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한 책 플랜 비-문학] ② 『같이 가면 길이 된다』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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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른 분들 댓글 읽어보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벌써 설레네요. 3주간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귀여운 메모지 그 속에 담긴 정성 어린 손글씨와 함께 책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일에 대해 작년부터 어렴풋이 생각해 보다가 올해 초부터 조금 더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일이라고 하면 직업이나 직장명에 대해 말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직업이나 직장명을 그 사람과 동일시하는 분위기(학습의 결과)라 그런 것일까요. 진로를 정하지 못한 경우에는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에 대해 떠올려보라고 합니다.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좋아하는’, ‘잘하는’, ‘가치 있게 생각하는’이라는 일의 수식어에 집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렇다면 여기서 ‘일’은 무엇인가, 우리 삶에서 ‘일’이 어떤 의미인가, 일하는 환경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 ‘일’과 관련해서 다양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노동 관련 교육을 들었는데, 노동과 근로를 들었을 때 각각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그리고 두 개념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교육이 시작된 것이 참 기억에 남습니다. 이렇게 일이란 무엇인지, 노동이란 무엇인지, 근로란 무엇인지 하나하나 짚어 보다 보면 우리가 더 나은 길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일을 그저 ‘해야 하는 것’이라는 의무감으로만 생각했던 때가, 하는 일이 가져다줄 영향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편집자님처럼 제 일이 저에게도, 누군가에게도 이로웠으면 좋겠고 그게 지속 가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과 책에 대해 가지고 있는 바람 그리고 모임에서 기대하는 바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연대의 힘에 대한 믿음인데요. 날이 갈수록 불신의 벽은 높아지고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가 팽배한 공기가 피부를 따끔거리게 하지만, 책 제목처럼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것을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과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안녕하세요. 강양구입니다. 이번에는 읽었던 책이라서 일찌감치 들어왔어요. 개인적으로 이상헌 박사님 팬이라서 더욱더 여러분이 어떻게 읽으실지 기대가 됩니다. 사실, 이상헌 박사님께서는 아주 훌륭한 전작도 있으세요.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생각의힘). 개인적으로 이 책도 참 좋았었는데, 널리 알려지지 못해서 속상했는데 이번에는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박사님의 책에 관심을 가지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하는 한국인 중 최고위직인 사무차장 정책특보로 일하고 있는 저자 이상헌의 고민과 연구, 고찰의 결과물을 정리한 책이다. 글 속에는 제네바라는 먼 곳에서 한국을 바라보았을 때의 그리움이 묻어나오기도 하지만 한국 내면의 공간으로 들어가 세월호의 아이들과 부모, 밀양의 송전탑 할머니, 굴뚝 위의 노동자 등 이름 없는 약자들을 위한 글들 속에는 고국을 향한 슬픔이 느껴진다. 일터의 여러 소소하지만
맞습니다... 2015년에 출간된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와 올해 출간된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시공간을 건너뛰어 포개지는 책이라서(저는 그래서 슬프기도 합니다만...) 함께 읽으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같이 가면 길이 된다』를 완독한 분들은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도 꼭 손에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YG 님 귀한 글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작이 나왔을 때, 짧게 썼던 글이 있어서 이참에 공유드립니다. (무려 8년 전에 썼던 글이네요.) * 흔히 기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진실 보도'를 꼽는 이들이 많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른바 '스타 기자'가 된 저널리스트의 상당수가 너도나도 "진실"을 목소리 높여서 외치는 탓일 것이다. 진실 보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13년째 기자로 밥벌이를 하고 있는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기자가 해야 할 일로 진실 보도만큼 중요한 일이 바로 세상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요한 목소리를 널리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귀담아 들을 만한 이들의 목소리를 독자 한 사람에게라도 더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편이다. 이름 석 자가 박힌 '내' 기사를 쓰는 것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글이나 말을 편집하는 일을 즐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게 소개하는 이들 가운데는 취재 중에 만났던 사람도 있고, 책으로 접하는 저자도 있고, 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도 있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생각의힘)의 저자 이상헌은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할지 애매하다.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항상 그의 말글에는 귀와 눈을 열어뒀었기 때문이다. 이상헌의 존재를 안 것은 7~8년쯤 된 것 같다. 한 지인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근무하는 한국인 경제학자가 있는데 경험도 실력도 심지어 인성도 괜찮으니 글을 한 번 부탁해 보라고 권했다. 한 번쯤 연락을 해야지, 하다가 노동 담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뤄두곤 했었다. 그러다 그의 이름 석 자를 우리 지면이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보게 되었다. (그 때도 굉장히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를 오가는 그의 글도 가끔씩 찾아 읽었다. 그러다 얼마 전 이상헌이 여기저기 쓴 에세이를 묶어서 펴낸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를 손에 들자마자 단숨에 읽어 버렸다. 사실은 할 일이 많아서 프롤로그만 읽고서 미뤄둘 생각이었는데, 자꾸 손이 가서 결국은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고 말았다. 심지어 버스 안에서 포스트잇까지 붙여 가면서 말이다. 책을 단숨에 읽고서 이상헌의 에세이가 이렇게 마음을 끄는 이유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랬더니, 순간 머릿속에 지금은 세상에 없는 두 사람이 떠올랐다. 한 사람은 경제학자 정운영이다. 정운영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적절한 일화와 경제학 지식을 버무리는 데 비범한 솜씨가 있었다. 그러니까 독자는 설사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역사나 문학 속 어딘가에서 끄집어 온 일화에 재미를 느끼거나, 혹은 경제학 지식을 하나둘 귀동냥하면서 뿌듯해할 수 있었다. 이상헌의 글이 바로 그렇다. 그는 스웨터(sweater)의 유래를 설명하면서, 노동자의 몸에서 땀을 짜내는 악명 높은 '인간 스웨터'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바로 이런 인간 스웨터의 착취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시작된 캠페인의 결과가 바로 오늘날의 '최저 임금'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최저 임금을 둘러싼 경제학 내부의 다양한 입장차는 마치 흥미진진한 노동경제학 강의 한 토막을 듣는 듯하다. 고백하자면, 학부 때 교양 강의로 산업사회학을 들은 적은 있지만, 노동경제학은 거부감이 들어서 외면했었다. 아마 그가 이런 과목을 개설했다면 가장 먼저 수강 신청을 했을 텐데…. 이상헌의 에세이를 읽고서 생각난 또 다른 사람은 영문학자 장영희다. (정운영의 일화가 대부분 머리로 배운 것이었다면) 소아마비를 앓은 탓에 몸이 불편했던 그녀는 일상의 체험에서 삶의 진실을 포착하는 비범한 재주가 있었다. 더 나아가 그녀의 글에는 그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고 독자에게 성찰을 동참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상헌의 글이 그렇다. 국제기구에서 오래 일한 경력만 놓고 보면 조금 잰체해도 될 법한데, 그는 한없이 겸손하다. 그리고 그런 낮은 자세로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거기서 우리가 성찰할 지점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마치 소주 한 잔 걸친 것처럼 뜨겁게 독자에게 같이 한 번 생각해보자고 손을 내민다. 그래서 '우수 고객'에게 다가와 고개를 90도 숙이는 비행기 승무원에게 느낀 당혹감, 우유나 신문을 배달할 때 엘리베이터 이용을 금지한 강남 아파트 주민의 소식을 듣고서 솟구친 분노, 외할머니가 사발로 들이킨 커피, 1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세월호 아이들…. 이 모든 것이 그의 글을 통해서 곧 우리의 경험이 되고, 우리를 반성의 시간으로 밀어 넣는다. 그렇다면, 이상헌은 도대체 왜 이렇게 쓸까? 그는 황현산의 문장("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해준다")을 아래처럼 해석한다. 짐작컨대, 이것이 바로 그가 때로는 정색하고 때로는 어깨 힘을 빼고 끊임없이 기록하는 이유다. 그가 이 책에서 여러 차례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고. "이때 기억이란 과거에 내가 기억했던 그 기억이 아니다. 오늘의 내가 그 과거에 대해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현재의 기억이다. (황현산) 선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새로운' 기억이다. 그런 기억만이 현재의 폭을 두껍게 한다. 물론 이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해 내는 것이 '새로운 기억'의 출발점이다." (248쪽)
강 선생님, 여기도 또 뵙습니다. 그때 소주 한잔 하자고 했는데, 아직 그럴 기회가 없었네요. 요즘도 황현산 선생의 저 구절을 곰곰히 생각해 보곤 합니다.
아, 이상헌 선생님. 바쁘실 텐데 이렇게 들러 주셨네요. 그러게요, 소주 한 잔 하자는 이야기 나온 게 벌써 8년 전인데. :) 사모님과 함께 쓰신 책도 재미있게 또 뭉클하게 읽었습니다.
우린 열한 살에 만났다열한 살에 만나서 결혼 30주년을 맞기까지, 옥혜숙과 이상헌의 지난 세월을 따라가는 에세이다. 제네바에서 톡탁톡탁 적어 내려간, 선하고 정다운 이야기가 독자를 맞는다. 열심히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실천하고, 또 치열하게 투쟁한, 그저 모든 것이 다 좋았고, 때로는 그래서 어쩔 줄 몰랐던 열뜬 두 사람의 이야기가 한 걸음 한 걸음 펼쳐진다.
아이쿠. 이 책까지. 민망해집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소주 한잔 하셔야 할 듯요. 8월말에 서울에 있을 예정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운이 좋게도(?) 상대적으로 수입도 괜찮고 안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항상 저희 아이들을 생각할 때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이제 큰 아이가 내년 초엔 군을 제대하고 2년의 추가적인 학업을 마치면 당장 직업을 찾아야 할텐데 만만치않은 길일 것 같습니다. 매일처럼 반복되는 작업현장에서의 사고와 사망 소식들에도 왜 이렇게 방치되고만 있는 것인지... 수 년 전에 난 내 아이들이 어떤 직업을 갖게 될 지 모르겠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최저 시급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최저 시급이 최소 1만원은 되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왜 좋은 직업을 갖을 생각을 하지 않고 최저시급을 받을 생각을 하냐고 하더군요. (하지만 전 피라미드의 최고 위치에 오른 이에게 말도 안되는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보다는 아래 단이 넓은, 대부분의 사람이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꼭 내 자식의 문제가 아니라 이 땅에 태어났으면 하루 8시간 일하고 주말엔 쉬더라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생각해 봅니다. 주말에 책의 앞부분을 조금 읽었는데 큰 사고가 일상이 되어 무뎌진 감각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싼 것이 좋다고 하더라도 사람한테는, 안전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게 되는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첫 날부터 너무 흥분한 것 같네요.. ^^ 아무튼 읽어나가기 쉽지 않지만 일단 꾸역꾸역 현재를 직시해가며 희망의 길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기를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흥하리라 님! 3주간 잘 부탁드려요. 모든 코멘트에 백분 공감합니다... 특히 "큰 사고가 일상이 되어 무뎌진 감각"이라는 말씀에 한참 머물렀는데요. 위에 YG 님께 단 댓글에서 이상헌 작가님의 전작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2015년)와 요 책(2023년)이 "시공간을 건너뛰어 포개지는 책"이고, 그래서 조금 슬프기도 하다고 적었던 것과 이어지는 대목이라 그러했습니다. 지난 8년... 한국 사회의 노동환경은 (갖은 방식으로 열악해지면 열악해졌지) 달라진 게 없더라고요. 그러나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낙담하고 절망하는 대신 "우리 정말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냐"고 말합니다. 일하다가 죽지 않기를, 어떻게든 같이 온몸으로 저어가기를 소망하는 문장들로 가득한데요.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같이 가면 길이 된다는 마음으로 함께 읽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저도 좀 흥분한 것 같지요!? ^^;
그동안 그저 일하고 돈을 번다는 것에 치중했나봅니다. 일하는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고충을 알면서도 외면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번 책을 통해 그저 덮어두려고 했던 생각을 들쳐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의 길을 만들어가리라 믿습니다.
메이플레이 님, 반갑습니다! 저도 알면서도 애써 고개를 돌린 시간들이 떠올라서 실은 책장을 넘기기가 좀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같이 읽으면 조금은 더 직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깁니다. 3주간 잘 부탁드려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장맥주 님! 반갑습니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헛... 그리고 아주 중요한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후자면 제게도 기쁜 일이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그것은 아니고... 이상헌 작가님께서 며칠 후면 한국에 오셔서 시차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게 된 것인데요! (와👋) 이런저런 멋진 북토크가 준비되어 있는데 추후 그 소식들도 전해드리겠습니다. 물론 작가님께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말씀드린 것은 요 그믐에서의 모임입니다...🌜
안녕하세요! 편집자님이 말씀하신 "내 노동은 나를 살리고 남에게도 이로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제게도 엄청 크게 와닿습니다. 다만 저는 저만을 위한 노동의 세계에서 다른 이들에게까지 이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건너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예전에 저는 각자의 노동환경에서 노동하는 것이므로 그 안녕과 안위는 개인이 감수하고 어쩌면 각오했었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요. (지금은 그저 부끄럽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내 노동이 너에게 닿는 이 곳에서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원하는 만큼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읽게 되었어요. ((탁월한 선택인듯요!!!!)) 다른 분들의 일하는 삶 이야기들도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반갑습니다. 바조 님! 벌써 뭉클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출렁출렁... 저도 이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읽는 모임 통해 (실은 말 못 할) 여러 부끄러움에서 좀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자 걸으면 고단하고 어렵겠지만 같이 걸으면 으쨔으쨔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어봅니다! 3주간 잘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작가님도 한국에 오신다니 기대가 되네요. 노동은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돼요. ‘일한 대가로 한 달에 한 번 급여를 받는 일’이 보통 생각하는 노동이지만, 그 외 자신이 노동하고 있는데도 노동이라 생각 못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세상이 말하는 잡스럽고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일들이 사실 ‘노동’이라고 여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급여를 받지 않아도 자신을 위해, 타인이나 가족을 위해 하는 노동들도 있고요. 삶에 밀접해 있지만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눌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궁금한 게 생겼는데, 한 이야기마다 두 페이지를 넘지 않은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고맙습니다. 아직 제네바에 있습니다 ^^ 곧 부모님을 뵈러 한국에 갈 예정입니다. 건강이 예전같지 않아서 최근몇년동안은 여름'휴가'를 한국으로 갑니다. 이번에 쓴 책에서는 크게 다루지 않았지만, 현재 가장 큰 '노동'문제의 큰 부분은 노동개념의 협소성입니다. 공장노동과 같은 임금노동을 중심으로 하다 보니 (법이나 정책도 그렇습니다), 사회적으로 유용하지만 임금노동이 아닌 경우 (돌봄, 가사노동이 대표적)는 아예 관심대상이 아니거나, 그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임금이 '생산'에 대한 댓가로 지불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생산'을 매우 좁거나 편향적으로 보는 것이지요. 남녀임금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폭은 OECD에서 높은 편이지만, 남녀임금격차는 여전히 OECD 내에서 가장 큽니다. 그래서, 저는 좁고 한정적인 '노동' 개념을 버리고 보다 포괄적인 '일'이라는 개념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가령 지금 겪고 있는 돌봄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구요. (책은 짧은 글을 모은 것입니다. 신문 등 매체에 발표한 것이기도 하고, 제가 긴 글을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습니다 ^^ 여러 글이 모여있다 보니 혹시 전체 메세지가 약해질수 있는데, 그 때문에 각 부의 시작에는 여러글들을 관통하는 제 생각의 '흐름'을 적어보았습니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운 일이 되면서부터 구직 자체가 일종의 노동이 되어 버린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두 개씩 다니면서 발음 교정 훈련하고 카메라 테스트 준비하는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보면 고되게 직장을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여러 공채 직종 중에 경쟁률이 높은 직종이라 적어봤습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돌봄노동, 가사노동과 달리 사회적 유용성도 뭐라 말하기가 애매하네요. 정규직 신입 사원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는 것...? 정말 구직이 노동이라면 최저임금은커녕, 오히려 노동자가 돈을 내면서 노동을 하는 셈이겠습니다. 노동의 개념을 확장하면 이런 구직 행위까지 포함할 수도 있을까요? 입시 교육 같은 것도 ‘교육 노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제가 프랑스 전원주택 참 좋아하는데, 비행기를 오래 못 탑니다. 아쉽습니다... ^^)
역시 중요한 문제를 말씀하셨습니다. 통상적으로 구직관련 비용이나 훈련비용의 상당부분은 사회나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런 비용은 결국 '보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결과물' (앞서 말씀하셨듯이 '생산성'이라는 단어가 워낙 협소해서 다소 장황한 구절을 사용합니다 ^^)을 낳게 되니, 일종의 투자이고 이건 이윤 증가와 임금 증가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비용의 점점 많은 부분이 일하는 사람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임금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구직자의 스펙 쌓기는 온전히 구직자가 부담하고, 기업은 훈련투자를 상대적으로 줄이는 추세입니다. 대기업은 특히 고용해서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 특히 중소기업에서, 사람을 빼오는 것을 '선호'합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가격후려치기'와 '능력사원 빼가기'라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책에서 부분적으로 다루어 보았습니다 ^^
저 개인적으로는 '능력사원 빼가기' 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복잡한 심경이 되는데요, 아마 저의 개인적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여러 중소기업에서 일을 했는데요, 20인 사업장, 60인 사업장, 300인 사업장으로 계속 이직을 했습니다. 개인으로서의 이러한 이직은 저의 커리어 향상이고 좋은 기회였는데 제가 근무했던 회사의 사장님들에게는 이 또한 "능력사원 빼가기"로 생각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능력사원 빼가기"라는 것이 과연 누구의 입장에서인지... 이 또한 중소기업 "대표"의 입장이고 여기서 중소기업 "근로자"는 배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능력사원 빼가기"라고 비난함으로서 자칫 노동시장 (여기서는 중소기업이지만요) 의 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같은 이유로 종종 뉴스에 오르내리는 소식이 있는데요. 우리 엔지니어들이 몸값을 올려 중국으로 이직했다는 것을 크게 개탄할 사항으로 이야기들 하는데, USB 등을 통한 불법적 기술 유출이면 당연히 논의의 대상도 아니겠습니다만 그 이외에 직원이 회사에서 다년간 근무하면서 정당하게 습득한 기술과 지식, 경력을 활용해 좋은 보상이 주어지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 좀 궁금해지더라구요. 같은 이유로 경업 금지, 겸업 금지 등도 노동자보다는 회사 위주의 정책들이라 반갑게 보이지는 않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하고 그렇네요. T.T
쉽지 않은 문제 같습니다. 분명 일하면서 개발된 개인의 능력은 개인의 것이지만 이러한 성과를 제공한(?) 회사 입장에선 '이제 좀 써먹으려하니 나간다.'는 불만이 일어나게 되고, 그래서 계약서에 '경엄금지'를 넣어두는 것 같습니다. 고쿠라29님께서 개인입장에서 말씀하셔서 (제 의지와는 별개로) 회사의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입사 초기에 일 가르치며, 크고 작은 실수도 감내하는 과정 중에도 급여를 지급하는 상황이다보니 회사가 억울한 입장일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이런 이슈가 좀 더 극대화되는 케이스가 아이돌연습생 시절을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연습생을 뽑아서 투자하고 데뷔시켰는데 바로 소속사를 옮긴다고 하면.... (그래서 어느 기획사는 연습생들한테 교육비를 받고, 그 대신 종신계약 없이 아무 때나 떠나도 되는 곳이 있다더군요.) 경쟁이 치열하고 구조가 유사한 회사들끼리의 경연장에서 특정 회사의 특정 노하우를 습득한 상태의 이직자에게 감정이 좋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고쿠라29님이 근무하셨던 중소기업의 특히 더 그럴 것 같아요. 워낙 기반이 약하다보니... 하지만 중소기업이라도 개인보다는 여러가지 힘이 더 많은 입장을 고려하자면 그래도 "개인에게 주어진 기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대기업-중소기업간 구조적인 문제도 관련되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은 항상 인력난이고, 자체 교육프로그램 등으로 트레이닝된 대기업 출신 경력직을 채용하고 싶지만 오히려 이젠 중소기업에서 경험이 있는 직원을 대기업이 신입직원으로 뽑아가고 있는 현실... 대기업-중소기업간의 협업으로 성과가 나지만 대부분의 이익은 대기업으로 귀속되는 현실... '능력직원빼가기'논의에 해당 직원은 빠졌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다만 대기업-중소기업 관계에서 이익을 독식하는 대기업이 직원까지 빼가는 구조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표현은 아마도 과거에 비해 신입직원에 대해서도 교육비를 줄여가는 대기업에 대한 질책의 의미로 쓰인 것 아닌가 싶습니다. 갑자기 FA제도가 떠오르기도 하네요. 3~5년의 계약기간동안 열심히 일하고 계약이 종료된 후엔 경쟁업체에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놓치기 싫으면 그만큼 보상도 더 해주고(당연히 계약기간 내에는 경업금지를 준수하고요.) 이직의 사유가 급여때문만은 아니어서 단순히 보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회사의 입장을 반영하되 이에 대한 약간의 제한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FA가 어느 정도 전문적인 분야(특히 스포츠)에서 이뤄지고 있는 제도여서 일반 직장에 맞지 않겠지만 부분적으로 아이디어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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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03. <앨버트 허시먼><리처드 도킨스 자서전 1> 함께 읽으실래요? [책걸상 함께 읽기] #32.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그믐북클럽] 8.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읽고 알아가요
같이 읽고 싶은 이야기 TXTY
[박소해의 장르살롱] 11. 수상한 한의원 [박소해의 장르살롱] 1. 호러만찬회
시대가 주목해야 할 하드보일드 구라꾼 염기원, 그는 누구인가?
[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블루아이』[문학세계사 독서모임] 염기원 작가와 함께 읽는 『여고생 챔프 아서왕』 <한국 소설이 좋아서 2> 염기원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벽돌소설 함께 해요. 혼자서는 어려워요.
[책걸상 함께 읽기] #02. <4321>[브릭스 북클럽]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커다란 초록 천막》 1, 2권 함께 읽기[그믐밤] 10. 도박사 3탄,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수북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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