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독수리의 제국』 혼자 읽기

D-29
권력자는 자신들의 도덕이 뛰어나서 백성과는 논쟁할 수 없다고 스스로 칭송했다. 맹자도 이렇게 말했다. “군자가 행하는 일은 대중들이 본래 모르는 것이오(君子之所爲, 衆人不識也).” 인치가 지향하는 주지(主旨)는 이성에 입각한 판단을 은폐하는지는 잠시 내버려둔 채, 민중으로 하여금 “그 내막을 예측하지 못하게 하고 항상 위세와 죗값을 두려워하게 하는 것이다.” 사실상 내용이 불명확한 덕은 힘없는 백성을 확실하게 위협하여 형벌을 관장하는 권력자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게 한다. 이 때문에 귀족은 나라의 권위를 마음대로 독점한다.
용과 독수리의 제국 - 나라는 어떻게 흥하고 망하는가! 진秦·한漢과 로마, 두 제국의 천년사 제6장 정치체제, 어우양잉즈 지음, 김영문 옮김
법을 준수하는 통치는 충돌이 발생할 때 법률을 최고의 해결 준칙으로 삼는다. 법조항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정하고 어떤 행위에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미리 선포하여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행위 준칙으로 삼게 해야 사람이 법률에 기댈 수 있다. 법률의 한계를 명확히 하면 백성은 적지 않은 ‘위험 지대’가 합법이며 그 안전을 정부가 보장한다는 사실을 알고 법에 의지하여 논쟁을 벌일 수 있다. 즉, 수시로 권력자의 안색을 살필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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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법으로 이동하면 제도가 귀족 대부분의 임의 처결권을 대신하게 된다. 로마인은 그것을 공민의 자유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중국의 봉건귀족은 그것이 도덕을 해친다고 질책했다. 즉, 법률의 공평함 때문에 친한 관계와 소원한 관계를 분별하지 못하게 되고, 종친과 친해야 하는 어진 마음을 손상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숙향이 말한 바와 같이 “백성에게 다투는 마음을 심어주어(民有爭心)” 존귀한 사람을 존귀하게 대해야 하는 뜻을 위반하게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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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가 더욱 많은 것을 점유했다(Fewer have more).’58 현대 학자는 이 몇 개의 단어로 로마 사회 경제의 장기적인 발전을 총괄했다. 그러나 이 말은 한나라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양자는 정도의 차이만을 보일 뿐이다. 두 제국의 사회 경제는 피라미드식이었다. 하지만 로마의 피라미드는 한나라의 피라미드에 비해 더 가팔랐다. 정보를 관장한 관리의 녹봉에서 그 일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한나라 최하위 품계의 관직은 좌리(佐吏)였는데, 이들의 한 달 녹봉은 대략 병졸 한 명의 녹봉과 같았고, 군수의 녹봉은 좌리의 15배였다. 모든 로마 군단에는 노련한 지휘관 10명이 있었고, 이들의 봉급은 병졸의 33배였다. 이들의 위에는 두 명의 장군이 있었고 군단 사령관은 속주 지사 아래에 속해 있었다. 로마의 속주 지사는 한나라의 군수와 임무가 유사했으나 봉급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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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기운이 생생할 때는 위대한 황조와 제국이 흉금을 크게 열고 시야를 넓게 열어 민중을 위해 복무하는 정신을 크게 진작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야는 매우 좁아졌다. 로마 전통의 공공정신은 제국에 의해 대부분 방기되었고, 겨우 남은 것도 기독교의 내세관에 의해 압살되었다. 중국의 법가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 정신을 제창했지만 유가의 독재 아래서 위축되고 말았다. 군부의 재정권(財政權)을 강구한 로마 정부와 문치의 가르침을 강구한 한나라 정부는 각각 어두운 일면을 드러냈다. 귀족주의와 봉건의식이 극성했다. 정부의 고관은 가정이나 당파에 온 정신을 기울여, 실제로 일을 할 능력이 있는 군대와 관리 기구를 쇠퇴시켰다. 아름다운 선전만이 유행하면서 황제와 통치 엘리트의 사리사욕 추구를 분식하기에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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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이냐 우유냐?” 이 말은 서구 근대 속담이다. 그러나 이 말이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국방이냐 부유함이냐 사이의 선택은 고금의 모든 나라에서 피하기 어려운 난제로 작용했다. 황조와 제국 말기의 특색은 기름기 번들번들한 엘리트가 지나치게 인색하게 굴며 대중의 안전에 필요한 총 몇 자루도 비치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다. 반용이 병사 300명을 보내 옥문관을 지키자고 간청했을 때, 정부의 보조를 받는 태학생과 조정의 고관대작은 서로 화답하며 대중에게 피해를 주는 지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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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어떤 독일 학자는 언어학과 문자 파편을 연구하면서 훈족이 흉노의 후예라고 인식했다. 1930년대에 또 다른 독일 학자는 출토 유물과 장식예술을 비교하여 훈족과 흉노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 학설은 모두 증거가 부족하다. 기원전 1세기에 흉노는 소그드 근처에서 나라를 세웠다. 이 때문에 소그드인은 그들의 민족 명칭을 잘 알았다. 흉노는 48년에 둘로 분열되었다. 남흉노는 한나라에 항복했는데, 그 후대가 바로 소그드인이 말한 Hun이다. 북흉노는 서쪽으로 이동하여 151년 이후로 중국 기록에서 사라졌다. 그때부터 훈족이 로마인의 눈앞에 나타난 376년까지 유라시아 대초원에는 무수한 비밀이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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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에 대해 학자들은 기껏해야 추측에 의지할 뿐이다. 그러나 대체로 정확한 점도 포함되어 있다. 유목 군체(群體)는 항상 혼합 집단으로 살다가 또 항상 흩어진다. 흉노 또는 훈족도 각각 적지 않은 집단이 섞여 살았다. 어떤 집단은 종족 구성이 들쭉날쭉했고, 어떤 집단은 모여들고 흩어짐이 일정하지 않았다. 만약 일군의 북흉노 세습귀족이 자신들의 지위와 종족명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소그드인이 알고 있던 Hun일 것이다. 그렇다면 200년 동안 초원의 유목민들도 틀림없이 또 다른 집단을 적지 않게 받아들여 그들의 풍습을 흡수했을 것이다. 훈족도 이런 군체일 가능성은 없을까? 독자 여러분 스스로 상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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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족왕국은 로마제국 밖에 있는 적이었다. 그것은 마치 흉노가 한나라 밖의 적인 것과 마찬가지였다. 두 유목민은 약탈에 뜻을 두었을 뿐 영토 점령에는 뜻이 없었다. 이들은 큰 전쟁을 일으켰지만 모두 로마제국이나 한나라보다 먼저 멸망했다. 제국이나 황조는 모두 성 밖의 야만인에 대처하는 것이 성안의 야만인에 대처하는 것보다 쉬웠다. 로마제국 경내의 서고트족이나 진(晉)나라 때의 변경 안쪽 남흉노는 영토를 점령하고 백성을 거느리면서 정권에 참여하려고 했으므로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이들 경내 야만인을 뱃속의 우환거리로 만든 것이 제국과 황조 통치 엘리트의 잘못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뱃속의 우환거리가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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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족왕국과 로마제국의 관계는 카르타고와 로마공화정, 또는 춘추시대 초나라와 진(晉)나라의 관계와 유사하다. 강력한 외적의 위협이 있으면 통치계층은 좀 신중해지기 마련이다. 로마인은 아틸라의 죽음을 경축하면서 새로운 세기의 여명을 찬양했다. 적대적이었던 초강대국은 쓰러졌지만 애석하게도 그 결과는 천하태평과 거리가 멀었다. 수많은 소국과 지방 세력이 분쟁을 일으켜 정세가 복잡해지면서 더욱 위험한 지경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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