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6

D-29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p.12, 이장욱 지음
[일관된 생애] 태어난 뒤에 일관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이 무 엇인지 몰랐는데 눈 코 입의 위치라든가 뒤통수의 방향 같은 것인가 또는 너를 기다리는 표정
[신발을 신는 일] 아직 신발 속에 무엇이 있다. 자꾸 커지는 무엇이. 나와 함께 이동하는 내가 아닌 전 세계를 콕콕 찌르는
[택시에 두고 내렸다] 그 순간 불현듯, 나는 어둠이 매일 온다는 걸 처음 깨달은 사람이 되었다. 다른 하늘의 새 떼를 깨달은 사람이. 내가 없는 너의 하루를 가만히 수긍한 사람이.
[필연] 사랑을 합니다, 라고 적고 밤과 수수께끼라고 읽었다. 최후라고 읽었다. 토성에는 토성의 필연이 있다고 칼끝이 우연히 고독해진 것은 아니라고
[깜빡임] 밤이 오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여기서 네가 살고 있구나. 깜빡임도 없이. 내 인생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영숙의 독심술] 오늘의 신비는 나에게도 살아야 할 계절이 있다는 것
[아직 눈사람이 아닌] 지금은 소리 없이 쌓여야 하기 때문에
[아침들의 연결] 그것이 누가 죽어가는 긴 하루와 흡사하였다
[내 인생의 책] 나는 혼자 서가에 꽂혀 있었다
[깜박임] 네가 없는 듯하다가 거기 처음부터 있었다고 느끼지
[영숙의 독심술] 행인들 가운데서 손님이 불쑥 태어나는 순간을 영숙은 사랑하였다. 오늘의 신비는 나에게도 살아야 할 계절이 있다는 것
[아침들의 연결] 나는 이제 아침에 일어났다가 오늘 아침에 다시 일어났다. 그것이 누가 죽어가는 긴 하루와 흡사하였다. ... 어느 날 바라보면 문득 뒤집힌 호주머니처럼 [초점] 나는 명료하게 살아갔는데 거울 속의 내가 어딘지 흐릿하였다. 말을 했는데 또 하려던 말과 조금 달랐다. 액수가 맞지 않고 기사마다 오탈자가 있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모양으로 누워 있는데 누군가 하늘 저편의 검은 공간을 내 이름으로 불렀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필연, 이장욱 지음
[내 인생의 책] 당신이 뜻한 바가 무한히 늘어나는 것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수만 명이 겹쳐 써서 새까만 표지 같은 것을 당신이라고 당신의 표정 당신의 농담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이상한 꿈을 지나서 페이지를 열 때마다 닫히는 것이 있었다. 어떤 문장에서도 꺼내어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당신은 토씨 하나 덧붙일 수 없도록 완성되었지만 눈 내리는 밤이란 목차가 없고 제목이 없고 결론은 사라진
당신을 잊자마자 당신을 이해했어.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밤에는 역설, 이장욱 지음
당신을 알지 못해서 당신에 대해 그토록 많은 말을 했구나.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밤에는 역설, 이장욱 지음
오늘과 내일 3부를 읽겠습니다. 저는 3부가 가장 좋았어요.^^
[밤에는 역설] 당신을 알지 못해서 당신에 대해 그토록 많은 말을 했구나. 어려운 책을 읽기 때문에 점점 단순한 식물이 되어서. 해맑아서 잔인한 아이처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으니까 새벽마다 또 눈을 뜨네. 내가 조용한 가구를 닮아갈 때 그건 방 안이 아니라 모든 곳,
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밤하늘을 내가 바라보자 거기 어딘가의 별들 가운데 깊은 자리가 하나 비어 있었다. 조용한 의자를 닮은 그런 밤하늘이라고 중얼거렸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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