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복잡한 심경에 대해 외국에서 살아본 적도 없고 교육 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냥 떠들어 본다면 이렇습니다.
전 국민이 기회의 평등과 입시제도에 민감하고, 대학의 학생 선발권이 약하고, 기부금입학제가 없는 한국 사정이 그나마 미국보다는 나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일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그간 저는 ‘특별히 사악하지 않은 평범한 개개인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제도를 해킹해 공공을 무너뜨리는 문화’가 매우 한국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세계로 퍼지는 것 같다, 전 세계가 한국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문제가 능력주의일까, 학벌주의일까, 능력주의와 학벌주의는 같은 것일까, 능력주의의 문제와 학벌주의의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는데 지금 보다 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학벌주의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최근에 조장훈 작가의 『대치동』을 흥미롭게 읽었는데 이런 구절들이 있더라고요. ‘서구의 능력주의 비판 담론으로 학벌주의를 비판하고자 할 때 현실적 간극이 발생한다.’(118쪽) ‘세련된 세습 구조로서의 능력주의는 경험해본 적도 없는 것이다.’(〃)
대치동요강을 낱낱이 분석하여 신속하게 대응하는 대한민국 사교육의 중심이자, 전국의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부동산 시장의 정점이다. 이곳 학원가에서 20여 년간 일한 입시 전문가 조장훈이 명문대 학벌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과 그 열기 속에서 부동산 시세 차익을 셈하는 이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대치동 내부의 풍경을 기록했다. 계급 간 힘겨루기의 결과 끊임없이 요동치는 대학 입시 제도, 이를 세분하여 상품으로 기획하고 판매하는 사교육 시스템, 사교육이 발전하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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