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반려동물, 2만6천년의 러브스토리

D-29
작가는 달리기를 하다가 만나는 갈매기들 중 푸드덕거리며 날아가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는 녀석들에 대해 "내가 다가가도 겁먹지 않는 능력을 소유했다"고 하면서 도망갈까 아니면 공격할까 하는 반사작용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손이 즉각 분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코르티손은 극한 상황에 마주했을 때 나오는 호르몬인데, 이와 반대인 호르몬은 옥시토신이다. 즉각 날아가버리지 않은 갈매기처럼 느긋한 개체는 어디나 존재한다. 이 느긋한 개체가 우리의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조상일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그들의 후손이다.
가축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까지, 인간과 동물은 평등했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2장, 선택하기, 재키 콜리스 하비
한편으로 가축화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도입되었고, 인간이 집으로 들인 동물은 가정 내의 유대 관계를 맺음으로써 인간과 지속 가능한 관계를 갖게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가축화로 인해 계급이 굳어졌다. 동물과 인간의 등급이 구별되었고, 인간이 책임자로 등극했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2장, 선택하기, 재키 콜리스 하비
인간은 자신의 잣대로 동물의 행동을 판단한다. 동물의 마음을 읽으려 하면서 동물이 인간과 감정을 나누려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쇼베 동굴에 그려지지 않은 단 하나의 토착 동물은 바로 인간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는 모든 걸 알기 때문이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2장 선택하기, 재키 콜리스 하비
화가 윌리엄 호가스와 퍼그(이 둘은 정말 똑같다), 기타 여러 예를 들면서 작가는 사람이 자신과 닮은 동물을 반려동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보니 사람은 동물의 얼굴을 읽으려 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역시 사람의 얼굴을 읽는다.
인간의 문화는 첫눈에 반하는 사랑처럼 자연스레 솟아난 애착감을 상당히 소중히 여긴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2장 선택하기, 재키 콜리스 하비
많은 반려인들이 간택당했다는, 동물이 (나의 무엇인가를 인정해주고)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 동물의 판단에 무게를 싣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책임지기로 한 나의 동물들은 내가 선택했다. 그러나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나 이웃의 반려견이 내 종아리에 몸을 부빈다든가 엉덩이를 들이밀고 내 발 위에 앉는다거나 거리낌없이 내 얼굴을 핥아주면 난 어깨가 으쓱으쓱하고 콧대가 저절로 높아진다. 나 역시 동물의 판단에 무게를 싣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을 선택하건, 동물이 인간을 선택하건,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동물은 우리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은 다시 한번, 동물과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그 주인을 정의한다(그 정의가 옳은가는 별개의 문제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3장, 이미지 메이킹, 재키 콜리스 하비
3장은 동물이 반려인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16세기 페데리코 곤차가가 자신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들고 믿을만한 남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신의 초상화에 흰 털이 부숭부숭한 귀여운 강아지를 함께 넣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라면 나쁜 남자일리가 없어, 하는 섣부른 추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특이하고 이국적인 동물을 키움으로서 자신의 재력과 인맥, 취향을 과시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청동기시대부터 서기 1세기까지 요새로 쓰이던 북아일랜드의 에번 바허에서 모로코의 고산 지대에서 살던 원숭이의 뼈가 발견됐다. 멀리서 온 원숭이를 경이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특이한 동물을 기르는 사람도 존재한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동물의 생김새를 바꾸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사냥개나 물가에서 사는 개들의 털이 젖는 것을 막기 위해서 털을 깎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유행에 따라 염색하거나 리본을 매달아주는 것은 아무 실용적인 이유도 없다. 개 미용실은 18세기 파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18세기 파리지앵이나 21세기의 나나 개를 미용실에서 목욕시키고 털을 다듬는 이유는 같아서 내심 놀랐다. 파리 시내의 아파트들에 개를 목욕시킬 장소도 마땅치 않고, 털을 방치해두면 벼룩을 옮아오기 쉽기 때문이었다.
새로 알게 된 것+구글검색 결과 : 줄무늬 고양이를 가리키는 태비라는 단어는 바그다드의 아타비야라는 곳에서 만들던 줄무늬 비단 천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아랍어로 Al Attabiyya, 프랑스어로 tabis, 나중엔 tabby라는 단어로 굳어졌다. 그리고 현대 고양이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중세의 중동 지역에서 줄무늬 고양이를 기르는 유행이 시작됐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사발레 데스테가 애타게 구입하고 싶어했던 시리아의 그 이국적인 고양이가 바로 이 태비 고양이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함께 있는 우리 둘은 세상이 그린 아주 작은 벤다이어그램 교집합이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3장 이미지 메이킹, 재키 콜리스 하비
작가들은 대부분 무척 팍팍한 경제적 여건에 맞춰서 산다. 정기적인 수입원이 없다 보니 모아 놓은 돈을 야금야금 빼서 쓴다. 어느 해는 벌이가 괜찮았다가도 그다음 7년은 쪼들린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내가 쓸 물건은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집 고양이 두 녀석을 위한 장난감과 간식은 기꺼이 산다. 이건 내 고양이 두 마리를 향한 애정 표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 녀석이 노는 모습이 내게 크나큰 기쁨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곁에 동물을 두는 건 "너희 때문에 내가 웃는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3장 이미지 메이킹, 재키 콜리스 하비
인간이 원하는 대로 색깔과 목소리가 바뀐 동물이 카나리아다. (원래 카나리아는 녹색이 감도는 참새만한 새였다. 지금 카나리아는 노랑, 주황, 빨강 등으로 '개조'됐다) 개는 카나리아보다 더한 것을 견뎌냈다. 인간은 온갖 스타일로 교배시켜 크기와 털을 변화시켰고 귀와 꼬리를 마음에 드는 모양으로 바꿨다. 꾸준히 교배되는 이 새로운 품종의 개들은 현재 '디자이너 강아지'라는 이름을 달고 엄청난 가격으로 매매된다. 먼치킨 고양이, 캥거루 고양이, 엘레이매그넘 말, 티컵 치와와 등이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이들은 순전히 인간이 원하는 외형의 특성을 가지도록 교배되었다. 극단적인 예는 18세기 일본에서 인기 있었던 왈츠 추는 쥐였는데, 신경의 문제가 있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춤을 추듯 움직였던 쥐가 인기를 끌자 이런 쥐들끼리 교배시켜 왈츠를 추는 쥐들을 만들어냈다. 쥐들이 겪을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영국의 경우 왕실 멤버들이 키우는 동물이 유행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빅토리아 왕비가 좋아한 포메라니안, 앨버트 공의 닥스훈트 등은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했고 크기는 더 작게 개량되었다. 그러다 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독일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견종은 완전히 외면당하기도 했다. (비슷한 이유로 내가 살고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저먼 셰퍼드를 로보 다 알자시아 즉 '알자스 늑대' 견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찾아보니, 역시 1차대전 이후 영국 켄넬클럽에서 저먼 셰퍼드 대신 알자스 울프독이라고 고쳐 불렀다고. 알자스는 독일과 프랑스 국경이고 한때 독일 영토였으니까 영 틀린 명명은 아니다)
"네덜란드 총독이었던 영국의 읠리엄 3세와 그의 아내 메리2세가 애완견 퍼그를 영국으로 데려온 1689년에 반려동물 유행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퍼그의 모습은 지금의 퍼그보다 덩치가 더 크고 지금처럼 코가 납작하지 않았다) 그들의 인기가 식자, 네덜란드 마스티프, 즉 퍼그의 유행도 사그라들었다.
영국의 화가 윌리엄 호가스에겐 유행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당시 퍼그의 모습을 그림으로 완벽히 남겼는데 이는 반려동물 초상화를 의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이다. 퍼그가 중앙을 차지하고 주인이 배경으로 밀려났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3장 이미지 메이킹, 재키 콜리스 하비
호가스가 퍼그를 좋아한 건 자신의 호전적인 기질과 열렬한 자기애 때문이었다(그의 대리인 역할을 맡은 퍼그가 호가스를 비평한 글 위에 오줌을 싸는 모습을 그린 그림도 있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3장 이미지 메이킹, 재키 콜리스 하비
이 퍼그의 이름은 트럼프인데, 18세기엔 트럼프는 방귀뀌다를 익살맞게 표현한 은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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