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안온 님 안녕하세요. 저희 모임 하는 글 편하게 보시다가 흥미가 생겼을 때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한길지기]#4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D-29

한길지기

꿈꾸는연필
이과 여자지만 막상 전공인 과학을 게을리했던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어요.
초반은 쉽게 잘 읽히네요. IMF때 국가위기가 닥치고 그로 인해 인문학도 위기를 맞았다고 하는데요. 이 당시는 사실 자연과학계도 마찬가지였어요. 연구소에 소속된 계약직 연구원들 절반이 실험가운을 벗어야했고 기초과학 학과가 대학에서 사라졌거든요. 어떤 일이든 실적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우림사회의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27쪽
인문학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는 욕망의 산물이다. 그 욕망을 충족하려면 누구나 무에서 시작해야 한다. 단 하나의 인문학 지식도 유전으로 물려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뇌가 생물학적으로 진화해 자신을 이해하려는 욕망을 버리지 않는 한, 인문학이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30쪽
'거만한 바보'는 단순한 바보가 아니다. 권력을 장악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악행을 저지른다. 문명은 세속권력이나 종교권력을 거머쥔 '거만한 바보'들이 자연과 인간에 관한 사실을 탐구하고 밝혀낸 과학자를 가두고 고문하고 죽이고 책을 불태운 사건으로 얼룩졌다. 과학자는 '거만한 바보'들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

한길지기
@곰네마리 님 안녕하세요.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가 우리에게 어떤 ‘과학’ 에 대해 알려 줄지 계속 봐야 알겠지만 @곰네마리 님의 부채의식을 채워주길 기원하겠습니다.

한길지기
“ 사람 뇌는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일한다. 그래서 1.4킬로 그램 안팎으로 평균 체중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데도 혈액의 25퍼센트와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쓴다. 사람만큼 뇌가 발달한 동물은 없다. 뇌의 주름을 펴면 쥐는 우표 한 장, 원숭이는 엽서 한 장, 사람은 신문지 한 장 정도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P.49 2장 뇌과학 <나는 무엇인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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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지기
우리의 뇌는 참으로 신기합니다. 평생 사용해도 10퍼센트 밖에 사용을 못한다고 하는데 뇌과학이 발전 할 수록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뇌의 용량을 점점 줄어든다고 말하네요. 5퍼센트 이하라고 하다 1990년도에는 1퍼센트 이하로 사용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우리의 뇌 사용이 실제로 어느정도일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뇌과학자들이 적은 양을 사용한다는 것을 입을 모아 같습니다.
갑자기 영화 <루시>가 생각이 납니다. ‘인간의 뇌 사용량이 만약 늘어난 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에 대해 공상적으로 말해줍니다. 나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요.

멋진아이디추천해주세
이미 시작된 모임 어떻게 참여 하나요?

한길지기
@멋진아이디추천해주세 님 안녕하세요. 책을 읽고 느낀점이나 공유하고 싶은 글을 올려 함께 나눠요😊
다른분들 글에 인상적인게 있었다면 댓글을 달으셔도 됩니다.(그리고 시작한지 별로 안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길지기
“ 다시 강조한다. 우리의 자아는 단단하지 않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 위에서 해일과 폭풍우를 맞으며 서 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퇴락해 사라질 운명이다. 자유의지는 그런 곳에 기거한다. 있다고 말하기엔 약하고 없다고 하기엔 귀하다. 그래서 나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확언하지 못하겠다. 뇌과학을 조금 알고 나니, 나를 포함해 어떤 인간도 무한 신뢰하거나 무한 불신하지 않게 되었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P.100-101 2장 뇌과학 <나는 무엇인가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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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지기
2장을 읽으면서 경제 용어와 철학자들이 등장하여 당황하면서도 집중하여 봤습니다. 많은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뇌과학을 문과 방식으로 이해하는 과정을 봤다고 생각듭니다.
2장 후반부에 도파민에 대해 나옵니다. 저는 이부분을 인상깊게 봐서 적어봅니다.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을 토대로 중독을 일으키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 같은 것들이 도파민 분비량을 촉진 시킨다고 합니다. 마약성 물질도 도파민의 분비량을 늘리고 우릴 뇌는 그에 적응하여 높은 도파민 양을 유지하기 위해 금단증상을 나타나게 한다고 합니다.
성취감, 희망, 공감 같은 것에서도 도파민을 분비하게 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모임에도 도파민 분비가 촉진되어 선한 에너지를 뿜뿜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길지기
“ 그렇지만 나는 나, 나무는 나무였다. 나무에 감정을 이입하지는 않은다. 그런데 유전자가 같은 언어로 씌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달라졌다. 나무가 살고 죽는 일에 관심이 생겼다. 나무가 어떻게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나는지 알고 감탄했다. 이런 이야기다.
나무는 한 자리에 서서 계절을 여행한다. 모든 유기체가 그렇듯 나무도 물을 품고 있다. 물이 얼어 팽창하면 세포가 터진다. 죽지 않으려면 겨울 여행을 잘 해야 한다. 동물은 세포이서 당을 태워 열을 내지만 식물은 다른 방법으로 추위를 견딘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에 보내던 수분과 영양분을 끊는다. 그래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우리에게 가을의 정취를 선사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본격적인 추위가 닥치기 전에 나무는 둥치와 가지의 세포에서 물을 내보내고 당과 단백질 같은 영양분만 남겨 세포 내부를 시럽 상태로 만든다. 세포 사이 공간에는 물이 있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원자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순수해서 섭씨 영하 40도까지 얼음 결정이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서리와 진눈깨비와 눈보라와 혹한을 견디고 나서 봄의 징후를 포착하면 나무는 물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세잎을 틔우고 광합성을 재개한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p. 120-121 3장 생물학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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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지기
“ 도신스가 <이기적 유전자>에 소개한 동물 개체군의 행동 패턴 분석 모델을 보고 더 분명하게 알았다. 그렇게 단순한 이론으로 역사의 격변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게 충경이었다. ‘ESS 모델’을 간단하게 소개한다. ESS는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을 줄인 말이다.
ESS는 어떤 군집의 대다수 개체가 일단 선택하면 다른 모든 전략을 능가하는 전략이다. 자연선택의 ESS를 벗어나는 전략을 징벌한다. 때ㅔ로는 둘 이상의 전략이 ‘집단적으로 안정한 전략’CSS(collectively stable strategy)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항상 배신’이라는 안정점과 'TFT'(tit for tat,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또는 상대방을 믿고 협력하지만 배신행위는 응징하는 전략)라는 안정점이 공존하는 쌍안정 시스템이 있을 수 있다. 우연히 먼저 우위를 차지하는 전략이 일단은 우위를 유지하지만 또 다른 우연으로 우위가 바뀔 수도 있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P.137 3장 생물학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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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지기
3장의 후반부에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줍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현실적으로 왜 불가능 하지에 대해서보 함께 보여주고 의료제도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을 해줍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는것에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기회가 되면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길지기

이기적 유전자 - 40주년 기념판과학을 넘어선 우리 시대의 고전, 『이기적 유전자』 40주년 기념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책 장 바로가기

한길지기
“ 우리는 세상 모든 것을 담아내는 통괄적, 보편적 지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학문이 넓고 깊게 발전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딜레마와 마주쳤다. 우리는 이제 세계를 전체로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재료를 얻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의 전문분야를 넘어 세계를 오안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한다. 진정한 목표를 영원히 상실하지 않았다면 누구라도, 불완전한 지식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여러 사실과 이론을 종합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딜레마에서 빠져나 올 다른 방법은 없다. 내가 말하려는 개념은 하나뿐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의 공간적 경계 안에서 일어나는 ‘시공간’의 사건들을 물리학과 화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잠정적인 대답을 요약하면, 현재의 물리학이나 화학은 생물학의 사건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할 수 있을 것임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P.202-203 4장 생물학 <단순한 것으로 복잡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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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지기
화학이라는 분야가 과학중에서 가장 돈이 되는데 반해 좋지 못한 인식이 박혀 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화학의 발전이 환경을 파괴하는 주 원인이 되는것들을 만들고 그런것들은 화학식으로 충분히 설명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화학은 오해를 받고 있다. 우리의 생활 필수품을 보면 립스틱, 화장품, 자외선 차단제,오메가3, 비타민C, 살균제, 소독약, 항생제, 백신, 항우울제, 껌, 젖병등 다 화학제품이라한다. 그리고 막걸리, 맥주, 포도주등 발효과정도 화학의 세계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는 생활 속 깊은 곳에서 화학을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이책에서 화학은 사악한 마법이 아니라, 좋지 않은 물질을 만들어 잘못 사용한 책임은 사람한테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화학에 대해 더 설명을 한 뒤 환원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저는 책을 보면서 환원에 대해 ‘아 이런 건가?’라고 느낌으로만 이해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책 안에서는 인간의 역사 과정과 물리적 역사과정을 분리해야할 근본적 차이는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물리법칙으로 환원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길게 인문학과 과학은 환원 될 수 없다고 합니다. 그에 대한 설명도 나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말이 맞지만 영원히 맞을지는 모른다고 말합니다.
그 뒤 작은 분야로 나누는 것도 환원에 관한것이라고 말합니다. 요 부분은 좀 이해가 됐습니다. 경제학은 국민경제를 기업과 소비자와 정부라는 경제 주체로 환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 주체가 추구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택하는 행동방식을 종합해 국민경제의 동향이라고 설명합니다. 작가님이 경제학에 대해 잘 아는 분이라 그런지 설명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습니다.(웃음)
그리고 마지막부분에는 2009년 11월을 마지막으로 공동 학술 심포지엄이 열리고 더이상 열리지 않은것에 이야기해줍니다.
화학의 특성상 환원에 대해 설명하는것이 어울려 이번 챕터에 이런 설명들을 넣었다 생각이 듭니다. 탄소는 주변의 다른 원소와 잘 결합 합니다. 그런 특성이 좋은 물질을 만들기도 하고 안좋은 물질을 만들기도 한다 생각이 듭니다.

바닿늘
적어도 세 번은 올리려고 했습니다만..
아쉽게도 두 번에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

한길지기
세 번째 글도 궁금하네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겠지요?!!
함께해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바닿늘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한다고 해놓고..
너무 일방적으로 쏟아내기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셔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이곳에서 이번 기회에 얕게나마 연결되었으니..
다음 번에는 조금 더 쉽게 연결될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말씀처럼.. 세 번째는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ㅜㅜ
다른 책으로 다음에 또 만나요.
즐거웠습니다. ^^

한길지기
@바닿늘 님의 글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또 뵈어요^^

바닿늘
측은지심과 거울신경세포
자아를 찾아라. 인격을 닦아라. 정체성을 지켜라.
살면서 이런 충고 받아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
다. 자아, 인격, 정체성은 물질이 아니다. 사람의
몸을 해부해 샅샅이 뒤져도 그런 것은 나오지 않
는다. 원자 단위까지 쪼개도 헛일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런 것이 있다고 믿으면서 자신과 타인
을 대한다. 인문학자는 그런 것이 있다는 전제를
두고 인간과 사회를 연구한다. 그런 믿음이 없었
다면 인문학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은
저마다 인격과 정체성이 있다. 가치관·개성·기질
·취향이 다르다. 그 모든 것을 지닌 삶의 정신적
주체를 '자아'라고 하자. 사람은 외모만 다른 게
아니라 자아도 다르다. 한 사람의 자아는 사는 동
안 계속 달라진다. 물질은 아니지만 물질에 깃들
어 있다. 내 몸이 없으면 자아도 없다. 그렇다면
자아는 내가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내 취향이나
선택과 무관하게 주어지는 것인가? 인문학은 여
러 대답을 내놓았지만 대세는 전자였다. 동서고금
의 철학자들은 '바람직한 인간상'을 제시하고 그
런 사람이 되기 위해 내면을 갈고 닦기를 권했다.
그 권고를 잘 실천하는 사람을 '성인군자'의 반열
에 올렸다. 우리는 사람마다 자아가 다르다는 것
을 안다. 자신과 타인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려
고 애쓴다. MBTI가 유행한 것도 그래서다. 사람
은 정말이지 서로 다르다. 같은 종인지 의심스러
울 때가 있을 정도다. 한겨울에 길고양이한테 물
과 먹이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몰래 길고양
이를 붙잡아 학대하고 죽이는 사람도 있다. 어떤
부모는 거리의 환경미화원을 가리키면서 아이한
테 저분들 덕에 우리가 깨끗하게 산다고 말하지만
어떤 부모는 너도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고 겁
을 준다. 돈이 많아도 티를 내지 않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큰부자도 아니면서 돈 자랑을 일삼는 사
람도 있다. 어떤 이는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삼고
살지만 어떤 이는 자신에게 이로운지 여부를 먼저
따진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만 관대한 사
람이 있고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관대
한 사람도 있다. 사람의 자아는 각자 다를 뿐만 아
니라, 한 사람의 자아 안에도 서로 다른 여러 면이
있다. 모든 자아는 복잡하고 변덕스러우며 주체적
이고 괴팍하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스물다섯 살 무렵, 우연히
『맹자』를 읽고 '4단론'을 받아들였다. 맹자는 군
자의 미덕인 인의예지가 측은지심(여린것을 불쌍
히 여겨 돌보고 싶은 마음), 수오지심(자신의 잘못
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 사
양지심(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 시비
지심(옳고 그름을 가리려는 마음)이라는 본성에
서 나온다고 했다. 정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본성을 갈고닦아 인의예지를 갖춘 군자가 되자.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나를 지켜 나가자.'
그렇게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런 본성이 내게 정
말 있는지, 증거를 살피지는 않았다.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나는 제자백가 맹
자를 가장 좋아한다. 그는 철학자라기보다는 이
론가 또는 정책전문가에 가까운 전투적 지식인이
었다. 효를 최고의 가치로 여겼고 가족의 질서를
사회 전체로 확장하려 했다는 점에서는 공자와 같
은 보수주의자였지만 혁명적 변화가 필요한 영역
에서는 누구보다 혁명적이었다. 역성혁명·덕치·
호연지기·조세제도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서늘할
정도로 날카로운 논리를 폈으며, 유가의 사상을
비판하는 세력과는 치열하게 논쟁했다. 당시 큰
인기를 누린 묵가와 양주의 세력을 특히 강하게
비판했다. 맹자는 그들이 인과 의를 부정한다고
보았다. 묵가는 이기심을 모든 사회악의 근원으
로 간주하고 유가의 가족중심 주의가 악을 부추
긴다고 비판했다. 모두가 모두를 똑같이 존중하
고 사랑하며 사는 평등 세상을 지향했다. 자급자
족 공동체를 형성해 모든 구성원이 생산 활동에
참가하면서 검소하게 살았다. 자기 몸을 아끼듯
남을 아끼고 자기 부모를 사랑하듯 남의 부모도
사랑하자고 했다. 요즘 말로 하면 공산주의 운동
이나 무정부주의 생활공동체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주학파는 묵가의 반대쪽 극단이
었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상호 불간섭주의를 표
방했고 국가 제도와 사회의 지배적 문화양식을 부
정했으며 세상사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천하를
준다 해도 목숨과 바꾸지 않겠다든가, 내 몸의 털
한 올을 해쳐서 천하를 구할 수 있다고 해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다 그런 태도에서 나왔다. 극
단적 고립주의 또는 은둔형 무정부주의라고 할 만
한 사상이었다. 맹자는 사람의 행동을 관찰해 인
간 본성을 추론했다. 사랑에 대한 맹자의 견해는
그런 면을 무엇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랑은
인간의 본성이며 가장 가까운 부모 자식 사이에
서 시작해 온 세상으로 넓어진다. 실천은 가까운
데서 시작하지만 사랑 자체는 보편적이라는 묵가
의 주장은 옳지 않다. 형의 아들과 이웃의 아들을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느냐?' 인간의 사회성
에 대해서도 확고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사람은
국가를 이루고 분업을 하며 산다는 사실을 강조
했다. '도자기 만드는 사람과 대장장이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을 다스리는 자도 밭을
갈 수 없다.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게 얻어먹는
것이 올바른 이치다. ' 그는 무정부주의 생활공동
체 운동과 극단적 고립주의가 인간 본성에 어긋
난다고 보았다. 맹자가 전적으로 옳았다고 할 수
는 없다. 묵가와 양주의 사상이 그토록 욕을 먹어
야 할 만큼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잔혹한 전
쟁과 극심한 사회적 혼란이 500년 이어진 시대
였다. 정의와 법이 아니라 욕망과 폭력이 세상을
지배했다. 유가와 법가는 덕치와 법치로 정통성
있고 강력한 국가 질서를 세우라고 해법을 제시
했지만 어느 군주도 그 일을 해내지 못했다. 세상
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와 사회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작은
공동체에 삶을 의탁하거나 완전한 고립을 선택
한 행위를 어찌 비난할 수 있겠는가. 나는 묵가와
양주학파에 대한 맹자의 비판이 지나쳤다고 생각
한다. 하지만 뇌과학과 진화생물학이 밝힌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견해만큼은 맹자
가 전적으로 옳았다. 인간은 군집을 이루고 살면
서 사회적·기술적 분업을 한다. 다른 생물 개체가
그렇듯 사람도 이기적 또는 자기중심적이다. 자신
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본성을 지녔다. 그
런데 인간은 이타 행동도 한다. 남을 위해 또는 공
동체를 위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행위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이타 행동은 생물학
적 유전자를 공유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 가장 먼
저 그리고 강력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를 생물학
이론에서는 '친족 이타주의'로 설명한다. 맹자가
말한 네 가지 마음은 모두 우리 뇌에 깃들어 있다.
인간의 뇌는 작은 신도시가 아니라 오래된 대도시
를 닮았다. 설계도에 따라 창조한 기계가 아니라
맹목적인 진화의 결과 나타난 기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에는 영장류나 포유류 같이 비교적 가까
운 동물뿐만 아니라 파충류처럼 인연이 먼 동물의
뇌도 들어 있다. 도시로 치면 번화하고 질서정연
한 정부청사 단지와 상업지구와 문화거리만 있는
게 아니라 약육강식 원리가 지배하는 뒷골목, 인
신매매가 횡행하는 홍등가, 마약이 돌아다니는
유흥가, 저임금으로 노동자를 착취하는 공장지
대, 폐수와 생활하수가 흐르는 하수도가 공존한
다. 새롭고 아름다운 것과 낡고 추악한 것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한지에 따라 도시의 성격이 달라
지고 명암이 엇갈린다. 맹자는 사람한테 타인의
불행과 고통을 함께 느끼면서 남을 도우려 하는
생물학적 본성이 있다고 봤다. 그것을 측은지심
이라 했고 거기에서 인이라는 가장 중요한 미덕
이 나온다고 판단했다. 오로지 관찰과 추론으로
구축한 이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적 근거
가 있다. 거울신경 '세포' 혹은 거울신경 '시스템'
은 우리 뇌에 이기적 행동뿐만 아니라 이타적 행
위도 하게 만드는 본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밝
혔다. 뇌과학과 진화생물학 공부를 하니 맹자가
더 대단해 보였다. 뛰어난 인문학자는 물질의 증
거 없이도 옳은 인식에 다가선다. 때로는 과학자
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낸다. 2,400여 년 전 중국
에 살았던 사람을 우리는 왜 기억하는 것인가. 소
크라테스를 기억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성인
들의 사상과 이론은 나를 아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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