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그니깐요. 그걸 발음나는대로 스윗 프랑세즈라고 영화제목을 써놓으니 누구든 착각할만하죠. 저는 저 한글 타이틀을 만든 사람이 너무 성의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는 못 봤지만 레모님과 함께 초콜릿책방에서 나누었던 책얘기 너무 좋았습니다 :) 작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니 작가가 더 대단해보이고 이 시리즈 모두를 다 읽어야할 것 같더라구요! 돌체와 겹치는 인물들이 있다고 해서 남은 부분이 더 기대가 됩니다~
오! 선생님이 새봄내음이셨군요! 반갑습니다. 제가 그날 맥주를 못 마시고 와서 두고두고 아쉬웠답니다.
11-13장 까지는 참혹한 전쟁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공습을 당하는 긴박한 상황과 피란 길의 처참함. 그 와중에도 현명한 미쇼 부부는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씁니다. 공습 와중에 잔의 행동을 묘사한 문장은 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네요. 🔖가슴이 너무 세차게 뛰는 바람에 두 손으로 가슴을 부여안은 채 돌덩이에 대고 눌러야 했다. (113p) 고아원 아이들로 가득한 트럭은 분명 필리프 신부가 아이들을 태우고 떠난 그 트럭 같고요. 심한 부상을 당한 미쇼 부부의 아들 장마리는 살아서 부모님을 볼 수 있을까요. 당시 부상자들 또한 치료받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일반인들의 작은 행동들에 눈길이 가게 됩니다. 전쟁 중에 타인을 생각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깐요.
사실 <6월의 폭풍>에서 멀쩡한 이성의 소유자는 미쇼부부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스포일러는 안 할게요. 이제 본격적으로 인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걷잡을 수 없이 공포에 질린 여자들이 자식들을 거추장스리운 짐인 양 팽개치고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났다. 어떤 여자들은 자식들을 자기 뱃속에 다시 집어 넣으려는 것처럼, 마치 그곳이 유일하고 확실한 피란처인 것처럼 있는 힘껏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6월의 폭풍 117p, 이렌 네미롭스키
어느 날, 그녀가 버찌 한 다발을 들고와 장마리의 머리맡에 놓아주었다. 사람들이 말려서 먹을 수는 없었지만, 장마리는 불처럼 뜨거운 자신의 볼에 그것을 갖다 대보았다. 그는 마음이 한결 놓였고, 행복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6월의 폭풍 123p, 이렌 네미롭스키
우리 아들 녀석도 어디선가 나랑 아무 관계도 없는 저 청년처럼 보살핌을 받고 있으면 좋으련만...
6월의 폭풍 p. 124, 이렌 네미롭스키
12-13장을 읽었습니다. 미쇼 부부와 장마리가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상황이 안타깝게 다가옵니다. 병원이 부상병을 수용하지 못해서 마을에 맡겨졌고, 그래서 장마리가 모르는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상황이 이제는 정말 소설 속에나 등장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것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가해자가 되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사건들 소식이 들리는 현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습니다.
“우린 살아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플로랑스가 말했다. 플로랑스는 피곤과 공포가 아닌 분노를, 광기에 넘치는 맹목적인 분노를 느꼈다. 분노가 내면에서 부글부글 끓어 올라 그녀를 질식시켰다. 플로랑스는 가브리엘이 그들을 묶어주던 묵시적인 계약을 깨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들 나이에,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한 남녀의 사랑은 하나의 계약에 불과했다. 플로랑스는 가브리엘로부터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보호를 받길 바랐기 때문에 그에게 자신을 바쳤다. 그리고 그 대가로 돈과 일신의 안전을 보상받았다. 가브리엘은 마땅히 지불해야 하는 것을 지불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플로랑스의 눈에 그가 허약하고 경멸스러운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6월의 폭풍 126~127p, 이렌 네미롭스키
14~15장을 읽었습니다. 전쟁상황에서 각자의 입장과 인간의 본성이 잘 드러나네요. 특히 계절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배경 묘사는 전쟁의 비극과 더 대조적이었습니다.
이건 정말 악몽이야! 오! 군중은 추하고, 상스럽고, 끔찍하게 천박해!
6월의 폭풍 p129, 이렌 네미롭스키
(~15장) 부상병들만 보면 아들을 떠올리는 잔 미쇼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안타깝고, 가브레일 코르트만 보면 정신 못차리는 이 양반을 어째야하나 싶습니다.
14-15장 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가브리엘. 풍족한 일상에선 그 점이 고상하고 우아함을 돋보이게 하는 성향이었겠지만, 전쟁 중 참담한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유약함으로 발현되지요. 현실감이 떨어진. 🔖오! 군중은 추하고 상스럽고, 끔찍하게 천박해! 이 말로 그가 당시의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돈이 있으니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것을 보니 전쟁이 터지면 제일 고통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노동자라는 것. 출산한지 얼마 안 된 부인과 아이를 위해 음식을 훔친 쥘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도덕을 논할 땐 환경을 감안해야하는 걸까요.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도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쥘은 징집과 전쟁을 면하게 해준, 반쯤 마비된 자기 팔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난 정말 운이 좋았어.'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자신도 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양심의 가책과 비슷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6월의 폭풍 p. 142, 이렌 네미롭스키
14-15장을 읽었습니다. 가브리엘이 식당 주인 몰래 가져온 음식 바구니를 쥘이 낚아챕니다. 쥘은 자신이 낚아챈 음식 바구니와 징집 면제를 두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음식 바구니를 낚아챈 일이 잘못된 일인 것을 알면서도 부인의 굶주림이라는 상황에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비된 팔 때문에 징집이 면제된 일이 운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양심의 가책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고, 좋고 나쁨의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기도 합니다. 과연 이후의 내용에서 음식 바구니를 낚아챈 일과 징집 면제에 대한 쥘의 평가가 지금과 같이 유지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16장을 읽었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아들은 쉽지 않네요. 어휴...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습니다.
피란민의 행렬에 공습이 가해졌다. 죽음은 하늘을 선회하다가 갑자기 날개를 펼친 채, 도로를 따라 기어가는 검은 벌레들의 긴 행렬을 향해 부리를 번뜩이며 급강하했다.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여자들은 아이들을 껴안아 몸으로 보호하려 했다.
6월의 폭풍 p. 158, 이렌 네미롭스키
16장을 읽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 위베르가 군대에서 함께 싸우고 싶어 합니다. 가족들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철없는 소리로 들려서 가족들은 만류하지만, 몰래 빠져나가 마주친 병사들에게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죽음의 새가 힘없는 피난 행렬을 노리고 공습을 하고, 공습 후에는 잠시의 침묵 후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생생한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저 전쟁을 앞두거나 피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이제 전쟁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16장을 읽으며 위베르가 제 아들이었으면 머리통을 쥐어 박았을 겁니다. 아빠도 없는 상황에 실질적 아빠역할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나라를 구하겠다고 전쟁터에 자원하겠다고요?..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만 드네요.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위베르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도(그는 벅차오르는 감동 때문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도 싸우고 싶어요." 병사는 그를 물끄리미 바라보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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