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책 5문5답] 28. 최영 소설가

D-29
안녕하세요! 소설가 '최영'입니다. 저는 느즈막히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 제7회 수림문학상을 받으면서 등단을 했는데요. <로메리고 주식회사>라는 어반 판타지와 하이퍼 리얼리즘이 결합된 팝아트 문학작품이었습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에는 직장 생활을 여러 군데서 했습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사회적기업, 공익단체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작가 소개란에는 "다섯 군데 직장에서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였다. 여섯 군데였나?"라고 쓰기도 하였으니 직장 생활이, 정확히는 조직 생활이 그렇게 적성에 맞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직 생활을 청산하고 번역가로 전향했습니다.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에세이도 출간하고 아무튼 재미난 시간을 보내다가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창작활동에 들어가면서 머리를 깎았죠. 수행과 정진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시면 알겠지만, 농담이나 문학적 비유가 아닙니다.) 아! 중요한 소개를 빼 놓을 뻔 했네요. 저는 장강명 작가님이 주도하시는 '월급 사실주의' 동인이기도 합니다. 아마 9월 초순쯤 '월급 사실주의' 동인의 첫 번째 책이 문학동네에서 나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인 최정화 선생님과 '야메(Ya-Me) 프로젝트'를 결성하여 아름다운 한옥으로 손꼽히는 '운경고택'에서 개최된 전시에 맞춰 미술과 문학을 결합한 <춘야(春夜)>라는 메타픽션 중편소설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사항은.... ㅎㅎ 인생책 소개요? 소개 드릴 인생책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라쇼몽>입니다. 단편소설집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단편인 '미생의 믿음', '귤', '세 개의 창' 등이 들어있는 소설집을 골랐습니다. 물론 같이 수록된 다른 작품들도 하나 같이 수작입니다.
Q2 이 책이 인생책인 이유에 관해 조금 더 듣고 싶어요.
'월급 사실주의' 동인이라고 해 놓고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집을 인생책이라 소개드리는 것이 문예사조 등에 밝으신 분이라면 의아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학 본연이 무엇인가, 문학의 본질이 무엇인가 등에 관한 논의는 논의대로 하더라도 '문학'이라고 불리는 예술 양식의 형식미학, 문장미학에 있어서 <라쇼몽>이라는 타이틀로 묶인 단편소설들은 제게 참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작품들입니다. 특히 일본문학은 우리와 상당히 유사한 언어, 교착어라고 분류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문학의 작품들보다 언어에서 느껴지는 미적 감흥이 정교하게 파악되곤 합니다. 권위에 기댄 소개가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겠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보통 일본문학의 권위 있는 상을 '아쿠타가와 상'과 '나오키 상'으로 꼽는데요. 순문학 계열은 아쿠타가와 상으로 대중장르 문학 계열은 나오키 상으로 나뉘어서 심사하고 시상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순문학과 대중장르 문학을 고급, 저급의 개념이 아닌 각자 추구하는 바가 있는 별도의 영역으로 존중하는 것이죠. 심사 또한 신선락이라고 하는 요정의 1층(아쿠타가와 상), 2층(나오키 상)에서 동시간대에 진행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어느 '고쿠라일기'전>이라는 작품으로 응모는 나오키 상으로 했으나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사례를 두고, 순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사라졌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오히려 계열을 엄격히 따진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계열을 따지지 않았다면 아쿠타가와 상을 심사하는 1층으로 보내지 않고, 나오키 상을 심사하는 2층에서 곧바로 심사를 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순문학과 대중문학이 별도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논의를 하더라도 마쓰모토 세이초 사례를 구분이 사라졌다는 예시로 드는 것은 적당해 보이지 않습니다. 아쿠타가와 대한 정보를 전달하려다 보니 곁으로 샌 느낌이지만 오히려 더 깊은 이야기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Q3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신 거예요? 이 책을 만나게 된 계기와 사연이 궁금합니다.
작품을 통해 아쿠타가와를 만난 지는 제 나이가 계란 한 판이니까 십 년 전쯤 대학 때 접하게 된 것 같고(이 부분은 굳이 인터넷으로 확인해 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ㅋ), 본격적으로는 머리 깎고 소설 창작에 돌입한 2018년 무렵에 새로운 책으로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같은 문장을 쓰려고 한 게 아니라,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다른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역설적으로 그의 소설을 통해 생각해 보려 했습니다. 소설 미학의 지향점, 소설의 거시적 구조와 미시적 표현의 관계, 모더니즘은 또 다른 극복의 대상일까 아니면 더 파고 들어가야 할 미시역학의 세계일까 하는 등의 질문들이 당시의 제게는 중요했고 지금도 온전히 떨치지 못한 의문들입니다. 앞서 나오키 상과 아쿠타가와 상을 비교해서 말씀드렸는데, 판매량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나오키 상이 압도적이죠. 그래서 각오를 다지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새로운 소설로 극복을 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 되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자주 각오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슬프게도요....흑!
Q4 이 책을 다른 사람이 읽는다면, 어떤 분들께 추천하시겠어요?
킬링타임용이나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책입니다. 하지만 단편소설집이기 때문에 마르셀 프루스트나 제임스 조이스를 읽을 때의 지난함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문학의 세계, 좁혀서 이야기하면 순문학, 본격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고상한 척'하는 문학을 '제대로' 접하고 싶다면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혹여 이 책을 읽자마자 '와, 나는 순문학 스타일인가 보다, 완전 이해되네' 이런 생각이 드신다면 내가 읽은 것이 소설의 형식일까, 내용일까 등도 한번쯤 고민해 보시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문사철로 대변되는 인문학의 정수로도 볼 수 있으니 인문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일독을 권장합니다.
Q5 마지막으로 책에서 밑줄 그은 문장을 공유해 주세요.
그 순간이었다. 창밖으로 상반신을 내민 소녀가, 그 부르튼 손을 내밀고 힘차게 좌우로 흔드는가 싶더니, 가슴을 설레게 할 정도의 따뜻한 햇살로 물든 귤 대여섯 개가 기차를 배웅하는 아이들 쪽으로 어느새 날아가 흩어졌다. - <귤> p.97 (*이 작품은 다른 출판사의 <슬픈 인간>이라는 '산문집'에도 실려 있어서 사소설 형식의 엽편소설 내지 수필로 보입니다.) 문득 미생의 코를 스치며 튀어오른, 농어 같은 물고기의 흰 배가 번뜩였다. 물고기가 튀어오른 하늘에도 아직 드문드문하지만 벌써 별빛이 보이고, 담쟁이가 감긴 난간의 형태조차 초저녁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여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 <미생의 믿음> p.127
[인생책 5문5답] 인터뷰에 함께 해 주셔서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책을 소개해 주실 분들은 아래 주소에 입장하여 참여해 주세요. https://www.gmeum.com/gather/template/1 전 국민이 자신의 인생책 한 권씩 소개할 수 있는 그 날까지!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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