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이렌 네미롭스키 <6월의 폭풍> 출간 기념 함께 읽기

D-29
16장을 읽었습니다. 철딱서니 없는 사춘기 아들은 쉽지 않네요. 어휴... 읽는 내내 머리가 아팠습니다.
피란민의 행렬에 공습이 가해졌다. 죽음은 하늘을 선회하다가 갑자기 날개를 펼친 채, 도로를 따라 기어가는 검은 벌레들의 긴 행렬을 향해 부리를 번뜩이며 급강하했다. 모두 바닥에 엎드렸다. 여자들은 아이들을 껴안아 몸으로 보호하려 했다.
6월의 폭풍 p. 158, 이렌 네미롭스키
16장을 읽었습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징집 대상에서 제외된 위베르가 군대에서 함께 싸우고 싶어 합니다. 가족들에게는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철없는 소리로 들려서 가족들은 만류하지만, 몰래 빠져나가 마주친 병사들에게는 놀라움과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죽음의 새가 힘없는 피난 행렬을 노리고 공습을 하고, 공습 후에는 잠시의 침묵 후에 신음소리가 터져 나오는 생생한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저 전쟁을 앞두거나 피난에 적응하지 못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이제 전쟁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16장을 읽으며 위베르가 제 아들이었으면 머리통을 쥐어 박았을 겁니다. 아빠도 없는 상황에 실질적 아빠역할을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에 나라를 구하겠다고 전쟁터에 자원하겠다고요?..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만 드네요.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 위베르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도(그는 벅차오르는 감동 때문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저도 싸우고 싶어요." 병사는 그를 물끄리미 바라보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 았다.
위베르는 너무나 착한 어린애였다! 위베르는 세상이 단순하고 아름답다고, 사람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야비한 김승 떼에 불과했다. 떠나자고 부추겨놓고는,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따뜻한 이불 속에 자빠져 잠이나 잔 르네. 피란민에게 물 한 잔, 침대 하나 내주지 않던 사람들, 달갈 몇 개를 금값에 팔던 사람들, 가방, 상자, 식량, 심지어 가구까지 차에 잔똑 실어놓고는 피곤에 절어 죽어가는 여자에게, 파리에서 여기까지 걸어 온 아이들에게 " 태워줄 수가 없어요. 보다시피 자리가 없어서"라고 말하던 사람들. 화장을 질게 하고는 장교들로 가득한 트럭을 얻어 타고 시시덕거리던 여자들. 너무나 만연한 이기주의, 비겁함, 야만적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잔인함이 위베르를 구역질 나게 했다. 하지만 정말 금찍한 것은 몇몇 사람들의 희생, 영웅적 행동, 선의를 모른 체 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예를 들면, 필리프 형은 성인이었다... 절망 속에서 대의를 위해 싸우러 가는 그 병사들은 영웅이었다. 그들에게는 용기와 자기회생,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선한 사람들은 타고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필리프 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설명했다. 필리프가 말을 하면 더없이 순수한 화염 덩어리를 내부에 품고 있는 듯, 빛과 열을 동시에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위베르는 종교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고, 필리프는 멀리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원칙도 기준도 없이 지옥의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예수님도 결코 강림하지 않을 터였다. '왜냐면 그들이 갈가리 젖어놓을 테니까.' 위베르는 생각했다.
6월의 폭풍 157-158p, 이렌 네미롭스키
악한 사람들이라 그런 건 아니에요. 삶을 몰라서 그렇지.
6월의 폭풍 p.142, 이렌 네미롭스키
삶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잘은 몰라도 평생을 허둥대며 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입니다. 벌써 전반전?은 끝나 버렸지만 말이죠~
시대의 지성과 경제를 책임진다고 말하지만 전쟁중에 지식인 혹은 부호들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결국 그들이 좇는 가치란 신기루 같은 것은 아닐런지 씁쓸했습니다. 아마 위베르군도 뭘 몰라서 그런 결정을 한 것일수도… ㅎㅎ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네 번째 <개와 늑대>와 다섯 번째 <데이비드 골더> 원고를 읽었습니다. 정말 이렇게 다채롭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작가의 재주에 또 한 번 놀랐어요. <6월의 폭풍>도 이렇게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작업할 때보다 더 재미있네요. 소설 속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에 매번 감탄합니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계속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16) 위베르를 따라가자니 그간 읽어왔던 여러 소설들의 인물들이 떠올랐습니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지금을 사는 어른이 보기에 너무 철이 없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소년 같지만, '전쟁'의 실상을 모른 채 피폐해져가는 주변을 둘러보면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부 전선 이상없다>의 파울, <전쟁과 평화>의 페탸 등 이외에도 자발적으로 전쟁터로 향하는 문학 작품 속 소년들이 떠올랐습니다. 어제 드라마 한 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전쟁 발발 소식을 들은 서원의 유생들이 칼 한 번 쥐어본 적도 없으면서 전쟁터로 나아가자며 그들끼리 고무하는 장면을 얼핏 보았는데요, 어쩌면 그들의 철없는 무모함이 현재를 있게 한 건 아닌가라는, 저 역시 철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네요 마지막 페이지를 다 덮고서야 모임에 입장하였습니다 읽으면서 정신없이 필사했는데, 적어둔 문장이 너무나도 많네요 ♡ 초반부에 등장하는 다수의, 서로 연관성 없는 인물들에 대해 독자로서 호기심이나 호불호의 감정을 가지는 것과 완전히 별개로,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 자체가 무의미한 전개가 펼쳐지는 것에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승리하고 못된 사람이 상응하는 정도의 벌을 받길 바라며, 그렇게 될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소설을 대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누가 착한지, 누가 나쁜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운 삶의 진실을 잊고 있었다는 것도요 인물들 하나하나가 입체적으로 살아 있어, 클라이막스라 할 수 있는 사건 대신 매 순간 매 페이지에 긴장감이 넘쳤습니다 내처 <스윗 프랑세즈>를 보았는데요 <돌체>를 읽으러 가지 않을 수 없네요 (진도와 상관없는 이 혼란스러운 감상이라니요 ^^;;;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도 생각지 못한 지점을 리뷰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혹은 오해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할수록 이렌 네미롭스키의 작품들은 작가의 눈을 통해 드러난 삶의 아이러니로 가득한 느낌이고요.
페리캉 노인은 평소 자기자리인, 활짝 열린 창문 곁에서 잠이 들었다. 잔잔한 6월의 하루가 그대로 죽기는 싫다는듯 지평선 너머에서 마지막 빛을 퍼뜨리고 있었다. 대지에 보내는, 아쉬움과 사랑으로 가득한 작별 인사처럼
6월의 폭풍 35p, 이렌 네미롭스키
페리캉 노인만 죽음을 목전에 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 글이 씌어졌다고 하셨지요. 코로나 재유행과 지구온난화를 넘어선 지구끓어오름 현상이 un사무총장에 의해서도 공식화되고 투발루 🇹🇻 뿐만 아니라 자카르타도 잠겨서 총리가 바다 위 단상 위에서 연설을 하는 지금의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도 어떤 조치를 다같이 취하지 않으면 공멸로 가는 것이 아닌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더워서 책을 많이 못봤네요; 책 받아놓고 죄송한 마음에 각잡고 책 데리고 나왔습니다^^ 달려볼게요!
모두라기보다는 작가가 유대인 별을 달고 불안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많이 쓰려고 노력했어요. 3권의 뼈대를 구상하던 중 아우슈비츠로 끌려갔고요. 하지만 작가는 그 당시에는 잡혀간 유대인들의 최후를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돌체> 같은 소설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돌체를 읽어야 하는 거군요^^ 그럼에도 작가 뿐 아니라 모두가 결국엔 죽음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생하는 교주가 아닌 다음에야 말입니다.
내가 늘 말하잖아, 당신은 단역들을 너무 하찮게 여긴다고. 소설은 아는 사람이 기껏해야 두 셋밖에 안 되는,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와 같아야 해.
6월의 폭풍 43p, 이렌 네미롭스키
코로나 이전에 김탁환 작가님의 글쓰기 강좌를 두어달 들었는데 그때가 생각났습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움직이거나 말하지 않았다. 사감이 호루라기를 불자, 아이들이 열을 지어 방을 나갔다.
6월의 폭풍 58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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