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오, 그렇군요! 책 얘기와는 조금 무관하지만 "진지한 한국 영화를 피하게 된다"는 말씀에 놀랐습니다. 작가님이 집필하신 소설들 중 제가 유독 좋아하는 소설이 있는데... 어떤 사고를 거쳐 저런 스토리가 나오는 것일까 궁금할 때가 있거든요. 물론 다른 소설 속에서도 어떤 대사의 거친 말투나 신랄한 장면 묘사를 읽다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종종 있었어요. 아무튼 이 대화가 여러모로 저에게는 신기합니다. (참고로 저는 기생충을 보고 그 영화 특유의 잔상과 후유증이 몇 주는 갔던 것 같습니다) 이것도 여담인데, 그믐을 하다 보니 오타 수정이 안 된다는 점에서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어요(굳이 짚어주시니). 매트리스 외에도 저의 실수들이 몇 개 보이는데, 작가님은 댓글 다실 때 불안하지 않으신가요(농답입니다).
저도 작가님께서 진지한 한국영화를 피하게 된다는 말에 첨엔 의아했는데 약간 이해가 되긴하네요~^^ 제 친구 중에 해피엔딩 영화만 찾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유가 삶이 치열해서 영화는 편하게 즐기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장작가님도 워낙 사회문제 관련 작품이 많으셔서인가 넌지시 추측해 봅니다^^;; '기생충'을 개봉일날 봤는데 저도 연해님처럼 휴유증이 좀 오래 가더라구요~~^^ 아무생각없이 하루하루 살다 장작가님 작품이나 봉감독님 작품들을 보면 주변의 문제들을 새로 인지하게 되어 좋습니다
제가 영상 매체에 그리 진지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깊은 감동을 받으며 본 영화도 물론 많은데, 극장을 갈 때는 그냥 테마파크 가는 기분으로 가게 되네요. 비트겐슈타인이 서부 영화 좋아했다는 얘기 여기서 꺼내면 좀 욕 먹으려나요? “『댓글부대』를 읽고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제가 《내부자들》도 안 봤거든요. 《신세계》도 안 봤고... 《기생충》까지 포함해서 다 좋은 영화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마 앞으로도 한동안 제가 일부러 찾아서 볼 거 같지는 않습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영화라도 외국 영화는 좀 현실 같지가 않아서 거부감이 덜합니다. 제일 최근에 극장에 가서 본 영화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이었고, 딱 그런 영화들을 좋아해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은 엉엉 울면서 봤네요. (저도 그믐에 오타 많이 남겼어요.)
제가 객관적으로 말투가 거친 사람은 아닌데, 거친 말투의 질감은 잘 아는 편 같습니다. 어떤 순간에 그 질감이 잘 사는지 같은 거요. 거친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해서 그 질감이 사는 건 아니거든요. 예전에 전건우 작가님과 만났을 때 전 작가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공포소설가 중에서 무서운 걸 아주 즐기는 사람이 있고 무서운 걸 너무 겁내서 못 보는 사람이 있다고. 저는 전자도 이해가 가지만 후자도 이해가 잘 됩니다. 어찌 보면 무서운 걸 못 보는 사람이 무섭다는 게 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공포소설을 가장 잘 쓸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와... 이런 방식(?)으로 글을 쓰시는군요! 공포소설가에 대한 비유를 읽는데 머리가 띵합니다. 무서운 걸 못 보는 사람이 무섭다는 게 뭔지를 가장 잘 알아서 공포소설을 가장 잘 쓴다는 부분이요. 저는 개인적으로 위에서 말씀하신 <댓글부대>를 읽을 때 '아니, 직접 경험하신 건가?' 싶을 정도로 묘사가 적나라하다고 생각했어요. 등장인물들이 쓰는 말투도요. <표백>을 읽을 때는 주인공의 독백에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솔직한데 너무 자극적이고, 이걸 경험해 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쓸 수 있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작가님의 본모습을 살짝 오해할 뻔(정확히는 무서울 뻔) 했는데, 다행히 이해가 잘 된 것 같습니다. 본 모임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인데, 자꾸 제 사담이 길어지네요(반가워서 그만). 다시 책에 집중해보겠습니다:) 꼼꼼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해요!
오 매트리스 그러네요! 기발하십니다!
@장맥주 으앗, 작가님!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살짝 쑥스럽네요. 제가 느낀 감상이 작가님이 의도하신 방향과 너무 달라져 산으로 가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궤도를 이탈할지도). 선생님 앞에서 발표하는 느낌도 드네요. 그래도 즐겁게 읽고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질문도 드릴게요:) "확증 편향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고 주제의식을 정하고 구상한 이야기"라는 말씀도 인상 깊어요.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네요. 다들 자신만의 옵터에 의존해 보고 싶은 세상만 보고, 생각하고 싶은 대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거든요. 안 그래도 기계의 명칭이 달라진 것 같아 동일한 내용이 맞나 긴가민가 했는데, 그럴싸한(?) 신조어로 바꾸셨다니(하하). SF 소설인 만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하지만 세련되게) 상세한 설명을 생략하신 점도 흥미롭습니다. 근데 이렇게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다니ㅠㅠ 감동이에요.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거북별85 앗, 안녕하세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STS라는 단어가 꽤 생소했는데, 작가님이 이번 소설의 장르를 'STS SF'로 명명하시면서 그 뜻을 찾아보게 됐어요. 기술의 성장은 편리함을 만들었지만 그 속도감과 달리 인간의 가치나 정신이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혼돈의 해결점이 무엇일까 궁금하셨다는 말씀,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속도감에만 취해있을 게 아니라 뒤도 돌아보고, 옆에 가는 사람들도 보면서 제대로 가고 있나를 마주할 수 있는 지점들이 있었으면 싶더라고요. 29일 동안 이 공간에서 다양한 이야기 함께 나누어요.
그럴 때 하늘을 파란색으로 보이게 해주는 색안경을 쓰면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그런 색안경을 쓰면 안 될 이유가 뭐죠? 색안경이 외부의 객관적 사실을 왜곡한다고?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23, 장강명 지음
그... 저기... 매트리스가 아니라 매트릭스 아닌가요... ^^;;;
아 하하하... 이건 저의 잘못인 것 같습니다(수정시간이 지나서 민망하네요). 남겨주신 글들 차분히 읽다가 육성으로 방금 터졌네요. 저 글을 쓸 당시 매트리스에 눞고 싶었나, 많이 피곤했나 봅니다.
간밤에 첫 편을 읽고 들어왔더니 그새 반가운 이름과 여러 대화들이 쌓였네요 ^^ 저는 첫 편을 읽자마자 '우와.. 표지 선정 정말 잘했다!' 생각했답니다. 애플 비전프로 보면서 더더욱 증강 현실이 그닥 먼 미래가 아니겠구나 싶었는데 때마침 이 글 읽게 되니 더더욱 생각할 부분이 많아지네요.
앗! 안녕하세요. 어제는 몰랐는데 참여인원이 어느새 15명이 되었네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 책의 표지는 그림 자체도 좋은데, 색감이 굉장히 강렬하고 몽환적인 느낌이라 더 좋더라고요. Jonas님 글 덕분에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해서도 검색해 봤어요. 함께 읽으니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저도 공기의 온도가 바뀐다는 그 말씀처럼, 갑자기 현실로 훅 소환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옵터의 채도를 높이니까 다시 귀여운 칭얼거림으로 느껴졌다고 하니 더 소름이... 옵터가 얼마나 강력한 것이기에 인간의 감정까지 컨트롤하도록 보여지는 건지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요? 저도 표지가 참 딱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지 시안이 세 개 있었는데, 그 중에 두 개를 놓고 편집부에서 의견이 갈렸더랬어요. 처음부터 편집자가 ‘우주에 별이 있는 뻔한 SF 표지’는 피하고 싶다고 했는데, 저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편집부에서 반응이 좋았던 두 가지 시안 중 1안은 그나마 약간 SF 느낌이 나는 안이었고, 2안이 지금의 표지였어요. 편집부에서는 1안이 조금 더 득표를 한 상황이었는데 저는 조심스럽게 2안을 지지했고, 출판사 간부 회의를 한 번 더 거쳐서 2안으로 확정되었습니다. 2안 일러스트 작가님이 외국인이어서 의견 조율이 잘 안 될 경우에는 1안으로 하기로 얘기했었는데, 다행히 소통이 잘 되었습니다.
아이가 시끄럽게 비명을 질렀고, 나는 옵터의 채도를 법으로 허용된 최대치까지 올렸다. 그러자 아이의 발작도 그냥 귀여운 칭얼거림 수준으로 들리게 되었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p.30 , 장강명 지음
마지막 장의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저는 공기의 온도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어요. 소설에서 현실로 순간 이동한 것처럼 서늘해지면서 새삼 문제의 심각성이 확 와닿았달까;;;;
증강현실 기술 이전에도 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어요. 아니,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 그래요. 우리는 매 순간 복잡한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요. 그 세상은 건조한 사실들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인식으로만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그 세상은 사실과 인식의 충돌 면에서 불꽃처럼 피어나 덩굴나무처럼 우리 의식을 휩싸며 자라요. 불행한 사람들은 실재하지 않는 자신의 상상을 퍼뜨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그걸 믿게 해서 집단 의식을 바꾸고, 끝내는 객관적 사실까지 변화시켜요. 많은 사람이 믿으면 그건 그대로 현실이 돼요. 화폐 같은 게 그렇잖아요. 우리 모두는 각자 바람직한 세상을 창조할 권리가 있고, 옵터는 그걸 도와줍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 5%, 장강명 지음
저는 사실 이 부분이 항상 애매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는 '옵터'라는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에 그걸 명시적으로 문제 삼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가 중독(?) 되어 있거나 맹목적으로 따르고 있는 것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삶을 왜곡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이긴 한데, 건강을 해치는 여러 가지 중독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저는 기술의 발전을 마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게 이런 지점들 같습니다. 그 속도감 덕분에 스스로 사유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문화가 팽배해져가는데, 저만 그걸 불안하게 느끼고 있는 건지도 궁금하고요. "나는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할 거야"라는 생각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는 괜찮다는 입장이긴 한데, 그럼에도 어떤 다양성은 존중하기 어려울 때도 있더라고요. 다 개개인의 방식이겠지만 여전히 참 어려워요.
나는 아동보호국 공무원의 권한으로 강아지 로봇 조종권을 확보했다… 젊고 우아한 어머니가 웃으며 나를 따라가라고, 아무일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가진 전자 영장에는 아이의 증강현실을 조작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나를 막아설 엄두를 못냈다. 그들의 주관적 현실 속에서는 무장 드론이 나를 호위하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29, 장강명 지음
이 부분과, 마지막장의 아이의 발작에 옵터의 채도를 올렸다는 그 문장을 보면서 무언가 설명하기 어려운.. 거부감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감정이 느껴진 것 같아요. 강아지, 한 사람, 여러 사람, 그리고 결국 본인 자신까지 옵터로 조종을 하고 나서야 이 불쾌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은 사람들이 옵터에 과하게 빠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 공무원조차도 옵터의 힘을 최대로 빌렸다는 점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결국 언젠간 처벌조차도 증강현실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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