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함께 읽어요

D-29
아이고, 감사합니다. 말씀만 들어도 마음이 붕 뜨네요. 제가 20대 초반에 재빨리 깨달은 사실인데, 제 유머에 웃는 분이 되게 적더라고요.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태연한 얼굴로 농담하고 안 먹히면 유머가 아니었다는 듯이 무표정을 유지하는 버릇이 들었는데 글도 좀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한국에는 일종의 ‘농담 프로토콜’이 있는 거 같아요. 농담을 던지기 전이나 후에 ‘이거 농담이야’ 혹은 ‘이거 농담이었어’ 하고 표정이나 보디랭귀지로 설명을 해주는 게 그 프로토콜의 일부인 듯합니다. 그래서 가끔 어떤 분들은 제 농담이 퉁명스럽다거나 공격적이라거나 아니면 ‘가끔 이상한 말을 한다’고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그건 저하고 가까운 사이냐 아니냐와는 상관이 없더라고요.
와... 위에 남겨주신 모든 분들의 글들이 다 너무 좋네요. 찬찬히 읽으면서 내려오는데 대화의 밀도가 높아 그런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부분이 많았어요(개인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솔직한 얘기가). 저는 아직도 세 번째 편에 머물러있는데, 약간의 스포를 당하긴 했지만 그조차 즐겁습니다. 다음 편들이 기대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거북별85 님의 "모두모두 건강하게 오랫동안 좋은 글을 계속 써주시면 너무 좋겠어요."라는 문장에 "저도요!"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일요일 밤은 대체로 월요병을 견뎌내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곤 하는데, 왠지 오늘 밤은 이 공간 덕분에 마음이 넉넉한 상태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앗 제가 혹시 스포를 했다면 죄송합니다.
앗! 아니에요. @챠우챠우 님, 읽는 범위와 순서가 정해진 것이 아니니까요. 대략적인 내용이 이렇구나 정도만 파악했습니다. 소설 자체가 재미있어서 약간의 스포를 당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제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 걱정입니다(하하). 이 방에서 제가 제일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분발하겠습니다!
혹시 몰라 스포일러 지정으로 해 두었습니다~^^ 저는 어설프게 속독을 배워서 읽는 속도는 빠른데 내용을 자세히 기억을 못 하는게 문제입니다. 천천히 자세히 읽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죄명이나 고의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요? 만일 어떤 경제사범 때문에 제 가정이 산산이 망가진다면 배상금이 아니라 상대의 고통을 원하게 될 거 같아요. 특히 상대가 록펠러나 카네기 같은 거부라면 더 그러지 않겠어요? 내 피해가 복구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당한 고통을 가해자도 똑같이 받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유대인들이 아이히만 처리에 대해 느끼는 심정도 그와 비슷한 거 같아요. 아이히만이 자기가 피해자들에게 준 고통을 모른 채로 죽는다면, 어떤 처벌도 의미가 없다는 거죠. 그보다는 차라리 그자를 살려주고, 대신 체험 기계로 가르침을 주는 편이 낫다는 거 아닐까요." 로라 포셋이 말했다. "그건 정의인가요, 아니면 복수인가요? 아이히만이 자기가 피해자들에게 준 고통을 모른 채로 죽는다면, 그런 처벌은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아니면 충분히 달콤하지 않다는 건가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26~29%, 장강명 지음
이 부분에서 오래전에 읽었던 강남순 작가의 <용서에 대하여>라는 책이 떠올라 오랜만에 다시 뒤적거렸어요. 당시에는 그 책의 내용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거든요. 근데 이 문장을 읽으면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용서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바라는 것이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저는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읽고 나서 장작가님의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도 떠올랐어요. 이 책도 늦게 최근에나 읽었는데 속죄나 용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과는 정반대 입장에서의 속죄에 대해 맘아프게 고민하도록 만들었답니다. 읽는 내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아픔을 이해하는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체 어디까지 이해를 구하고 언제까지 얼마큼 속죄해야 하는 건데요?!' 하는 맘도 동시에 생기게 했거든요. 모든 인물에게 다 감정이입이 되어버리니 힘든 작품이었어요.
하... 생각해 보니 그 책도 정말 그랬네요. 이 책과는 전혀 다른 결이긴 하지만, 그 책이야말로 가해자의 진실을 자꾸 듣고 싶게끔 만들었죠. 일진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얼떨결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과 속죄, 순백의 피해자 등 여러 키워드가 떠올랐던 기억이 나요. 그럼에도 저는 둘의 사랑에 더 몰입하며 읽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요(허허). "모든 인물에게 다 감정이입이 되어버리니 힘든 작품이었다"는 @Jonas 님의 말씀도 정말 공감합니다(아 근데 뭔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쓰기가 이제는 조금 망설여지기도). 등장인물들 저마다의 사연에 고개는 끄덕여지는데, 이해의 영역은 또 다르고... 참으로 난해했어요. 그럼에도 이 공간에서 그 책을 다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에요:)
으아 너무 오랜만에 참여해 그 사이 글이 많이 쌓였네요. 다시 열심히 소통해보기로 하겠습니다! 2/3정도 후루룩 읽고 다시 천천히 정독하는 중인데, 읽을수록 작가님의 모든 글들은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는 맛이 있는 것 같아서 참 좋습니다. 가끔씩 툭툭 나오는 예상치 못한 비유의 묘사라든가, 전혀 잘 모르는 분야인데도(전공이 과학과는 조금 멀어서) 이런 구동이겠구나, 이런 생김새가 아닐까? 하고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작가님의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고요. 사담이지만 제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하시는지, 하고 여러 문장들에 시선이 오래 머무게 되네요.
내가 어떤 도덕덕 명령을 지키고자 할 때 그 대상이 고통을 느끼느냐의 여부가 과연 중요한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나무가 됩시다>187p, 장강명 지음
앞의 소설들에도 이런 문장이 여럿 나와 자꾸 고민하게 되네요. 우리가 약속한 보편적 윤리의 기준과 그 기준의 근거가 무엇일지 한번도 명확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이 부분이 참 어려운데, 1편의 '옵터'에서도 비슷한 의문이 있었어요. "모든 객관적 사실들이 우리에게 다 똑같은 수준으로, 필수불가결하게 중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뭐라 답해야할지 애매하더라고요.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어디까지 정하는 것인지 다를 테니까요. 이번 편에서도 비슷한 문장으로, "그 옳고 그름은 누가 정해? 하느님? 모든 윤리의 기초는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한 인간적 공감에서 오는 거 아닐까?"라는 다소 거친 질문에 움찍하기도 했고, "체험 기계가 일상에 녹아들면,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도덕이라고 여기게 된다면, 이는 비판과 성찰 없이 금기만 넘치는 나르시시스트들의 사회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문장에서도 생각이 많아졌어요. @소복소복 님 말씀처럼 저도 그 기준이 모호한 것 같아요.
연쇄살인마, 성폭력범, 아동 학대범들에게도 각각의 사연이 있다. 그러나 그 사연을 굳이 귀기울여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야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인가? 단순히 그들이 우리와 닮은 존재여서인가? 아니면 인간의 한계가 안 좋은 방향으로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가? 다른 인간에 대한 이해는 때로 인간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게 레비나스 교수의 관점이다. 레비나스 교수는 하버드대 신문에 발표한 특별 기고문에서 이렇게 썼다. "종종 타인은 지옥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우리는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 42%, 장강명 지음
와... 이번 편 정말 충격이 가시질 않네요. 반전을 몇 번 맞은 건지 정신이 없어요. 지금. 저는 사실 공감이라는 단어를 평소 좋아하는 편입니다.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라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데, "공감이란 제대로 된 관계와 소통의 다른 이름이다. 공감이란 한 존재의 개별성에 깊이 눈을 포개는 일, 상대방의 마음, 느낌의 차원까지 들어가 그를 만나고 내 마음을 포개는 일이다."라는 문장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 가치에 감명받아 서울시 치유활동가 집단인 '공감인'에서 약 1년가량 활동하면서 낯선 타인을 제대로 공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배웠던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는 읽는 내내 괴롭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어디까지 타인을 공감해야 하는지 아니, 범죄를 공감의 영역으로 봐도 되는지에 대해서 정말 혼란스러웠어요. 영화 <메기>에서도 가해자에게 자꾸 서사를 부여하려 드는 흐름(이 사람에게도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이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이번 편도 그런 면에서는 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취지(재발 방지 혹은 용서? 회개?)는 좋으나 가해자의 서사에 몰입하는 순간 피해자는 더 이상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질 테니까요.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제 삶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그 공감이라는 영역이 가해자에게도 필요한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더라고요.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아니, 이제는 가능성을 넘어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네요. 다 읽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머릿속이 온통 다 뒤죽박죽 엉켜버린 느낌입니다.
저도 참 공감가는 문장이었어요~ 너무 길어서 쓰지 않았지만은요^^ 타인에 대한 공감은 공동체 사회를 살아가는데 참 필요한 부분이지만 죄책감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을 공감하고 그들의 서사에 귀기울여야 하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죄를 지은 분들에게는 공감보다는 그에 맞는 처벌을 그리고 예방은 평상시에 사회적으로 소외된 곳들이 있는지 정부와 사회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자기 애인이나 아내가 섹스를 하면서 뭘 경험하는지 남자들이 비로소 알게 되지 않겠어요? 전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제야 겨우 깨닫겠죠! 그리고 여자들은 더이상 가짜 오르가슴을 연기할 이유가 없고요.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 29%, 장강명 지음
출근길 버스에서 단숨에 읽다보니 생각이 많아져서 글을 너무 와르르 쏟아낸 느낌이네요. 읽는 분들이 피로하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너무 무거운 얘기만 쏟아낸 것 같은데 주제와 조금 벗어난 내용이지만, 긴장감을 풀어주는 하지만 매우 공감되는 위트 있는 대사 같다고 생각하며 혼자 피식 웃었는데 저만 그렇게 생각했...(저만 음란마...) 허허. 세 편의 내용들이 너무 좋아서 다음 편도 기대가 됩니다. 퇴근 후의 독서시간이 벌써 기다려져요. 다들 이번 한 주도 상쾌하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중고등학교때 재미난 책이나 영화보고 나면 다음날 얼른 학교가서 "어제 그거 봤어??" 이럼서 쉬는 시간 기다렸다가 수다떨고픈 맘였는데, 저도 지금 딱 그런 기분이거든요ㅎㅎ 워낙 생각거리 많은 책이라 다른 분들 이야기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오, 저도요! 딱 그런 마음. 입이 근질근질, 아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합니다. @Jonas 님 말씀처럼 갑자기 학창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들어요. 여기 계신 분들의 다양한 감상을 읽는 것도 너무나 즐겁습니다. 느슨한 연대로 이루어져 있는 이 공간을 점점 더 애정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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