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먼 멜빌 <모비 딕> 읽기

D-29
<모비 딕>을 읽으려고 몇 번이나 벼르고 있었지만 두께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아서 같이 읽는다는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사람을 기다린다면 차일피일 미룰 것 같아 먼저 읽어나가겠습니다. 저는 작가정신에서 출판한 <모비 딕>을 읽겠지만, 다른 번역이라도 좋습니다.
지난번엔 발췌록을 읽다 말았지만 오늘 16장까지 완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장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름이 이제 막 언급되었고 등장은 아직 멀었다. 출항 또한 마찬가지로 아직이다. 내일이면 바다로 나가겠지만 마음이 좀 조급하다. 시대가 시대라 그런지 기독교 관련 내용이 꽤 있어서(서술자 이름부터 이스마엘/이슈메일이지만)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야망을 품은 젊은이들이여, 명심하라.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비 딕 115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6/30 2일차. 17~38장. 영웅의 서사시 같기도 하면서 32장 고래학은 정말 고래에 관한 논문 같기도 했다. 하지만 표현이나 시각적 묘사가 꽤 아름다운 편이다. 그리고 괄호에 에이해브 등장, 독백과 같은 말을 넣어서 희곡의 지문처럼 느껴졌다. 오늘 출항했고, 에이해브 선장도 등장했으며, 모비 딕이 언급되었다. 41장 제목이 모비 딕이니 아마 다음번에 읽을 때 모비 딕과 만날 것이다. 고래에 사적인 감정을 갖지 않고 어떤 자연의 대상으로 존중하며 사냥한다는 스타벅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그런데 이슈메일의 서술도 그렇고 어쩐지 스타벅의 미래는 에이해브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나저나 예언자가 정말로 일라이저(엘리야)라니. 나중에 또 등장할까 궁금하다.
죽음과 심판을 생각하라고? 그때 에이해브 선장과 내가 생각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었어. 어떻게 하면 선원들을 모두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갈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했단 말일세.
모비 딕 135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가장 경이로운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고, 깊은 추억은 묘비명으로도 표현할 수 없으니, 이 짤막한 장章은 벌킹턴의 묘석 없는 무덤이다.
모비 딕 151-152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서로 복잡하게 뒤섞여 있는 신의 경이와 공포에 비하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공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모비 딕 154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하지만 파도의 리듬과 생각이 한데 융합되어 얼빠진 젊은이를 아편에 도취된 듯한 공허하고 무의식적인 공상의 나른함에 빠져 들게 한다. 그래서 마침내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발밑의 신비로운 바다를 인간과 자연 속에 충만해 있는 그 끝없이 깊고 짙푸른 영혼의 가시적 형상으로 오해한다.
모비 딕 211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저는 고래를 잡으러 왔지, 선장님의 원수를 갚으러 온 것은 아닙니다.
모비 딕 216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자네는 좀 더 낮은 층을 볼 필요가 있어.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판지로 만든 가면일 뿐이야. 하지만 어떤 경우든, 특히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정한 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그 엉터리 같은 가면 뒤에서 뭔가 이성으로는 알지 못하는, 그러나 합리적인 무엇이 얼굴을 내미는 법이야. 공격하려면 우선 그 가면을 뚫어야 해! 죄수가 감방 벽을 뚫지 못하면 어떻게 바깥세상으로 나올 수 있겠나? 내게는 그 흰 고래가 내 코앞까지 닥쳐온 벽일세. 때로는 그 너머에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가. 그 녀석은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며 괴롭히고 있어.
모비 딕 217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나는 반항하면서 복종하고, 동정하면서 증오한다. 그의 눈 속에서 지독한 비애를 읽기 때문이다. 내가 그런 슬픔을 가지고 있다면 힘없이 쭈글쭈글 시들어버릴 것이다.
모비 딕 223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오오, 인생이여! 내가 네 안에 잠재해 있는 공포를 느끼는 것은 지금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다. 그 공포는 내 바깥에 있다.
모비 딕 224p,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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