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혼자 읽기

D-29
따라서 도덕철학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동물을 진정으로 헤아리는 것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학대를 멈추게 하는 실천일 것이다. 그렇지만 인정컨대 내가 이 책에서 수행한 작업이 본격적인 실천 강령을 수립하는 일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할 때 그 실천은 사회적 공론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재 주류를 이루는 견해, 즉 사람과 동물이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갖는다는 관점은 사회적 공론을 이끌어내기는커녕 저해하고 있다. 윤리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야 하며, 그러려면 절대 다수의 공감과 동의가 필요하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다는 주장으로는 동물해방도 동물복지도 이뤄낼 수 없다. 그들만의 영원한 리그가 될 뿐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나오며, 셸리 케이건
따라서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동물윤리 이론은 반드시 제한적 계층주의 관점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여기에서부터 세부 사안으로 뻗어나가야 한다. 동물을 헤아리되 사람보다는 덜 헤아린다는 전제가 아니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 그러지 않고서 무작정 동물에 대한 부끄럼 없고 공정한 처우를 바라는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나오며, 셸리 케이건
이런 생각이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일 수도 있다. 나도 그러기를 희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동물윤리뿐 아니라 모든 윤리에 대한 이해가 도덕적 지위의 중요성을 제대로 고려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혼란스럽고 불완전할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우리가 진행한 논의가 사회적 공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이론을 풀어나간다는 의미에서 적어도 표면을 긁어놓기는 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여전히 이 책에서 전혀 다루지 못했거나, 다루긴 했으나 자세히 파고들지 못한 도덕 이론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 다듬어나가야 할 세부 사안들이 될 것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며, 디테일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나오며, 셸리 케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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