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베르는 너무나 착한 어린애였다! 위베르는 세상이 단순하고 아름답다고, 사람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야비한 김승 떼에 불과했다. 떠나자고 부추겨놓고는,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따뜻한 이불 속에 자빠져 잠이나 잔 르네. 피란민에게 물 한 잔, 침대 하나 내주지 않던 사람들, 달갈 몇 개를 금값에 팔던 사람들, 가방, 상자, 식량, 심지어 가구까지 차에 잔똑 실어놓고는 피곤에 절어 죽어가는 여자에게, 파리에서 여기까지 걸어 온 아이들에게 " 태워줄 수가 없어요. 보다시피 자리가 없어서"라고 말하던 사람들. 화장을 질게 하고는 장교들로 가득한 트럭을 얻어 타고 시시덕거리던 여자들. 너무나 만연한 이기주의, 비겁함, 야만적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잔인함이 위베르를 구역질 나게 했다.
하지만 정말 금찍한 것은 몇몇 사람들의 희생, 영웅적 행동, 선의를 모른 체 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예를 들면, 필리프 형은 성인이었다... 절망 속에서 대의를 위해 싸우러 가는 그 병사들은 영웅이었다. 그들에게는 용기와 자기회생,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선한 사람들은 타고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필리프 형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것을 설명했다. 필리프가 말을 하면 더없이 순수한 화염 덩어리를 내부에 품고 있는 듯, 빛과 열을 동시에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위베르는 종교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고, 필리프는 멀리 있었다. 그리고 세상은 원칙도 기준도 없이 지옥의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예수님도 결코 강림하지 않을 터였다. '왜냐면 그들이 갈가리 젖어놓을 테니까.' 위베르는 생각했다. ”
『6월의 폭풍』 157-158p, 이렌 네미롭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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