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모든 것이 끝났다는 안도감, 모든 것이 그런 식으로 끝나버렸다는 데에서 오는 슬픔과 분노, 과거에 대한 기억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마치 거울에 반사라도 된 것처럼, 이 모든 감정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도 나타났다.
6월의 폭풍 p. 192, 이렌 네미롭스키
19장을 읽었습니다. 한 명의 독일 병사가 온 후 일상을 회복하는 것처럼 보였다가 다시 독일군이 들이닥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양한 감정으로 모든 것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다시 독일군의 모습을 만나야 했습니다. 태풍이 오기 직전의 고요함처럼 잠시 모두를 안심해도 된다는 착각에 몰아넣었을 뿐, 모든 것은 생각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네요.
20-21장을 읽었습니다. 고양이 알베르의 소소한 일상이 폭격에 의해 박살난 것처럼, 페리캉 부인의 피난길도 폭격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부서져 내립니다. 소중한 세 아이들을 무사히 데리고 떠났다는 안도감도 잠시, 차에 두고 온 소중한 것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게 됩니다. 어릴 때 어머니가 저와 제 동생을 데리고 택시를 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동생은 아직 어려서 안고, 저는 옆에 앉혔다고 하네요.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안고 있던 동생을 더 꽉 안고, 저는 깨진 차량 유리 파편에 눈 옆에 생채기가 났습니다. 저는 돌이켜 생각해도 사람의 순간 반응 속도에 한계가 있고, 어머니가 동생을 놓치지 않아서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괜찮은데 어머니는 두고두고 미안해하시더군요. 작은 상처에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 폭격에 놀라서 도망치다가 잊은 페리캉 부인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러니까 스윗 프랑세즈는 사실 스위트 프랑세즈였고 => 프랑스 모음곡☆ 원작은 이 작품이 아니고 Dolce에 기반한 것이었군요. 피아노덕후인지라 피아노곡들을 끼고 사는 편인데 마침 바흐의 프랑스 🇫🇷 모음곡이 등장하더라구요~ 공유해봅니다. https://youtu.be/-khnOnVP6HI
마을 전체가 하나의 소란덩어리였다. 사람들이 일제히 서로를 불러댔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묘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은 냉정을 유지하고 있고,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는 사실이다.
6월의 폭풍 208p, 이렌 네미롭스키
사람들은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한 번씩 고개를 들어 타오르는 지평선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봤던 것이다!
6월의 폭풍 210p, 이렌 네미롭스키
페리캉 부인이 마침내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모, 불쌍한 유모, 우리가 잊었어요.." "뭘요? 도대체 뭘요?" "시아버지를 두고 왔어요." 페리캉 부인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6월의 폭풍 214p, 이렌 네미롭스키
이제 알베르는 밤의 중심에, 가장 깊은 곳에, 밤의 품 안에 있었다. 알베르는 땅에서 밤을 느껴야 했다. 밤의 냄새는 거기, 뿌리와 자갈들 사이에서 풍겨 나왔다. 그 냄새들은 아직 증발하지 않았다. 하늘을 항해 날아가지도, 인간들 냄새에 섞여 희석되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생생하고 은밀하고 따뜻했다. 그것들은 살아 있었다. 그 각각의 냄새는 땅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먹을 수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드러냈다. 풍뎅이, 들쥐, 귀뚜라미, 그리고 목소리에 맑은 눈물을 가득 담고 있는 것 같은 작은 두꺼비.. 은빛 털로 뒤덮인 분홍색 나팔이나 메꽃처럼 뾰족하고 안쪽으로 살짝 말린 고양이의 기다란 두 귀가 종긋 세위졌다. 알베르는 너무나 가늘고 신비스러운, 하지만 자신에게만은 너무나 분명하게 들리는 암흑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둥지 속의 지푸라기들이 스치는 소리, 깃털이 부르르 떨리는 소리, 부리로 나무껍질을 쪼는 소리,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 생쥐가 발로 땅을 부드럽게 굵는 소리, 그리고 싹이 움틀 때 나는 나지막한 폭발음까지. 금빛 눈망울들이 어둠 속에서 달아났다. 나뭇잎 아래에서 잠든 참새, 커다란 검은색 티티재, 박새, 암컷 꾀꼬리, 수컷 꾀꼬리는 깨어나 노래를 불렀다. 그리자 숲과 강이 화답했다.
6월의 폭풍 202p, 이렌 네미롭스키
202p 내용 전체가 전쟁의 상황과 대비돼 더 아름답게 느껴져 여러 번을 읽었네요. 너무 좋아요.
22장 전쟁상황에는 특히 남을 속여 자기부터 살려는 인간들이 있지요. 저는 그 상황에 속하지 않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비난하지만 저도 최악의 상황에 놓이면...ㅠ 누구든 나부터 살고보자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지 않을까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격을 잃지 않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20장~21장을 읽었습니다. 페리캉 부인 판단력 빠르고 침착하네 안심하다가...21장 마지막...!!!;;;; 소설을 읽을 때 종종 이 시대를 사는 제 기준으로 읽게 되서 가능한 조심하는데 이 소설은 등장 인물들에 몰입해서 읽게 됩니다.
(~23장) 극적으로 님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를 수 있었던 페리캉 부인과 세 아이들. 그런데 아이구야, 이를 어쩌나요. 대가족을 이뤘음에도 외롭게 떠난 그의 모습이 참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교양을 들먹이며 비난하고 혐오하는 샤를 랑줄레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2장까지 읽었습니다. 곳곳에 묘사된 6월의 풍경이 너무나 다르고, 다른데도 제 각각 선명해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도 미래를 위해 현실을 살며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인, 천민, 천박을 쉼없이 뱉어내던 이의 가장 천박한 행실과 극적인 대탈출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요의의) 페리캉씨가 또 다시 브레이크가 되다니.. 고양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풍경들 끝에 마지막 문장으로 나타나는 폭격의 충격. 긴급하면서도 평화롭고 어수선하면서도 딱 알맞다싶은 상황들이겠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p.189에 “액운을 쫓기 위해 부적을 만지작거리듯”이라는 표현에서 “프랑스의 부적”이라 ..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외국에도 부적이라는 표현이 있겠구나 .. 어떤 형태일까.. 저 문장의 원래 표현도 궁금했고요.
부적은 amulette라는 단어고요,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면 미신처럼 몸에 지니고 있는 작은 물건, 마스코트 같은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porte-bonheur 정도로 생각해도 되고요.
22장을 읽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22장을 읽었습니다. 샤를 랑줄레의 혐오는 방향을 잃은 것 아닐까요? 막연히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향하는 그의 혐오는 부당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훔쳐 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누가 가장 혐오스럽죠?
(25) 25장은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필리프가 의식적으로는 소년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종교적 차원이 아닌, 진정성 있는 이해와 공감이 결여되어 있음은 소설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느낀 게 아닐까요? 저 사람은 우리와 가까워질 마음이 없다는 것을, 어서 빨리 제 임무를 완수하고 자기네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말이죠.
설령 그렇다고 한들 그렇게까지 할 것 까지야 ㅠ 너무 고결하면 이 해 아래서의 세속적 삶과는 어울리지 않아서였을까요;
20장에서 고양이 알베르의 시선으로 보는 상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땅속에서 은밀하지만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해가는 존재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파괴시키는 인간들. 평화롭고 아름답게 묘사해서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결국 시아버지를 두고 온 페리캉 부인… 진짜 실수였겠죠? ㅎㅎ 22장의 샤를 랑줄레는 정말 위선과 교만으로 가득한 나쁜 지식인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읽는 동안 설마 설마 했는데 ‘줄행랑을 쳤다’는 부분에서 기가 막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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