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레지던스에 갑니다. 이 레지던스 주변에 고라니는 없는데 건물 안에서 지네가 많이 나온다는 얘기를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 오 마이 갓... 지네의 생태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는데 알면 알수록 싫어지는 생물이네요. ㅠ.ㅠ 오늘 살충제와 끈끈이를 샀는데 살충제는 잘못 샀습니다. 제가 산 상품이 지네에는 효과가 별로 없다고 하는군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장맥주

장맥주
강연과 방송 출연을 사양하는 것은... 머리로는 그게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결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제 수입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수입들은 무척 들쭉날쭉하거든요.

Jonas
작가님의 신문 칼럼도 기다리며 읽고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벽돌책 칼럼은 계속 하신다니 다행이고요.
최근에 쓰셨던 <흥미로운 중년이 되기 위하여>는 특히나 좋아서 주변 지인들이랑 이야기 많이 했었답니다. 저도 나이 들수록 고민 많이 하는 주제였거든요. 옛날 이야기만 하는 중년은 되지 말아야지 하고요. ^^;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278952?sid=110
아, 그리고 8월에 출간 예정이라고 들었던 월급사실주의 동인의 단편집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연해
엇! 저도 이 칼럼은 지인이 공유해줘서 알게 됐는데, 읽으면서 '그래 이거다!'했던 기억이 떠올라요. 빠름에 미쳐(?)가는 것 같은 사회가 종종 두려울 때가 있거든요. 뒤처지면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 떨지만, 정작 그 속도감에 깊이가 있다면 삶은 더 다채롭고 충만해질 거라 믿어요.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고, 반짝 아름다운 것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법도 없죠. 순간의 쾌락에 취해 삶을 잃어버리기보다는 조금 느릴지라도 서서히 자신만의 영역을 공고히 다져가는 분들의 삶이 더 빛나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저는 꽤 고리타분한 사람이라 가끔 이 세대와 맞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많아요. 일단 느리고, 사색을 좋아하고, 꽤나 진지하다보니 우스꽝스럽게 보일 때도 많거든요. 그럼에도 작가님의 책 중 <책, 이게 뭐라고>의 문장에서 위안을 얻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현대 사회는 진지한 인간들을 싫어한다. 광고와 열광에 기대야 하는 이들은 거대한 질문, 예를 들어 ‘왜’와 같은 물음에 “그냥요”라든가 “재미있으니까!”라고 답하는 부류를 선호한다. 의미가 아니라 느낌을 추구하는. 그런 이들은 같은 질문에 긴 답을 품은 사람들을 떨떠름히 여기고, 진지충이라고 놀린다. 자신들이 결핍하고 있는 것, 진지함을 통해서만 이를 수 있는 어떤 가치들을 우리들이 가졌다고 의심하고 질시하는 걸까."

거북별85
연해님 글을 읽을때마다 제가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실 때가 있어 참 반갑습니다^^ 저도 <책, 이게 뭐라고>에서 작가님의 이글에 깊이 공감했고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좀느리고 깊이 생각하기를 즐기는 저의 모습에 덜 외로웠어요^^ (저도 혹여라도 진지충으로 낙인 찍힐까봐 저의 모습에 가면을 쓰며 같은 고민을 가지신 분들을 찾아다녔네요~~ 암호명을 대며 본색을 드러내야 할거 같은^^;;)

연해
@거북별85 님! 이렇게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동안 참여도와 기여도가 정말 높으신걸요. 저와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으셨다니 저야말로 반갑고 기쁜 마음이에요.
<책, 이게 뭐라고>도 정말 좋죠? 저도 굉장히 애정 하는 에세이 중 한 권입니다. 암호명에서 웃음이 났어요(귀여우셔라). 저도 저의 진지함이 우스꽝스러워질 될 때가 자주 있어서 되도록 숨기려고 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저와 비슷한 결의 사람들을 만나면 내적 친밀감이 무한상승하는데, 이 공간에서 @거북별85 님과의 소통이 그랬던 것 같아요.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거북별85
매번 연해님의 길고 세심한 답글을 보며 항상 반갑고 고마우면서도 대단하시다 싶었습니다~😊👍
연해님이 있는 독서모임에서도 이렇게 세심하게 진행하시는지 궁금했어요(저도 나중에 내공이 쌓이면 연해님처럼 모임지기로 도전해볼까봐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덕분에 무척 즐거웠습니다~
처음 그믐에서 <문맹>으로 했었는데 정이현 작가님이 세심하게 매번 답글과 좋은 발문으로 이끌어주셔서 참 즐거웠는데 이번 <당신이 보고싶어하는 세상>도 참 좋은 기억으로 남겠습니다
그리고 장작가님은 정말 매번 너무 답글 잘 주셔서 혹시라도
제가 스토커처럼 부담드리는건 아니길~~^^;; 바랍니다~ (작가님 책도 참 좋아하고 궁금한 점들도 좀 많아서~)
항상 건강 챙기시며 좋은 작품 매번 기다리겠습니다~~^^

Jonas
어맛! 안그래도 @연해 님이랑 <문맹> 이야기도 위에서 살짝 했었는데 넘 신기한 인연이에요!!
위에서 수학여행 같다는 이야기했는데 @장맥주 님의 참여 덕분에 건넛방에 있는 담임 선생님까지 합류한 수학여행 같습니다. ㅎㅎ
저 어릴때 좋아한 Skid Row 라는 락밴드 내한공연이 있어서 학교엔 "미국에서 친한 친구가 와서요"하고 결석하고 쉐라톤 호텔 자정에 하는 콘서트 온적이 있는데 (무려 강원도에서요!! ㅎㅎ) 그때같은 한여름밤의 꿈 느낌입니다 ^_^ 그날 마법같이 콘서트 끝나고 새벽 동틀때까지 호텔 로비서 지나가던 락밴드 멤버들이랑 세시간쯤 이야기한..
선물같은 순간들이 이렇게도 생기네요.

거북별85
와!! 정말 멋진 추억입니다~~~☺️ 전 음악이나 과학쪽에 문외한이지만 @Jonas 님 글만 읽어도 너무 황홀한 추억이네요
전 처음 <문맹> 책 그믐에서 읽을때 '아고타 크리스토프' 작가님이나 '정이현' 작가님도 모르는 제가 '문맹'상태였지요~ㅜㅜ
하지만 찬찬히 읽으며 '모국어'의 소중함이나 이방인으로서의 느낌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어 즐겁게 읽었답니다(처음 그믐에서 활동할 때는 모두 닉네임이셔서 작가님들이신 줄도 모르고 오지랖 넓게 참견하는 흑역사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답니다~😅)

장맥주
감사합니다. 시사 칼럼 두 편과 벽돌책 칼럼, 그렇게 칼럼 세 편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시사 칼럼들은 이번에 정리했습니다. 내일 마감인 모 일간지 칼럼 원고가 마지막입니다. 한때는 칼럼을 여섯 군데에 연재하기도 했는데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칼럼 작업 자체는 즐겁기도 했고 애정도 있었는데 이게 쌓이는 글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고요. 그냥 제 조바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월급사실주의 동인 앤솔로지는 9월 1일 출간 예정입니다. 제목은 『귀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월급사실주의 2023』으로 정했어요. 표지가 꽤 귀엽습니다. 벌써 언론 인터뷰도 한 매체와 했네요. 제 단행본보다 더 공들인 기획이었는데, 만감이 교차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Jonas
많관부.. 올해 읽은 소설 엔딩 중 베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 엔솔로지에 함께하시는 이서수 작가님의 글 손꼽아 기다리고 있답니다.
제게는 처음인 작가님들도 꽤 계셔서 9월도 여러 글 찾아 읽느라 행복하게 바쁠것 같아요. 좋은 기획 감사드려요.

장맥주
나의 동생 많관부! 저도 정말 좋았습니다. 진짜 글 잘 쓰신다 싶었고요. 이서수 작가님 꼭 섭외하고 싶었는데 승낙해주셔서 박지성 골 들어갔을 때 히딩크마냥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습니다.
그런데 앤솔로지에 실린 이서수 작가님 단편은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교정 작업 때 서로 글을 돌려 읽어보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교정 마치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작가님들도 몇 분 계셨어요. 그래서 다들 책이 나오면 그때 읽기로 하자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수록작을 다 읽어본 사람은 문학동네 편집자들뿐입니다. 작품 수록 순서는 그냥 작가 이름 가나다 순으로 하셨더라고요.

연해
저도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중에서 '젊은 근희의 행진' 너무 좋았어요. 작가노트 제목도 '동생을 이해하기 위하여'라니...
5월에 출간된 <젊은 근희의 행진> 소설집을 아직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월급사실주의 동인 앤솔로지에 이서수 작가님의 글도 있다니 저도 설레는 마음이 또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Jonas
저는 재작년에 <미조의시대> 처음 읽고 너무 충격받았어요. 그전에 전혀 몰랐던 작가님인데 대체 어디 계셨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거지.. 할만큼 너무 좋아서 놀랐답니다. 그래서 이번 <젊은 근희의 행진>은 기다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미조의시대 보다 별로면 어떡하지.. 비슷한 내용이나 스타일이면 어쩌지 하고 읽기 전에 살짝 걱정도 있었는데.. 웬걸요.. 젊은 근희도 너무 좋아요..ㅠㅠ 동어반복 이 아니면서 좋고, 무엇보다 읽는 맛이 끝내줬어요. 뭔가 이서수 작가님 글들은 노희경 작가님 드라마 볼때 건드려지는 그 비슷한 느낌이 있는것 같아요. 미조의시대 읽고도 @장맥주 님의 <산자들> 생각나면서 월급사실주의동인 함께 하시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렇다기에 저도 어어엄청 기뻤습니다. ^__^

Jonas
아, 저는 사실 <젊은 근희의 행진>에서 결말 보고는.. 솔직히 '도망가, 문희야....' 하고 생각했어요. ㅠ_ㅠ 정말 나쁜데 솔직한 심정은 그랬답니다. 그래서 결말에 울컥, 짠한 맘의 51%는 '어우.. 문희야... 야아~아!! 어쩌자고 그래..이것아.. ' 였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당신 은 뜨거운 별에> 의 마리를 마냥 응원 못하나봐요. 저는 수정보다 마리가 더 맘에 쓰인것 처럼 근희보단 문희가 더 맘에 쓰였답니다. 가끔씩 저도 제 자신을 들여다 볼때 이렇게 좀 차가운 부분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장맥주
마지막에 근희가 쓴 편지가 정말 어른스럽고 멋있었는데, 사실 근희가 과연 그 정도 편지를 쓸 수 있을까 싶기는 했습니다. ‘내 몸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을게’ 하는 안전선도 있었고요(그런데 이미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는 했습니다). 저라면 진작 도망쳤을 거예요. 큰 죄책감도 없이.

연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저라면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은 결정일 것 같아요. 어제 형석 작가님의 퇴사 고민도 비슷한 느낌으로 존경스럽다고 느꼈고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두 분의 결이 많이 닮으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두 분의 글과 책을 좋아하나 봅니다. 형석님과는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에서 알게 된 사이인데, 글로 누군가와 깊은 소통을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이 모임과는 동떨어신 얘기라 조심스럽지만, 저는 어제 sns를 최대의 적이라고 하셨던 작가님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일종의 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사가 잡았을 때와 범죄자가 잡았을 때의 차이처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했고, 저 또한 sns라는 생태계의 피상적인 속성에 자주 환멸을 느끼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선택적으로 취하는 것들이 있기는 해서요. "그믐"도 제게 그런 의미로 소중해지고 있고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어제와 같이 소수가 모여 존중과 배려를 담아 눈을 맞추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자리는 좋다고 하셨던 작가님의 말씀처럼(작가님의 워딩과는 많이 다를 수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 저 또한 사회적 에너지가 굉장히 낮은, 혼자 노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거든요. 그럼에도 어제와 같은 자리나 밀도 높은 대화가 오가는 독서모임의 자리는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에요.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은 충만하게 채워진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 느낌이 제가 계속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줄 때가 많고요. 어제도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너무나...!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아 쓰다 보니 길어진다. 독자는 좋아하는 작가를 결국은 닮아가는 것 같다고, 어제 조지 오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죠?
저도 그런 겁니다(하하). 계속 열심히 읽겠습니다. 작가님:)

장맥주
저는 어쩌다 보니 큰 수입은 아니지만, 어쨌든 수입이 일종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향하는 삶에 맞게 그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꿀 수도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네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같은 쫄보에게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수입이 거의 대부분 월급에서 나오고, 월급에 대해서는 받느냐 마느냐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생활 방식을 바꾸거나 다른 시도를 하기 어렵습니다.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닌 거 같더라고요. 저는 울컥 하는 기질이 아니었으면 사표 못 냈을 인간인데, 그런 면에서 퇴사 예행연습까지 하시고 천천히 미래를 가다듬는 남 작가님이 대단해 보였습 니다.

장맥주
저는 소셜미디어가 단순한 도구 이상이며, 우리 사회를 ‘변질’시키고 있고(STS SF의 주제인), 그 변질을 단행본으로 추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STS 논픽션을 쓸지도 모르겠네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
작성
게시판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