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반려동물, 2만6천년의 러브스토리

D-29
혼자 읽고 정리하려고 만들었지만 누구라도 참여하셔도 됩니다. 처음 읽는 건 아니어서 기간은 짧게 잡았어요.
원제는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물학 수업'이고 원제는 'Tha Animal's Companion: People and Their Pets, a 26,000 Years Love Story'이다. 사람과 반려동물 사이의 2만 6천년 러브 스토리가 이 책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 모임 이름으로 정했다.
"이 책은 반려동물의 역사가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들의 역사에 관한 탐구가 될 것이었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전부터 동물 이름을 짓고 삶의 시간, 즐거움, 슬픔을 나눈 사람들, 동물의 주거와 복지를 책임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긴 하지만 반려인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단어도 쓰는데, 반려동물/반려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이전의 러브 스토리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여러 모로 적절하기는 하지만 '책임'이라는 의미가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옳은 지적이다. 언젠가는 반려동물/반려인보다 훌륭한 단어가 나올지도 모른다. 이렇게 단어의 의미를 하나하나 따져물으며 시간을 쓰는 것이 언어를 발명한 댓가로 인간이 잃은 것인지도 모른다. 내 개는 '그거 따질 시간에 나한테 공을 좀 던져 주지 그래?'라고 할 테니까.
반려동물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흐리는 존재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들어가는 글,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인간도 결국 동물인데, 독특한(?) 동물인 인간 덕분에 존재하게 된 반려동물.. 음.. 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반려동물, 그러니까 동반자로서의 동물을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인간을 더욱 흥미로운 존재로 변모시킨다. 반려동물의 반려인, 그러니까 동물의 동반자로서의 인간 말이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들어가는 글,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반려동물 키우기에 대한 사고방식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인간과 반려동물을 가르던 간극은 도덕적 권리, 나아가 법적 권리라는 측면에서 전에 없이 요동치고 있다." 어떤 동물이 식용이기도 하고 반려동물이기도 한 딜레마를 꺼내며 저자는 한국의 예를 든다. 한국에서 개를 식용으로 사육한다는 사실과 그 환경이 비정상적이고 처참하다는 이야기다.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나라가 한국 뿐만이 아니고 (저자의 나라인) 영국에서 동물을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사육한다는 이야기도 뒤이어 나온다. 한국에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딜레마와 분노, 죄책감에 더해, 나는 외국인들이 놀라서(개를 먹다니 설마 인터넷 헛소문이겠지?), 혹은 경악하며(잔혹한 영상을 본 후) 묻는 질문에 대답하며 얄팍한 애국심과 나의 러브 스토리 사이에서 줄타기해야하는 곤란함을 겪었다. 스무살 때의 곤란함에 비하면 지금은 나도 다른 문화 사람들을 대하는 기술이 늘었고 뻔뻔해져서 얼굴이 달아오르지 않고 대답한다. 그렇다고 나의 분노와 죄책감과 딜레마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법적으로 해결 안 됐다는 속터짐은 오히려 추가됐다.
동물이 당신을 핥아 주고 알아보며 좋아하는 반응을 보이자 묘하게 우쭐해진 적이 있다거나, 핸드폰에 동물 사진을 넣고 다니거나, 캄캄한 밤이면 침대에서 몸을 말고 자는 따뜻한 개 옆에 나도 모르게 살살 눕게 된다거나, 고양이가 꼬리로 툭 치거나 앵앵거리며 반겨 주기만 한다면야 왠만한 고생쯤이야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들어가는 글,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15년 전에 내가 품에 너를 안고 집으로 오며 희열에 가득 찼던 것처럼, 지금 난 눈물로 범벅이 된 채 너를 네 마지막 안식처로 데려간다. - 2천 년도 훨씬 전에 라틴어로 쓰인 이 묘비명은 지금 읽어도 가슴이 아프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들어가는 글,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애완동물pet을 대체하려고 만든 여러 용어는 온갖 복잡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고, 그 안에는 숱한 언어학적 곡예가 담겨 있다. 우선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있다. 꽤 마음에 드는 용어이긴 하다. 인간과 동물 양측이 동등함을 함의해 이상적이긴 하나, 여기서는 관계에 대한 책임, 즉 누가 누구를 책임지는지가 간과된다.
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들어가는 글,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1장 반려동물 찾기는 쇼베 동굴에 남겨진 2만6천년 전 소년과 개의 발자국으로 시작한다. 키 135cm정도, 8-10세 정도인 호모 사피엔스의 발자국만으로 성별을 어떻게 구별하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책에서는 남자 아이라고 명시를 하므로 일단은 소년이라고 하겠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기를 바란다) 동물의 발자국은 발가락 모양으로 보아 늑대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이들은 어떤 육중한 짐승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는 어두운 동굴 안을 70미터정도 나란히 걸었다. 나란히 걸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비슷한 시기에 따로 들어가 본 게 아니라 그들은 서로 의지하며 함께 걸었다. 소년은 개의 후각과 청각에, 개는 소년의 손에 들린 횃불과 자신보다 높은 시점에 의지하여 함께 걸었을 것이다. (개와 함께 걷다보면, 인간이 개보다 나은 신체적 능력이란, 눈이 높은 곳에 있어서 좀더 멀리 볼 수 있다는 것과 엄지손가락의 방향이 나머지 네 손가락과 달라서 무언가를 움켜쥐기를 잘 한다는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나마 나의 경우 안경 없인 멀리 보지도 못한다)
1994년 프랑스 남부에서 발견된 쇼베 동굴은 인류의 초기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곳이다. 동굴 안에 그려진 벽화의 동물들은 내 컴퓨터 작은 화면으로 보는데도 힘이 넘친다. 간결하면서도 힘찬 선은 피카소가 따로 없다. 저자는 동굴에 동물을 그린 이유와 인류가 반려동물을 찾게 된 이유를 부드럽게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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