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는 늙은 오디가 힘든 순간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좋은 순간을 누릴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여겼고, 늙은 오디에게 찾아온 온갖 고난과 질병을 함께 견딘다. 그러다가 그녀는 좋은 순간과 힘든 순간 사이의 균형이 깨졌음을 인지하고, 좋은 결말을 맞이할 때가 다가왔음을 인정한다. 그녀는 오디의 목숨을 연장해 봐야 더 좋을 게 없다는 걸 깨닫고 곧장 실행에 옮긴다."
좋은 순간과 힘든 순간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게 내가 제 때 해내려고 노력한 것이다. 제 때 해냈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른다.
호두언니
“ 모든 죽음은 일종의 질문이고 수련이다. 반려동물이 죽을 때, 우리는 우리의 죽음을 연습한다. (중략) 그렇다고 우리가, 아니 그 누가 아버지에게 죽음을 권할 수 있을까. 우리가 '좋은 결말'을 우리 입으로 꺼내지 못하는 건 때가 왔음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가 아닌 존재의 죽음을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 때문이다. 모두에게 가혹한 일이다. ”
내가 책임지고 함께 살았던 동물들의 죽음은 내게 많은 질문을 주었다. 수련도 했다. 그렇다고 다시 닥칠 죽음이 덜 아픈 건 아니다. 모든 생명엔 끝이 있다는 걸 약간이라도 받아들이게 되었을 뿐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겪은,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서 결정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는 것을 나의 아버지도 겪었다. 어떤 사람으로 태어나느냐처럼 어떤 죽음을 맞이하느냐도 스스로 결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한 존재가 얼마나 선택권이 적은 상태로 이 세상에 던져지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스스로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살이라는 선택은 죽음의 일부지 전체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즐거움을 최대한 누려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은 경험이 쌓일 수 있다. 그러나 나의 죽음은 연습해 볼 수가 없다. 그러니 별 수 없이, 후회가 없도록, 친절한 사람이 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되 낭비하지 않고 현재의 육체를 잘 보살피고 하늘과 나무와 꽃을 들여다보고 책과 그림을 가까이하면서 살자고 다짐하게 된다.
제인 칼라일은 반려견 네로를 안락사시킨 다음 '아름답고 애교 넘치는 이 작은 존재는 어떻게 될까? 이 미덕들이 청산 몇 방울에 스러져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그걸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신성과 불멸이라고 부르는 것, 우리 인간이 스스로의 존재 속에서 발견한 이런 자질보다 청산이 더욱 강력하단 말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제인 칼라일은 윌리엄 러셀 부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종교적 관점에선 이단에 가까운 이런 내용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러셀 부인은 이렇게 쿨하게 대답했다.
"친애하는 부인, 그런데 굳이 왜 신을 믿으려는 거죠? 누가 그걸 믿겠어요? 전 안 믿어요."
호두언니
독실한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고 각혼이 있을 뿐이라는 신부님의 강론을 어릴 때 듣고, 종교라는 것이 백퍼센트 믿을만하진 않다고 느꼈다. 게다가 예수님이 그런 얘기를 한 적도 없지 않은가! 동물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은 나를 종교에서 멀어지게 한 여러 원인들 중 하나이다. 다만 프란시스코 교황이 모든 피조물에게 천국의 문은 열려 있다고 얘기해서 꽁한 마음이 아주 약간 풀리긴 했지만, 나는 천국이고 내세고 환생이고간에, 지금의 삶이 가장 중요하고, 지금 내 옆의 동물이 중요하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만에하나 천국이 있다면 나의 개들은 모두 거기 있을 것이므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호두언니
“ 예술품은 인간이 바라보는 대상의 모습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작품을 만든 사람이 어떤 관점으로 자신의 상상력을 펼쳤는지도 알려 준다. 따라서 예술품은 작품을 만든 이들에 대한 기록으로 볼 수도 있다. (특이한 형태의 자화상이라고 불러도 좋다) 하나의 작품 안에는 제작자의 심미관, 주변 세상에 대한 반응, 그들이 처한 환경이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예술품은 세상을 읽는 각자의 방식을 전한다. 그들이 동물을 묘사한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남긴 것은 그들의 상상력이고, 그 상상력은 곧 그들의 정체성이다. ”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중에 선택하고 이름짓고 소통하고 보살피고 이별하는 것까지는 꽤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9장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이어서가 아니라 장 제목을 상상하기로 붙였다는 것이 신선하다. 동물과 우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 상상하고, 어떻게 해야 동물과 우리에게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나 상상하고.
호두언니
강렬한 색으로 동물을 자주 그렸던 독일 화가 프란츠 마르크의 이야기가 이 책의 마무리로 나와 좋았다.
호두언니
“ 프란츠 마르크는 "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상상하기 위해 인간이 개의 영혼에 집중하지 않고, 반대로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풍경 속에 개를 배치하는, 처참하고 영혼이 없는 관행"에 대해 기술한 바 있다. 이 '처참한' 관행은 사실 우리가 동물의 주인으로서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
메리 울스턴크래프트(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어머니이기도)는 1792년에 '여성의 권리 옹호'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한 작가는 그녀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짐승의 권리 옹호'라는 풍자적인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지금은 여성의 권리는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며 점차 짐승의 권리도 여성의 권리가 걸은 길을 가고 있다.
호두언니
다른 존재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면 우리의 권리도 주장할 수 없음을, 우리는 서서히 깨닫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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