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맞아요! 그렇네요.
그녀에게 믿어야 할 것과 믿지 말아야 할 것을 일러줄 권위 있는 목소리가 필요했다. 한번 옳다 싶은 쪽으로 방향을 잡고 나면 페리캉 부인은 모든 장애를 무시하고 전력 질주했다. 누군가 증거를 손에 쥐고 그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줘도, 부인은 깔보는 듯한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제 아버님께서 그리 말씀하셨어요. 제 남편이 더 잘 알아요." 그러고는 더는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투로 장갑 낀 손을 허공에 대고 짧고 날카롭게 퉁겼다.
6월의 폭풍 23p, 이렌 네미롭스키
2장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유한 보수주의자인 페리캉 부부와 페리캉 노인, 신부인 장남 필리프, 전쟁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차남 위베르, 그리고 9살, 8살의 자클린과 베르나르로 이뤄진 페리캉 일가가 나옵니다. 샤를로트는 한 번 신념에 꽂히면 질주하는 성격이네요. 독단적이기도 하고요. 남편 아드리엥은 명예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고요. 파리가 함락될 걸 대비해 샤를로트가 친정으로 피난을 가게 되는데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궁금합니다.
가브리엘은 전쟁을 증오했다. 전쟁은 그의 삶 혹은 안녕을 위협했다. 전쟁은 가브리엘이 자신과 외부 세계 사이에 공들여 쌓아놓은 크리스털 벽을 허물어뜨리는 트럼펫의 끔찍한 불협화음 같았다. 전쟁은 가브리엘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유일한 세계, 허구의 세계를 매 순간 파괴했다.
6월의 폭풍 44, 이렌 네미롭스키
저도 이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3장을 읽었습니다.우웅~ 원고를 챙겼으면 그후에 계속 화장품을 살 수 있는데!! 또 지금 당장 어찌될지 모르는 플로랑스 입장에선 화장품 상자가 현명한 선택인거 같기도 하고요. 고양이같은 느낌의 싱글남성에 대한 묘사는 무도회에서도 봤는데 작가님 주변분이 모델일까요?
3장을 읽었습니다. 플로랑스가 라디오를 켜려고 하자 가브리엘 코르트가 말리는 모습에서, 위험에 처해도 덤불 속으로 머리만 숨긴다는 타조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일상 속에서는 중요한 예술적 영감이나 집필 활동이 전시에도 그럴까요? 전쟁이 싫어도 적응해야 하는 상황을 앞두고 전쟁 소식을 듣는 행위 자체를 내일로 미루는 가브리엘의 모습에서, 저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내일, 내일 들으면 돼. 지금 나쁜 소식을 들으면 내 기세는 꺾일 거고, 영감도 사라질 거야.
6월의 폭풍 p.45, 이렌 네미롭스키
3장에서는 가브리엘 코르트라는 부르주아 지식인을 소개합니다. 잘나가는 소설가인데, 위선자 같은 면모를 지니고 있어요. 어쩌면 작가가 당대 소설가들에게 품었던 느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읽으면서 보니,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제일 먼저 남겼던 메모한 내용을 이 소설가가 다시 사용하네요. (편집자의 말 참조)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면, 시시포스여, 너의 용기가 필요하리라.” 소설가에 필요한 것은 용기일까요?
안 그래도 그 시지프스의 용기 부분을 보며 작가는 왜 시지프스를 떠올렸을까? 결국 그 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것인데 ㅠ 그런 보람없는 고통같은 숙명을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공통의 경험이 있다고 하면 그건 결코 보람없는 일은 아닐텐데요~
글쎄요... 모든 작가가 소명의식이나 용기를 갖아야 한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 전 위의 맑은셈 님과 냐용 님의 말씀을 읽으면서 과연 가방 밖으로 내던져진 원고가 만약 모자 상자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가브리엘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용기보다는 '무거운 짐'에 방점이 있는 것 같아요. 😅
시절이 하 수상할 때일수록 소설가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용기가 맞겠구나 생각합니다. 똑바로 직시할 용기, 쓰는 용기, 내보일 용기, 앞장설 용기 등등이 떠오르네요. p. 40 ”그토록 무거운 짐을 짊어지려면, 시시포스여, 너의 용기가 필요하리라.“
3장 지식인들이라고 해도 하는 짓은 '머리에 든 것이 없는 흰 사냥개'같군요. 피난 가는 사람이 블라우스니 화장품이니..현실감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게다가 작가로서 자존심이 강한 가브리엘의 원고를 포기하고 화장품을 챙기다니요. 과연, 모자 상자에 잘 쑤셔 넣긴 할 건지. 저는 소설 초입엔 인물 묘사를 꼼꼼하게 보는데 아직까진 매력 있는 캐릭터가 없네요. 😅 그나저나 앞으로 이들은 페리캉 식구들과 만나게 되는건가요?
가브리엘은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했다. 그는 한창 꿈을 꾸다 깨어난 사람처럼 겁에 질린 몸짓으로 현실을 밀쳐냈다. 너무 밝은 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6월의 폭풍 44p, 이렌 네미롭스키
전쟁을 증오하는 가브리엘, 현실 외면중..
필리프는 이 불쌍한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있는 선의를 그러모아 부드럽게 그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들에게선 냉랭함과 반감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샘솟는 사랑도, 은총을 갈구하는 가장 비천한 죄인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실한 감동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6월의 폭풍 55p, 이렌 네미롭스키
4장 페리캉 부부의 큰아들, 필리프가 등장합니다. 결핵을 앓았고 선한 심성으로 부모의 반대가 있었지만 신부의 길을 걷네요. 프티 르팡티는 2장에서 '이 자선단체는 풍속 사건에 연루된 미성년자들을 도덕적으로 교화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곳의 아이들에겐 '구원의 빛을 욕망할 수 있는 영적인 힘'조차 없네요. 이런 아이들을 데니고 필리프 신부는 피난을 떠납니다. 4장도 계속해서 피난길에 오르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네요.
그들이 인사를 하자, 페리캉 신부는 미소로 답했다. 신부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의 표정은 엄하고 약간 슬퍼 보였지만, 미소는 더없이 부드러웠고 약간의 소심함과 애정 어린 힐책을 품고 있었다. 마치 '난 너희를 사랑한단다. 그런데 왜 너희는 날 사랑하지 않니?'라고 말하는 듯했다. 아이들은 그를 쳐다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6월의 폭풍 P51, 이렌 네미롭스키
장면이 그려지는 작가님의 묘사 및 서술방식, 문장들이 좋아요. 4장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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