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X푸른숲] 위화 작가님의 <인생> 함께읽기 챌린지

D-29
인생과 대지에 대한 베아트리체님의 마지막 문장이 멋져요 :)
가족들의 죽음을 모두 지켜본 게 푸구이에게 주어진 고통이겠죠. 종종 소중한 사람들보다 제가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남은 사람들이 저 때문에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어쩌면 이게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은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과정인 걸까요.
작가가 말하는 사랑은 '가만히 인내하며 지켜보는 것' 같아요. 푸구이의 아버지는 전재산을 털어 노름 빚을 갚아주었죠. 자전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자전의 아버지도 푸구이와 함께 하겠다는 자전을 막지 않고 쌀을 내어줄 뿐이죠. 사실 부자간이야 속이 터져도 사랑할 수밖에 없지 싶지만, 부부간에 자전처럼 의리를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특히 언제든 딸이 돌아오길 바라는 아버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이요. 글로 읽으니 숭고한 사랑이지만 현실에서 제 주변에는 없었으면 하는 사랑의 형태예요.
글이 중복해서 써졌네요ㅜ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수정합니다. p.278 나도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네. 내가 죽을 차례가 되면 편안한 마음으로 죽으면 그만인 거야. 내 주검을 거둬줄 사람을 구태여 바랄 필요가 없단 말일세. (...) 내 한평생을 돌이켜보면 역시나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 정말 평범하게 살아왔지.
“사람이란 말일세, 살아 있을 때 아무리 고생을 많이 해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를 위로할 방법을 찾는 법이라네.” P.255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나를 보게나. 말로 하자면 점점 꼴이 우스워졌지만 명줄은 얼마나 질기냔 말이야.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p.279 —>푸구이가 자기를 위로할 방법을 찾는 것 같았어요.
사랑은 다양한 색깔을 보유한 프리즘 같아요.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핑크빛 사랑은 달콤하지만 다른 유형의 사랑도 있거든요. 인류애 혹은 신의는 폭넓은 의미로 사랑이라 할 수 있겠죠. 그 의미까지 이해하는 데는 사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겠지만요. 연인간의 사랑,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사랑이지만 나도 모르는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도 사랑이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은 개인주의와 갈등대립으로 인해 인류애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긴해서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시궁창같은 현실을 견디게 해 주는?)과 타인에 대해 원한을 갖지 않는 용서의 마음-> 인류애적 사랑을 느꼈습니다. 일본 책들을 읽으면 본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아도, 의도치 않게 본인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거나 자신의 기준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뒤에서 귀신의 원한보다 무서운 복수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위화의 작품을 읽으면 딱 그 대척점에 인간의 행동 양상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자식이 누구 때문에 죽었다고 해서, 본인이 누구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해서 크나큰 원한을 품거나 복수하지 않는 모습요. 그런 점들이 위화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저란 인간이 그렇지 못해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인생>에서 등장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주셔서 감사해요. 독자님들이 <인생>을 재밌고, 뜻깊게 읽어주시는 걸 댓글 볼 때마다 느낍니다 :) 책을 읽으면서, 독자님들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또는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2번 미션! 1번 미션 완료해주셨나요? 2번 미션까지 달성하면 커피 기프티콘과 현장프로그램 앞좌석 리워드가 제공됩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인생 278,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사람은 이 네 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네.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고, 잠은 아무데서나 자서는 안 되며, 문간은 잘못 밟으면 안 되고, 주머니는 잘못 만지면 안 되는 거야." (…) “그게 다 사람 된 도리지.” (p.200) 사람 된 도리를 하면 산다는 게 참 힘드네요.
저는 서문을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소개해보려구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내가 고상한 작품을 썼다고 생각한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눈 앞에 있는 무언갈 쥐고 놓치지 않으려 살던 삶에 약간의 느슨함이 생겼어요. 푸구이도 살아간다는 거 그 자체로 사는 사람 같구요.
어찌되었건, 소설의 주인공인 노인 푸구이가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며 한 말이 내내 기억에 남습니다. 처참했지만 그 나름의 인생이었노라, 그만하니 다행이다 말하는 모습이 묘한 감동까지 줍니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때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때로는 아주 안심이 돼. 우리 식구들 전부 내가 장례를 치러주고, 내 손으로 직접 묻어주지 않았나. 언젠가 내가 다리 뻗고 죽는 날이 와도 누구를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말일세." (p.546~547) 좀 엉뚱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로서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과 묘하게 겹쳐지는 느낌 마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흐름을 거슬러 가는 조각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해야 하는 푸구이의 모습이 기억남네요. 함께 그의 옆에 있었던 동지들이 죽고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했던 그는 그동안 방탕했던 그의 인생의 덧없음을 처음 느끼지 않았나 해요. 그에게 인생의 참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계기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 줄 알까봐 이름을 여러 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 기분이 좋을테니 밭도 신나게 갈지 않겠소?" -초반에 이 말을 읽었을 땐 푸구이가 조르바처럼 유쾌한 이야기꾼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끝까지 (이제야) 읽고 나니 자기 이름을 붙인 그 소가 푸구이에게 마지막 남은 가족이 아닐까.. 싶어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되네요. 둘이 오래오래 서로 의지하고 살 수 있기를.
라벨링은 엄청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은 아래의 문장입니다. 262p "저한테는 오직 펑샤를 그리워하는 복만 있을 뿐이에요." 책을 중반까지는 재미있네 하며 설렁설렁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급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얼시는 펑샤 한 명만 그리워 하지만 푸구이는 가족 모두를 그리워 하며 끝까지 살아야 하는 모습에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책을 읽으시면서 좋은 문장들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댓글로 달아주신 문장 모두 의미있고 아름다워요! 책에 대해 2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인생>이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위화 작가에게 받은 색다른 인상이 있으셨을까요? 그의 작품에서 어떤 특징을 찾으실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독서의 또다른 재미와 다층적 고민을 해보게 되는 질문들에 매번 감사드립니다. 1. 세월이 흘러도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보편성 때문이지 싶습니다. 역사 속의 인간, 인간과 인간의 관계, 가족, 사랑 등등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담긴 그 보편성이, 지금의 독자에게 유효하게 어필하는 바가 있는 것이지요. 2. <허삼관매혈기>의 인물들과 그들이 놓인 상황도 <인생> 못지않게 살벌한데, <허삼관매혈기>에서는 어떤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글맛이 있었다면, <인생>은 처연함이 기본 인상이었습니다. 보편적 인간들과 그들의 관계에 관심을 갖되, 사회와 역사에 유리되지 않고 두발 딛고 서 있는 인간들을 이야기하는 작가다 싶습니다.
1. 허심탄회하게 자기 속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푸구이만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쏟아지기에 사랑받는 것 같아요. 2. 위화 작가님 책을 읽으면 실제로 어떤 분인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정치적, 문화적, 감정적인 것들을 모두 껴안아낼수 있는 건 작가님의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유튜브에 인터뷰하신걸 보면 솔직하고 거침없이 생각을 이야기하비만 힘들고 어려운 시절도 겪으셨고 본인만의 서사가 확실하다는 걸 느꼈어요.
1. 시간이 흘러도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고난을 겪으며 살아가기 때문인 것 같아요. 고달픈 인생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요. 2. 위화 작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는 점에서 등장인물에게 감정이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현대사의 큰 사건들의 결과로 고통받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이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보다 호소력이 더 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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