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해 작가와 <계간 미스터리> 78호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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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D OF BLUE>도 읽었습니다. (작중에 소문자로 표기된 동명의 앨범 이름이 나와서, 작품 제목이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 확인했습니다...) 제가 재즈에는 소양이 없어서 아마도 이 작품의 재미 요소 여럿을 놓쳤을 법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마일스 데이비스 이름은 들어봤으니... 이 작품의 장점은 일단 형사 캐릭터일 듯합니다. 여기서 어떤 분이 지적하셨던 것 같지만 정말로 '형사 콜롬보'가 떠오르는 의뭉스러운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 의뭉스러운 질문의 동기가 정말로 자기 궁금증 해소였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결말 부분까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고양이가 연상되는 인물이었습니다. 또다른 장점은 이 작품에서 풍기는 예술가 소설의 느낌이었습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으니까요. 요즘은 생각보다 찾기 어려운 주제인 듯해서 그 점 또한 무척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일수라는 인물이 좀 아쉬웠습니다. 까칠한 예술가의 느낌보다는 소설에서 형사에게 휘둘리기 위해 만들어진 인물 아닌가 싶은 그 작위적 느낌이 있었습니다. 차라리 좀 더 제멋대로고 더 성격 더러운 캐릭터로 만들었으면 제멋대로인 두 사람 사이에 꽤 불꽃 튀는 세션(???)이 되었을 듯하다 싶은데요... 살해(?) 과정이 제시되는 부분도 조금은 더 앞에서 슬쩍슬쩍 더 나와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 소설의 느낌이 장점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이건 단점으로도 보였습니다. 창작자가 가진 고뇌가 다른 곳에서 본 듯하게, 좀 평면적으로 제시된 게 아닌가 싶어서요. 하지만 솔직히, 다들 비슷비슷하게 고민하고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작품도 무척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말은 까칠하게 하니, 이게 참 문제네요... 마지막 남은 작품도 얼른 읽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나먼 기억>을 읽었습니다. 앞의 작품들과는 달리, 소위 '순문학'이라고 부르는 류의 향취가 느껴지는 잔잔하면서 진득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의 장점은 우선 문장과 표현이었습니다. 첫 문단부터 매력적이었어요.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 첫 문단에서 딱 잡히는 게, 우와... 작가님의 내공을 짐작케 했습니다. 또한 사소한 듯한 부분을 쿡 찌르는 점 역시 좋았습니다. 오빠와 나의 호칭 차이 같은 부분은 사소한 듯하지만 이게 점점 커지면서 작품 속 분위기를 이끄는 설정을 드러내었으니까요. 한편 '치매'라는 소재에서는 뜻밖에 많이 다루지 않은 듯한 '초기 치매', 즉 이 사람이 치매인가 아닌가 애매모호한 경계에 선 지점의 인물을 다룬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설정 하나로 인물의 행동과 말의 진실됨을 의심하며 계속 몰입하게 되었거든요. 단점을 하나 꼽자면, 마지막에 엄마가 숨겨온 것을 드러내는 부분 이후, 작가가 서술자의 말을 빌려서 말하는 부분이 좀 주절주절, 중언부언의 느낌이 있었습니다. 감상적인 부분을 조금 쳐내고 간결하게 마무리했으면 좀 더 깔끔한 느낌으로 남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앞의 다른 작품과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서 제 감상도 뭔가 좀 부족한 듯 달라졌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제 작품을 이렇게 실어서 남들에게 보이고, 이렇게 까이고(???) 싶습니다. 잘 써야 하는데... 저는 다시 퇴고하러 물러나 보겠습니다. 작가님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극찬에 뿌듯할 뻔하다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4년이나 회사를 다녀버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계간 미스터리 2023 여름호 (78호) <휴가 좀 대신 가줘_김영민>, P.33
'일상 미스터리' 정말 적절한 카테고라이징이다 싶습니다. '내 인생 철천지원수와 함께하는 바다낚시가 힘찬 뱃고동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김영민 작가님의 <휴가 좀 대신 가줘>은 한 문장으로 이야기의 스타일과 설정을 단번에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이력서를 작성할 때면, 거쳐왔던 지난 회사들 속에서 한번 쯤은 만나본 적 있을 듯한 회사 사람들의 꼭지들을 가진 인물들이, 이린아 대리의 기억과 대사(대화, 독백)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진심 살인을 상상하게 까지 만들었던 사람들, 사람들. 특히, 이 대리의 독백들은 이야기를 너무 맛있고 리드미컬하게 만듭니다. 어쩌라고. 탭댄스를 출 테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르겠지. 어머, 나를 잡을 심산인가. 으으, 빨리 끓여주고 싶어. 이것들이. 극찬에 뿌듯할 뻔하다 정신을 차렸다. 이렇게 4년이나 회사를 다녀버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어머, 오키나와의 해안가엔 남자친구랑 가게 될 거 같아. 극도의 스트레스와 제한된 공간. 억지로 동행하게 된 전 회사의 여름휴가, 이른 아침의 거센 풍랑이 이는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낚싯배. 그 첨예한, 흔들리는 배를 오가며 분노와 연애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사이, 풍랑은 잦아들고 곧이어 비명소리. 이야기는 느슨한 듯 진행되면서도 떡밥을 뿌리고 어김없이 회수합니다.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서 단백한 콩비지 찌개처럼 맛깔스럽습니다. ps. 프리퀄로 오피스 미스터리 스릴러 한편 만들어주시면 안될까요? 제목은... <외근 좀 대신 가줘> ㅎㅎ
감사합니다 ㅎㅎ 독백을 모아서 보니 재미있네요..ㅎㅎ 외근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린아 대리의 독백, 너무 취향저격이었어요.. ㅎㅎ 이대리 캐릭터를 오피스에서 벌어지는 더 재미난 에피소드들 속으로 밀어넣어면 어찌될지 기대됩니다 ㅎㅎ 생각 많이 해봐주세요~ ^^
감사합니다.^^ 위에서 말이 나온 성진 대리와의 이야기라던지..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머나먼 기억이란 게 있을 것이다.
계간 미스터리 2023 여름호 (78호) p.132 <머나먼 기억> 류성희
<머나먼 기억> 후기 요즘은 잊어버리는 게 일이다. 물건이고 정신이고. 기억해 내고 신경 쓰는 게 만사 귀찮다. 그런데 신기한 건, 언제나 내 감정만은 살뜰히 챙긴다는 것이다.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는 걸 찾고 조금만 불편하면 안 만나고 거리 두고 선 긋고… <머나먼 기억>에서 나는 정혜와 오빠 같은 타입이다. 자기중심적이고 무심한. ‘나와는 상관없는, 내 실체는 어디로 가버리고.’ 이 문장에서부터 무심한 감정선이 일렁였다. 소설은 타자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창하게 그리지 않았지만, 절제된 문체 덕분에 행간의 의미들이 모여 결국 눈물샘을 자극했다. 내 감정이 중요한 만큼 ‘다른 감정’을 가진 존재를 인식하고 끝까지 견뎌준 적이 있던가? 반문했다. 이렇게 생겨먹은 나와 사는 사람에게 급 미안해지고. 어디 가면 간다 온다, 자초지종 문자도 보내고… 좀 그래야겠다.
@Henry 취향저격, 저만 그런게 아니군요. 헨리☆님의 피드에 있는 책들은 절반 저의 취향이라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김영민 작가님의 글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요소가 녹아 있어요. 유머코드, 완전 좋아요.
유사취향, 반갑습니다~^^ 저도 쭈욱 피드 들여다봤네요.
@정혁용 팬입니다. ^^ 작가님의 서술톤 자체를 사랑합니다. 이번 단편은 플롯까지 완벽했습니다. 이 작품은 연극화도 가능하리라 감히 상상해봤습니다. (혼자 방구석에서 망상으로 연출했지요. 네.)
감사합니다^^
와 정혁용 작가님도 오실 줄이야. 작가님 이번 단편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소곤소곤) (조금 친한 김영민 작가님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호에 실린 작품 중 제 마음 속 원톱입니다! 자주 투고 좀 해주세요~ :)
과찬이십니다. 하지만 전 소인배라 과찬이나 빈말을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괜찮습니다^^*
그래도 2nd는 작가님께 드립니다. ㅋ
감사합니다*^^*
<머나먼 기억>을 읽고 처음엔 이게 왜 휴가라는 주제이지? 했는데 천상병 시인님의 <귀천>이 생각 나더군요. 그냥 이 세상에서 산 게 소풍, 휴가가 아니었나 하는 느낌에 울컥했습니다. ㅠㅠ (엄마 치매 간병인 보험만 2개 들고 있다는 ㅠㅠ)
<KIND OF BLUE> 읽고 유툽에서 그 재즈 찾아보신 분 손? ㅋㅋ 역시 대작가님은 대작가님이시구나,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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