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의 <내면소통> 함께 읽어요 (완료)

D-29
뇌과학, 인지과학 및 마음근육훈련의 지침서. 엄청 두껍고 생각보다 깊이가 있어서 만만치 않네요. 이 분야에 관심있는 분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면 좋겠군요- 라고 했었지만, 지금 혼자 읽는 중입니다;; 완독까지 계속 업뎃해보겠습니다. 의견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우리는 혼자 무슨 생각을 할 때, 특정한 언어를 사용한다. 누구든 자신 안에서 일어나는 내면소통을 위해서는 모국어 등 자신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한다. 생각이나 혼잣말 등의 내면소통은 언어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언어는 다른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회적 규약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혼자 생각할 때도 언어를 사용하는 걸까? 왜 개인적이고 내부적인 경험이 즉각적으로 사회적 소통이 가능한 언어로 표상되는 걸까? 의식의 본질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과정 그 자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보고할 만한 것으로 계속 만들어내는 과정”이 곧 의식이다. 의식 자체가 내면소통 과정이며 타인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의식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능동적 예측 모형의 위계질서 안에서 최상단에 존재하는 생성질서가 예측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타인과 소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의식의 본질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하나의 생명체가 자신의 움직임의 결과를 추론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적절한 데이터를 가져와서 미래를 예측한다는 뜻이다. 의도에 따른 움직임을 위한 능동적 추론에는 반드시 과거와 미래에 관한 개념, 즉 ‘시간적 두께(temporal thickness)’가 필요하다.
내면소통 김주환
‘자유에너지 최소화의 법칙’에 따라 모든 생명체의 뇌는 자신의 내적모델과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감각정보 간의 괴리를 최소화하려 하고, 이에 따라 예측오류를 줄이려는 내재적 시스템이 구축되는데, 이 시스템의 최상단에는 추론하는 주체인 자의식이 등장하게 된다. 즉 자의식은 예측오류 최소화 과정의 논리적이고도 필연적인 귀결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우리 의식에는 자유에너지 최소화의 과정이 곧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난다. 의식의 본질은 지속적인 스토리텔링이고,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곧 내면소통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경계는 외부에서 내부를 직접 관찰할 수 없게 한다. 오직 내부를 둘러싸고 있는 경계만이 관찰될 수 있을 뿐이다. 내부상태와 경계는 베이지안 추론을 통해서 항상성(homoeostasis)을 유지하고 나아가 자기생성(autopoiesis)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유기체의 ‘경계’를 어떻게 개념화하고 이론화하는가가 자유에너지 원칙에서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프리스턴은 유기체의 경계를 ‘마코프 블랭킷(Markov blanket)’으로 개념화할 것을 주장한다.
내면소통 제5장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김주환
마코프 블랭킷의 행위상태는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내부상태와 마코프 블랭킷 자체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다. 행위는 구조적-기능적 통합성이 유지되도록 한다. 이것을 스스로 조직하고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자기생성(autopoiesis)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상태는 베이지안 추론에 근거해 감각상태의 원인이 되는 외부 환경에 대해 추론하게 된다. 행위를 통해 스스로 추론하는 대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스턴은 이를 ‘능동적(active)’ 추론이라 부른 것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내 의식은 내 몸이 느끼는 모든 감각이나 내 행위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알지 못하며 다 처리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게 존재하는 것이 바로 ‘나’다. 이것이 바로 뇌과학자 로돌포 지나스(Rodolfo Llinas)가 말하는 ‘소용돌이로서의 나’의 의미다.
내면소통 김주환
만약 이 지구상에 단 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환각이나 망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 모두가 환각에 빠져 있거나 모두가 망상에 빠져 있다면 아무도 환각이나 망상에 빠져 있지 않은 것이 된다.
내면소통 김주환
인간의 감각기관은 우주의 비밀이나 실체를 아는 데에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해 얻는 지각정보는 대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실체와는 거리가 먼데, 그 이유는 그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사냥을 하든 농사를 짓든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해가 뜨고 진다고 지각하는 것이 지구가 자전한다고 지각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다. 다만 효율성을 위해 진화해온 지각과 추론의 과정에서 예측오류를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 비정상적인 지각(환각)이나 비정상적인 신념(망상)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그동안 전통적인 보상반응 실험에서는 뇌가 주어진 자극을 ‘보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되었다는 것을 당연한 결론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프리스턴은 주어진 자극이 ‘보상이기 때문에’ 도파민 회로가 작동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뇌가 주어진 자극을 ‘새롭고 현저한’ 경험으로 파악했고, 이 경험에 대한 ‘능동적 추론이 정확했기 때문에’ 도파민이 분비된 것이라고 보았다.
내면소통 김주환
마음근력을 위한 내면소통 훈련의 핵심 중 하나는 이 자동적 스토리텔링의 내용과 방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스토리텔링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과 우울 증세를 보이는 등 마음근력이 허약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부정적이고 강박적인 스토리텔링 습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있어서 부정적인 스토리텔링 습관이 생기기도 하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스토리텔링 습관으로 인해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부정적인 스토리텔링은 불안장애나 우울증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그 결과이기도 하다.
내면소통 김주환
과거에 내가 무엇을 했고 세상이 나에게 무엇을 했는가에 집중하는 부정적 감정 상태가 곧 분노이고, 미래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세상은 나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부정적 감정 상태가 곧 불안이다. 늘 행동 모드로 살다 보면 마음근력이 소진되고 약해질 수밖에 없다. ‘행동’ 모드를 잠시나마 멈추고 ‘존재’ 모드로 전환함으로써 분노와 불안을 제거하는 것이 마음근력 향상을 위한 내면소통 명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주의의 방향을 외부상태로부터 감각상태, 행위상태, 내부상태 등 나의 내면으로 돌리는 것이 꼭 필요하다.
내면소통 김주환
5장은 자유에너지 최소화 법칙, 마코프 블랭킷 등 최신 이론을 자세히 소개하고, 말미에 이르러 내면소통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마코프 블랭킷은 <피부 자아>라는 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려운 부분은 적당히 건너뛰었다.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뇌과학은 무엇보다 철학이 바탕이 된다는 점이었다. 특히 존재론을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다. 의식이 무엇인지, 자의식이 무엇인지 하는 것들은 철학의 고유 영역이었는데 이제 뇌를 스캔하고 신경과학, 인지심리학이 발달하면서 이전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쌓여가며 조금씩 규명되고 있는 듯하다.
양자역학이 완벽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전물리학보다는 분명히 더 정확하고 옳은 이론이다. 고전물리학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설명해내지 못하는 많은 것들도 더 잘 설명해낼 수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끼는 고전물리학의 세상은 상당히 왜곡된 현실이다... 우리 뇌가 구현하는 세계의 모습은 왜곡된 허구이긴 하지만 무작위적인 허구는 아니다. 우리 뇌는 아무렇게나 멋대로 왜곡하지는 않는다. 뇌는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현실을 왜곡한다.
내면소통 제6장 내재적 질서와 내면소통, 김주환
기계론적 세계관은 전체로서 하나인 인간과 사회를 자의적으로 나누고는 그렇게 나뉜 부분들을 마치 본래의 실체인 양 다룬다. 원래 전체로서 하나인 부분들을 자의적으로 나누어 개념화한 후에 그 부분들의 상호관계와 인과관계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회과학이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한참을 하다 보면 인간이 자의적으로 나눈 부분들을 마치 선험적이고도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구성요소이자 본래적 실체로 착각하게 된다.
내면소통 김주환
하지만 어떠한 이념이든, 국가를 포함한 어떠한 조직이든 모두 인간의 몸을 위해 봉사해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몸은 최우선의 가치여야 한다. 몸이야말로 인간성의 기반이고, 정신은 몸의 어떤 기능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을 희생해서 얻을 수 있는 더 귀한 가치란 없다.
내면소통 김주환
6장은 데카르트의 몸-정신 이원론 및 기계론적 사고에 대한 설명과, 그 한계로 인해 대두된 데이비드 봄의 전체론 소개로 시작한다. 기계론적 사고를 상식으로 삼았기에 이를 벗어나려면 많은 이해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몸이 단순한 정신의 그릇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가장 중요하다는 문장은, 잘 쓴 문학 작품만큼이나 뭉클했다.
생각이나 감정이나 기억은 배경자아의 일부가 뭉치거나 들뜬상태(excited mode)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물결은 바다 전체의 극히 일부가 잠시 들떠 있는 상태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알아차림의 주체로서의 배경자아는 생각, 감정, 기억 같은 마음작용의 일종의 장(field)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데이비드 봄의 soma(물질)와 significance(의미)의 관계는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의 ‘기의’와 ‘기표’의 관계와 매우 비슷하다. 기표는 의미를 실어 나르는 기호의 물질적 측면이며, 기의는 기표라는 물질을 통해서 드러나는 의미다. 얼핏 보면 소마-시그니피컨스의 관계는 소쉬르의 기의-기표 개념과 마찬가지로 양자(dyadic)관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봄은 소마와 시그니피컨스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소마, 기호, 에너지라는 세 요소가 삼자관계를 이루는 것이다.
내면소통 김주환
6장의 중반, 이제 데이비드 봄에다 소쉬르와 퍼스까지 호출되었다. 기호학을 통해서 전체론적 우주관을 설명한다…. 저자가 움베르토 에코 기호학 강의를 사사했다더니 그래서인 듯하다. 정말 어려운데 재미는 있다. 일단 ㅠㅠ 좀 쉬었다가 읽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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