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북클럽]강신주의감정수업2.자긍심

D-29
매주 월요일 낙성대역 4번출구 이탈리아그림책방 뚜띠 (다국어도서관 안디아모)에서 17:00-21:00에 성인 독서모임 [힐링북클럽]이 있습니다. 맨처음 힐링북클럽 만들었던 취지대로 강신주의 감정수업에 실린 작품을 함께 읽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모임이 끝나면 [강신주의 감정수업 토론으로 다시 읽기]로 책으로 묶어낼 계획입니다. 강신주의 감정수업의 바탕이 된 스피노자의 에티카도 다음주부터는 같이 강독모임을 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 모임 기간을 15일로 잡고 1주일에 한 작품씩 읽어내는 것으로 목표를 타이트하게 잡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작품 소화하되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자 모임기간을 2주로 잡았어요.) 이번주는 밀란쿤데라의 '정체성'으로 '자긍심'이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도록 할게요. 7월 10일부터 보름동안 작품과 감정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나눠보아요.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이다.
밀란 쿤데라, "정체성" , 장마르크가 샹탈에게 시라노가 되어 편지를 쓴 것이 샹탈의 자긍심을 고취함
밀란 쿤데라, "사랑" 그녀는 히치 하이킹 놀이를 하면서 팜므파탈같은? 여자의 모습을 그에게 보이고, 그는 그녀의 모습에 당황함. '그는 예전의 그 익숙한 관계로 돌아갈 마음이 없었다.'
누군가 나를 특별하게 여기고 사랑한다는 것에서 자긍심이 일어난 것
자긍심이란, 인간이 "자기 자신과 자기의 활동능력을 고찰하는 데서 생기는 기쁨"인데, 누군가 내 장점을 칭찬해줘도 기쁘지가 않아요. 무엇이 내 자긍심을 가로막는 건지... 여러 번의 좌절 경험 때문일까.
@담영 좌절 경험이라기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활동 능력을 고찰..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아무리 옆에서 이야기해 줘도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경험치"가 부족하면 타인의 칭찬도 공허하고 겉도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이전에 도서관 하며 크고 작은 좌절과 실패의 경험을 통해 제 한계와 제 강점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그것들을 알고나니 제 행동패턴이 크게 4개 중 하나로 정리되는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 아니면 다른 이와 함께 협력, 혹은 돈 주고 아웃소싱, 마지막으로 그 부분은 아예 깨끗이 포기. 채우는 것도 좋지만 멈춰서서 소화하고 곱씹어 내 양분으로 흡수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아요. 외부의 인풋(강의. 모임. 만남. 독서)만큼이나 아웃풋(글쓰기. 직접 강연. 강의)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인풋만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인풋과 아웃풋이 적절히 균형잡힌 삶을 살아야겠다 싶어요.
@Andiamo 님이 저를 잘 아셔서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경험치가 부족해서 나 자신에 대한 앎이 부족하다, 인정합니다..ㅎ
원래 생각했던 모양의 힐링북클럽을 하면서 채워지는 느낌이 나요. 50 이후 5년을 농밀하게 채워 온 꼭지쌤의 아웃풋에 대한 간절함을 보며 저도 마음을 다잡게 되어요. 좋은 강연을 하려면 말하기 전에 삶을 열심히 살아내는 것이 먼저라는 김미경 강사의 말씀에 공감했었지요. 저는 이제 중간정산? 느낌으로 아웃풋을 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담영님은 이미 아웃풋을 내봤으니 더 큰 아웃풋을 위해 경험치를 축적해야 할 타이밍이 아닌가 싶구요. 경험치 순: 꼭지>안디아모>담영 아웃풋 양(책): 담영>꼭지>안디아모 나이도 성격도 다 다르지만 같은 결의 셋이 어찌 이렇게 모였나싶을 정도로 오늘 모임하면서 참 좋았어요. 다른 데서 배워 온 칭찬세례 서로 해보며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원래 신청했던 수업 에너지 없어서 안 가려고 했는데 모임 8시 30분에 마치고 에너지가 충전이 되어 결국 늦었지만 수업 듣고 왔답니다.
바닷가에서 이상한 향수에 잠겼던 몇 분 동안 그녀는 불쑥 그녀의 죽은 아기를 떠올렸고 행복의 파도가 그녀를 감쌌다. 머지않아 그녀는 이러한 감정에 스스로 경악하리라.
정체성 p.48, 밀란 쿤데라
해답은 명확했다. 장마르크 곁의 그녀 존재는 절대적이며 아들의 부재 덕분에 그녀가 절대적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아들이 죽어서 행복했다. 장마르크와 마주 앉은 그녀는 큰소리로 이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그의 반응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었고 그가 그녀를 괴물 취급할까 봐 두려웠다.
정체성 p.49, 밀란 쿤데라
@꼭지 님이 말씀하신 은밀한 비밀이 떠올라서 문장 수집에 써 봤어요. 저런 감정도 그녀만의 독창적이고 은밀한 비밀이겠죠. 아들의 죽음에 행복을 느끼는 그녀에 대해 맥락없이 툭 던져 말한다면 누구든지 입을 모아 무자비하고 무감각한 사람이라고 욕하겠지만. 소설 속에서 이런 문장을 접해도 이해가 되네요. 죽은 아이에 대한 기억을 다른 아이를 임신함으로써 지우자고 아무 생각없이 말하는 남편에 대한 경멸?로 이혼하고 이후 독립할 수 있는 직장을 얻고, 몇 년 만에 장마르크를 만나 같이 살고 있는 상황을 본다면, 아이의 죽음이 장마르크와의 만남으로 이어진 게 맞으니까요. 이래서 소설이 재밌는 것 같아요. 전혀 접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도 공감할 수 있어서.
아기를 갖고 동시에 이 세계를 경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를 내보낸 곳이 바로 이 세계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계에 집착하는 것은 아기 때문이며, 아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 소란스러움, 그 소요에 기꺼이 참여하며 이 세계가 저지르는 바로잡을 수 없는 바보짓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란다.
정체성 p.67, 밀란 쿤데라
너의 죽음을 통해 너는 너와 함께 있는 즐거움을 내게서 앗아 갔지만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지. 내가 사랑하지 않는 이 세계를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을 만큼 나는 자유로워졌단다. 내가 감히 이 세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네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나의 암울한 생각이 너에게 어떤 저주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정체성 p.68, 밀란 쿤데라
네가 나를 떠난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깨달았단다. 너의 죽음이 하나의 선물, 내가 결국 받아들이고 만 끔찍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정체성 p.68, 밀란 쿤데라
@담영 님이 샹텔의 은밀한 비밀로 골라준 문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아이, 내 목숨과 바꾸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을 내 아이지만 그와 동시에 내 꿈의 장애물, 나의 바닥을 드러나게 만드는 가장 아픈 비수로 느껴지는 순간이 생각보다 종종 있다는 사실에, 내 자신에 대한 환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솔직한 심정을 사실 공공연히 할 수 없으니 이 또한 엄마라는 정체성을 가진 저만의 은밀한 비밀이겠지요. 샹텔이 소설 속에서 비슷한 결로 이야기해주어 소설에 대한 감상의 탈을 쓰고 나도 샹텔의 마음이 공감이 된다고 간접적으로 고백할 여지도 생기겠지요. 그냥 생으로 이야기하면 엄마인 제가 너무 사.패.같이 느껴지는데 소설 속 인물에 빗대어 얘기하면 조금 숨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이또한 문학의 효용, 이야기의 힘이겠지요.
“ 아기를 갖고 동시에 이 세계를 경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왜냐하면 우리가 너를 내보낸 곳이 바로 이 세계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우리가 이 세계에 집착하는 것은 아기 때문이며, 아기 때문에 세계의 미래를 생각하고 그 소란스러움, 그 소요에 기꺼이 참여하며 이 세계가 저지르는 바로잡을 수 없는 바보짓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거란다. ” 서로 칭찬세례를 하면서 꼭지님이 제게 한 칭찬 중 가장 마음에 남고 뭉클했던 것이 "책임감이 강하다"였어요. 에너지가 넘친다는 칭찬 뒤에 "정신력이 강한 건지"를 부연한 부분에서도 마음이 울렸구요. 저도 인간인데 40이 넘었는데 에너자이저도 아니고 에너지가 넘칠 리가요. 그렇게 보여지는 이면에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의지와 노력을 꼭지님은 정신력 혹은 책임감이라는 말로 정확히 읽어주셔서 순간 뭉클했어요. 남편은 제가 하는 돈도 안 되는 도서관을 하며 사회의 부정에 분개하는 것에 공명심에 들떠 정치인이 되고 싶은, 매사 부정적인 화가 많은 인간 정도로 폄훼하는데 사실은 그것조차 아이 엄마라서 우리 아이가 살 세상은 지금보다는 나아야되지 않을까 라는 책임감의 발로였다는 것을 꼭지님은 그것까지 간파하셨어요. 그래서 정말 울컥할 정도로 감동했었어요. 15년을 함께 한 남편보다 알게 된 지 몇 달 되지 않은 꼭지님이 저를 더 잘 알아준다는 슬픈 현실은, 사실 생계를 위한 일을 하고, 엄마와 아빠로 기능하는데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려 더 이상 나를 관찰하고 새롭게 보는 노력을 할 에너지가 서로에게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꼭지님은 시라노가 될 수 있지만 남편은 아마도 앞으로 몇 해동안은 절대, 어쩌면 우리가 함께 하는 영영 나의 시라노가 될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의 죽음이 축복이었다는 샹탈의 말이 너무나 이해가 됩니다. 부모가 된다는 건 '내 존재 자체'의 정체성을 블라인드 처리해야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온갖 사회적 용어로 미화해도 부모가 되는 것은 곧 나를 죽이는 것이었어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소중한 '자아'가 강한 이는 부모가 되기에 무척 부적합하구나...하는 자각을 첫째를 낳고나서 뒤늦게 했던 것 같습니다. 첫째를 낳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여전히 혼자 살며 소설을 꿋꿋이 쓰는 대학원 동기 녀석에게 했던 말이 생생합니다. "아이가 너무 예뻐. 너무 소중해. 그런데 이 소중한 아이를 갖기 위해 나는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맞바꿔야 했어. 인어공주가 왕자와의 사랑을 위해 사람의 다리와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맞바꿈한 것처럼. 엄마가 되는 건 인어공주가 되는 것 같아." 조금은 쓸쓸하게 자조적인 목소리로 읊었던 제 그 말이 엄마가 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적확한 말 같아요. 엄마가 되는 것은 인어공주가 다리를 얻으려고 목소리를 잃는 것과 같다고 누가 미리 스포일러를 해주었다면 (미안하지만 우리 두 아이들이 너무 예쁘지만) 저는 절대 아이를 갖지 않았을 것 같아요. 장작가님과 김대표님, 김영하 작가님과 부인도 부모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여전히 매순간 서로의 시라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인생을 리와인드해서 다시 살 수는 없겠지만 아이를 잃은 엄마 샹탈이 아이의 죽음을 축복이라고 아프게 고백하는 대목에 저도 공감할 수밖에 없없습니다.
https://naver.me/GmVJWdGr 월요일에 이 책을 나누었는데 어제 7월 12일 작가님이 세상을 떠나셨네요. 7월 12일이 되면 밀란쿤데라 작가님이 생각나겠지요. 인생을 살면서 죽음 뒤에도 남는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Andiamo 님의 글을 찬찬히 읽다가 밀양이 생각났어요. 지성에서 영성으로도 떠오르네요. 참척의 고통을 겪은 부모에게 사람들은 보통 동정하고 연민합니다. 그런데 샹탈처럼 그럭저럭 아이의 죽음을 '끔찍한 선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부모도 있는데, 왜 사람들은 자식 잃은 부모가 '자식 잃은 부모' 답지 않다고 수군대고 손가락질할까. 불의의 사고로 혹은 일찍 가족을 상실한 이들은 행복하면 안 되나요? 샹탈이 '행복의 파도'가 그녀를 감쌌다는 문장에서 저 역시 잠깐이지만 경악했습니다. p48부터 20쪽을 읽으면서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게 됐지만요. 부모는, 자식으로부터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는 걸까요? 부모를 잃은 자식이 부모 사후 행복하게 사는 건 이해하면서 왜 자식 잃은 부모는 행복을 추구하면 안 되는 존재가 되는 걸까요? 자식을 잃은 부모는 두 다리와 목소리를 교환한 인어공주가 두 다리마저 잃어버린 거라서? 자식 잃은 부모의 상황을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많은 것 못지않게 '정체성'처럼 자식을 잃고도 행복하게 사는 부모를 조명하는 작품이 더 늘어나길 바랍니다. 인간에 대한 공감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도 더 여유가 생기고 좋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어제 별세한 거장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야 컴을 켰네요. 좀 늦긴 했지만 자긍심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알게 모르게 인간은 이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것을 느껴야 하고 그에 따라 이런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세상이 만든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이상한 사람, 괴팍한 사람, 심지어 나쁜 인간이라는 말까지 듣게 됩니다. 사람의 얼굴만큼 다양한 행복과 불행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편안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것일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모두를 똑같이 만들지 못해 안달일까요? 자식을 여윈 사람이라고 나머지 인생을 죽 쑤고 있는 게 더 보기 좋은 일일까요? 새롭게 사랑을 하고 새출발하는 게 더 아름답지 않나요? 배우자를 잃은 사람이 재혼을 빨리 하자 주변 사람들이 '배우자가 죽기를 바라고 있었나봐'라고 입을 삐죽거리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살아 생전에는 그리 죽고 못살더니만 죽은 사람이 섭섭해 하겠네' 이렇게 말하더군요. 누군가에게 사기를 쳐서 재물상 손해를 입혔다든지, 신체의 상해를 입혔다든지 뭐 그런 것에 분노하는 것은 이해가 가죠. 타인에게 손해를 미치지 않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에 왜 그리들 관심이 많은 걸까요? 자신들의 생각이 정답이나 되는 양 자신만만한 걸까요? 어차피 인생은 짧고 일회성입니다.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타인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보아줄 순 없는 걸까요?
남자들이 결코 더 이상 나에게는 한눈을 팔지 않는 그런 세계에 살고 있다. (19) 장마르크는 샹탈을 진심으로 사랑한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별거 아닌 이야기라도 크게 마음에 와 박힙니다. 작은 투덜거림에도 신경이 쓰이고 해결해 주고 싶어지죠. 늙어가는 자신의 외모에 슬퍼하는 것 같은 샹탈의 이야기를 그냥 흘려듣지 않고 남자는 그녀의 자긍심을 높여주기 위해 편지를 씁니다. 그것을 읽고 샹탈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미묘한 긴장감을 느껴요. 연인의 이야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편지를 쓴다는 2차적 활동을 했다는 것은 그녀의 영혼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 아닐 까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남자가 편지 내용이나 필체를 좀더 잘 썼더라면 하는 것입니다. 샹탈이 의심을 하고 결국 누가 보냈는지 알아차리고 실망하게 되었으니까요. 이왕 하려면 좀더 완전범죄적 치밀함이 필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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