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2

D-29
보원 평론가님이 이야기한 내용을 상기해 가면서 어젯밤에 책을 다 읽었어요. 짧다면 짧고, 또 단순하다면 단순한 소설 같은데, "정진 내부에 이미 분열"이 있다는 그 지점에서, 또 "대립의 전선을 꼬아놓은" 지점에서, 이 소설을 단순하거나 짧은 소설로 정리할 수 없게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몸을 향한 몰입감과 대화에 대한 위화감 속에서도 대회에 나갔던 선택이 첫 번째 '절정'이었다면, 막상 대회에 나가 새로운 차원의 분열과 마주하게 된 것이 두 번째 '절정' 같았어요.
예를 들면, 대회에서 주인공은 3위를 하는데, 1위를 한 선수가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실격되잖아요. "근육에서 약간 수분기가 느껴진"다는 것이 이 대회에서 가치를 두는 '내추럴한 근육'이나 '클린한 근육', 말하자면 '드라이한 질감의 근육'에 반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 이 대회와 대회를 둘러싼 몸에 대한 인식의 아이러니함을 잘 보여 주는 에피소드라고 생각했어요. 모종의 인위적인 개입을 거부하는 자연스러운 근육을 높게 평가하는 한편으로, 억지 미소라는 상당히 부자연스러운 요소를 요구한다는 사실이 공존하는 현실이 상당히 정확하다, 하면서 읽었어요. 다른 건 다 참겠는데 웃으라는 건 진짜 못견디겠어! 하고 폭발하는 지점이 많이 공감되기도 했고요. 저도 진짜 미소의 세계가 싫거든요..
<나의 친구, 스미스>는 보원 평론가님 이야기처럼 정말 할 말이 이것저것 너무 많은 소설 같아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거나, 다른 존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닌,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저한테는 상당히 심오하게 다가왔어요. 문학과 철학의 차원이 아니라 과학과 체육의 차원으로 인간의 변화에 대해 말을 걸어왔다는 것이요.
그후 나에게 남겨진 것은 심플한, 그렇기 때문에 구체성이 결여된, 그러면서도 절실한 한 가지 소망이었다. 아아,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사춘기 같은 소망을 품고서 삼십대에 접어들었다. 복권에 당첨되길 바라는 것보다 약간 더 강한 정도였을지라도.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2 나의 친구, 스미스, 161쪽.
다른 생명체가 되고 싶다.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동정받지 않는, 초연한 생명체가 되고 싶다. 그렇다, 그런 충동이 2년 전 G헬스장의 문을 두드리게 하지 않았던가.
6인의 평론가들이 선정하는 [이 계절의 소설] #2 나의 친구, 스미스, 161쪽.
여러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조금 늦게, <나의 친구, 스미스>를 쫒아가는 중입니다! 책장을 펼친 순간 땀냄새가 나는 것 같은..이 느낌 나쁘지 않네요. 잘 모르는 동작들은 유튜브를 찾아 보기도 하고요. 이게 맞나 팔과 다리를 움직여 보며 전에 없던 재미있는 경험을 하고 있네요. 읽기의 자세부터가 다른 책이랑은 달라져요ㅋㅋ 서둘러 읽고 다시 댓글 남기겠습니다! *.*)...
네 저도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읽었어요. 약물들도 많이 검색해 보고 ㅎㅎ 그나저나 내내 마음에 품고 있던 생각 하나를 평론가님들에게도 질문하고 싶어요. <나의 친구, 스미스>의 소설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요? 물론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밝히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요. 단순하지 않은 갈등 상황을 단순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는 데 충분히 동의하면서도, 너무 쉽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하는 묘사의 단순함을 마주할 때마다 음, 쉽게 쓴 소설이군,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또 그 생각을 뒤집기도 했는데, 바로 그 지점이 소설 전체의 문체이면서 나아가서는 소설의 소재와 주제 모두에 부합하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요.
저도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ㅎㅎ 저 같은 경우에 마음에 걸렸던 건 오히려 어떤... 넷플릭스적인 면모였는데요... 그러니까 소설 완전 초반부에 원래 있던 G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떠드는 남자 세 명이 있잖아요. 그 부분을 읽을 때 그냥 재미있는 디테일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게 거의 곧바로 주인공이 N헬스장으로 옮기는 계기 중 하나가 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소설에 어떤 전개로부터 자유로운 부분이 거의 없고, 모든 것이 다시 활용되며 연결이 되는...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웠어요. 속도감이 있는 건 좋은데 정말 너무 뼈대만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혜진 평론가님이 지적하신 대로, 그게 소설의 소재와 주제에 부합하는 면이 있어서 어떤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특히 저는 이 소설에서 정말 재미있었던 부분이, 주인공이 추구하는 보디빌딩 종목이 지닌 근육에 대한 '진정성'이 소설 내에서 S코가 매년 참가해온 PP(퍼펙트 프로포션)대회와 대립이 되잖아요. 소설 대목을 옮기면 "PP대회는 우리 눈에는 미인대회의 아류쯤에 해당하는 '느슨한'대회"이고, "우리는 최종적으로 'PP대회보다 BB대회가 한 수 위'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분명 서로의 자기긍정을 보강하기 위한 허세도 섞였겠지만, 대화하는 중에는 자못 그 말이 진실처럼 여겨졌다." 같은 진술도 있고요. 저는 이게 소위 문학성과 대중성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히기도 했어요. 어쨌든 문학성을 추구한다고 말해지는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대중에 인지도가 많이 있지 않고, 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이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작품을 보고 '저건 진짜가 아니야' 같은 생각을 하는 것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말들을 '분명 서로의 자기긍정을 보강하기 위한 허세도 섞였겠지만, 대화하는 중에는 자못 진실처럼 여겨진다'라고 표현한 게 너무, 뭐랄까... 적확하다고 할까요... 그 말이 실제로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어떤 다른 무언가를 남겨두는...
그런데 보디빌딩(진정성) vs 퍼펙트 프로포션(대중성)으로 출발했던 주인공의 인식이, 소설이 진행되고 나면 이 보디빌딩 내부가 이미 진정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측면으로 분열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그러면서 결말은 오히려 PP에 최선을 다하던 'S코'를 긍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문학이라고 한다면, 어떤 '걸작'이 갖추어야할 자격 같은 것, 치밀한 묘사나 뛰어난 서술... 그런 것이 '우락부락한 근육'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이 소설이 결국에는 그 우락부락한 근육에 대한 동경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그 동경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요. 우리가 보디빌딩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우락부락한 근육이 없다고 해서 이 소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적절할까? 같은 의문이 들었던 거죠..
어쨌든 가벼운 소설에는 가벼운 소설에 투여될 수 있는, 그것에 적합한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고 기술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의 친구, 스미스>는 애초에 자신이 목표로 한 부분이 뚜렷하고 그 부분에서 아주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오히려 조금만 더 가벼운 부분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라는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요. 그런데 저에게 끝끝내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실 정말 무거운 주제를, 이 소설이 지닌 가벼움을 통해서만 다룰 수 있는 그런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아요. 확실히 굉장히 멋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취미는 사생활>을 다 읽어서 우선 그에 대한 간단한 감상도 남겨둡니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을 요약하자면 초반부가 이상하고, 후반부에 빠져드는 소설이었던 것 같아요. 초반부가 이상하다는 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계속 하며 읽어야 했다는 뜻인데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이 소설의 화자인 '김민희'(작가의 말)과 '은협'과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쉽게 파악하기가 힘들었고, 특히 화자가 은협네에 대해 취하고 있는 정서적 거리가 어떤 것인지 쉽게 드러나지 않아서 굉장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뭔가 굉장히 가까운 관계인 것 같은데,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고. 그런데 그 상황을 바라보는 화자는 은협네를 도와주면서도 어떤 차가운 거리감 같은 게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뭔가 서술이 굉장히 객관적이면서 유머 같은 것들이 섞여 있어서. 이게 무슨 상황일까?? 라고 생각하며 읽어가다가... 후반부에 김민희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할 때부터는 몰입하며 읽어갔던 것 같아요. 마지막 반전들이야 뭐, 너무 능숙하다고 생각했고요. 앞으로 더 함께 이야기해갈 내용이 많겠지만, 저는 이거 하나가 궁금해서 먼저 좀 여쭤보고 싶어요. 이게 1인칭 소설인데, 마치 3인칭처럼 서술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실제로 화자가 볼 수 없는 일이 그냥 1인칭으로 서술이 되는데... 저는 그래서 소설을 열면 처음 나오는 은협의 병원 장면이 끝나고 나서 서술시점이 1인칭으로 바뀌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고 그냥 1인칭 화자가 그 사건이 일어난 것을 모르고 있는 채로 그냥 그 장면을 서술한 것이더라고요. 이게... ㅎㅎ; 이게 맞는 건가...? 솔직히 이런 생각이 좀 들긴 했거든요. 제가 고지식해서 그런 것인지... 초반부에서 느꼈던 혼란은 위에 언급한 장치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점 문제가 사실 꽤 컸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러분들의 의견이 궁금했습니다...
아고. 소설 화자 이름을 착각했네요 ㅎㅎ; 이름이 안 나온 것 같아서 끝에 작가의 말 읽고 주인공이라길래 민희였구나~ 했는데 은협네 막내 이름이었네요...!
보원 평론가님이 이야기한 "넷플릭스적인 면모"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알 것 같은 느낌이에요. 별로 상관 없는 얘기이긴 한데, <블랙미러> 시즌 6이 나와서 우선 1,2,3화를 봤거든요. 근데 '블랙미러 소설'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정형화된 방식으로 전개되는 걸 보면서 정말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래서 빈틈없이 썼구나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ㅎㅎ 다시 스미스로 돌아와 보면, 모종의 아쉬움이라 생각하는 것을 독창적이고 개별적인 전략으로도 생각해 보게 하는 것 자체가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문학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특히 근육에 대한 태도를 문학에 대한 비유로 이야기해 주신 부분은 저도 너무 공감!
그리고 저도 주말 활용해서 <취미는 사생활> 일독을 완료했어요. 내레이션이라고 해야 할까, 화자의 목소리가 독자를 끌고 가는 힘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았고 후반부 '반전'은 진짜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시점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 읽을 때까지 충분히 납득이 안 되더라고요. 전지적 기능을 하는 3인칭 시점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1인칭으로 바뀐 뒤에도 서사적 전략이라는 충분한 힌트 없이 계속 3인칭을 포함한 1인칭 방식(사실 이런 시점은 완전한 착각 속에 있는 1인칭 화자가 아닌 이상 불가능할 것 같은데...)이 계속되는 것 같아요. 은협을 비롯한 타인의 심리와 상황에 대해 전지적일 수 있는 상황과 정황이 있기는 하지만(스포가 될까 더 구체적으로는 말을 못 하겠는..) 그렇다면 그만한 형식이 추가로 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더라고요.
저도 처음 이 소설을 읽을 때 시점 문제로 ‘엥?’ 싶어서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살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몰입해서 읽다가(저는 초반부, 특히 20-22 페이지 문장들이 좋았거든요. 고단하고 피로한 은협의 귓속으로 주변의 소리들이 침입하는 느낌이 그냥 문장으로 느껴져서 좋았어요.) 24페이지에 ‘나’가 등장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의아했고, 이어서 1장을 다 읽을 즈음에는 음 여기서 멈출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른 독자들 반응이 궁금해서 당시에 검색도 해보았는데, 그런 불만(?)은 찾기 어려워 신기했던 기억이 있네요ㅎㅎ 어쩌면 나의 독법에서나 거슬리는 것이지, 다른 독자들은 크게 의아하지 않은 것일까하는 생각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스포 방지를 위해 많은 리뷰들이 자세히 서술하지 않은 까닭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관점을 드나들면서 그들의 인지 방식을 모두 안다는듯 서술하다가도, 다시 시치미 떼며 ‘나’의 위치에서 서술하는 방식이 불러일으키는 기묘한 효과가 있는 것 같거든요. 독자들이 이 소설에서 흥미를 느낀다면 그런 부분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고요. 여하간 저는 읽다보니 어느새 적응을 했더라고요ㅎㅎ ‘이 소설 특유의 서술방식이려니(다른 말로는 그러려니..?)’하고 적응했다는 게 사실 가장 정확할 거 같아요, 그러니 아래에 적는 것은 남겨진 질문에 기대어 사후적으로 저의 독서 경험을 재구성하는 문장들에 가깝겠습니다.
우선 이 소설의 화자가 남의 마음을 굉장히 잘 파악하는 사람이고, 그것을 조종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부릴 줄도 아는 사람(중연과 대연 일을 수습하려 학교에 간 장면이 그걸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이라는 점은 중요한 특징일 거 같아요. 그러니 화자는 여러 가지 경로로 수합한 정보를 참고하여 정말 있었던 일처럼 치밀하게 서술하는 것이다, 라고 주장해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딱히 이 소설이 그런 서술방식을 의도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러한 장치가 서사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는 점에서 그다지 유효한 가설은 아닐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무척 동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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