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북클럽] 강신주의 감정수업 토론으로 다시 읽기_1.비루함

D-29
매주 월요일 낙성대역 4번출구 이탈리아그림책방 뚜띠 (다국어도서관 안디아모)에서 17:00-21:00에 성인 독서모임 [힐링북클럽]이 있습니다. 맨처음 힐링북클럽 만들었던 취지대로 강신주의 감정수업에 실린 작품을 함께 읽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모임이 끝나면 [강신주의 감정수업 토론으로 다시 읽기]로 책으로 묶어낼 계획입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바탕이 된 스피노자의 에티카도 다음주부터는 같이 강독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도서관 하는 Andiamo, 소설가인 담영, 소설가를 준비하는 꼭지 세 멤버가 같이 하는 모임이나 관심있는 분은 누구나 들어오셔서 이야기 나누셔도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 모임 기간을 7일로 잡고 일주일에 한 작품씩 읽어내는 것으로 목표를 타이트하게 잡았습니다. 이번주는 이반투르게네프의 '무무'로 '비루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할게요. 7월3일부터 9일 월요일까지 작품과 감정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아요.
비루함 : 슬픔 때문에 자기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감정 by 스피노자
한신의 비루함, 박인로의 누항사,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
비루하다 : 행동이나 성질이 너절하고 더럽다.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비루한 상황의 실제 예를 생생한 필체로 묘사해 글을 써볼게요. 생활속에서 마주하는 비루함에 대해
鄙비 더러울 비/마을 비 1. 더럽다 2. 천하다(賤--), 비루하다(鄙陋--: 행동이나 성질이 너절하고 더럽다) 3. 속되다 4. 부끄러워하다, 천하게 여기다 5. 촌스럽다 6. 깔보다, 앝보다 7. 질박하다(質樸ㆍ質朴--: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꾸밈이 없다 8. 고집(固執)이 세다, 고루하다(固陋--) 9. 인색하다(吝嗇--) 10. (도량이)좁다 11. (문벌이)낮다 12. 마을 13. 두메(도회에서 멀리 떨어져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변두리나 깊은 곳) 14. 변방(邊方: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가장자리 지역), 변경(邊境) 15. 성 밖, 교외(郊外) 16. 행정(行政) 구역(區域)의 이름 17. 천(賤)한 이 18. 저, 자신(自身)의 겸사(謙辭) 19. 짐승이 내닫는 모양
陋 루,누 더러울 루(누) 1. 더럽다, 천하다(賤--) 2. 못생기다, 추하다(醜--) 3. (신분이)낮다 4. 볼품없다 5. 작다, 왜소하다(矮小--) 6. 궁벽하다(窮僻--) 7. 좁다, 협소하다(狹小--) 8. 거칠다 9. 숨기다, 은닉하다(隱匿--)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비루함을 생각해 보았다. 1.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내 욕망, 내 가치관에 맞지 않는 것을 체면이나 형식, 기존의 룰에 얽매여 선택하지 않았나.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어색해 하며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생각하며. 이런 모습은 비루함을 연상시킨다. 세상에 끌려 다니며 산 시간이 인생의 낭비, 소모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의 스산함. 실패해도 좋으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다 실패하고 싶다. 그러면 후회라도 없을 것이므로. 2. 쓸데 없는 무기력과 우울 아무것도 해보지 않고 우울에 빠지고 기운을 잃는다. 사는 것은 허무한 것이야, 해도 안될 거야, 같은 자기 비하와 자기 기만..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손을 놓는다. 세상의 흐름에 서 벗어나 나만의 고립된 성을 쌓으며 세상을 비관한다. 나의 비루는 여기서 시작된다.
@꼭지 모든 일은 문제의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비루함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꼭지님이 자신이 생각하는 비루함에 대해 정의를 내리셨으니 이제 비루함을 극복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될 것 같아요. 무무에서 게르심은 자신이 애정하던 무무를 제 손으로 죽이는 것으로 시작했던 것처럼요.
비루.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것은 비천+남루였어요. 그리고 남루 하면 서정주의 무등을 보며를 떠올렸어요. 무등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있는 여름 산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수 있으랴 청산이 그 무릎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수밖엔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을쳐 휘여드는 오후의 때가 오거든 내외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어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럼히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풀 쑥굴헝에 뇌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것이다 가난은 남루. 그저 벗어던지면 되는 누더기 같은 옷. 자신을 옥돌로 인식하고 지금은 목숨이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의 때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그저 푸른 이끼를 뒤집어쓴 채 살겠다니! 서정주의 삶의 궤적을 생각하면 비겁한 자기합리화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과 분리하여 시 자체만 봤던 고등학교 시절엔 이 시의 시적화자의 태도가 그렇게 멋져 보였어요. 와 이렇게 초라하고 남루한 외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난 일시적으로 이끼를 뒤집어 쓴 옥돌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자존감이라니!
무무를 읽으면서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도 떠올랐어요.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버림을 강요당한 가난한 자들이란 맥락에서 떠올랐던 것 같아요. 저 시에서 @Andiamo 님은 자존감을 읽으셨네요... 저는 왜 부유해서 마을 일대의 땅을 전부 소유한 지주지만 안빈낙도를 추구했던 선비들이 떠오를까요... 서정주 시인을 안 좋아해서 그런가 봅니다. 무등을 보며 처음 읽었을 땐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진짜 가난은 모르던 선비들이 가난에 낭만을 끼얹은 거랑 겹쳐 보이네요. 심보가 고약해졌나봐요ㅠ
@담영 무등을 보며가 6.25 이후 폐허가 된 그 시기에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의 마음으로 쓴 거라는 설명 때문에, 서정주 싫어하지만 -사당역 가기 전 남현동에 서정주 생가도 저희 도서관 가까이 있어요. 서정주 생가 가서도 혼자 밸이 뒤틀려 툴툴거렸던 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좋아하는 시가 이 시에요. 적어도 찐 가난, 찐 남루를 보며 쓴 시라서 시적화자의 태도, 현실인식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감하고, 시에서 그걸 담담하게 잘 형상화한 시인의 능력은 인정해 주고 싶어요. 무무에서 작품 초기 게르심에 대한 묘사에서는 정약용의 '보리타작'을 떠올렸습니다. 노동하는 자의 멋짐에 대해 찬탄의 시선이 드러나서 농노 게르심의 인물 묘사방식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신분은 낮지만 사람 자체는 뭔가 멋짐뿜뿜했던 게르심이 여지주의 간택?으로 하사받은 옷을 걸침으로써 멋진 노동자에서 졸지에 일개 마당쇠가 되는 것이 첫번째 비극이었죠. 게르심이 마음에 두고 있던 타티아나가 여지주가 맺어준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대목은 의견이 나뉘었는데요. 타티아나가 게르심이 자신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일부러 술 취한 척을 해서 게르심이 마음을 접는 것을 여지주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희생되는 패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게르심의 자신의 가치관에 바탕해서 그녀를 버리기로 스스로 선택한 행위로 보았습니다. 농노지만 "술 먹고 취한 모습은 용납 못한다."는 나름의 도덕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를 관철시킨 행위는 스스로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어쩌다 여지주의 눈에 띄어 무무를 죽여야 하는 상황에 스스로 무무의 목숨을 끊는 모습에서도 여지주의 만행에 비극적으로 굴복하는 한 농노의 몰락으로 보기보다는, 자아의 모습에 직면하고 스스로 그 안락했던 비루함을 끊어내는 결연한 의지의 발현으로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사랑했던 여자도, 그 여자가 시집가는 날 만나고 데려와서 함께 했던 강아지 무무도 다 여지주의 권력에 의해 묵살당하고 빼앗겼습니다. 그러나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게르심은 농노로 태어나 자연인으로 빛났던 그가 마당쇠로 길들여졌다가 두번의 이별을 통해 자아를 각성하고 게르심 자신으로 자신을 재인식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단단해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낼 수 있다. 그것이 장신에다 평균보다 월등히 센 육체적 힘이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에 기반한다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밀란 쿤데라, "정체성" , 장마르크가 샹탈에게 시라노가 되어 편지를 쓴 것이 샹탈의 자긍심을 고취함
밀란 쿤데라, "사랑" 그녀는 히치 하이킹 놀이를 하면서 팜므파탈같은? 여자의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그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함. '그는 예전의 그 익숙한 관계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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