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혼자 읽기

D-29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각각의 종마다 일괄적인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는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단일주의적 관점에서도 개체가 속한 종을 기반으로 도덕적 중요성을 구분하는 이와 같은 시각은 편견일 뿐이며 ‘종차별주의(speciesism, 種差別主義)’라고 비판받는다. 그런데 종차별주의를 거부하면 ‘가장자리 상황’과 같은 장애를 가진 인간은 어떤 종류의 동물이 정신적 동류이든 간에 그 동물과 똑같은 도덕적 지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6장_계층주의에 대한 몇 가지 우려들, 셸리 케이건
하지만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면 어떨까? 한 사람을 죽임으로써 다섯 사람이 아닌 10명, 100명, 1,000명, 또는 100만 명 이상을 구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의 희생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경우는 한정돼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수 억 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했고 혼자만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 이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가정해보자. 정리하면 수억 명의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방법이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것뿐일 때 우리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흥미로운 사실은 이 경우 의무론자들은 그 대답에 따라 두 가지 계파로 나뉘게 된다는 것이다. 한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은 안 된다는 ‘절대적 의무론(absolute deontology)’이다. 그들은 얼마나 많은 선이 위태로운지에 상관없이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잘못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다섯 사람을 살리든 1,000명을 살리든, 심지어 수십 억 명을 살리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생명권, 즉 죽임을 당하지 않을 권리는 어떤 다른 행동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만으로 경시될 수 없다. 살인은 절대적인 금기 사항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쪽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할수록, 한 사람을 희생시켜 이룰 수 있는 선의 크기가 커질수록, 그리고 다른 방법이 정말로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결국 금기를 풀고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이른바 ‘온건한 의무론(moderate deontology)’의 관점에서 생명권은 분명한 도덕적 무게를 갖고 있지만 그 무게가 무한하지는 않으며, 위태로운 선의 크기가 충분히 크면 생명권보다 더욱 무거워질 수 있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7장_단일주의는 의무론이 될 수 있는가, 셸리 케이건
이론적으로만 보면 임계치는 확실히 낮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온건한 의무론의 어떤 이론에서는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임계치가 세 사람으로 맞춰져 있다면 세 명에서 다섯 명을 구하는 것이 충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제 의견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 내가 강의 때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면 모두라고 할 수 있는 거의 대다수가 10명, 50명, 심지어 100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경우에도 무고한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는 금지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내가 500명, 1,000명, 1만 명, 100만 명으로 생명을 구할 사람들의 숫자를 계속 올려가자 결국 임계치에 도달했다는 대답들이 나왔지만,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수치가 굉장히 높았다. 10만 명이나 100만 명 정도의 목숨은 달려 있어야 겨우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매우 많았고, 이보다 훨씬 높은 10억 명쯤 돼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로 볼 때 적어도 1,000명 이상의 생명을 살리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무리 온건한 의무론자들이라도 임계치에 도달했다고 여기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물어볼 것도 없이 결과주의적 관점에 선 학생들은 결과가 더 나아지는 바로 그 지점이라고 대답했고, 소수의 절대적 의무론자들(학생들 중에도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만)은 임계치 설정 자체를 부정했지만, 여기에서는 온건한 의무론자들의 입장만을 대변하겠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7장_단일주의는 의무론이 될 수 있는가, 셸리 케이건
톰이 사슴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상상해보면 온건한 의무론과 결합한 단일주의의 전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고기의 삶 1년이 사슴의 1년보다는 가치가 낮다고 여길 것이다. 확실히 그럴 것 같다. 이제는 톰이 사슴을 죽이는 것보다 물고기를 죽이는 것이 위해의 크기에서 더 작을 것이기에, 임계치 역시 그에 비례해 작아진다고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명도 사슴보다 물고기가 짧다. 이 또한 임계치를 낮아지게 할 것이다. 이 정도면 사슴은 그렇다 치더라도 물고기를 죽이는 것은 허용되지 않을까? 여기에서도 물론 세부 사안은 톰이 어떤 물고기를 잡아먹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그러니 톰이 표류하고 있는 무인도 강가에서 송어를 잡을 수 있다고 가정하자. 송어의 평균 수명은 5년이므로 톰이 한 마리를 잡아서 죽이면 2.5년의 수명을 박탈하는 셈이라고 하자. 사슴의 10년보다 수치가 더 작으니 이 또한 임계치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송어는 사슴보다 훨씬 양이 적어서 한 마리 먹어서 버틸 수 있는 생존 기간도 더 짧을 것이므로 실현되는 선의 크기도 더욱 작을 것이다. 송어의 평균 무게가 1.2킬로그램이니 사슴의 경우에서처럼 하루에 160그램만을 섭취한다고 했을 때 한 마리로는 1주일 정도 생존할 수 있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7장_단일주의는 의무론이 될 수 있는가, 셸리 케이건
사실 내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이상할 게 없다. 물고기의 삶 1주일의 가치는 인간의 삶 1주일과 비교할 것이 못된다. 나는 이보다 더 작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온건한 의무론을 받아들인 단일주의자의 입장에서 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를 다시 환산하면 사람이 ‘4분 동안’ 얻을 수 있는 복지의 양이 송어가 ‘1년 내내’ 헤엄치고 다녀서 얻는 복지의 양보다 크다는 이야기다. 단일주의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임계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이 계산 역시 상수 m이 1,000이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일반적인 단일주의자라면 상수 m을 1,000으로 설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가여운 톰은 살아남을 수 없다. 송어를 잡아먹는 행위는 금지된다. 스스로 굶어 죽기를 기다려야 한다. 결국 온건한 의무론자들은 단일주의를 배격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온건주의자들이 바라듯이 m을 1,000보다 더 많은 생명으로 더 높게 잡으면 결과는 더욱 극단적으로 나오게 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7장_단일주의는 의무론이 될 수 있는가, 셸리 케이건
우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거기로부터 출발해 도덕성 및 단일주의에 관한 의무론적 접근방식을 논증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사례에 사람이 아닌 동물이 등장한다면 전혀 다른 반응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토끼 한 마리를 희생시켜 다섯 마리 토끼를 살리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의무론적 반응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개의 사람들은 비록 죽어야 할 토끼가 불쌍하긴 하지만, 그것이 더 많은 토끼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한 마리 토끼를 죽이는 게 올바른 행위라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요컨대 동물에 대해 헤아리는 경우라면 우리 대부분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결과주의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우리는 동물들의 복지나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전체적인 결과가 더 나아지는 상황에서는 특정 동물을 희생시키거나 해를 입히는 행위를 용납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8장_동물에게는 의무론적 권리가 없는가, 셸리 케이건
제3장 제3절에서 밝혔듯이 나는 비록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황에서 사람보다는 약하더라도 동물에게 복지 분배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본래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분배 원칙들을 동물로까지 확장하는 대안적 관점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분배 원칙이 ‘정의(justice)’에 관한 이론의 일부로 간주되고, 불의나 불공정성은 규범적 특성에 의무론적 요소가 포함돼 있는 존재들에만 해당된다면, 이 관점은 제한적 의무론의 적절한 버전으로 대변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8장_동물에게는 의무론적 권리가 없는가, 셸리 케이건
어쩌면 이 지점에서 제한적 의무론자들의 차단점이 앞서 우리가 살펴본 ‘임계치’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유형의 임계치가 동기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려면 초속 11.2킬로미터라는 이른바 ‘탈출 속도(escape velocity)’가 요구된다. 그 미만의 속도로는 중력을 이겨내지 못한다. 얼음의 물 분자를 결합하고 있는 화학적 결합을 깨려면 물 분자가 일정 수준의 ‘운동 에너지(kinetic energy)’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얼음은 녹지 않는다. 이렇듯 임계치 개념은 우리 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8장_동물에게는 의무론적 권리가 없는가, 셸리 케이건
이와 같은 물리적·화학적 임계치 외에 우리가 이 책에서 논의하고 있는 도덕적 임계치도 마찬가지로 엄연히 존재하며, 더욱이 모든 임계치가 도덕의 영역에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이미 확인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건한 의무론자이며 의무론적 권리가 임계치와 관련 있다고 여긴다. 충분한 양의 선이 위태로우면 생명권과 같은 의무론적 권리의 무게가 임계치에 이르게 되며 결국 그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용납된다. 반면 위험에 처한 선이 적다면 임계치에 미치지 못해 의무론적 권리는 고스란히 지켜진다. 즉, 의무론적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정당화되려면 임계치에 도달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8장_동물에게는 의무론적 권리가 없는가, 셸리 케이건
특정 권리의 경우에는 개체가 의무론적 입장을 취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필요로 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어떤 권리는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추는 것 외에 추가적인 특성이나 능력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부 또는 모든 동물은 이와 관련된 추가적 특성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할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동물은 약한 형태의 의무론적 권리를 가진 게 아니라 아예 권리를 전적으로 결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거짓말에 속지 않을 권리를 가지려면 허위 주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에게는 거짓말에 속지 않을 권리가 없다고 말할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9장_동물을 아우르는 계층적 의무론, 셸리 케이건
사람이 가진 것보다 훨씬 더 발달되고 정교한 능력을 보유한 ‘우월한’ 존재의 실재 가능성에 대해 떠올려보자. 짐작건대 이와 같은 존재는 분명히 도덕적 행동 주체일 것이며 도움 및 구조의 의무와 같은 도덕적 의무의 대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종류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 의무에는 제한이 없는지, 아니면 제한할 수 있는 도덕적 선택권이 있는지 등과 관련한 질문이 생길 것이다. 또한 사람보다 우월한 존재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면, 이들이 가진 선택권의 크기는 우리와 비교할 때 얼마나 큰지 궁금할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9장_동물을 아우르는 계층적 의무론, 셸리 케이건
불행한 일이긴 하지만 사람의 정신적 능력도 얼마든지 훼손되고 결여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애의 상태가 심각할 경우 단순히 양식적 인격만으로 온전한 사람의 수준까지 도덕적 지위를 올리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정신 장애를 가진 인간이 통상적인 인간 성인과 동일한 정도와 크기의 권리를 갖는다면 대부분의(또는 모든) 동물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는데, 이는 앞서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동의할 수 없는 논리가 되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수용할 수 있는 의무론적 관점은 계층적 의무론이며, 심각한 장애를 가진 인간은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약한 의무론적 권리를 갖고 있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9장_동물을 아우르는 계층적 의무론, 셸리 케이건
그렇지만 이미 나는 긴 지면을 통해 동물에게 의무론적 입장이 없다는 그들의 주장을 논박했다. 동물이 사람보다 자율성이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자율성이 아예 결여됐다는 사고방식은 잘못이며, 의무론적 입장을 취하려면 ‘충분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역시 아전인수격 논리임을 확인했다. 동물도 명백히 의무론적 입장을 가지며, 이에 따라 자기방어권을 비롯한 여러 의무론적 권리도 갖고 있다는 제안이 훨씬 타당한 것이다. 물론 이 권리 또한 도덕적 지위에 따라 달라진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0장_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셸리 케이건
고양이에게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려고 하는 십대 청소년을 떠올려보자. 깜짝 놀란 여러분이 재빨리 그 청소년의 뺨을 한 대 후려침으로써 고양이가 무사히 도망치는 광경을 머릿속에서 그려보자. 진정으로 그 행위가 잘못됐을까? 그래서는 안 됐다고 주장해야 할까?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동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더라도, 그래도 무조건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할까? 내게는 그저 말도 안 되는 소리로만 들린다. 동물도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이 더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사례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은, 우리가 사람으로부터 해를 입으려는 동물을 제3자로서 방어해줄 때 그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위해를 가할 수 있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이다. 위해의 크기 말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0장_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셸리 케이건
어떤 등산객이 단순한 호기심에 곰이 살고 있는 동굴인 줄 알면서도 그곳에 들어간다(위해를 가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러자 인기척에 놀란 어미 곰이 자신의 새끼들을 해치려는 줄 알고 등산객을 향해 돌진한다. 이 경우 등산객은 자기방어권을 상실할 정도로 어미 곰의 공격을 유발한 것일까? 아니면 정당하게 자신의 복지가 어미 곰의 위해 당하지 않을 권리를 압도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0장_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셸리 케이건
공격하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는 데 반해 공격을 당하는 쪽은 매우 낮은 지위를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예컨대 개미핥기가 개미를 핥아먹는다든지 곰이 연어를 잡아먹는 경우 공격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을 것이다. 공격을 당하고 있는 동물이 얻게 되는 복지가 공격하는 동물이 잃을 복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크지도 않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공격하는 동물에게 가할 수 있는 위해의 양이 너무 작아서 잠재적 희생자를 구해서 실현할 수 있는 선이 공격자를 압도할 수 없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0장_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셸리 케이건
이와 달리 공격하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데 반해 공격을 당하는 동물은 높은 지위를 가진 경우를 생각하면 그 반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를테면 검은과부거미(black widow spider)가 캥거루를 깨물어 맹독으로 죽인다고 상상해보자. 이때에는 캥거루를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 거미를 죽이는 것일 때 거미에게 가하는 위해는 충분히 작은 게 되며, 거미의 도덕적 지위가 캥거루에 비해 매우 낮기 때문에 거미의 위해 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임계치가 쉽게 충족된다. 캥거루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실현되는 선의 크기가 거미의 권리를 압도하는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0장_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셸리 케이건
만약 여러분이 검은과부거미에게는 도덕적 입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적절한 동물,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도덕적 입장은 취하지만 도덕적 지위는 상당히 낮은 동물 중에서 맹독을 가진 종류를 대입하면 될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례에서는 임계치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간에 무고한 위협을 죽일 수 없다면, 공격하는 동물이 잠재적 희생자에게 위협을 되는 동물이라는 사실은 공격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 희생자를 방어해주고자 공격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가 허용되는 경우는 생채기를 내는 정도의 충분히 작은 위해에만 국한될 것이다. 물론 이때에도 그 행위를 통해 희생자를 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0장_동물에게 자기방어권이 있는가, 셸리 케이건
규범윤리학에 대한 계층적 접근방식은 두 가지 설득력 있는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첫 번째 생각은 이것이다. 도덕적 입장이 근거가 되는 다양한 정신적 능력은 각각의 개체마다 그 ‘정도’가 다르며, 어떤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더 발달되거나 정교한 형태로 갖고 있다. 두 번째 생각은 이렇다. 그러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한 특별한 설명이 없는 한, 이와 같은 능력을 보다 고차원적으로 보유한 개체들은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도덕적 관점에서 더 큰 헤아림을 받는다. 이 두 가지 생각을 종합하면 비록 아직까지는 추상적이더라도 계층주의에 관한 설득력 있는 논의가 구성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1장_제한적 계층주의라는 대안, 셸리 케이건
이와 같은 일련의 사고방식 중 일부는 내 생각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많은 동물이 도덕적 입장의 근거가 되는 특성 중 일부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런 동물들은 도덕적으로 헤아림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 동물들이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지하던 것보다 더 많은 배려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설득력을 갖는다. 그동안 인간이 동물을 대해왔던 끔찍한 방식을 떠올리면 훨씬 더 큰 헤아림을 받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1장_제한적 계층주의라는 대안, 셸리 케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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