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사람들은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한 번씩 고개를 들어 타오르는 지평선을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것을 봤던 것이다!
6월의 폭풍 210p, 이렌 네미롭스키
페리캉 부인이 마침내 꺼져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모, 불쌍한 유모, 우리가 잊었어요.." "뭘요? 도대체 뭘요?" "시아버지를 두고 왔어요." 페리캉 부인이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6월의 폭풍 214p, 이렌 네미롭스키
이제 알베르는 밤의 중심에, 가장 깊은 곳에, 밤의 품 안에 있었다. 알베르는 땅에서 밤을 느껴야 했다. 밤의 냄새는 거기, 뿌리와 자갈들 사이에서 풍겨 나왔다. 그 냄새들은 아직 증발하지 않았다. 하늘을 항해 날아가지도, 인간들 냄새에 섞여 희석되지도 않았다. 그것들은 생생하고 은밀하고 따뜻했다. 그것들은 살아 있었다. 그 각각의 냄새는 땅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먹을 수 있는 작은 생명체들을 드러냈다. 풍뎅이, 들쥐, 귀뚜라미, 그리고 목소리에 맑은 눈물을 가득 담고 있는 것 같은 작은 두꺼비.. 은빛 털로 뒤덮인 분홍색 나팔이나 메꽃처럼 뾰족하고 안쪽으로 살짝 말린 고양이의 기다란 두 귀가 종긋 세위졌다. 알베르는 너무나 가늘고 신비스러운, 하지만 자신에게만은 너무나 분명하게 들리는 암흑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가 알을 품고 있는 둥지 속의 지푸라기들이 스치는 소리, 깃털이 부르르 떨리는 소리, 부리로 나무껍질을 쪼는 소리,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 생쥐가 발로 땅을 부드럽게 굵는 소리, 그리고 싹이 움틀 때 나는 나지막한 폭발음까지. 금빛 눈망울들이 어둠 속에서 달아났다. 나뭇잎 아래에서 잠든 참새, 커다란 검은색 티티재, 박새, 암컷 꾀꼬리, 수컷 꾀꼬리는 깨어나 노래를 불렀다. 그리자 숲과 강이 화답했다.
6월의 폭풍 202p, 이렌 네미롭스키
202p 내용 전체가 전쟁의 상황과 대비돼 더 아름답게 느껴져 여러 번을 읽었네요. 너무 좋아요.
22장 전쟁상황에는 특히 남을 속여 자기부터 살려는 인간들이 있지요. 저는 그 상황에 속하지 않아 지금 이 자리에서 그를 비난하지만 저도 최악의 상황에 놓이면...ㅠ 누구든 나부터 살고보자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갖지 않을까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인격을 잃지 않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20장~21장을 읽었습니다. 페리캉 부인 판단력 빠르고 침착하네 안심하다가...21장 마지막...!!!;;;; 소설을 읽을 때 종종 이 시대를 사는 제 기준으로 읽게 되서 가능한 조심하는데 이 소설은 등장 인물들에 몰입해서 읽게 됩니다.
(~23장) 극적으로 님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를 수 있었던 페리캉 부인과 세 아이들. 그런데 아이구야, 이를 어쩌나요. 대가족을 이뤘음에도 외롭게 떠난 그의 모습이 참 쓸쓸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교양을 들먹이며 비난하고 혐오하는 샤를 랑줄레도 어쩔 수 없나 봅니다.
22장까지 읽었습니다. 곳곳에 묘사된 6월의 풍경이 너무나 다르고, 다른데도 제 각각 선명해서 더 안타까웠습니다.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도 미래를 위해 현실을 살며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인, 천민, 천박을 쉼없이 뱉어내던 이의 가장 천박한 행실과 극적인 대탈출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요의의) 페리캉씨가 또 다시 브레이크가 되다니.. 고양이의 시선에서 그려진 풍경들 끝에 마지막 문장으로 나타나는 폭격의 충격. 긴급하면서도 평화롭고 어수선하면서도 딱 알맞다싶은 상황들이겠지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p.189에 “액운을 쫓기 위해 부적을 만지작거리듯”이라는 표현에서 “프랑스의 부적”이라 ..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외국에도 부적이라는 표현이 있겠구나 .. 어떤 형태일까.. 저 문장의 원래 표현도 궁금했고요.
부적은 amulette라는 단어고요, 프랑스어 사전을 찾아보면 미신처럼 몸에 지니고 있는 작은 물건, 마스코트 같은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porte-bonheur 정도로 생각해도 되고요.
22장을 읽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22장을 읽었습니다. 샤를 랑줄레의 혐오는 방향을 잃은 것 아닐까요? 막연히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향하는 그의 혐오는 부당한 것 같습니다. 스스로는 다르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혐오스러운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척 하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훔쳐 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 누가 가장 혐오스럽죠?
(25) 25장은 그야말로 충격입니다. 필리프가 의식적으로는 소년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만, 종교적 차원이 아닌, 진정성 있는 이해와 공감이 결여되어 있음은 소설 곳곳에서 보여지고 있습니다. 아마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느낀 게 아닐까요? 저 사람은 우리와 가까워질 마음이 없다는 것을, 어서 빨리 제 임무를 완수하고 자기네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말이죠.
설령 그렇다고 한들 그렇게까지 할 것 까지야 ㅠ 너무 고결하면 이 해 아래서의 세속적 삶과는 어울리지 않아서였을까요;
20장에서 고양이 알베르의 시선으로 보는 상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땅속에서 은밀하지만 자신들만의 삶을 영위해가는 존재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을 파괴시키는 인간들. 평화롭고 아름답게 묘사해서 더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결국 시아버지를 두고 온 페리캉 부인… 진짜 실수였겠죠? ㅎㅎ 22장의 샤를 랑줄레는 정말 위선과 교만으로 가득한 나쁜 지식인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읽는 동안 설마 설마 했는데 ‘줄행랑을 쳤다’는 부분에서 기가 막히더라구요!
무의식이 진심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23장을 읽었습니다. 페리캉 노인이 피난 중에 공증인을 불러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문득, 예고가 없을 죽음에 나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돌이켜 보니 참담한 마음입니다. 육체와 정신의 전원이 꺼져 가는 순간에도, 자신이 계획해둔 바를 명확하게 공증인에게 전달하는 페리캉 노인이 대단해 보입니다. 내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내 삶 이후의 세계를 준비할지 생각해 보는, 조금은 반성하게 되는 챕터네요.
본의 아니게 한 번 예행연습해서 그러신 게 아닐까요? 유언장도 거의 그대로구요~ 물론 준비는 하는 것이 좋겠지요.
23장을 읽었습니다. 모든 이별은 타이밍을 알 수 없네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23장까지 읽었습니다. 페리캉 노인의 죽음, 페리캉 부인에게 노인의 존재가 어떤 의미였을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둘 모두 단순한 생의 종말, 단순한 사람 한 명(+유산) 이상이었겠지요. 앞선 장에서는 위베르의 철없는 모습에 공명심과 난세의 영웅̆̈ 치켜세우기, 전쟁의 낭만화가 불러오는 결과가 저렇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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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9.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2024.01.17. <참 괜찮은 눈이 온다 _ 나의 살던 골목에는> 한지혜2024.01.16. <이 별이 마음에 들어> 김하율2024.01.14. <각자 도사 사회> 송병기2026.01.01. <아무튼, 데모> 정보라2026.01.02. <버드 캐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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