못했고, 뼈아픈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었어.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며 더이상 후회하지 않아.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백수린, 『눈부신 안부』,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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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은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백수린, 『눈부신 안부』,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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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백수린, 『눈부신 안부』, 303~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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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정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창비의 소설Y 시리즈로 출간된 것인데요. 검색하다가 같은 시리즈인 <호랑이가 눈뜰 때>도 재밌어 보여서요. 로커스상을 수상하고 슈고상, 네뷸러상 등 여러 SF 문학상에 노미네이트된 한국계 미국인 이윤하 작가의 신작이라고 해요. 지난해에 미국에서 출간돼 이미 화제가 되었고, 영상화까지 확정이 되었다고 하네요. 호랑이가 나오는 한국 신화와 SF의 만남이라니...도무지 상상이 잘 되지 않지만 그만큼 흥미로운데요! *.*

호랑이가 눈뜰 때한국계 최초로 휴고상에 3년 연속 노미네이트되고 로커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윤하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호랑이가 눈뜰 때』(소설Y)로 돌아왔다. 한국 신화와 SF의 환상적인 만남으로 해외 독자들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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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활기찬 월요일입니다! 다들 열심히 읽어 나가고 계시네요. 저도 더 분발하겠습니다 ㅎㅎ
저희 프로젝트(?)와 별개로 저는 최근에 조지 손더스를 열심히 읽었는데요.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패스토럴리아’ ‘바르도의 링컨’까지 연달아 읽었더니 작가의 한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본 것 같아 흥미로웠습니다. 다양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읽는 것도 좋지만, 전작까진 아니더라도 관심이 가는 작가의 작품들을 연달아 쭉 읽는 것도 즐거운 독서 경험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네요. 그렇게 꽂혀서(!) 결국에 전작을 독파하게 되는 작가들이 모여 나의 취향이 되는 거겠죠.
작가는 아니지만 이런 주제에는 꼭 끌린다 하는 것 있으신가요? 저는 ‘외로운 여자(소녀)’가 등장하는 작품 앞에서는 항상 마음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 자신과 가까운 이야기라고 여겨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화자에 동일시할 여지가 많을수록 이야기에 더 몰입하게 될테니까요. 4월에 번역 출간된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은 작가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었지만 제목만 보고 끌려서 당장 읽은 작품이에요. 읽고 보니 역시나, 이런 이야기 앞에서는 저는 속수무책이더라고요. 최근에 출간된 작품은 아니지만 델리아 오언스의 장편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나 도리스 되리의 소설집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소설은 아니지만 비비언 고닉의 ‘짝 없는 여자와 도시’, 마찬가지로 마스다 미리의 만화들도 그런 점에서 사랑하고요. ㅎㅎ
소유정 선생님이 올려주신 백수린 작가의 ‘눈부신 안부’ 의 한 구절을 보니 이 작품 역시 마음을 빼앗기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ㅎㅎ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1950년대,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주디스 헌은 40대에 접어든 독신 여성이다. 그녀는 마치 형벌을 받듯이 세상의 무관심 속에 버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의 냉정하고도 자연스러운 이치였다. 가난하고 나이가 많고 못생긴 그녀는 세상이 원하는 가치를 하나도 지니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40대는 아직 희망을 다 버릴 수는 없는 나이이고, 어쩌면 그 희망이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하숙집에서 만난 중년 남성에게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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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 주님, 이 도시에 홀로 남은 저는 어떻게 되나요? 제 옆에 남는 건 술뿐일까요? (...) 술은 저를 무디게 했다가 결국 부끄럽게 만들어요. 저를 더 외롭게 하고 더 경멸받도록 만들어 버려요. 대체 왜 제게 이런 십자가를 주셨죠? 차라리 다른 걸 주세요. 엄청난 고통, 진짜 몹쓸 병, 어떤 것이든 주세요. 하지만 누군가가 함께하게...그 고통, 그 병을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제 곁에 있게 해 주세요. ”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1』 브라이언 무어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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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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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소설 Y 시리즈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영어덜트 소설을 출간하는 움직임들이 확대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아직 해석되지 못한 주름들이 언제나 발견되기 때문인지, 소설을 읽으면 대체로 생각보다 좋다는 평을 하게 됐던 것도 같네요. 유정 평론가님 글 읽고 저도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챙겨뒀어요.

박혜진
그리고 소범 기자님 질문에 대한 답변! 저는 '고아'들의 이야기에 속수무책으로 끌려요. 말 그대로 고아는 아니더라도, 돌봐줄 사람이 부재하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 이야기요. 그런 점에서 저의 두 번째 관심 도서는, 마이클 온다치의 <기억의 빛>이에요! 2차 세계대전 이후,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부모를 대신해 남매를 돌봐줬던 '이상한 남자'와 남매의 묘한 유대에 대한 이야기예요. 전쟁을 기억하는 방식 역시 '고아' 못지 않게 늘 관심 갖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아무튼 세월이 흘러 그 시절들을 회상하는 방 식이에요. 문장의 깊이, 미스테리한 분위기 등에 상당히 끌리네요. 사실 저는 마이클 온다치의 전성기 시절 작품들을 많이 읽진 못했는데, 소범 기자님 이야기처럼 이 책을 시작으로 앞선 작품들을 읽어 보고 싶기도 해요. 한국 제목은 기억의 빛이지만 원제는 war light 예요. 멋져요..

기억의 빛제2차 세계 대전기의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시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2차 대전으로 공습이 벌어지는 동안 영국의 밤은 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에 잠겨 있었고, 소설은 그 암흑 속에서 사랑하고 싸우며 활동했던 사람들과 그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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