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혼자 읽기

D-29
명확한 근거는 대지 못하면서 준채식을 실천 중입니다. 예일대 철학 교수인 셸리 케이건은 동물윤리가 필요하지만 아직 미완성이라고 보는 입장인 거 같은데, 이 책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에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고 해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인상적으로 읽은 터라 저자에 대한 믿음도 있고요. 혼자 밑줄 친 내용들 올리며 가볼까 합니다. 전자책으로 읽기 때문에 페이지 수는 표시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우에히로 실천윤리학 강좌가 말 그대로 ‘실천’ 윤리학에 관한 것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강의 내용 가운데 사람들이 현실에서 직면하는 실제 선택에 대한 실제 토론이 있어야 하고, 대안까지 살펴보려면 도덕철학자들 사이에서의 빈번히 논의되는 관념적인 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도덕철학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하는 철학자들은 관념적·이론적으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해두고 있으므로, 응용윤리학이나 실천윤리학을 연구하는 분들에게 감탄할 뿐 내가 그와 같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결코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지난 반세기 동안 도덕철학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동물윤리 분야의 폭발적인 양적 팽창이다. 동물윤리는 (사람을 제외한) 동물에 대한 인류의 윤리적 책임을 다루는 도덕철학의 한 분야다. 물론 이 같은 정의가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동물을 어떤 식으로 대우할 것인가?”와 관련한 철학적 주제는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그런데 확실히 사람과 동물 사이에는 어떤 행동이 좋고 나쁜지 판단하는 능력 등을 포함해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이렇게 보면 사람과 동물은 윤리적 측면에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차이점이 사람과 동물을 차별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과 동물 중 어느 쪽이 좋은 것(또는 나쁜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두느냐와는 별개로 양자가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사람을 상대하든 동물을 상대하든 상관없이 그 윤리적 잣대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존재는 동일한 ‘도덕적 지위(moral status)’를 갖는다. 이 같은 관점은 명백히 ‘평등주의(egalitarianism, 平等主義)’라고 불리는 게 마땅할 것이다. 평등주의는 모든 존재에 차별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점은 사람의 이해관계(이익)와 동물의 이해관계에 동일한 가중치를 둔다. 평등주의자들은 양측에 같은 도덕적 지위를 부여하며, 어느 쪽이 더 높거나 낮다고 여기지 않는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그래서 나는 앞서 언급한 동물윤리 관점을 ‘단일주의(unitarianism, 單一主義)’라 부르려고 한다. 이들은 사람과 동물이 공유하는 오직 ‘하나의 도덕적 지위’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용어가 이들의 궁극적인 이상과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단일신론(unitheolism, 單一神論)’을 주장하는 기독교 교파 ‘유니테리언(unitarian)’을 지칭하는 이 용어가 도덕철학에서 아직까지는 어떤 뚜렷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그렇기 때문에 단일주의자들 중에서도 서로의 고통보다 즐거움이 최대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모색하고자 ‘공리주의(utilitarianism, 功利主義)’와 결합한 ‘단일주의적 공리주의자’가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우리에게 사람에 대한 고통과 즐거움을 헤아리는 것만큼 동물에 대해서도 고통과 즐거움을 헤아리라고 계속 상기시킨다. 한편으로 ‘의무론(deontology, 義務論)’과 결합한 ‘단일주의적 의무론자’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은 어떤 존재에게 해를 입히는 행위가 전반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더라도 “무고한 자에게 ‘위해(harm, 危害)’를 가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렇지만 이들 의무론자들 역시 단일주의의 일원이기에, 우리가 죄 없는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죄 없는 동물들에도 위해를 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할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한편 동물윤리에 대한 단일주의적 관점과 달리, 동물을 헤아리고 배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차등을 둬야 한다는 ‘계층적(hierarchical)’ 접근방식도 있는데, 정서적으로 더 공감을 얻고 있는 듯 보인다. 앞으로 나는 이 관점을 ‘계층주의(hierarchism, 階層主義)’라고 부를 것이다. 이 같은 대안적 관점에 따르면 사람은 동물보다 더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사람이 동물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제약이 있으며, 우리가 사람을 대할 때 적용되는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동물에 없는 권리나 더 강력한 권리가 있고, 아마도 개인의 이익이 동물의 이익에 앞서는 (또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는) 권리를 갖는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물론 여기에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 커다란 틈이 존재한다. 규범윤리학에서 원래 논의되던 ‘사람에 대한 사람의 윤리 문제’에 더해 이제는 그 범위를 확장시키는 새로운 문제까지 대두됨으로써 더 무겁고 어려워졌다. 우리가 동물을 헤아리긴 하지만 사람보다는 덜 배려한다는 것과,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헤아리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다시 말해 동물을 사람보다 덜 헤아린다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설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동물의 이익과 사람의 이익을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헤아릴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기는 하지만 통상적인 정서는 계층주의를 수용하고 있으며(적어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나도 이보다 동물에 수반되는 낮은 위치를 설명하는 데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따라서 이 책에서는 동물윤리에 대한 계층적 접근방식을 논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방금 이야기한 것들을 감안할 때 통상적인 정서, 그중에서도 일부만을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는 여러분 또한 동물윤리의 올바른 접근방식은 계층주의라는 나의 논지가 매우 명료하며 더 이상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동물의 낮은 도덕적 지위에 대해 여전히 그 어떤 사회적 합의도 없다는 내 주장이 옳다면, 아직까지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다양한 각론에 대해 논의가 계속될 것이다. 나는 그것을 바라고 있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들어가며_사람과 동물은 동등하지 않다, 셸리 케이건
앞서 밝혔듯이 사람과 동물의 상호관계를 지배하는 도덕성과 관련한 내 중심 견해는 사람이 동물에 비해 높은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하며, 이에 가장 적합한 이론적 토대는 ‘계층적’ 관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주장은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명확하게 입증돼야 한다. 예를 들면 바로 앞에서 한 서술의 경우 마치 내가 도덕적인 지위는 사람이 누리고 있는 것과 동물이 갖고 있는 것 이 두 단계로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모든 동물이 ‘동일한’ 도덕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단계의 지위’로 구분돼야 한다는 관점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장_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들, 셸리 케이건
이와 관련해 한 마디 더 덧붙이자면,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도덕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 이하’라는 표현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한다. 이 동물들에게는 유감이지만 “개보다 못한 존재”, “돼지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불러 마땅한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든 인간이 동물보다 더 높은 도덕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장_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들, 셸리 케이건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꽃잎을 뜯어내는 행동이 도덕적으로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만약 해당 식물이 누군가 정성들여 키우고 있던 난초라면, 그 식물에 해를 가하는 여러분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잘못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여러분은 난초에 잘못한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여러분은 그 난초를 키우고 있던 누군가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다. 여러분에게는 주인이 있는 난초에 위해를 가하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그 의무는 난초 자체에 대한 게 아니라 난초의 주인에게 갖는 의무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도 식물은 도덕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 제1장_도덕적 입장을 취하는 존재들, 셸리 케이건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 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김영사/책증정] 한 편의 소설과도 같은 <닥터프렌즈의 오마이갓 세계사> 함께 읽어요:)[📕수북탐독] 1. 속도의 안내자⭐수림문학상 수상작 함께 읽어요[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북토크/책 증정]경제경영도서 <소비 본능>같이 읽어요!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중간 참여할 수 있어요!
🎬 독립 영화 보고 이야기해요.
[인디온감] 독립영화 함께 감상하기 #1. 도시와 고독[그믐무비클럽] 5. 디어 라이프 with 서울독립영화제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조영주 작가가 고른 재미있는 한국 소설들
[책증정] [꿈꾸는 책들의 특급변소] 김호연 작가의 <나의 돈키호테>를 함께 읽어요 차무진 작가와 귀주대첩을 다룬 장편소설 <여우의 계절>을 함께 읽어요최하나 작가와 <반짝반짝 샛별야학>을 함께 읽어요.
6인의 평론가들이 주목한 이 계절의 소설!
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1다음 세대에도 읽힐 작품을 찾는 [이 계절의 소설] 네 번째 계절 #2
책장에서 먼지만 쌓여 있던 이 책, 망나니누나와 함께 되살려봐요.
[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Re:Fresh] 1. 『원미동 사람들』 다시 읽어요.
이런 주제로도 독서모임이?
혹시 필사 좋아하세요?문학편식쟁이의 수학공부! 50일 수학(상) 함께 풀어요.스몰 색채 워크샵
어서 오세요. 연극 보고 이야기하는 모임은 처음이시죠?
[그믐연뮤클럽의 서막 & 도박사 번외편]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이반과 스메르자코프"[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 그믐 라이브 채팅 : 5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 편지가게 글월 사장님과 함께
[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
🐷 꿀돼지님의 꿀같은 독서 기록들
권여선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문학동네)은모든 장편소설 『애주가의 결심』(은행나무)수전 팔루디 『다크룸』(아르테)최현숙 『할매의 탄생』(글항아리)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이 봄, 시집 한 권 🌿🌷
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2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0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9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8
모집중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